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재갤 망갤인건 다 알지만 난 인스타도, 팬캎도 안하고 표도 내 표가 아니라 여기에 올림.

어제 아는 사람이 같이 보자 해서 B의 농담 보고 왔다. 처음 딱 입장해서 든 생각은 '여기에 2만원 더하면 뮤지컬 S석 정가인데...' 였다(옆 아이파크홀에서 맨 오브 라만차를 하더라). 의자도 그렇고 음향도 그렇고 영 병신이었다. 이건 유병재 잘못이 아니고 블루스퀘어 잘못인가? 아니 결국 무대 짜는건 유병재 측이니 그쪽 욕해도 되겠지. 이게 9만원짜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불편한 플라스틱 의자에 무대 구성, 그리고 음향이었다. 2층이나 좀 뒤쪽 좌석에 앉았다면 중간중간 나오는 음악이나 이런거 잘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내 R석에서는 제대로 안 들렸음.

결국 코미디는 한 판의 잘 짜여진 구성 안에서 얼마나 관객에게 농을 잘 전달하냐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그 특성상 순발력이나 무대에서의 전달력이 높게 평가받는것 뿐이지, 여전히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유병재의 'B의 농담'은 이 점에서 큰 실패를 했다. 하나도 안 웃겼다는 의미다. 다른 공연 리뷰를 봤으면 다 알겠지만 빡침을 안고 돌아오는 길에서 도대체 왜 웃기지 않았는지 생각했던 것을 써 보고자 한다.

먼저 이 공연이 농담이 아닌 변명이었다는 것이 문제다. 나는 유병재식 코미디를 보러 갔지, '나의 아저씨' 사태에 대한 변명이나 듣고자 간 게 아니다. 물론 유병재 코미디 공연을 보러 가서 유병재에 대해 전혀 모르고 간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그런 변명을 하면서 개그로 스무스하게 넘어갈 수 있다면 또 전혀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공연은 이전 공연에서 했던 '전두환 개새끼' 에 대한 변명으로 시작하여 사과문에 대한 변명, 인터넷에서의 유병재 평가에 대한 변명(을 위한 농담)으로 이어지는 형식이다(유병재가 디시위키를 본 것 같다). 진보를 까지 않는 유병재, 섹드립 못 치는 유병재 등등... 그래서 재미가 없었다. 농담을 위한 변명이 아닌, 진짜 변명으로만 느껴졌다.

유병재가 선택한 공연 방식은 본인이 정말 재밌는 농담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소위 '피드백' 역을 담당하는 AI가 중간에 끼어들어 비판을 읊으면 다분히 작위적인 짜증과 함께 변명을 시작하는 것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내가 보기엔 너무 유치했고, 지나치게 짜여진 판이라는게 티가 나는 코미디였다. 차라리 유병재가 악플을 스스로 읽어주고 개그를 하는게 낫겠더라.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형식의 매력은 마치 방금 생각난 냥 코미디언이 그냥 툭툭 던지는 주제와 그에 대한 발언이 웃기고, 결국에는 큰 흐름을 타고 코미디언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전달하는게 감탄스러운 것 아닐까. 주제가 없는거야 수준상 어쩔 수 없다지만 형식도 매력이 없고 개그도 재미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변명하는 꼬라지조차도 마치 욕 못하는 어린애를 도발해서 욕시키는 것마냥 어색하기 짝이 없었는데, 미투운동을 비판/옹호하지 않는 회색분자 비판에 대한 변명을 할 때는 구차함이 끝에 다다라 보기 안타까울 정도였다. 그래, 거기 있던 여성분들이 유병재 밥줄이긴 하지. 그래도 옆 여자분 분위기는 싸하더라. 어디서 웃어야 할지 아무도 모르겠다는 반응이었고. 왜 공연 처음에 안내하러 나온 사회자가 조금 무거운 얘기가 있을 수 있다고 한지 알 수 있었다. 무거운 얘기가 아니고 재미없는 이야기였음. 홍준표로 웃기는 것도 한계가 있지, 한 시간 내내 그러면....

본인이 쇼의 끝을 선언한 건 등장하고 한 시간 정도 후였는데, 공연의 가격과 무대 꼬라지를 생각해보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짧았다. 그리고 도대체 이게 뭐지 싶은 기분이 들었다. 변명만 하고 제대로 된 개그는 치지도 않은 채 끝이라니. 나름 수미상관을 지킨다고 중간에 나레이션에 계속 끊겼던 개그를 마무리 지었지만, 그게 정말 재미가 없어서 그런 기분이 더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개그조차 팬을 위한 개그라, 알아들었지만 크게 웃기진 않았다. 네 이빨이 노란걸 뭐 어쩌라고?

이후 유병재 팬미팅 비스무레한 시간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게 핵심인 거 같았다. 처음엔 이게 인싸문화인가 싶었지만 그냥 팬문화였다. 그거 보러 온 사람들은 나와 다르게 코미디가 아닌 유병재의 이미지를 소비하러 온 사람이었음. 그래서 유병재가 질문할 시간 줬을 때 정작 개그 얘기는 안 하고 런닝맨이니 뭐니 얘기하고 있더라고. 유병재 코미디 공연 보려면 유병재 매니저까지 알아야 했음? 휴... 암튼 팬들은 좋아하더라고. 

유병재가 이 글 볼리는 없지만 본인이 나름 스탠드업 코미디를 들여왔네 뭐네 하고, 팬들끼리 거장이네 아니네 물고빨고 할거면 팬미팅 말고 코미디를 했으면 좋겠다. 박철현씨 코미디쇼를 굉장히 재밌게 봐서 그정도를 기대하고 갔지만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다.

3줄요약)

1. B의 농담이 아니고 B의 변명이라 재미없었다.

2. 코미디보다 팬미팅 부분이 더 인기 좋았다.

3. 본 내가 병신이다. 너넨 보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