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푸릇한 들풀 위로 주홍빛이 내려앉은 가을놀을 보고 싶다.

여름인 듯, 익숙한 풍경 속 서늘한 바람에 여름이 지났음을 뒤늦게 깨닫고 싶다.

아직 쌀쌀해진 날씨에 적응하지 못한 이아쟝이 생각 외의 날씨에 작게 떨고 있을 때, 옆에서 바람이라도 막아주며 근처 카페까지 같이 걷고 싶다.

문득 차가운 손이 스쳤을 때, 떨리는 맘으로 용기를 내어 손가락을 걸어 슬며시 손을 잡는다면 그 순간 만큼은 한없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씩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이아쟝이 고개를 기울여 어깨에 머리를 기대주었으면 좋겠다. 상냥한 무게감과 차가운 바람 속에서 코 끝을 간지럽히는 달콤한 향에 입꼬리가 풀어지며 짧은 순간을 만끽하고 싶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어, 적당히 내쉰 상태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아쟝이 반응하지 못할 속도로 얼려버리고 싶다.

안타깝게도 기대고 있던 내 어깨까지 얼어붙었겠지만, 개의치 않고 적당한 지점을 부숴서 잠시 떨어져 있고 싶다.

걱정이나 근심하나 없는 표정으로 웃으며 어깨에 기댄 이아쟝의 모습을 옆에 두고, 천천히 물들어 갈 단풍과 낙엽을 보고 싶다.

눈이 내린다면 이아쟝을 정성스럽게 해동하고 소복히 쌓인 눈 밭에 드러누워, 안아 달라는 듯 외팔을 벌리고 싶다.

이아쟝이 매혹적이게도 입술을 깨물고 바닥에 남은 단단한 얼음 덩어리로 내 머리를 박살내준다면 좋겠다.

딸기빙수처럼 붉게 물든 눈밭에 누워, 멀어지는 이아쟝의 뒷모습을 보다 눈을 감고 싶다.

오랜 상상이다.

여름도 아니고 쾌청하지도 않지만 봌붕이들이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