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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소설] 미야미즈 토시키의 결심

라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1.26 16: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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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장. 후일담






 #1. 미야미즈 토시키의 결심




 ‘정말로, 떨어지는군.’


 이토모리 정장(町長) 미야미즈 토시키는 혜성이 떨어지는 순간 눈을 감았다. 기나긴 궤적을 그리며 날아온 혜성이 지면에 충돌하자,  선명한 불빛이 번쩍이더니 무시무시한 후폭풍이 마을을 강타했다. 대피소로 선택한 이토모리 고등학교와 낙하 지점과의 거리는 거의 2킬로미터에 달했지만, 맹렬한 바람은 이곳까지 불어닥쳤다. 유리창이 깨질 듯 요란하게 흔들리고 사람들에게서 비명과 탄식이 터져나왔다.


 “맙소사, 혜성이!”

 “신이시여…….”


 전기가 끊긴 이토모리는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폭발로 인한 불빛에 어렴풋이 집이나 전신주, 커다란 나무들과 자동차가 장난감처럼 부서지고 튀어오르는 광경이 보였다. 정작 혜성이 떨어질 것을 짐작하고 목이 터져라 외치며 대피를 돕던 소수의 사람들조차 현실로 펼쳐진 참화에 넋을 잃었다.


 사람들이 재앙에 압도되어 있는 동안, 토시키는 그의 아내를 생각하고 있었다.




 미야미즈 후타바.


 20년 전, 역사문화학을 전공하고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토시키는 옛 신앙과 의식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이토모리의 미야미스 신사(神社)를 방문했다. 토시키는 후타바를 그 날에 처음 만났다. 아직 서로에 대해 모르는, 연구자와 지방 신사의 무녀라는 입장에서 만난 두 사람이었지만 후타바는 그를 처음 보는 순간 오랜 시간 그리워하던 누군가를 만난 듯한 특별한 미소를 지었다.


 그 날, 운석 낙하와 이 지역의 신앙을 주제로 한 인터뷰가 끝난 후, 토시키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처음 만났던 순간의 미소에 대해 물었다. 후타바는 약간 당황한, 그러나 평화로운 얼굴로 대답했다.


 ― 왠지 당신과 결혼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말은 이루어졌다.


 일본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 미조구치 가의 장남, 미조구치 토시키는 후타바에게 완전히 반해버린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갖고 있던 모든 것을 포기했다. 연구소에서 나왔고, 집안끼리 정한 약혼을 파기했으며, 가족과는 아예 연이 끊겼다. 그는 미야미즈 가의 데릴사위가 되었다. 괴로워하는 후타바에게, 토시키는 담담하게 말했다.


 ― 당신을 가질 수 없다면 그 외의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아.


 14년 후, 후타바는 병으로 죽었다.


 토시키에게 그녀의 죽음은 온 세상을 앗아간 것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절대로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신(神)이 깃든 것처럼 지혜로워 마을 사람들의 추앙을 받던 후타바는 정작 자신이 병에 걸리자 마치 삶을 거부하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간곡하게 입원 검사를 권하는 토시키의 말도 듣지 않았고, 집에서 첫째 딸인 미츠하를 가르치면서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병이 악화되어 입원한 후타바는, 이제는 대도시의 전문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을 거부했다. 이유를 묻자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토시키는 후타바를 설득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지만 그녀의 이상한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후타바가 말했다. 모든 것은 있어야 할 곳에 있게 될 것이라고.


 토시키는 이해할 수도, 참을 수도 없었다. 토시키는 그녀를 강제로 이송시킬 마음을 먹고 일본 전역의 전문 병원에 접촉했다. 그리고 병원을 결정하고 절차를 밟던 도중에 후타바의 죽음을 들었다.


 그녀는 간호사를 통해 그에게 짧은 유언을 남겼다.


 ― 이건 이별이 아니야.


 아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


 토시키는 끔찍한 어둠에 사로잡혔다. 눈이 마르고 목이 타도록 울었다. 후타바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어떤 대가를 치러야 가능할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장례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산 송장처럼 책상에 그저 앉아만 있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두 딸이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이상의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후타바, 후타바. 그녀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 후 칩거를 깨고 나온 토시키는 사람들을 만나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 후타바가 이게 운명이라고 했다면 운명이겠지.

 ― 후타바 씨는 훌륭한 사람이니 신께서 빨리 부르신 거야.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그가 방 안에서 홀로 비탄에 빠진 동안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슬퍼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이들은 이 작은 마을에서, 같은 공간에서 후타바와 평생을 함께 살아오지 않았나. 그녀의 죽음이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지나갈 일은 아니다. 아니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슬퍼하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후타바의 운명을 신적(神的)인 일로 여겼다. 그녀의 죽음이 우주적 필연이라도 되는 양 평온했다. 토시키는 분노에 사로잡혔다. 이 사람들은 대체 후타바를 뭐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후타바는 신의 사도가 아니다. 사랑스러운 딸이었고, 좋은 친구였고, 상냥한 이웃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온갖 자질구레한 고민 상담에도 일일히 최선을 다해 이야기하던 미야미즈의 무녀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웃고 울고 사랑하며 차가운 밤이면 외로움에 떨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후타바를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마을 전체에 뿌리깊게 새겨진 미야미즈를 향한 신앙이 후타바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누구보다도 영민하던 후타바로 하여금 병원 치료를 거부하게 하더니, 죽은 후에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된 애도조차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을 바른 방향으로 돌려놓겠다고 결심했다.


 히토하와의 길고 격렬한 언쟁이 있었다. 겁에 질린 두 딸은 신관을 그만두고 미야미즈 가를 떠나려던 토시키의 손길을 거부했다. 그래, 너희도 미야미즈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토시키는 홀몸으로 집을 떠났다. 그는 이 마을을 근대화할 생각이었다. 미신적인 분위기를 없애고, 신사(神社)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권력으로 움직이도록 마을의 구조 자체를 바꾼다.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고, 남은 삶 전체를 바쳐서라도,

 이 마을에서 신을 지워버릴 것이다. 




 “미야미즈 궁사(宮司)께서 찾아오셨습니다.”


 1시간 전, 마을에서 동시에 벌어진 사건들을 수습하느라 한창 바쁠 무렵, 두 여자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토시키는 적지 않게 놀랐다. 아까 낮에 미츠하가 찾아온 일도 충격이었지만, 장모와 요츠하가 그의 사무실에 찾아오다니! 미야미즈 가에서 나온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손녀와 함께 나타난 미야미즈 히토하는 언제나처럼 기모노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기억 속에서 늘 날카롭던 장모의 눈빛은 차분하고 평온해서, 토시키는 그 변화를 느끼고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아침부터 미츠하가 이상한 이야기를 하더구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물론 짐작가는 것은 있었다.


 히토하는 오늘 하루 있었던 미츠하의 기행(奇行)을 이야기했다. 아침부터 혜성이 둘로 갈려져 마을에 떨어지고 사람들이 다 죽을 거라고 하더니, 낮에는 집에 가던 초등학생들을 붙잡고 도망치라고 윽박질렀다고 한다. 그 광경을 본 요츠하가 미츠하를 말리자, 요츠하에게도 할머니와 둘이 대피하라고 했단다.


 “미츠하는 꿈을 꾸고 있었어.”

 “눈을 뜨고 꾸는 꿈 말입니까?”


 토시키는 그 이야기를 후타바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미야미즈 가의 여자는 대대로 다른 사람과 바뀌는 꿈을 꾼다고. 물론 토시키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그래. 나도 아까는 그 애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너무 절박해보여서 마음에 걸려. 혹시 미츠하가 찾아주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겠나? 부탁하네.”

 “나 참.”


 토시키는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또 황당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변전소에 문제가 생기고 방송 주파수가 탈취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무맹랑한 말도 미야미즈가 하면 이 난리라니 하는 생각에 불쾌했다.


 하지만 토시키는 내심을 감추고 그러겠다고 했다.


 장모의 태도가 이렇게 정중하고, 비상 사태로 사람들이 계속 오가는데 굳이 싸울 필요는 없다.


 ……정말 그런가?


 토시키는 낯선 위화감이 가슴속을 간질이는 것을 느꼈다. 낮에 만난 미츠하는 이상했다. 그가 딸과 가까운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상대방이 미츠하의 모습을 한 다른 무엇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은 두렵고 충격적인 것이라 미츠하를 내보낸 후에도 한동안 심란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분명 착각이었을 것이다. 눈을 뜨고 꾸는 꿈? 토시키는 종교와 신앙, 의식, 정신적 체험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한 사람이다. 그런 현상에 대해 설명하라면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하다.


 이건 합리성의 문제가 아니다.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각이 토시키에게 계속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그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그 느낌만은, 마치 실재하는 감각처럼 그의 정신을 자극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되지.’


 다짐하듯 생각하던 토시키의 시선이 문득 창문을 향했다.

 혜성의 푸른 궤적이 둘로 갈라지고 있었다.


 “저건!”


 토시키는 놀란 마음에 빠르게 기억을 되새겼지만 혜성이 둘로 갈라진다는 말은 미츠하와 무관한 어느 누구에게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 정말인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내가 잘못 생각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저 아득히 먼 하늘에서 갈라진 혜성이 하필 이토모리에 떨어질 리가 있나. 미야미즈가 모시는 신이 있다면 그건 후타바를 죽인 신이다. 그런 신 따위 믿을 수 없다.


 토시키는 사무실의 자기 의자에 앉아 복잡한 심사를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변전소 폭발이 산불로 번질 기미는 없다. 이제 축제는 무탈하게 끝날 것이다. 방송 탈취 사건에 알아보기 위해 고등학교로 보낸 경찰과 방재과 직원들이 생각났다. 마을 사람들을 모아 무슨 짓을 하려고 했나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사람을 모아 피난시키려고 했겠지. 혜성이 떨어질 테니까.


 ‘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토시키와 후타바가 처음 만났을 때, 두 사람은 미야미즈 신사에 내려오는 신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하늘에서 별이 떨어진다. 사람들은 긴 꼬리를 끌며 내려온 별을 용이라고 부른다. 미야미즈는 베틀의 신 시토리노카미를 모신다. 시토리노카미를 모시는 다른 신사에서는 베틀로 천을 짜지만, 미야미즈만이 실매듭을 만든다. 실매듭은 이어짐. 사람과 세상, 사람과 사람을 잇는 신의 힘을 상징한다.


 아득히 먼 옛날, 시토리노카미는 이 땅에서 용을 물리쳤다고 한다.


 “아빠!”


 문이 노크도 없이 요란하게 열리고, 흙과 긁힌 상처로 엉망인 교복 차림의 소녀가 문가에서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미츠하!”

 “언니!”

 “미츠하, 너까지 또……!” 


 토시키는 화난 얼굴로 일어났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괴이한 일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지난 일들과 불길한 상상에 자신이 이상해질 것만 같아서 짜증이 차올랐다.


 그러나 그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 그의 딸이 결의에 찬 모습으로 토시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자기 주장이 없고, 늘 시선을 피하던 <미츠하>의 두 눈에서 타는 듯한 의지가 일렁였다.


 그 순간, 토시키는 딸의 얼굴에서 평생을 그리워한 누군가를 떠올렸다.


 ― 이건 이별이 아니야.


 “아빠, 지금 당장 사람들을 고등학교로 대피시켜야 해요. 갈라진 혜성이 떨어질 거에요!”


 ……내가? 왜?


 나는 이 어이없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들어줄 수 있지.

 미야미즈의 신관이었고, 후타바의 남편이자, 미츠하의 아버지니까.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지.

 나는 이 지방 행정 단체의 장(長)이니까.

 후타바가 죽었기 때문에, 분노에 차 이 마을을 바꾸려고 온힘으로 달려왔으니까.


 ― 모든 것은 있어야 할 곳에 있게 될 거에요.


 후타바는 이 세상 모든 의문에 대한 올바른 답을 아는 것 같은 사람이었다.


 “으……!”


  토시키는 낮게 신음하며 비틀거렸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책상을 손으로 내리치듯 짚었다. 마치 화가 난 것 같은 모습에, 미츠하는 뭐라 더 말하려 했지만 토시키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는 대답하는 대신 전화를 들어 내선 버튼을 눌렀다.


 “지금 즉시 주민 대피를 시작한다. 비상 대피 훈련이다. 그래. 카도이리, 사카가미, 미야모리, 오야자와 지구의 전 주민을 예외 없이 대피시켜. 인원 전부 동원하고. 나도 바로 현장에 나가겠다.”


 전화를 끊고 나니 가족들은 멍한 얼굴로 토시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모님도 피하세요. 너희도.”

 “아빠.”

 “자네…….”


 토시키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비서를 불러 다음 지시를 하달했다. 그는 지금 자신 앞에 닥친 이 일을 해내기로 마음먹었다. 후타바에게 처음으로 청혼했을 때의 기억이 희미하게 머릿속을 스쳐갔다. 바람 잔잔히 불던 이토모리 호수. 쓰러질 듯 안겨오던 그녀의 모습.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대한 두려움과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할 결의.


 지금 이 순간, 미야미즈 토시키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후폭풍이 잦아들고 있었다.


 그들은 이토모리 사무소(糸守町役場)가 아니라 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통신 채널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사방에서 연락이 쇄도했다. 기지국이 파괴되어서 대부분의 휴대폰은 불통이었지만 일부 휴대폰은 통화가 가능했고 학교 내의 유선 연락망도 살아 있었다. 몇몇 직원들은 학교 자체의 통신 시설을 점검하러 갔고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은 아직도 넋을 놓고 있었다.


 토시키는 기본적인 지시만 내린 채 전화를 받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후타바는 이걸 예지했구나. 미츠하도.’


 머리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정작 후타바도 자신이 지닌 능력과 하는 행동에 대해 잘 모를 때도 많았다. 하물며 미야미즈의 여자도 아닌 토시키가 그걸 알 리가 없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것들, 일상에서 내비쳤던 희미한 신비 속에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1,200년 전에도 이 곳에 운석이 떨어졌지. 어쩌면 그보다 전에도.

 미야미즈는 이 땅에 떨어질 운석을 막기 위해 이어져 왔다.


 토시키는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갑자기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일들에 대한 회의가 일제히 수면 위로 떠오르듯 몰아쳤다. 하지만, 그래. 그건 해야 할 일이었다. 잘못한 것도 없다. 토시키라는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의 인도였고, 토시키는 그 자신답게 살았을 뿐이다.


 하지만 달라질 것들은 있다.


 ‘일단 이 사태를 수습해야겠군.’


 온 세상이 이 일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아까 모습을 보아하니 변전소 폭발에는 테시가와라가 관련된 것 같았다. 아마 그 아들이 미츠하의 말을 듣고 멋대로 짠 계획이겠지. 폭약을 훔쳐 일으킨 폭발 테러, 주파수 탈취와 혼선을 빚은 피난 방송, 근대 이후 가장 충격적이었을 운석 사고와 공교롭게도 축제 도중 실시된 피난 훈련. 수많은 의혹과 증언이 이 사건을 겨냥하고 쏟아질 것이다.


 토시키가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이 사건을 자기 선에서 정리하는 것.


 미츠하를 찾아간 토시키는 서로 손을 꼭 잡고 앉아 있는 미츠하와 친구들, 그리고 그의 가족들을 발견했다. 미츠하와 사야카는 왠지 얼굴이 눈물 범벅이었고 카츠히코는 낯빛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미츠하.”


 토시키가 교실에 들어올 때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몸을 숙여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아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그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오늘 있었던 일은 내가 다 수습하겠다. 너희들은 오늘 아무 일도 안 했고, 아무 것도 모르는 거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토시키는 다짐하듯 세 아이들에게 각각 시선을 주며 대답을 받은 후, 한 마디를 덧붙였다.


 “……고생했다.”


 토시키는 히토하와 요츠하에게도 가볍게 인사한 후 자리를 나섰다. 일단은 테시가와라 사장을 만나야 한다. 이 일에 깊게 관계된 다른 사람 몇 명과도 이야기를 해야겠지. 사람들의 입을 막고 의문에 답을 줘야 한다. 미야미즈의 후광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한동안 시끄럽겠지만 언젠간 사람들의 관심도 비껴가고, 조사도 종결될 것이다. 기반 시설이 완전히 파괴된 이상 이토모리 마을은 더는 존속할 수 없다. 토시키는 그 흐름을 타고 자연스레 정계를 은퇴하면 된다. 그 후에는 예전에 하던 연구를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과해야겠지.’


 미츠하와 요츠하에게. 그 자신보다 소중했던,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그러나 그의 무심한 칼날에 오랫동안 상처받아온 두 딸에게.


 이 일이 일단락되면 가족들을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 이상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지 할 것이다. 뒤늦게 찾아온 깨달음이지만, 그건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아버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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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723 방금 대구스타디움점 cgv에서 본 느갤러없냐 타키타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1.26 113 0
253722 야 진짜 3회차보면 어떤느낌이냐? [4] ㅇㅇ(211.59) 17.01.26 123 0
253721 맥크리 일본서버 궁쓰면 뭐라하냐 [7] 삼엽이사생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1.26 161 0
253718 한국에서는 디즈니랜드 모르는사람 많지않냐 .? [2] ㅇㅇ(119.206) 17.01.26 91 0
253716 일단 게 뉘여보다는 카페에에에에 이거 존나 듣고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ㅁㄴㅇㄹ(111.65) 17.01.26 97 0
253715 오늘 아맥하는데는 없지 레이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1.26 37 0
253714 말 나온김에 얘 귀엽지 않았냐? ㅇㅇ(1.228) 17.01.26 78 0
253713 모네짱은 앞으로 더빙 많이 해줬음 좋겠다.... ㅇㅇ(39.7) 17.01.26 58 0
253712 솔직히 M2나 아맥이나 똑같음 [2] 온리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1.26 124 0
253710 원래 배우가 성우보다 연기력이 좋아서 애니 더빙 배우가 많이 하는데 [8] ㅇㅇ(211.107) 17.01.26 178 0
253709 디즈니 랜드 vs 만화 원피스 세계적으로 머가더유명함 .? [4] ㅇㅇ(119.206) 17.01.26 93 0
253708 일상생활로돌아가자 혼모노들아 엘바이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1.26 53 0
253707 근데 영어권은 게뉘여처럼 번역할 수 있나 [5] 전궁물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1.26 164 0
253706 어제 영화보는데 혼모노? 까진 아닌데 좀 [1] CalD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1.26 67 0
253705 신카이 레알 현실반영 존나 못하는듯 [3] ㅇㅇ(1.228) 17.01.26 14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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