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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r.rop 보셈 최근 쓴건데 아직 완결은 안남

목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09.22 02:44:23
조회 30 추천 0 댓글 5



다음이 완결이고 그리 잘쓰는건 아님  난 자러감 ㅂㅂ




광기의 붉은눈은 영원의 달을 담는다.



레이센은 가만히 두 눈을 떴다. 얼굴에 내리쬐는 햇살은 따스하다. 추욱 늘어져 있던 토끼의 귀는 쫑긋하고 세워져, 멀리서 들려오는 조그마한 산새의 지저귐에 반응한다. 아, 아침이다. 레이센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긴, 아침이니까 두눈이 떠진것이겠지.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며 레이센은 뉘인 상체를 천천히 일으켰다. 약간 졸린듯이 반개한 두눈이지만, 눈꺼풀 아래의 두눈은 밤과 다름없이 붉다.



무릎을 꿇은체 앉아 자신이 몸을 눕혔던 침상을 정리한다. 바닥에 깔았던 두터운 이불을 모난곳 없이 개어 접고, 그 위에 몸을 덮는 얇은 이불을 접어 올리고 배게를 올린다. 아침에 항상 해오던 일인지라, 그 작업은 금새 끝났다.



그 이후엔 세안이다. 레이센이 입고 있는 옷은 잠을 잘때 입는 기다란 와이셔츠다. 우선 그 와이셔츠를 벗어 개어진 이불 위에 개어 올려놓고, 언제나 입는 제복으로 갈아입고 자신의 방을 나선다. 방을 나서면, 항상 보는 것은 깡총 거리며 달려나가는 이나바(토끼)들. 평소의 아침이라면, 레이센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이나바들을 귀찮은 손짓으로 때어내며 세안을 위해 우물가로 갔을터다.


하지만, 오늘의 아침은 달랐다.


" 아, 이나바. "


이 나바는 말을 하지 못한다. 테위와 같은 몇천년을 살아온 요사한 노물은 말을 할수 있긴 하지만. 테위의 목소리 ? 아니다. 테위의 목소리는 좀더 경망스럽고 요란하지, 이렇게 조용하고 상냥하게 사근거리지 않는다. 레이센은 빨간 눈을 깜빡이며 자신의 방문 앞에 선 소녀를 바라보았다. 기다란 검은 머리카락. 구김 하나 없는- 천인이 입는 옷은 바느질 자국 하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천의무봉, 이었던가 ? 구김이 없고, 바느질 자국이나 튀어나온 실오라기 같은것이 전혀 없는 깨끗한 옷이다.


눈썹과 맞닿아 가지런히 정리된 검은 머리카락 아래의 두 눈동자는 호기심, 권태, 불만, 애정 - 온갖 감정이 뒤섞여져 있다. 레이센은 자신에게 향해진 그 두 눈동자를 마주보며 깜짝 놀라 귀를 쫑긋 세웠다.


" 카,카구야 님 ? "



호 라이산 카구야는 레이센의 반응이 재밌단 듯이 입가에 가벼운 웃음을 매달았다. 아니, 비단 레이센의 반응이 재밌어서 웃는것은 아닐것이다. 그녀는 언제나 웃고 있으니까. 사람을 마주하고, 서로 대화를 주고 받을때의 카구야는 언제나 웃고 있다. 마주하고 있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웃음을 짓고 있다.

언행, 행실, 외모. 모든것이 나무랄데 없다. 완벽한 여인 의 예를 지칭할수 있다면, 레이센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앞에 선 카구야 공주를 지칭할 것이다.


" 좋은 아침이네. 즐거운 꿈은 꾸었어 ? "


카 구야는 미소 어린 입을 자그맣게 벌리며 물어왔다. 레이센은 아와와 하고 당황하면서 급히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방금전에 자고 일어났으니, 악취가 날지도 몰라 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두눈을 빠르게 깜박여, 혹시 눈곱이 끼지는 않았나 하고 확인해보았다. 그러다가 곧 핫 하고 어깨를 움찔인다. 자신의 바보같은 행동 때문에 카구야의 물음에 빠르게 답하지 못한것이다.


" 네, 네. 그러는 카구야님은 .. "

" 아하핫. 이나바는 바보같아. "


카 구야는 까르륵 하고 웃는다. 기다란 소매의 안쪽에 보이는 손은 백옥을 보는것 마냥 희고 투명하다. 그 희고 투명한, 기다란 뱅어 같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살며시 가리며 웃는 그녀의 모습은 고귀하고 우아해 보인다. 자신도 입을 가리곤 있지만 - 글쎄, 지금의 나는 상스럽지 않을까 ? 레이센은 그렇게 생각하며 두 귀를 추욱 늘여트린다.


" 고개를 숙이고 귀를 늘어트린 당신은, 비에 젖어 몸을 가늘게 떠는 이나바 같이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는데- 나에게 무언가 죄라도 지었어 ? 아니면, 귀여워 해달라고 자기 나름대로 시위라도 하는 것 ? "


카구야의 장난섞인 물음에 레이센은 급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카구야는 빙글 거리며 레이센을 바라보고 있다. 카구야는 가만히 팔짱을 낀체 레이센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다시 웃었다.


" 무슨 꿈을 꾸었느냐고 물었지 ? 내가 꾸는 꿈은 언제나 같아. 설명해줄까 ? "


" 에.. "


" 응,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 없어. 가르쳐주지 않을 거니까. "


그 렇게 말하며 카구야는 베 하고 붉은 혀를 살짝 내민다. 그리고 몸을 빙글 돌려, 사박 하고 걸음을 내딛는다. 레이센은 멍하니 앞으로 걸어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카구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ㅡ 아, 그저 우연이었던 건가. 레이센은 가만히 중얼거렸다. 우연이겠지, 그녀가 굳이 레이센을 만나기 위해 이런 이른 아침에, 그녀의 방을 찾았을 리는 없으니까.
 

" 아, 세수. "


레이센은 곧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내고, 총총 걸음으로 마루를 내려가 우물로 향해갔다. 아침의 짧은 회화는, 그렇게 머리속에 잊혀졌다.




카 구야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의 성격 자체가 게으르다 - 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주변의 요인이 그녀를 움직이게 하지 않는것이다. 태생부터 달의 공주. 공주이기에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 말을 전하는 것 만으로도 수많은 말들이 그녀를 위해 움직인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스스로 취하려 들지 않아도 얻는다. 비단 그런 것 뿐이 아니라, 옷을 입는것도 벗는 것도 - 스스로 할 필요가 없다. 수많은 시녀들이 그녀의 옥체에 흠이라도 가지 않을까 조심하며 옷을 벗기고, 옷을 입혀준다. 기다란 머리카락은 언제나 윤기 흐르게, 뭉친곳 없이 가느다랗고 찰랑일수 있도록 정성스레 빗질하고 관리시킨다.


비 록 달에서 폐위되었다 해서, 그녀가 공주가 아니게 된 것은 아니다. 지상이라는 나락으로 굴러 떨어져, 영원에 달하는 세월에 달해 죄를 사해야 하는 신분이 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공주다. 변한것이 있다면 시녀들이 아닌 이나바들이 그녀의 시중을 들게 되었다는 걸까.

이나바라 해봤자, 두 손을 갖고 카구야의 수발을 들수 있는 것은 테위나 레이센 정도 뿐이지만 말이다.

테 위는 아니다. 테위와 카구야, 에이린의 관계는 레이센 과는 다르다. 레이센이 무조건 적인 에이린과 카구야의 종복 이라면, 테위는 레이센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 대등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카구야의 수발을 무조건 드는 주종의 관계는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테위는 에이린과 카구야의 협력자다. 그녀들이 달의 눈을 피하고, 이곳 영원의 죽림에 머무르는것을 허락한 협력자.

그러 기에 카구야의 수발을 드는것은 레이센으로 정해져 있었다. 수발이라 해보았자, 그녀의 머리를 빗기고 세안을 시키는 정도. 옷을 입히는 것은 레이센이 아닌 에이린이다. 아무리 레이센이 시녀와 같은 위치라지만, 카구야의 몸을 레이센에게 보일순 없다는 것일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언제나 카구야의 옷을 입히고, 세세한 시중을 들어주던 에이린은 무슨일이 있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레이센은 곤혹스러웠다. 언제나 처럼 세안을 끝내고, 자잘한 일을 끝마친뒤에 카구야의 수발을 들기 위해 그녀의 방에 들어섰는데, 대뜸 카구야가 옷을 갈아입고 싶다 해왔으니까.


" .. 에.. "


레 이센은 두 귀를 작게 움직이며 당황했다. 카구야는 당연하단 듯이 말해오는 것 이지만, 레이센에겐 아니다. 옷을 갈아입히라니 - 그것은 언제나 그녀의 스승, 야고코로 에이린이 해오던 것이다. 공주의 나신. 수많은 남자 들이 난제를 풀면서까지 차지하고 싶어했던 그 나신. 달에서, 세상에서 - 아마도, 가장 아름다울 그 나신을 보는 영광. 그것을 지니고 있던것은 스승이자 달의 현자였던 에이린 뿐이었다.


" 딱히 상관 없어 "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카구야에게 말하니, 그녀는 별 다른 표정의 변화 하나 없이 그렇게 대답해 주었다. 하긴 - 다른 이들은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며, 그녀의 미를 칭송하고 그것을 갖고 싶다 말한다. 하지만 카구야에게 있어서 그 아름다움은 자신의 것이고, 그 육체는 자신의 것이다. 이미 갖고 있기에, 스스로의 것 이기에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보면서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는 것일 테다. 그녀에게 있어서, 옷을 갈아 입는다는 것은 단순한 \'치장\'. 그 이상도, 이하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런 치장에 또다른 의미를 갖는것은 그녀가 아닌 그녀의 수발을 드는 레이센 자신이다.


\' 하지만 \'


레이센은 꾸욱 하고 자신의 옷깃을 쥐었다. 무언가, 죄를 범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카구야 공주의 몸을 볼수 있는 것은 에이린 뿐 - 그것은, 카구야와 에이린이 동등한 위치라는 것을 말한다. 에이린은 카구야에게 반 경어를 사용하고, 카구야는 아랫사람을 대하는 듯이 하대를 쓰지만 둘의 위치는 동등하다. 적어도 레이센은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망설인다. 스스로를 카구야보다 낮은 존재, 그녀의 종복이라 인식하고 있었기에 - 카구야는 눈가를 가볍게 찌푸렸다. 레이센은 스스로의 고민에 빠져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그녀의 표정 변화를 보지 못하였다. 카구야는 성큼 하고 앞으로 한걸음 걸어나가, 레이센의 턱을 손으로 잡았다. 레이센의 귀가 놀람으로 인해 휙 하고 들어졌다.


"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 "



카구야는 짜증 스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내뱉었다. 레이센은 핫 하고 놀라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카구야는 당황한 레이센의 얼굴을 노려보다가 곧 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을 앞으로 살짝 내밀어보이며 레이센에게 말했다.


" 나는 느림을 좋아하진 않아.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생각 ? "


살 짝 고개를 틀면서 조그마한 입술을 작게 움직여 말한다. 말에 담긴것은 짜증과 권태. 레이센은 더이상 자신의 생각을 이어갈수 없었다. 레이센의 두눈이 멍하니 풀어졌다. 광기를 보여주는 눈이, 스스로의 광기에 취한 것 마냥 빛을 잃었다. 레이센은 조심스레 손을 들어올렸다. 힘이 실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가늘게 떨리는 손을 카구야의 어깨에 올린다.


" .. 그..그럼, 무례에 용서를 .. "


" 무례라 할것도 없어 "


조 심스레,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레이센의 의사를 한귀로 흘려보내며 카구야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바깥을 바라보았다. 감정의 기복이 잦다. 방금전 까지만 해도 레이센을 향해 웃어주고 있었는데, 그녀가 자신의 신경을 살짝 건드린 것 만으로 냉랭한 태도를 보인다. 이러다가도, 잠시 후면 아무일 없단 듯이 레이센을 향해 웃어주겠지. 카구야는 그런 여인이다. 다른 여자라면 짜증을 가질 만도 한데도, 카구야가 그렇다면 오히려 당연스레 느껴진다.

레이센은 조심스레 손을 아래로 움직였다. 스르륵, 하고 카구야의 옷이 아래로 흘러내려간다. 그녀가 입은 것은 기모노 라는 이름의 전통복. 입히는 것은 어렵지만, 벗기는 것은 쉽다. 의미를 알수 없는 옷이다.


레 이센의 두눈이 가늘게 떨렸다. 카구야는 속곳을 입지 않는다. 굳이 입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인지, 언제나 입고 있는 것은 얇은 기모노 뿐. 그러기에 옷을 벗기면 - 그 나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그 나신이 두눈에 가득 들어온다.


" .. 읏. "


레 이센은 얼굴을 붉히며 스스로의 입술을 잘근 씹었다. 무례하게도, 무슨 생각을 하려는 것이었지 ? 자신도 모르게 카구야의 나신을 상상했다. 직접 보고 있는 이 나신이 더렵혀진 - 그런, 추악하고 지저분한 상상을 해버렸다. 그런 자신의 속내를 들키지 않은 걸까 하고 괜한 걱정 마저 들어, 레이센은 고개를 푹 숙이고 계속해서 손을 움직였다 .



*달의 토끼는 영원을 뒤쫓는다.

 

 

 

에이린은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었다. 아무리 봉래인이라지만, 피로를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근 몇일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으니, 피로는 굉장히 높게 쌓여 있었다. 당장이라도 눈을 감고 몸을 눕힌다면 깊게 잠을 잘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잠은 충분히 잤으니까. 에이린은 그렇게 중얼 거리며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았다. 눈에 빨갛게 혈관이 드러나 있다 -


 

 

" 흠, 약이라도 먹을까. "

 

 

 

에이린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얼굴에 묻은 물기를 털어냈다. 평소라면 지금보다 몇시간 전에 일어나서, 카구야의 곁에 있어야 하겠지만 .. 그것을 알면서도, 늦잠을 자버렸다. 우동게가 있으니까 - 라고 생각했기에. 카구야의 나신을 보는 것은 여태까지 자신 혼자였지만, 우동게도 그럴 자격은 있다. 그녀는 달에서도 요리히메들의 총애를 밨던 펫이었고, 앞으로 자신과 함께 카구야의 시중을 들어야 하니까.

아니면, 단순히 지친 걸까 ? 에이린은 그렇게 생각하며 거울을 빤히 바라보았다. 몇천년간 보아왔던 자신의 얼굴. 변하지 않는 얼굴. 에이린은 그 얼굴을 보며 쿡 웃었다.


 

 

" 쓸데없이. "


 

 

감상적이야. 그런 중얼거림을 마음속에 묻은체, 에이린은 몸을 돌렸다. 슬슬 카구야에게 가야 하겠지. 지금 시간이라면 - 죽림을 거닐고 있으려나. 에이린은 그렇게 생각하며 죽림으로 걸음을 향했다.

 

 


카구야는 죽림을 걸었다.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작게 움직이는 발에 사박 하고 흙이 밟힌다. 그 뒤를, 레이센은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고개를 가만히 숙인체, 들어올린 붉은 두 눈으로 카구야의 발을 쫓으며 말이다. 레이센의 머리는 혼란스러웠다. 자신의 두 눈을 거울로 마주 보기라도 한것처럼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니, 어지럽기 보다는 - 복잡했다. 카구야의 나신이 당장이라도 손을 뻗으면 잡힐 만큼, 현실적으로 눈앞에 아른 거리는 것이다.

레이센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부끄럽게도, 그녀는 카구야의 나신을 보고 조그맣게나마 욕정해 버렸다. 공주에게 가져선 안될 불손한 생각을 조금이나마 품어버렸다. 손을 뻗어서, 저 나신을 잡고 싶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노라고 극찬할수 있는 저 나신을 쥐고 싶다ㅡ

이성으로 억눌렀다. 입술을 깨물어 느낀 시큰한 고통으로 이성을 다잡고, 조심스레 카구야에게 옷을 입혔다. 입히는 것이 까다로운 전통복 이지만, 몇번인가 스승에게 설명을 들은 적이 있어서 큰 실수 없이 입힐수 있었다.

 

 


그 후, 레이센은 카구야의 뒤를 따라 정원으로 나왔다. 카구야는 레이센을 물리지도 않고, 그녀의 존재를 무시라도 하는 것 처럼 뒤 한번 돌아보지 않은체 죽림을 거닐었다. 레이센으로선 카구야가 가라고 말을 하지 않는 한, 그녀에게서 떨어질수 없다. 레이센과 카구야는 그런 관계다. 일방적인 주종 관계 - 레이센은 그것을 떠올리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 아홉번째. "

 

 

 

돌연히 카구야가 내뱉었다. 레이센은 두 귀를 움찔 하고 떨며 고개를 들어 카구야를 보았다. 등을 보이고 있던 카구야는 고개를 살짝 비틀어 돌린체, 레이센을 흘겨보고 있었다. 냉담하게 굳은 표정 .. 아직까지, 아까전 레이센의 무례에 화가 나 있는 모양이다. 이기적이다, 라고 할수 있는 그녀의 성격 이기에 - 자신과 관련된 일이라면, 그 화도 오래가는 것일까.

 

 

" .. 네 ? "

 


레이센은 카구야가 내뱉은 아홉번 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여, 조심스레 그녀에게 질문했다. 카구야는 손으로 어깨를 타고 내려온 옆머리를 휙 하고 넘기면서 짜증스레 대답했다 .

 


" 네가 한숨을 내쉰 횟수. 아-아. 정말, 나도 바보같네. 이나바가 내쉰 한숨의 수나 새고 있다니 ! "

 


카구야는 과장스레 양팔을 벌리며 투덜거렸다. 레이센은 움찔 하고 귀를 떨며 어깨를 움츠렸다. 또, 무례를 범해 버렸다 - 한숨을 내쉬면 복이 달아난다, 라고 했던가 ? 어느곳에서 전해져 오는 말인진 모르겠지만, 타인의 앞.. 그것도, 대등한 존재가 아닌 상위의 존재 앞에서 한숨을 내쉰다는 것은 확실히 불경이고 무례일터. 레이센은 고개를 푹 숙였다.

 


" 죄송합니다 "

 


" 사과할 필요 없어. 하지만, 나는 똑같은 말을 두번 반복할 마음도 없으니까 - 한숨 쉬지마. "

 


카구야는 딱 부러지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곤, 다시 휙 하고 몸을 돌렸다. 레이센은 그런 카구야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려다가, 급히 입을 다물어 한숨을 삼켜냈다. 자연스레, 기도가 턱 하고 막혀오며 콜록 하고 기침이 터져나왔다.

 

 

" 켁.. 콜록 ! "

 

 


레이센은 입을 막고 몇번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다, 어느새 약간 거리가 벌려진 카구야의 뒤를 총총 거리는 걸음으로 뒤쫓았다.

 

 

 


우동게에 대한 감상 ? 글쎄. 그런것을 묻는 다면 대답할 말이 조금 궁색하다. 그런 것, 생각해 본적이 없으니까 - 그래, 어느정도 관심은 갖고 있다. 달에서 도망쳐 온 토끼. 요리히메 들의 애완 동물. 에이린의 제자. 다른것을 다 제쳐 놓고서 라도, 달에서 왔다 라는 이유 만으로 관심은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고작 \'관심\' 일뿐, 우동게의 성격, 존재 따위에 대한 감상은 되지 못한다.

카구야는 흥 하고 웃으면서 뒤를 뒤를 살짝 돌아보았다. 뒤에서 묵묵히 따라오고 있던 우동게는, 겨우 그것 만으로도 놀라 귀를 움츠린다. 겁 많은 토끼. 카구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긴, 겁이 많아서 달에서 지상으로 도망친 것이겠지 - 겁많고 어리석은 토끼. 그래, 카구야가 우동게를 보고 느낀 감상은 이것이다.

 

\' 에이린은 뭐하는 걸까 \'

 

카구야는 에이린을 떠올렸다. 봉래의 약을 만든 달의 현자. 자신을 위해 스스로를 타락 시키고, 지상이란 나락으로 떨어진 현자. ㅡ 몇천년을 같이 해왔고, 그에 상응하는 - 혹은, 더 긴 영원을 같이 살아가야 할 동지.


평소대로라면 에이린이 뒤에 있어야 했다. 카구야의 옷을 갈아입히는 것도, 이렇게 산책의 뒤를 따르는 것도. 모두 에이린이 했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 오늘은 다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에이린은 오지 않았고 .. 우동게가 온것이다.


\' 뭐, 상관 없지만. \'


몇천년간 반복해오던 일상이니, 이런식으로의 작은 변화도 유쾌하다. 쓸데없이 냉담한척 표정을 짓고 있으니, 그 표정에 지레 겁먹은 우동게의 반응을 보는 것도 즐겁고. 카구야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짝 웃었다. 우동게의 눈에 보이지 않게.

 

" 즐거운 모양이네 "


사근 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죽림에서 에이린이 걸어나왔다. 카구야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앞에서 걸어나오는 에이린을 바라보았다. 에이린은 카구야의 눈을 보고 생글 웃었다.


" 스..스승님. "


레이센이 애처롭게 그녀의 스승을 불렀다. 그녀로서는 카구야와 단 둘이라는 것 만으로도 공기가 무거웠을 테니, 눈앞에 나타난 자신의 스승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로 보이겠지. 하지만 에이린은 레이센의 말을 무시한체 카구야에게 다가갔다.


" 우동게가 제대로 하지 못했구나. "


그렇게 중얼 거리며, 약간 흐트러져 있던 카구야의 옷 매무새를 바로잡아 준다. 레이센은 괜히 얼굴이 확 하고 달아올라, 고개를 푹 하고 숙였다. 하지만 에이린은 책망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 듯, 그것을 끝으로 더이상 레이센을 언급하지 않았다. 카구야는 몸을 살짝 낮춘체 자신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는 에이린을 바라보며 투정부리듯이 말했다.


" 오늘은 무슨일이었어 ? "


" 아니, 아무것도. 으응, 그저 피곤해서 늦잠을 잔것 뿐이야. "


" 늦잠 ㅡ 당신에게 그리 어울려 보이진 않지만. 뭐, 당신도 인간이니까. 그러면 ㅡ "


카구야는 그렇게 말하고, 아무일 없단 듯이 에이린의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에이린은 당연하단 듯이 몸을 돌려, 앞서가는 카구야의 뒤를 따른다. 난감하게 된것은 레이센이다. 에이린이 왔으니, 이제 자신은 어찌 해야 하나 ? 평소처럼 영원정으로 돌아가, 늘상 하던 일상을 번복해야 하나 ? 레이센은 힐끔 하고 에이린을 보았다. 에이린은 레이센의 시선은 모른단 듯이, 자박 거리는 발걸음으로 카구야의 뒤를 쫓는다.


\' 아아 - \'


레이센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어쩔수 없단 듯이 힘없이 걸음을 옮겨, 에이린의 뒤를 쫓았다.

 

 

 

 


묘한 행렬이다. 카구야는 앞에 서고, 그 뒤를 에이린, 그리고 레이센이 쫓는다. 앞서 가는 카구야는 도도하고 기품있는 걸음 걸이로 죽림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가끔 날아드는 나비 따위를 손가락 위에 앉게 해, 그 나비를 보기도 하고 - 의미 없이, 높다란 대나무를 쓸어내리기도 한다. 에이린은, 레이센은 그 뒤를 묵묵히 쫓는다.

레이센은 지루했다. 공주가 언제나 정오 가 넘어서면 이런식으로 산책을 즐긴다는 것은 안다. 에이린이 그 뒤를 묵묵히 쫓는 다는 것도 알고 있다 - 하지만, 이런식으로 이 행렬에 끼어들어, 카구야를 쫓는 것은 처음이다. 지루한게 당연했다. 벌써 몇시간째, 카구야는 의미없이 죽림을 거닐고 있으니까.

 

\' 지루하지 않으신 걸까 \'


레이센은 카구야를, 에이린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에이린은 살포시 웃는다. 카구야를 보면서 웃는다. 자식을 보는 어머니와 같은 표정이다. 편안하고, 상냥해 보이는 웃음이다. 제자인 레이센에게도 몇번 보이지 않는 그 웃음을 .. 카구야의 의미없는 행동을 보면서 계속해서 짓고 있다.

 

웬지 모르게 마음이 답답해졌다. 질투 ? 그래, 이건 질투다. 표현하기도 부끄러운 저급한 감정이다. 영원을 살아왔고, 또다시 영원을 살고 - 같이 그 영원을 보낼 둘. 그 사이에 자신이 끼어들 공간은 없다. 그런 생각이 들자 더욱 마음이 답답해졌다. 한숨이 목구멍까지 치솟는다. 레이센은 손을 들어올려 이마를 짚었다. 자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스승에게, 공주에게 .. 무슨 생각을 갖는 걸까.

 

\' 아아 \'

 

왜 나는 이곳에 있는 걸까. 레이센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반쯤 자포자기로 쫓았던 둘이지만, 이제는 거의 오기다. 카구야도 에이린도 - 그녀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대로 레이센이 사라진다 해도 모를것만 같았다. 레이센의 어깨가 추욱 하고 쳐졌다. 두 귀도, 힘을 잃고 머리에 닿을 만큼 쳐졌다.


" 우동게 "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이센은 급히 귀를 쫑긋 하고 세우며 목소리를 낸 에이린을 바라보았다. 에이린은 고개를 살짝 돌린체 레이센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올려, 레이센의 머리 위에 얹었다.


" 공주를 모신 소감은 어때 ? "


" .. 네 ? "


레이센은 두 눈을 뜨고 에이린을 보았다. 에이린은 빙글 거리며 웃고 있었다. 레이센은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카구야를 힐끗 보았다. 카구야는 살짝 허리를 숙인체, 대나무 아래에 피어난 이름 없는 꽃을 매만지고 있었다.


" .. 따..딱히 아무 생각도 .. "


" 흐응, 거짓말. "

 

에이린은 그렇게 말했다. 레이센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이 - 레이센은 움찔 하고 몸을 떨었다. 스승에게 독심술이 있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웬지 지금은 에이린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있는것 같다 생각했다. 레이센은 입술을 질끈 물었다.


" 그리 깊게 생각할 필요 없어. 익숙해 졌으면 하는데 - "


" 네 ? "


" 공주를 모시고, 그 뒤를 따르는 것에 익숙해 졌으면 한다는 거야. "


" .. 네 ? "


레이센은 고개를 갸웃였다. 그런 레이센을 보며 에이린은 쿡 하고 웃으면서 레이센의 귀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조용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카구야에게 말하는 것 처럼.


" 너는 내 제자. 공주의 종복. 나와 함께 있고, 공주와 함께 있는 이상 - 너도 공주를 모셔야 해. 그건 알지 ? "

 

" .. 네. "

 

레이센은 힘없이 대답했다. 달에서 도망치고, 지상으로 내려온 이상 - 그것은 정해져있다. 자신을 거두어준 에이린의 곁에 있어야 했고, 에이린이 모셔야 하는 카구야를 모셔야 한다. 그녀는 달의 토끼니까. 비록 폐위되었다곤 하나, 공주였던 카구야를 모시는 것은 당연하다.


" 지루함은 좋지 않지. 영원을 살아온 우리 둘은, 의미 없어 보이는 시간을 즐겁게 보낼 마음이 있지만 - 너는 아니니까. 그러니까, 익숙해 졌으면 한다는 거야. 지루함을 보내는 것을. "


에이린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카구야를 보았다. 레이센은 멍하니 카구야와 에이린의 뒷모습을 보았다. 영원.. 영원이라. 레이센은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영원을 살아갈수 있을진 장담할수 없지만 - 살아 있는 동안은, 카구야와 에이린의 곁에 있어야겠지.


" 열번 "

 

카구야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

 

 

 

 

 

"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 "

 

카구야는 이불 위에 누운체 물었다. 배게에 머리를 받치고, 고개를 뒤로 기울여 뒤를 보고 있는 그 모습은 ㅡ 기품있고, 도도한 달의 공주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도 아름답다 라는 것은 부정할수 없었다.


" 글쎄, 무슨 생각일까. "


카구야의 머리맡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 내리는 에이린은 작게 중얼거렸다. 카구야는 에이린의 표정을 올려다보며 묘하단 듯이 눈가를 찌푸렸다. 똑같이 영원을 살아가는 몸이지만, 에이린이 생각하는 것은 카구야로서도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살아온 세월 .. 연륜 ? 그래. 그런 단어로 표현할수 있겠지. 몇천년을 살아온 카구야가 에이린에게 연륜있다 라고 말하는 것도 조금 우습겠지만.


" 귀엽잖아 ? 그아이. "


" 이나바가 당신의 취향이었어 ? 나는 별로야 - 달에서 왔다 라는 것은 흥미를 유발시키지만, 그리 마음에 들진 않아. 느리고, 겁쟁이야. "


" 겁쟁이인것은 너도, 나도 마찬가지지. "


에이린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카구야의 귓볼을 매만졌다. 카구야는 꺗 하고 웃으면서 자신의 귀를 매만지는 에이린의 손을 잡았다.

 

" 간지러워 "


" 간지러우라고 하는 거야 "

 

카구야의 말에 에이린은 빙글 거리며 대답하곤,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카구야는 두 눈을 뜬체 아래로 흘러내리는 에이린의 은발을 손으로 매만졌다. 향기. 에이린의 향기. 이제는 나지 않는 .. 달의 향기. 카구야는 에이린의 머리칼을 코쪽으로 가져가며 두 눈을 감았다. 두 눈을 감으면 ㅡ 달이 보인다. 자신의 고향. 고향에 대한 그리움 따위는 예전에 잊었지만 .. 간간히 생각나는 것은 사실이다. 꿈은 자신의 바램을 투영한다 했던가 ? 그녀는 언제나 꿈에서 달을 본다. 칠흑같은 밤에 둥글게 떠있는 만월을 올려다 본다. 그리움 .. 잊었다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나 버렸다. 달의 향기를 듬뿍 갖고 있는, 그 달토끼 때문에.

 

" .. 달, 이라. "


카구야는 가만히 중얼거렸다. 그 중얼거림을 들은 에이린은 고개를 살짝 들어 두손으로 카구야의 머리를 살며시 잡았다. 그녀의 깊은 두 눈동자를 자신의 두 눈에 맞추고, 에이린은 작은 목소리로 카구야에게 물었다.


" 돌아가고 싶어 ? "


" 아니. "


에이린의 물음에, 카구야는 입가를 비틀며 대답했다. 비틀린 웃음, 메마른 웃음. 공주의 웃음이 아닌 - 죄인의 웃음을 지으면서. 그 웃음을 본 에이린은 작게 눈을 휘어보였다. 그리고, 손을 들어 카구야의 입술을 만졌다.


" 너에게 어울리지 않아. "


" 죄인인걸. "


" 아니, 넌 공주야. "

 

에이린의 말에 카구야는 꺄르륵 웃었다. 살짝 입을 벌려, 입가에 닿은 에이린의 손가락을 혀로 핥으면서 카구야는 장난스레 웃었다 .

 

" 헛소리. "

 

*달토끼는 그 눈에 영원의 달을 담는다.

 

달토끼는 영원을 뒤쫓는다.

 

ㅡ 달토끼는 영원의 달에 욕망을 갖는다.

 

 

 

 

 

" 뭐야 레이센, 뭐하고 있는 거야 ? "


깡총 거리면서 테위가 다가왔다. 멍하니 앉아, 정원을 보고 있던 레이센은 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테위를 돌아본다. 테위의 신장은 레이센보다 작긴 하지만, 그녀의 앉은 상체 보다 작은 것은 아니다. 자연히, 레이센은 고개를 옆으로 틀어 올려 테위를 보게 되었다 .


테위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레이센의 붉은 눈을 마주하며 고개를 갸웃였다. 달에서 온 이 달토끼는, 무언가 고민이 있을 때면 앉아서 달을 올려다 보곤 했다. 하지만 ㅡ 방금전의 달토끼는 달을 보지 않았다. 죽림을 보고 있었다. 얼굴은 확실히 고민을 담고 있는 표정인데도.

" 흐응 "


테위는 빙글 하고 웃으며 레이센의 옆에 폴짝이며 앉았다. 엉덩이가 아프지 않을까, 라고 걱정이 될 정도로 높이 뛰어올라 앉는 것이다. 레이센은 옆에 앉은 테위를 보다가, 다시 죽림으로 시선을 옮겼다 .


머리속이 혼란 스러웠다. 아까전 ㅡ 그녀가, 카구야와 보낸 시간은 분명 짧디 짧다. 레이센에게도 짧은 시간이었고, 레이센과 비교도 할수 없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카구야에게 있어선 찰나라 해도 손색이 없을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머리속에 각인된 그 시간의 골은 너무 깊다. 분명 짧은 시간이었는데 - 그 어떤 기억보다, 머리속에 깊게 각인되버렸다. 레이센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달을 올려다보면 카구야가 보인다. 달의 공주, 그녀의 얼굴이 달빛에 투영되어 비친다. 단 한번 보았던, 그녀의 새하얀 나신이 ㅡ 새하얗게 부숴지는 달빛과 곂쳐진다.


" 읏 "


레이센은 입을 틀어 막았다. 하악 하악 .. 숨결이 가빠져 온다. 욕정하고 있다. 카구야에게, 죄인에게, 공주에게 .. 주인에게 욕정하고 있다. 레이센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배덕[背德].. 길러지는 주인에게 추악한 욕망을 보이고 있다. 아아, 싫다. 죄스럽다. 레이센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 "


후욱, 하고 따뜻한 숨결이 얼굴에 부딫힌다. 달콤한 냄새. 질끈 감았던 두눈을 뜨니, 두 눈을 휘어보이고 있는 테위의 얼굴이 가깝다. 삼천년을 살아온 요괴 토끼. 겉모습에 걸맞지 않는 속내를 숨긴 거짓말장이. 그 토끼는 토끼에게 어울리지 않는, 먹이를 보고 있는 포식자와 같은 두 눈으로 레이센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 아, 아무것도. "


레이센은 떠듬거리며 대답했다. 테위의 두 눈이 부담스럽다. 삼천년 이라도 살아오면 독심술이라도 갖게 되는 건지, 그녀의 장난 스러운 두 눈은 차디찬 에이린, 카구야의 눈과는 분명이 다르련만 - 레이센은 자신의 마음이 그대로 비춰지는 것 같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테위는 레이센을 보며 장난스레 웃음을 터트렸다.


" 아하핫. 발정기라도 찾아온 강아지 같은 얼굴을 하고. 그래서, 누구야 ? 이 순둥이의 마음에 불을 지핀 방화범은 ? "


" 바..발정기라니. "


그런 표현도 딱히 틀린것은 아니지만, 레이센은 정색을 하고 부인했다. 테위는 까르륵 웃으면서 레이센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레이센은 움찔 하고 놀라 뒤로 고개를 젖히려 했지만, 테위의 손은 그보다 빨리 레이센의 목을 감아왔다. 양팔로 레이센의 목을 감아, 그녀의 몸에 매달리니 - 굉장히 낯간지러운 상황이 연출됬다.


" 뭐,뭐하는 거야 ? "

 

레이센은 당황해서 물어왔지만 테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장난 스러운 웃음을 머금은체 레이센에게 얼굴을 가까이 해온다. 숨결이 얼굴에 부딫히고 - 테위의 붉은 두 눈이, 점점 가깝게 다가왔다. 레이센은 깜짝 놀라 고개를 틀어보려 했지만, 테위의 양 팔은 꽉 하고 힘을 주어 레이센의 머리를 잡고있다.

 

" 으..와앗, 자..잠깐.. "


" 싫어 "


테위는 레이센의 앙탈과 가까운 저항에 짧게, 심술궂은 목소리로 대답해 주고 레이센의 머리를 확 하고 끌어당겼다. 둘의 이마가 살짝 맞닿고, 테위의 입술이 레이센의 입술 바로 앞에서 멈췄다. 레이센은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 예상했던, 입술의 감각은 없다. 조심스레 두 눈을 뜨자, 빙글 거리며 웃고 있는 테위의 얼굴이 보였다.


" 라는건 거짓말 "


테위는 낼름 하고 혀를 빼물며 그렇게 말했다. 자연히, 입술이 가까웠던 레이센의 입술에 테위의 혀가 닿았다. 레이센은 읍 하고 놀라 뒤로 고개를 뺏다. 어느새, 테위는 레이센의 목에서 팔을 빼 아래로 내린체였다.


테위는 깡총 하고 몸을 일으켜 레이센을 내려다 보았다. 레이센은 손등으로 입술을 비벼 닦으며 홱 하고 테위를 올려다 보았다. 달을 등지고 있던 그 지상의 토끼는, 레이센을 보며 히죽 웃었다.


" 바-보. "


테위는 낄낄 거리며 말하고, 깡총 하고 뛰어 올라 죽림으로 내려섰다. 그리고 아무일 없었단 듯이, 양팔을 머리 뒤에 깍지 낀체 총총 걸음으로 죽림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레이센은 멍청히 테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엣 ? 엣 ? 레이센은 혼란스러운 머리를 손으로 짚은체 멍청히 테위가 사라진 죽림을 바라보았다 .


참, 여러가지 일이 일어나는 구나. 레이센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뭔가 이상했다. 아직 일어나는 시간은 아닐텐데 - 무언가가 꾸물 거리면서 뺨을 부비적 거린다. 아직 눈을 뜨기 싫고, 졸리기도 해서 레이센은 두 눈을 감은체 눈가를 찌푸렸다. 쿡쿡, 하고 뺨을 찌른다. 레이센은 우웅 하며 몸을 뒤척였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이제는 반대쪽 뺨을 쿡쿡 하고 찌른다. 누구지 ? 이나바 들인가 ? 방문은 분명 닫았을 텐데 -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제는 뺨까지 꼬집는다. 살짝 꼬집은체로 손가락을 움직여 부드러운 뺨을 조물거리는 것이다.


" 응 .. 누구야 .. "


레이센은 막 잠에서 깨어난, 잠긴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려지만 대답은 없다 - 아, 아니다. 대답은 들려왔다. 쿡쿡 하는 낮은 웃음소리가 대답이라면 대답일 것이다.

 

 

테위 .. 테위구나. 레이센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나바가 저런식으로 웃을리도 없을 테니 테위가 분명할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장난 질이라니 - 그러고보니, 어제도 장난을 쳤었지. 평소의 장난관 조금 다른 질나쁜 장난을. 레이센은 얼굴을 찌푸린체 몸을 빙글 돌려, 배게에 얼굴을 파묻었다. 건드릴 뺨이 사라지니, 이제는 머리카락인가 보다.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빙빙 하고 꼬는데, 아프진 않지만 그렇게 거슬릴수가 없었다 .

 

 

조금씩 조금씩 인내심이 사라져갔다. 본래 사람은 자다 일어나면 신경질 적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레이센은 엄밀히 말하자면 인간이 아닌 달토끼지만 - 짐승이나 요괴라 해서, 단잠을 자고 있는데 방해로 일어나면 자비롭게 웃을수 있다 생각되진 않는다.


" ㅡ 그만해 ! "


레이센은 버럭 소리치면서 고개를 홱 하고 들어올렸다. 씩씩 거리면서 자신을 깨운 테위 를 돌아보는 데 .. 어라 ? 테위가 아니다. 레이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레이센의 반응이 재밌었는지, 그녀는 쿡쿡 거리며 웃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가린체 고귀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호라이산 카구야 - 레이센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해서 확인을 해볼겸, 조심스레 혀끝을 살짝 깨물어보았지만- 아프다. 꿈이 아니다. 아픔을 느끼는 꿈은, 아직까지 꿔보지 못했다.


" 카.. 카구야님 ? "


그녀가 왜 자신의 방에 ? 레이센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카구야를 바라보았다. 카구야는 공주다. 레이센은 신하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신분이다. 시녀 .. 그래, 시녀라 해야 하겠지. 공주가 시녀를 찾아왔다. 그래선 안된다. 공주는 가만히 시녀를 부르는 위치에 있지, 시녀를 직접 찾는 위치가 아니다.


" 자고 있는 이나바는 꽤나 귀여웠어. 입술을 오물거리던데, 뭔가 먹는 꿈이라도 꾼거야 ? "

 

카구야는 장난 스레 웃으며 물어왔다. 변덕- 변덕일까. 레이센은 그렇게 생각했다. 어제의 카구야는 무서웠다. 자신의 조그마한 실수떄문에 냉담한 태도를 보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 편안하다. 입가에 짓고 있는 가벼운 웃음은 마주하는 이를 편안하게 만든다. 부드럽게 휘어진 두 눈은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변덕쟁이 .. 그녀는, 공주는 변덕쟁이다.


" 아..아무런 꿈도 .. "


" 그래 ? 후후, 나는 이나바의 마음을 읽을수 없으니까. 이나바가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알수 없지. "


" 고, 공주님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 "


" 혹시 알아 ? 이나바가 나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꿈을 꾸었는지. "


카구야는 의미심장히 웃으면서 말했다. 레이센은 이불로 괜히 자신의 몸을 가리면서 뒤로 주춤 거리며 엉덩이를 끌었다. 뭐랄까, 알몸으로 있는 기분이다. 옷은 분명 입고 있지만 - 카구야의 두 눈 앞에 서니, 알몸으로 선 듯한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카구야의 말처럼, 레이센이 그런 꿈을 꾼 것은 아니다. 하지만 ..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카구야에게 말할수 없는 생각을. 자신의, 공주에 대한 추악한 욕망을 .


" 후훗. 그런 반응, 재밌네. 아니면 진짜로, 그런 꿈을 꾼것일까. "

 

카구야는 살며시 레이센에게 다가왔다. 허리를 살짝 낮춘체, 고개를 살며시 들어 레이센을 올려다본다. 어깨를 비틀며 천천히 레이센과의 거리를 좁히는 그 모습은 - 공주의 고귀함 보다는.. 유혹이었다. 레이센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두근 두근 하고,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 소리가 카구야에게 들리지 않을까 하고 걱정될 정도로 심장이 크게 뛰었다. 들썩이는 가슴이 카구야에게 보이지 않을까 - 레이센은 괜히 그런 생각을 하며 양팔로 가슴을 감쌌다.


" 보고싶어 ? "


" ..네 ? "


" 내 몸 "

" .. ! "


붉게 달아올랐던 레이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알고 있었다 - 공주는, 알고 있었다. 레이센의 마음을. 순간이나마 그녀가 품었던 더러운 욕망을. 그것을 알면서도, 카구야는 웃었다. 차갑게 식은 웃음이 아닌, 아름답고 자비로워 보이는 - 실로 공주에 걸맞는 웃음을 지었다 .

 

" 보고싶다면 보여줄게. "


" 아..아니, 그런게 아니.. "


레이센은 떨리는 목소리로 부인했지만, 카구야는 가볍게 손을 들어올려 어깨를 훓는 것 만으로 - 옷을 벗어냈다. 카구야의 새하얀 나신이 레이센의 두눈에 들어왔다. 해가 뜨긴 했지만, 새벽의 공기는 차갑다. 그 차가움을 느꼈는지 카구야는 몸을 가늘게 떨었다. 그러면서, 고개를 들어올려 레이센을 향해 웃는다.


" 추운걸. "


" 아..아아. "


레이센은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카구야는 그런 레이센을 보며 후훗 하고 웃으면서 레이센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이불로 파고들어, 레이센의 품으로 들어간다. 레이센은 자신의 품에 안긴 카구야를 멍청히 내려다 보았다. 꿈 .. 꿈인가 ? 아픔이 느껴지는 꿈. 그런 꿈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레이센은 지금 자신이 겪는 일 - 나신의 공주가, 품에 안겨져 있다는 일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 따뜻하네, 이나바의 품은. 후훗, 털도 없으면서 .. "


카구야는 팔을 뒤로 들어올려, 레이센의 목을 감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손가락에 닿는 레이센의 옆머리를 손으로 매만지면서, 카구야는 키득 웃었다. 무엇이 그리 우스운걸까 - 카구야는 웃음을 지우지 않은체 고개를 뒤로 젖혀 레이센의 얼굴을 보았다. 레이센은 모르겠지만,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든지 표정에 그대로 드러난다. 지금도 그렇고 말이지. 카구야는 쿡 하고 웃으면서, 그녀의 옆머리를 매만지고 있던 손으로 - 레이센의 머리를 앞으로 눌렀다 .


" .. "

 

입술이 닿았다. 허리를 뒤로 젖히고, 고개를 뒤로 젖힌 카구야의 입술과 - 고개를 앞으로 숙인 레이센의 입술이. 레이센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카구야는 가늘게 뜬 두 눈으로 놀라 뜬 레이센의 눈을 보다, 살짝 입술을 때며 키득였다.


" 입맞춤, 해본적 있어 ? "


" 에..에에.. "


" 그럼 가르쳐 줄게. 입맞춤을 할땐, 눈을 감는게 예의야. "

 

그렇게 말하곤, 카구야는 다시 레이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대었다. 두눈을 감은체 말이다. 레이센은 멍청히 눈을 뜨고, 두눈을 감은 카구야를 보다가 .. 조심스레 자신도 두 눈을 감았다.

 

 


카구야는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옆에선 레이센이 색 색 하고 고르게 숨을 고르며 잠들어 있었다. 카구야는 손을 뻗어 벗어 두었던 자신의 옷을 집어 들었다. 언제나 타인에 의해서 옷을 입었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옷을 입는 법을 잊은것은 아니다. 카구야는 천천히 기모노를 걸치며, 잠들은 레이센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이불에 가려져 있지만 - 드러나 있는 얇은 어깨는, 옷으로 가려지지 않은체다.


\' 변덕쟁이 \'


카구야는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며 픽 하고 웃었다. 그래, 자신은 변덕쟁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녀는 레이센에게 아무런 감정을 가지지 않았다. 달에서 온 토끼, 달의 향기를 가진 토끼 .. 그러기에 호기심은 있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안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레이센은, 그녀에게 있어서 겨우 그런 존재였다. 호기심을 가지되 감정은 갖지 않는 존재.

 

 

 

하지만 바뀌었다. 그 계기는 단순하다. 에이린이 - 그녀에게 감정을 갖고 있으니까. 그 감정이 어떤것인진 모르겠지만, 에이린이 감정을 가졌단 사실 만으로 카구야 또한 레이센에게 감정을 가졌다. 많고 많은 이나바들 중에서, 특별한 존재로 인식했다.


그러기에 안았다. 레이센이 그녀에게 욕정을 가졌었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자신을 보았던 수많은 남자가 띄웠던 표정을, 그녀 또한 띄웠었으니까. 카구야는 비웃었다. 달토끼 주제에, 공주인 자신에게 그런 더러운 감정을 가진 레이센을 비웃었었다.


" .. 흥. "


옷을 입은 카구야는 손을 뻗어 레이센의 뺨을 매만졌다. 레이센은 깨어나질 않는다. 깊게 잠들었을테니까. 카구야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래 ㅡ 지금쯤이면, 에이린도 일어나있겠지. 아니, 오늘도 자지 않았으려나 ? 도대체 무슨 일을 하기에 몇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있는 걸까. 카구야는 그렇게 생각하며 레이센의 방을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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