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드넓은 영토 속에서 하나의 행성이 종말을 고하고 있었다. 워프의 오염과 반역의 군세가 거대한 뱀처럼 행성을 휘감아 모든 생명을 쥐어 짜냈고, 그 안에 있던 수천만의 영혼들이 불결하고 냄새나는 워프의 구렁텅이에 집어 던져 넣어져 다시는 황제의 빛의 가호를 받을수 없게 되었다. 이런 아무 희망도 없는 행성에 아무도 모를 비밀 같은 임무를 가진 초인들이 소리없이 전쟁의 흔적으로 검게 그을린 대지에 발을 딛었다.

육중한 선더호크 건쉽의 거대한 선체가 놀라울 정도로 조용히 구석진 절벽 뒤편으로 착륙했다. 장벽 같은 해치가 열리고 여덟 명의 스페이스 마린이 천천히 걸어 내렸고, 그들은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걸어 나간 후에야 그들 중 한명이 뱃속에서부터 끄집어 낸듯한 목소리로 불평을 토로했다.

“빌어먹을. 젠장. 젠장. 이 행성은 이미 끝났어. 싸그리 불타버린 숯덩이에서 우리가 할 일은 없다고”.

“후후후. 그래 이 행성은 끝난거나 다름없지. 하지만 인퀴지션의 명이야. 높으신 인퀴지션의 명인데 우리 같은 거지들이 뭘 어쩌겠어? 시키는대로 하게. 투덜이 사이른 형제”.

“캡틴 몰튼. 우리는 탐색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전사이며, 스페이스 마린입니다. 대체 우리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합니까?”.

“왜긴?. 우리가 거지라서 그래. 인퀴지션의 보급 없이 챕터가 유지될 수 있을 것 같나? 우리 힘으로 한발의 볼터 탄환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물 속에 던진 돌을 주워오라는 것 같은 빌어먹을 명령 따위는 처다도 보지 않았을 거다”.

또 다른 스페이스 마린인 트레둔 형제가 말했다. 이 스페이스 마린들은 모두 자신들이 인퀴지션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것에 대한 극심한 불만을 품고 있었고, 그들에 의해 명예롭지 못한 임무를 수행해야 할때는 마치 필멸자처럼 떠들어 댔다. 아이처럼 투정을 해대는 전투형제들을 제어할 필요를 느낀 캡튼 몰튼은 다른 형제들의 투정 안에서 묵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떄 우리도 융성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 누구도 우리에게 무례를 범하지 못했지. 모성은 그 어느 곳보다 발전했고 수십억의 필멸자들이 오직 우리 챕터를 위해 헌신하며 봉사했지. 우리는 수십대의 전함들로 성계와 성계를 오가며 외계인들을 죽이고 놈들의 행성을 불태웠다. 노예로서 사육되던 인류를 구제해 우리의 모성으로 데려와 황제를 향한 봉사라는 진정 가치 있는 삶을 살게 해줬지. 그러나 우리는 이제 몰락했어. 자만이 우리를 나락으로 끌어내렸어”. 캡틴 몰튼은 잠시 침묵을 시켰다. “그리고....우리의 자만은 우주에서 별처럼 빛나던 모성이 배반자들의 손아귀에서 겁탈당하게 만들었지....모성을 잃은 챕터는...우주를 방황할 수 밖에 없었어. 그리고......하지만, 가장 어두웠던 시기를 이끌었던 젊은 챕터 마스터는 마지막 희생으로 챕터의 씨앗을 남겼네. 그 희생을 발판삼아 우리는 다시 성장하고 있는 거야. 비록 지금은 인퀴지션의 종이지만, 언젠가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날이 올 것이다”.

캡튼 몰튼의 이야기가 끝나자 형제들의 눈은 비정한 각오로 날카로워 졌다. 

  햄네상스 뒷북치는 헴겔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