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식갤 여러부운.
폭우가 몇날몇일 제 화단을 뒤집어 놓는 동안 실내의 측근(?)들하고만 놀았네요.
밖에 비가 너무 심하게 와서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들이 입양해 왔던 손바닥만한 요크셔를
삼남매가 서로 데리고 놀려고 귀여워 해주다가는
곧 찾아온 실증에 너무 어린 아이를 일찍 밖에 내놓아
얼어죽게 했던 기억이 왠지 오버랩 되기도 했구요.
제 정체는 사실
다 큰 식물들이라면 한번 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빌런>입니다.
1도 아는 거 없으면서 뭘 자꾸만 데려다 키우려고 하고
천장이 뚫린 방도 아니면서, 하루에 열여덟시간은 밖에 있는 주제에,
또 하루가 멀다하고 집에 못들어오기를, 어떨땐 연달아 너닷새씩 비우기도 하면서
죽어나간 화분들의 곡소리가 끊이질 않았죠;;
한집에 살면서도 어머니가 키우는 여러 난과 관음죽 등 금수저들과는 풍채나 주변 환경, 미래(!)가 너무 비교되지만
제 새끼로 태어나 빈익빈 부익부의 부조리한 세상을, 하루하루 힘내어 알아서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흙수저들을 소개해 드릴께요 ㅠ.ㅠ
이 녀석은 정말 식물계의 고양이인 것 같습니다.
역시나 예쁘게 잘 가꾸어 주지는 못했지만 탈 없이 잘 지내주니 고맙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ㅠ.ㅠ
첫 인연은, 창문도 없는 연구실에 오래 근무하던 중 제가 책임이 되자마자 녹화사업을 시작했는데
손은 많이 가도 좋으니(제일 한가한 제가 돌봐주면 되니까) 실내 조명만으로 생장에 무리 없을 녀석으로 면접을 보던 중,
초도 시험군 4종(아이비2종, 핑크색 잎 뭐시기, 그리고 요놈) 중에 유일하게 생존하였기에 요 녀석으로 대량 도입했었답니다.
너무 잘 자라서 길게 자랐다 싶으면 잘라서 수경으로 꽃아두었다가 독립시키고 독립시키고 하다보니 정글이 될 지경이었네요ㅎㅎ
물 줄 때가 되면 잎을 축 늘어뜨리고 <거기, 바쁜데 미안하지만 물 한모금만 좀 줄 수 있어?ㅜ.ㅡ>해서 흠뻑 주고나면 또 금새 힘이 펄펄 나는 걸 보면
키우는 재미도 꽤 있는 편입니다. 아쉬운 건 꽃이 없는 건지 뭔가 핀걸 보진 못했네요.
이만큼 번식(?)하는 편은 아니지만 키우기 쉬우면서 꽃 보는 보람 느끼기엔 스파트필름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6~7년을 몸담은 연구실을 박차고 나올 때
구질구질하게 지적재산권이니 뭐니 더 챙겨나갈거 없나 밍기적 거리고 싶지 않아서
처음 그 창백한 공간에서 초록 잎을 피웠던 첫 두아이만 데리고 나왔죠.
제 방에서도 이전과 다름없이 잘 지내주어서 고맙습니다.
요건 티테이블 밑으로 들어간 엄마 아빠의 새끼들ㅋ
미안하지만 너무 커지지는 않게 더 큰 화분으로 옮겨달라는 원성들을 못들은척 중 ㅡ.ㅜ
이 녀석들도 알아서 10억년을 사셨다는 위엄있는 핏줄이니 잘 크겠지 하고 들여놓았는데
햇볕을 막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고 물을 자주 주는 것도 아닌데 영 힘이 없어 보이네요.
저게 씩씩하게 잘 크고 있는 건데 그냥 저만 그래보인다고 생각하는건지 뭔지ㅎㅎ;;
새 식구입니다.
사실 요 몇개월간 제가 건강이 너무 안좋아서 10년을 키웠던 것들의 후손 둘(송오브인디아, 홍콩야자)을 잘 돌보지 못해 아예 대가 끊겨버리게 됐거든요ㅠ.ㅠ
이제는 집에 온종일 있게 되었으니 반성하는 마음으로 온 정성을 다해 잘 키워볼려구요.
화분을 유기하기 키우기 시작한게 딱 10년전인데 그 때 첫 화분이
송오브인디아, 홍콩야자, 테이블야자, 아레카야자 4종이었습니다.
아레카와 테이블은 시름시름도 아니고 한큐에 요절해버렸고
위의 두 녀석이 과습으로 줄기마름이 올라올 때 위를 잘라서 수경으로 구하며 그렇게 10년을 꾸역꾸역(본체 사망 횟수 거의 2년에 1번 꼴;;)
이어왔는데 홍콩야자는 정말 한잎만 구해서 화단 한켠에 심었고 송오브인디아는 영영 못보게 되었죠.
이런 사악한 빌런이지만 그 세월 동안 숱한 <왜?>라는 질문 속에서 배움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수요일에 전부 물을 주던지, 사흘에 한번 씩 주던지,
까먹어서 하루 쯤 늦고, 또 미안해서 더 많이 주고.
사랑은,
내가 주고 싶을 때
줄 수 있는 만큼 듬뿍 주어야 하는게 아니라
상대방이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주는 것이란 걸 말이에요!! :)
(꾸뻑)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