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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중편] 저녁 바다와 빨강 나비 - 2

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5.05 23:44:46
조회 514 추천 14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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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5.


파도 치는 소리가 잠을 깨게 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보랏빛 하늘은 아침이 아직 완전히 오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제 느꼈던 피곤함을 바닷물이 전부 씻어가 버렸는지 신기할 정도로 몸이 개운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뒤 유리창을 밀어 열었다. 바닷가의 새벽 공기는 조금 쌀쌀한 기운이 있었지만 그 특유의 냉기는 오히려 기분을 들뜨게 하는 힘이 있었다. 옆 방에서는 사야와 텟시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새근새근 들렸다.


이리저리 뒤엉켜 있는 머리카락을 적당히 빗어 내리고 간단히 씻은 뒤 거실로 나갔다. 테이블에는 비워진 프랑스 와인 한 병과 유리잔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둘이서 한 잔 하기라도 했나. 난 어제 너무 일찍 잠들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유리잔을 부엌 싱크대에 가져다 놓았다. 유리들이 서로 부딪히며 쨍그랑 쨍그랑 소리를 냈다.


이 별장은 느긋하게 지내기는 좋지만 조금 심심하단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갖고 온 소설책은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요츠하에게 연락이라도 온다면 좀 나을 텐데 도쿄의 사람들은 전화는 커녕 문자 메시지 한 통도 보내오지 않았다. 나에게 전해진 것은 오늘도 출처 불명의 스팸 메일 한 통 뿐이었다. 하지만 가끔은 따분함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 보면 그것은 곧 한가로움이자 평화로움이니까.


그런 내 생각에 동조라도 하듯이 사야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주 잘 잔다. 나는 두 사람이 잠들어 있는 침실 문을 잠깐 쳐다보다가 얇은 재킷을 걸치고 현관문을 열었다. 처음 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들었던 차임벨 소리가 오늘따라 더 맑고 청량하게 들렸다.


따가운 여름 햇살이 피부에 닿기 전에 이 시간을 즐기고 싶다. 주변 환경은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상쾌했다. 수채화로 연하게 그려 놓은 듯한 자연 속에 몸을 맡기고 바닷가로 향하는 길을 따라 걸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어제 저녁에 느꼈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이 있었다. 내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들이 만들어내는 예술 작품의 뮤즈가 되어 나는 걷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상쾌함을 느끼는 중에도 타키는 어느새 머릿속에 비집고 들어와 있었다. 어제 바다에서 만났던 고등학생 타키 때문이기도 했다. 비록 타키의 고등학생 시절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어제 만났던 그 사람이 타키가 아닐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기억의 그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자신이 죽도록 한심하게 느꼈다.


'...생각하지 말자고 했잖아.'


어쨌거나 바다에서 만났던 그 사람이 타키이든 아니든 간에 나는 결국 그와 닿지 못했다. 타키와 함께 보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언젠가의 기억을 내가 결코 다시 떠올릴 수 없듯이. 이제 그 퍼즐은 산산히 부서져 버렸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나 때문에 타키와의 사이가 멀어져 버렸다는 사실마저도 나는 쉽사리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나는 그저 어린아이일 뿐인 것이다.


바람이 불어 재킷을 조금 흩날리게 했다.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과 우울함이 섞인 복잡한 감정을 바람에 실어 보내고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산책로가 끊기는 절벽까지는 금방이었다.


아무도 없는 벤치에 앉으니 바다가 정면으로 내려다 보였다. 시야를 가리는 나무가 없어서 눈 앞은 온통 물결로 가득했다. 점점 고도를 높이며 보랏빛 하늘을 파란색으로 물들여가는 태양 아래에서 바다는 밀려오고 쓸려가기를 반복하며 진동했다.


그 바다 안에서 누군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고개를 쭉 내밀어 물살을 가르며 전진하는 누군가의 움직임을 살폈다. 누군가가 빨간색 서핑 보드에 몸을 맡긴 뒤 바다의 움직임을 거스르며 나아가다가 적당한 파도를 만나자마자 몸을 일으켜 보드 위에 올라서려고 시도했다. 새까맣고 긴 머리카락, 작은 체구, 그 사람은 어제 보았던 주인 할머니의 손녀딸과 아주 비슷한 모습이었다. 곧이어 찢어지는 것 같은 비명소리가 귀를 따갑게 찔렀다.


"꺄악!"


실패한 뒤에도 그 아이는 파도 위에 올라서지 못하고 균형을 잃고 바다로 떨어져 내리기를 반복했다. 얇은 발목에 묶여 있을 가는 끈 하나만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그 아이의 가녀린 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마치 나비 같아. 다른 나비들보다 먼저 세상을 보고 싶었지만 이른 봄의 추위를 마주하며 날개가 꺾여버린 나비.'


이상하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닷가와 나비, 어떻게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비유가 마음 속에 강하게 와닿았다. 꽃밭에서 한가롭게 날아다니며 꿀을 빨아들이는 나비와는 또 다른 모습을 가진 나비.


그러고 보니 어제 그런 이야기를 들었었지, 자기는 평소에는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방학을 할 때마다 이 곳으로 와 지낸다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저 아이는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지금 바다 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싸늘하기 그지없는 초봄의 공기 속을 힘들게 날아다니면서도 빛나는 세상을 가장 먼저 만나고자 했던 자신의 행동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 나비처럼.


혼자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서핑 보드를 타고 있던 소녀는 지쳤는지 해변가로 천천히 헤엄쳐오고 있었다. 그 아이가 육지 위에 발을 딛자마자 부끄러운 마음이 울컥 샘솟은 나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별장 쪽으로 도망치듯이 달려갔다.


* * *


6.


사야와 텟시는 예상대로 점심 때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혼자 아침을 차려 먹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때쯤 옆 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노크를 하자 안에서 피곤한 듯한 어조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 나이트 테이블 옆에 있는 작은 의자에 앉았다. 둘 다 멍한 표정으로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나 참, 내가 뭐 신기한 구경거리도 아니고. 잠이 덜 깬 게 분명했다. 사야는 하품을 하며 다소 어이없는 말을 건넸다.


"하음... 좋은 아침."


"아침은 무슨. 해가 중천이야."


"어제 차 오래 타느라 피곤했는데 늦잠 좀 잘 수도 있지."


그렇게 말하면서 사야는 몸에 힘을 빼고 다시 이불 속으로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갔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켜 디지털 시계를 그 둘의 눈 앞에 들이밀었다. 따분했다며 불평하는 것도 물론 잊지 않았다. 텟시는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로 으음 하는 소리만 냈다. 둘 다 시계를 보긴 본 건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으음.... 많이 늦게 일어나긴 했네. 열두 시라."


"어제 얼마나 늦게 잔 건데?"


"새벽 세 시쯤. 네가 먼저 곯아떨어져 버리는 바람에 텟시랑 거실에서 와인 한 병 깠지. 너 밤까지 꽤 오래 버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어제 재미있었는데... 너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술병이랑 유리잔 전부 치워 뒀어. 마시는 건 좋지만 마시고 난 뒤에 정리 정도는 해 놓자?"


몰래 사탕을 꺼내 먹은 어린아이를 타이르듯이 말하자 사야는 입을 비쭉 내밀었다. 정말로 술병이나 유리잔을 치우지 않았다는 이유 따위로 불평하는 건 아니었다. 이유 없는 서운함이었다.


"그렇게 새벽까지 마셨는데 그걸 치우고 잠들 생각이 들겠니. 피곤했던 날인데도 무리해서 깨어 있는다고 힘들었단 말이야. 그래서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뻗었고..."


"뭐 아무튼,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니까. 아직 피곤해?"


"다시 잘 정도는 아냐. 이제 일어나야지. 텟시, 그만 자."


사야에게 어깨를 잡힌 텟시는 끄응 하는 소리와 함께 기지개를 켰다. 나는 핸드폰을 다시 침대 위에 던져 두고 부엌으로 가 냉장고를 열었다. 마실 거리는 많았지만 반찬이 될 만한 물건은 별로 없었다. 식빵 한 묶음, 달걀 몇 개, 양파나 당근 같은 채소 약간, 선반 위에는 케첩과 마요네즈, 딸기 잼, 소금과 설탕이 담긴 유리병이 있었다.


우선 우유와 달걀, 설탕을 잘 섞은 뒤 식빵을 그 곳에다 적시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구웠다. 양상추와 양파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놓고 마요네즈와 케첩을 적당히 섞어 만든 즉석 드레싱을 뿌렸다. 간단히 만들어진 프렌치 토스트와 샐러드를 접시에 담아 우유 세 잔과 함께 식탁 위에 올려놓자 소박한 점심 식사가 완성되었다.


"점심 먹어!"


"기다려. 나갈게."


사야가 프렌치 토스트를 크게 베어물며 말했다.


"이 토스트 맛있네. 미츠하가 이렇게 요리를 잘 할 줄은 몰랐는데."


"별 것 아닌데 뭐. 이 정도는 다들 만들 수 있잖아."


"그래도. 계란 푼 다음에 우유랑 섞어서 만든 거야?"


"설탕도 약간 넣고. 참, 집 안에 먹을 만한 게 별로 없더라. 아마 오늘 오후에 마을에 가서 장이라도 봐야 할 것 같은데."


"걸어서 20분이면 간다니까 산책 삼아서 다녀오면 되지. 그건 점심 먹고 생각하자."


활짝 열어 둔 현관문으로 더운 공기가 훅 스치고 자나갔다. 남쪽 하늘에 높게 자리잡은 태양은 여름을 떠나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로 작열했고 대지는 그 태양열을 받아 뜨겁게 달구어졌다. 이런 날에 밖에 나가는 건 정말 질색이야. 차라리 저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다면 시원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조용히 토스트를 먹었다.


배가 고팠는지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치우며 일찌감치 식사를 마친 텟시가 우유 한 컵을 비우며 물었다.


"미츠하,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고 했잖아. 그럼 우리 자고 있을 땐 뭐 하면서 시간 보냈냐."


"별 거 아니야. 일어나자마자 바닷가 산책도 한 번 다녀오고, 그러다 다시 돌아와서는 책 읽고, 아니면 그냥 혼자 멍하니 앉아있거나 했지.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는 것도 괜찮으니."


"여전히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네.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는다라... 난 솔직히 모르겠다."


텟시가 고개를 가로젓자 사야가 옆에서 나를 거들었다.


"에이, 난 미츠하 말 이해할 수 있어. 도쿄에서는 하루하루가 너무 바빴잖아. 그래서 멍하니 앉아있는 일 같은 건 꿈도 못 꿨지. 여기는 휴양지잖아. 휴양지는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곳이고, 그러니까 얘는 여기서만이라도 여유를 갖고 싶은 거야. 맞지?"


사야의 말에 고개를 힘없이 끄덕였다. 텟시는 아무 말 없이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시선을 조금 떨어뜨렸다. 무언가 생각하는 바가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이유도 있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말이 나왔다.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던 두 사람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꽂혔다. 그 시선들 때문에 약간의 부담감이 느껴졌다.


"그게... 쉬고 싶고 여유를 갖고 싶은 것도 맞지만... 다른 이유도 있어. 타키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이... 말했었지? 그 이유에 대해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거든. 그냥 그게 끝이야."


텟시나 사야가 뭐라고 대답해주기를 기대했지만 둘은 입을 꾹 닫고 있었다. 우리 몸의 기능을 조절하는 어떤 스위치 하나를 꺼 버린 것처럼 갑자기 조성된 침묵 속에서 부담감이 더욱 커졌다. 괜한 이야기를 해서 갑자기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어버린 것 같았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사야가 입을 열었다.


"그래. 그렇게 사이좋게 지냈는데 갑자기 그런 일이 일어났으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겠지. 이해해."


'하지만... 타키와의 일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야... 그건...'


그것은 비단 타키와 있었던 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넘어지면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다시 한번 파도를 거스르는 그 아이의 모습이 뇌리에 너무나도 깊게 박혀버린 탓이기도 했다.


거실 창문으로 파도 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커다란 파도가 한 차례 지나간 것 같았다. 그 소리는 나에게 그 아이와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 * *


7.


그 아이는 빨간색 서핑 보드를 바닥에 내려놓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분명히 인기척을 냈는데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반쯤 등을 떠밀리는 기분으로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네."


"뭘요, 한나절 만인데요."


깊고 까만 눈동자 두 개가 내 속마음을 훤히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아 나는 살짝 긴장했다. 애써 그렇지 않은 척하며 벤치 뒤로 돌아가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 아이는 발 밑에 있던 빨간색 서핑 보드를 한 쪽 구석으로 치워 두었다.


근처 마을에 다녀오겠다던 사야와 텟시는 딴청이라도 피우고 있는 건지 세 시간 동안이나 돌아오지 않았다. 지나치지 않은 약간의 고독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이나 혼자 남겨지는 것은 바라던 바가 아니었다. 조용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잔인한 따분함으로 돌변했다. 별장 안에서 시간을 보내던 나는 거실 창문을 통해 바라본 빛나는 바깥 세상에 이끌려 다시 한 번 바다 위의 절벽으로 향했다.


'바다는 아침이나 지금이나, 여름에나 겨울에나 정말 똑같단 말이야.'


그다지 의미 없는 생각을 하며 손바닥을 쭉 폈다. 실바람이 손바닥을 간질였다.


우리 둘은 서로 옆을 돌아보거나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바다만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는 날개를 펴는 장소가 될 수도, 다시는 날개를 펴지 못하게 하는 장소가 될 수도 있는 곳이었다. 문득 옆에 있는 아이는 바다를 어떻게 생각할까, 같은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랬더니 바다가 다시 두려워져서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고 말았다.


아침에 있었던 그 일 때문인지 바다를 볼 때마다 나는 막연한 질투심에 시달려야 했다. 날개를 펼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은 나와 날개를 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누군가, 그 누군가에 대한 부러움, 그 부러움에서 생겨난 질투심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바다를 보며 두려움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런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길고 길었던 여름 해가 어느덧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조금 뒤면 하늘은 빨간색과 노란색 물감을 제멋대로 풀어 놓은 것 같은 빛깔이 되어 저녁을 알릴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바닷가에는 누군가가 다시 나타나겠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사실을 나는 순진하게도 믿고 있었다. 푸르게 찰랑거리는 바다의 물결에서 왠지 모를 아릿함이 느껴졌다.


시선을 아래로 하고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슬리퍼를 발 끝에 걸고 달랑달랑 움직이게 하고 있던 중이었다.


"아침에 있었던 일, 알고 있어요."


"에?"


갑작스러운 그 말에 이상한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들통나도 이렇게 당황하지는 않을 것 같을 정도였다. 말옆에 앉은 아이는 표정 변화 없이 말을 이었다.


"올라가서 인사라도 드리려고 했어요. 다시 보니까 사라지셔서 못 드렸었는데."


"그게... 갑자기 일이 생겨서."


"새벽 5시에요?"


"..."


바로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이럴 거면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편이 나았을 텐데. 아침에 느꼈던 까닭 없는 부끄러움이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과의 거리를 몇억 광년씩 멀어지게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이 아이에게 마음을 완전히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제 처음으로 만난 뒤 아직 간단한 대화조차도 몇 마디 나누지 않은 사이가 아니던가.


그렇지만 동시에 내가 안고 있는 아픔을 털어놓을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사야에게도, 텟시에게도, 타키에게조차도 말할 수 없는 가시 돋친 아픔이 심장을 끊임없이 찔렀고 그 아픔을 덜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아마도 나와는 180도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터였다.


바다 쪽에서 꽤 강한 바람이 불어와 두 사람의 머리가 함께 흩날렸다. 바람이 만들어낸 파도 한 자락은 점점 거대해지더니 해변의 젖은 모래를 강하게 내리쳤다. 슬쩍 옆을 곁눈질해 보니 그 아이도 나와 함께 커다랗게 만들어진 파도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저기."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말을 해서 그런지 목소리가 조금 갈라졌다.


"말씀하세요."


"그 서핑...은 언제부터 시작했어?"


가벼운 한숨과 함께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하게도 그 소리에 위안을 받아 조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듣기에 따라서 가벼운 웃음으로도 쓴웃음으로도 들릴 수 있는 그런 소리였다.


"제가 하고 있는 걸 서핑이라고 부를 수는 있을까요."


"운이 없는 게 아닐까."


"시작한 건 중학교 때지만 자주 연습하질 못해서 아직 성공해본 적은 없어요... 운이 없다기보단 노력 부족이죠. 어머니도 고등학생 때 서핑을 했었는데 거의 졸업이 가까워질 때쯤에야 처음 성공했다고 하셨으니."


이제 옆에서 들려오는 웃는 소리는 쓴웃음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럼 서핑은 어머님 때문에 시작하게 된 거야?"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어머니가 가고시마 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는데 아무래도 바다와 가까운 곳이고 하니까... 부모님 두 분은 고등학교 동창이셨는데 나중에 도쿄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알고 있어요."


"영화 같은 이야기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처음엔 믿을 생각 없었는데 거짓말 아니에요."


"그렇구나..."


"저도 지금은 미숙하지만, 언젠가는 어머니처럼 바다 위에 올라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제법 말문이 트이고 나니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결코 닿지 못할 경지에 올라 있는 먼발치의 이야기가 아닌, 두 사람이 모두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 꿈이라는 것은 가지는 것도 닿는 것도 참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여름 해가 서쪽 하늘 너머로 사라지며 붉은 빛의 노을이 고개를 삐쭉 내밀었다. 언제나 하늘의 색깔에 맞춰 모습을 바꾸는 바다는 하늘과 똑 닮은 오렌지빛이 되어 찰랑거렸다. 바람이 조금 거세지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잦아들었다. 마치 한 편의 시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도... 만날 수 있을까.'


시간에 흐름에 맞춰 달라지는 하늘빛을 바라보며 속절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꿈을 가진 사람과 대화했기 때문일까, 나 또한 과거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내고야 말겠다는 꿈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는 다시 아릿함을 느꼈다. 아까의 그것보다 더 큰 아릿함이었다.


* * *


8.


타키는 저녁 바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도 꼭 이 시간이었지. 슬슬 여름이 끝나가는 시점이니까 어제보다는 조금 이른 시각일지도 모른다. 바닷물에 잠겨 있는 타키의 발목 주변에서 파도가 갈라져 하얀 물거품을 만들어냈다. 어제처럼 서둘렀다가는 또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발소리를 죽이고 조심조심 그에게로 다가갔다.


"타키... 나야. 어째서 여기에..."


수평선에 시선을 맞추고 나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던 타키가 몸을 돌려 나와 마주하고 섰다. 어디선가 비슷한 일을 경험했던 것 같은 느낌이 나를 강하게 에워쌌지만 그 느낌의 출처가 어디였는지는 기억할 수가 없었다. 우리 둘은 눈을 맞추고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그 뒤로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가까이서 보니 지금의 타키에 비해 피부가 희고 키가 조금 작았다. 손을 뻗어 타키를 잡고 싶었지만 혹시나 모를 이별이 두려워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몇 분, 어쩌면 십 분이 넘을 지도 모른다. 입을 꾹 닫고 무표정하게 나를 내려다보던 타키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눈 앞에 있는 타키가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꿈을 꾸는 것처럼 몸이 둥 떠 있는 느낌이 났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나의 꿈을 이루어주지 않았다.


"미츠하, 넌 다시 날아야 해. 두려워하지 마."


다분히 시적이고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그 한 마디가 이해될 듯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슨... 뜻이야?"


"..."


"제발..."


간절하게 떨리는 목소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타키는 다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떠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타키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파도는 막힘 없이 해안가까지 다가와 모래 위에서 나란히 부서졌다. 방금 전까지 사람이 서 있었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할 만큼 깔끔하게.


다시 날아야 해, 두려워하지 마. 아직까지도 그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그 울림이 마음 속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도록 가만히 두자 눈 앞에 그림 같은 것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시야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는 저녁 바다의 정경을 배경 삼아 날아다니는 빨간색 나비. 나비는 처음 보는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고 수면까지 내려가 보기도 하고 차가운 바다의 감촉에 놀랐는지 갑자기 튕겨지듯 날아올라 어지럽게 원을 그리기도 했다. 정적인 배경 속에서 혼자 역동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던 그 빨강 나비는 이윽고 휙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구름 너머로 사라졌다.


그 나비를 얼빠진 얼굴로 쳐다보다가 나비가 사라지자 정신을 차리고 타키의 그림자조차 남지 않은 바다를 뒤로 한 채 다시 절벽으로 올라갔다. 슬리퍼에 남은 모래들을 대강 털어내고 고개를 위로 치켜올렸다. 돌아갔을 줄 알았는데 그 아이는 아직도 벤치에 앉아 있었다.


"뭐 하고 계셨어요?"


"으음... 그게, 사정이 있네. 미안."


"내려가실 때부터 여기서 내려다봤는데 혼자서 바닷가에 가만히 서 계시던데 무슨 일이 있나 해서요. 그런데 아무 일도 안 하시고 그냥 가만히 바다만 바라보셔서 의아했죠. 사정이 있다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네요."


이 아이의 눈에는 타키가 보이지 않는 것 같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바닷가에 줄곧 혼자 서 있던 것처럼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아래쪽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해줄까 싶었지만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고 애당초 설명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대신에 가슴 속에 품고 있던 말을 풀어놓았다.


"이 주변에 나비가 살아? 아까 빨간색 나비 같은 걸 본 것 같아서."


그러고는 타키와 했던 것처럼 눈동자를 맞추고 앞에 있는 아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타키와 그랬었던 것처럼 오래 그 아이를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나는 곧 시선을 거두었다.


"나비...라. 원래 이 곳은 해안 지역이라 나비 같은 걸 보기가 힘들지만 작년 여름에 딱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그것도 저 바닷가에서. 사실 전 작년에 서핑을 그만두려고 했었는데 저 나비를 보고 힘 같은 걸 얻어서 다시 시작했죠. 좀 웃긴 말이지만."


"아."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타키가 했던 말들이 얽힌 실타래를 풀어버린 것처럼 마음에 와 닿았다. '날아야 한다'는 말은 어쩌면 내가 이 나비처럼 되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이미 잊어버렸고 찾을 수 없는 과거의 타키가 나에게 건네는 일련의 작별 인사였다.


나도, 위에서 기다리고 있을 그 아이도, 언젠가는 바다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그런 나비가 될 수 있을까. 그렇지만 나에게 날개는 너무나도 무거운 존재였다.


별장으로 다시 돌아가니 마을에서 돌아온 사야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옆으로 다가가 사야를 놀리듯이 질책해 보았다.


"늦었잖아."


"미안. 그냥 마트에서 식자재만 사 오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마을을 한 바퀴 돌아버려서. 그냥 작은 바닷가 마을인 줄 알았는데 이것저것 구경할 거리는 많더라고. 관광객도 제법 찾아온다는 것 같고. 넌 어디 있다 왔어?"


"아침이랑 비슷하게. 바닷가."


"또? 별로 재미있어 보이는 장소는 아니던데."


"별장 주인 할머니네 손녀랑 꽤 친해져서 가끔 거기서 같이 앉아 있어. 말도 잘 통하고 어른스러운 아이야."


"헤에... 나도 언제 만나보고 싶네."


그 말을 끝낸 뒤 사야는 나를 보며 눈을 빛냈다. 뭔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생각할 때마다 으레 하던 눈빛이었다. 바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찔리는 기분이 늘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침실로 들어가 닫혀 있던 창문을 활짝 열었다. 이미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에 별이 듬성듬성 박혀 있었다. 시골이라 그런지 공기가 맑아 별도 잘 보이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별이 별로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별은 노을이 지나가고 난 다음에야 모습을 보이는 법이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깊은 밤이 되도록 졸음이 전혀 찾아오지 않았다. 친구들은 이미 잠들어버린 것인지 옆 방에서는 아무 소리도 새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늦잠을 잤으면서 한나절 만에 또 잠들어 버리다니. 서랍장을 겸하는 나이트 테이블 위의 램프를 켜자 방 안에 은은한 빛이 퍼져 나갔다. 그 불빛에 의지해 소설책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 나갔다.


["...그러니까, 제발. 이젠 잊어버려."]


["싫어... 죽고 싶어..."]


남자친구가 죽은 뒤 현실을 바라보지 못하고 그대로 미쳐 버린 소설 속 여주인공의 모습이 끝내 날아오르지 못한 나의 미래 모습 같기도 해서 몇몇 문장을 읽을 때마다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과거에 사로잡힌 사람은 말로는 저토록 비참한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이 책은 그저 소설일 뿐이라고 스스로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나는, 아직까지는 괜찮을 거라고 믿었다.


벽시계가 새벽 한 시를 가리킬 때쯤 소설책을 덮었다. 그렇지만 눈은 여전히 감기지 않았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울 각오를 하고 있던 도중 누군가가 침실 문을 똑똑 두드렸다. 작은 소리였지만 주변이 어둡고 고요했던지라 몸은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자마자 깜짝 놀랐다. 다행히 문 너머에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문틈으로 전해져 왔다.


"나야."


"들어와."


곧이어 잠옷을 입은 사야가 문을 열고 침실로 들어왔다. 문이 열면서 나는 끼리릭 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울리는 것 같았다.


"안 자고 있을 줄 알았어."


"왜... 그나저나 넌 일찍 자는 것 같더니."


"원래는 일찍 잘까 했는데 잠이 안 와서. 괜찮으면 산책이라도 할래? 아니면 마을에 가도 괜찮고. 새벽 내내 영업하는 바가 있으니까 거기서 시간 때우면 되지 않을까 싶어."


"거기 가고 싶어서 나 데려가려는 건 아니고?"


사야는 멋쩍게 웃더니 긴장 풀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이유도 있긴 하지. 괜찮아?"


"나야 좋지."


"좋아. 그럼 옷 갈아입을 테니까 거실에 나가 있어."


그 말을 마치자마자 사야는 발소리를 내지 않고 자기 방 쪽으로 종종거리며 뛰어갔다. 달력 상에서는 여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지만 때 늦은 열대야는 여전해서 밖은 여전히 습하고 더웠다. 따로 외투를 걸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바로 어두운 거실로 나갔다.


얼마 뒤 수수한 여름 복장을 한 사야가 침실에서 나와 핸드폰 불빛으로 나를 찾았다.


"어두우니까 길 찾기가 쉽지 않네."


"이 주변엔 가로등도 별로 없던데."


"그래도 마을까진 얼마 안 걸려. 20분이면 간다니까."


"알았어. 출발하자."


대화를 마치자마자 왼손으로 사야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오른손으로는 현관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주변을 온통 검은빛으로 물들인 밤하늘이 내 앞에 넓게 펼쳐졌다. 우리 둘은 나란히 서서 마을을 향해 걸었다.


* * *


- 소감이나 비평, 오탈자 제보는 언제나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3편부터는 미리 써 둔 게 없어서 업로드가 늦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1주일만에 올리는 건데 여기서 더 늦어지면 보는 사람 있기는 하려나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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