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랑의 양조 시리즈>
1. (장문)쌀가루로 막걸리, 청주, 소주를 만들어보자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hit&no=17169
2. (장문)집에서 캪틴큐(+킬유/킬주)를 만들어보자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dcbest&no=76151
3. (장문)집에서 럼(=럼주)을 만들어보자
(현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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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그림 한 장 요약
왼쪽부터 42도 화이트 럼 200ml 2병 / 골드 럼 200ml 2병 / 다크 럼 200ml 2병이야.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무슨 맛인지는 아래의 글에서 자세히 말하도록 할게.
전에 막걸리, 청주, 소주, 킬유(=킬주), 캪틴큐까지 만들어본 주랑이야!
오늘도 다양한 술을 만들어보려고 해.
캪틴큐 글을 쓸 때 그게 가짜 럼이라는 이야기 한 적 있었지?
그래서 이번엔 진짜 럼을 만들어보기로 했어.
모두들 재밌게 봤으면 좋겠네.
먼저 럼(=럼주)이 무엇인지 알아야겠지?
럼이라는 술은 당밀을 발효시킨 다음 그것을 증류해서 뽑아낸 술이야.
당밀이라는 것이 생소할 수 있는데 사탕수수에서 사탕을 뽑아내고 남은 부산물, 한마디로 찌꺼기 같은 거라고 보면 됨.
럼의 유래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대항해시대에 유럽인들이 처음 신대륙으로 도착해서 식민지로 삼은 땅에서
주로 많이 심은 작물이 사탕수수, 담배, 목화 등이었어.
그 중에서 대항해시대 초기에 제일 인기 있는 물건은 바로 사탕수수에서 뽑아낸 설탕이었지.
인간은 선사 시절부터 본능적으로 단 맛을 선호하고 쓴 맛은 싫어하게 되어있어.
그래서 단 맛을 많이 내는 재료는 늘 귀한 취급을 받았고(지금도 설탕은 전쟁이 나면 전략물자로 취급해서 따로 관리해)
대항해시대 이전에도 설탕이 있기는 있었지만 굉장히 비싼 물건이었어.
사탕수수를 대량 재배하기도 어렵고 그걸 가공해서 설탕을 뽑아내기도 힘들었기 때문이야.
오죽하면 옛날에는 설탕이 너무 비싸서 대신 상대적으로 싼 꿀이나 조청을 쓸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하지만 대항해시대에 들어서면서 신대륙에서 사탕수수가 대량으로 재배되고 설탕이 싸게 대량 공급이 되면서
인류의 식문화는 굉장히 많이 바뀌게 되었어.
특히 삼각무역이라고 부르는 유럽-아프리카-신대륙의 무역은 성공만 한다면 당시에 떼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었어.
그래서 수많은 상인들, 국가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뛰어들었고 무역 규모는 거대해졌지.
이는 나중에 노예무역이 공식적으로 금지될 때까지 이어지지만... 지루한 역사 얘기는 이 정도로 끝내고 럼 얘기로 돌아가자.
대항해시대 당시에 배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선원들도 엄청나게 늘어나.
그리고 덤으로 이런 배들을 약탈하기 위한 해적들도 창궐하게 되었지.
근데 지루하고 힘든 항해 과정에서 선원들을 위로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물건이 바로 술이었어.
21세기인 지금도 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근무환경이 좋지 않은 편이라는 건 다 알고 있지?
하물며 16, 17세기 범선 시절에 선원은 뭐...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고 보면 됨.
게다가 기술도 좋지 않아서 배가 태풍에 휘말려 침몰하거나 이상한 데로 가서 굶어죽거나 할 수도 있었어.
이런 상황에서 선원들을 위로해 줄 것은 술, 그것도 독해서 금방 취할 수 있는 술이었어.
지금이야 다양한 오락거리, 먹을거리가 있지만 당시에 술 말고는 범선 안에서 즐길 만한 것이 아예 없었다고 봐도 됨.
그리고 럼은 설탕을 뽑아내고 남은 부산물(=당밀)로 만든 술이기 때문에 도수가 높으면서도 가격도 싼 편이었고.
또 한 가지, 오래 항해하다 보면 식수가 필수인데 물은 오래 보관하면 썩어버려.
그래서 썩지 않게끔 물을 보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독한 술을 타는 것이었어.
단순히 선원들 위로하려고 필요한 사치품이 아니라, 긴 항해에 있어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품이 바로 럼이었던 거지.
이렇게 럼이 선원들에게 대량으로 소비되면서, 럼은 대항해시대 나아가 선원과 해적들의 상징으로 알려지게 되었음.
그로그(grog)라고 부르는, 럼에다가 물과 비타민C가 들어간 레몬즙이나 라임즙을 탄 물건도 덤으로 유명해졌고.
(특히 그로그는 괴혈병에 시달리던 선원들에게 있어 특효약이나 다름없었지)
설명은 여기까지만 하고, 그럼 이제 럼을 만들어보도록 할게.
먼저 재료를 준비해야 겠지?
왼쪽부터 당밀(molasses) 946ml, 설탕 1kg, 양조용 오크칩이야.
사실 효모 EC-1118도 필요한데 너무 당연한 거라서 사진 찍을 때 깜빡했어. 당연히 양조용 효모도 필요함.
당밀은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뽑고 남은 부산물인데, 여기도 단 맛이 꽤 남아있어서 예전부터 식재료로도 써왔어.
우리나라는 사탕수수를 재배하지 않아서 당밀이 생소하지만, 사탕수수를 많이 재배하는 신대륙 국가들(ex. 미국, 브라질 등)에선 익숙한 식재료야.
럼을 만드는 레시피는
https://www.wikihow.com/Make-Rum
여기 사이트를 참고했어.
당밀은 굉장히 끈끈해서 상온의 물에는 잘 안 녹아.
그래서 뜨거운 물을 먼저 발효조에 넣어주도록 하자.
이제 뜨거운 물에 당밀을 투입해 주자. 보이는 것처럼 아주 끈적끈적해.
당밀을 전부 다 투입하지 말고 아주 소량을 따로 빼두도록 할게.
이건 나중에 쓸 데가 있음.
당밀을 한 통 다 넣고 나면 이제 잘 저어서 뜨거운 물과 섞어주자.
그 후로 설탕 1kg을 추가로 투입하고 물을 부어서 10L가 되도록 맞춰주면 됨.
다 되었으면 이제 교반기(저어주는 기계)를 이용해서 1시간 정도 저어주도록 할게.
기계가 없으면 직접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모든 힘을 다해 꾸준히 저어주면 될 듯.
기다리는 동안 양조용 효모를 20분 정도 물에 불리고
다 저었으면 이제 효모를 발효조에 투입하도록 하자.
그리고 살짝만 섞어준 다음 뚜껑을 덮어서 밀봉하고 에어락을 달아서 발효를 일주일 정도 시켜주도록 할게.
새롭게 찍어본 에어락이 뽀글거리며 움직이는 영상이야.
일주일 뒤...
에어락이 작동을 멈추면 하루 정도 지나서 열어보도록 하자.
알코올 특유의 냄새와 효모취, 그리고 당밀의 달큰한 무언가가 섞여서 괴상한 냄새가 나면 성공이야.
이제 이걸 통에다가 옮겨서 담아줄게.
이렇게 당밀 발효액 10L가 완성됐어.
살짝만 덜어서 그릇에 담아보니 꼭 한약처럼 생겼네.
맛을 보니 한약처럼 쓴 맛이 나거나 하진 않고 카라멜의 단 맛+약간의 술 맛+생효모 특유의 구린 맛이 섞여있는 느낌이야.
냉장고에 하루 이틀 정도 놔둬서 효모나 부유물을 가라앉히도록 하자.
이제 증류기에 넣고 증류를 하면 됨.
또 전과 똑같은 그림이지만, 그래도 이 글을 처음 보는 사람도 있을 테니 증류기도 간단히 찍었어.
증류기에서 극초류가 나오는 모습이야.
메탄올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버려야 하는 물건이라서 따로 소주잔에 받았어.
원래 이전 연재에서는 하수구로 직행했는데 그러니 심심하더라고.
그래서 이번엔 캠핑에서 한다는 불멍처럼 극초류에 불을 붙여서 기념 사진을 한 번 찍어봤음.
불멍 대신 '메탄올멍'이라고 부르면 되려나?
(이러다 소주잔 깨먹은 건 안 자랑)
하여간 메탄올 나온 건 버리고 그 다음부터 증류한 것을 모으면 됨.
다 합쳐서 극초류+초류 80ml를 버렸음.
극초류, 초류를 얼마나 버리고 나머지를 받으면 되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쓴 글인 '안전한 증류를 위한 tip'을 읽어보면 알 수 있어.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dcbest&no=74336
당밀 발효액 10L를 연식 증류(=2번 증류) 해서 총 1L의 증류주를 모았어.
"왜 2번 증류함?" 이라고 물어볼 수도 있는데
일단 럼으로 유명한 B모 회사의 제품들이 연식 증류를 해서 럼을 생산하기도 하고
단식 증류(=1번 증류)를 하면 증류주에 뭔가 뿌연 것들이 있는 경우가 많아.
즉 보기도 안 좋고 맛도 안 좋은 것들이 섞여있다고 볼 수 있음.
연식 증류를 하면 아주 깔끔하면서 도수가 높은 증류주를 얻을 수 있어(대신 양은 적어짐)
도수는 59도 정도 나오네. 이번에는 에탄올 수율이 나쁘지 않은 편이야.
처음 증류를 할 때는 이보다 막장인 경우도 많이 있었어.
이제 럼 만들기 끝? 아니, 아직 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았어.
럼에는 종류가 여러 가지 있는데
1. 화이트 럼(=라이트 럼) : 당밀을 증류하고 나서 다른 것을 전혀 타지 않은 럼이야. 그냥 마시기도 하지만 드물고(차라리 보드카를 마시지) 주로 칵테일의 기주로 쓰여.
2. 골드 럼(=미디엄 럼) : 오크 향을 살짝만 입힌 엷은 황금색 럼이야. 보통 럼이라고 하면 이걸 많이 떠올리지.
3. 다크 럼(=헤비 럼, 블랙 럼) : 색깔이 갈색으로 짙고 향도 강한 럼이야.
4. 오버프루프 럼 : 도수를 극도로 높인 럼이야. 그냥 마시는 경우는 제정신이 아닌 이상 거의 없고 칵테일에 아주 소량만 사용해. 우리나라에 수입되었던, 술에 불 붙이는 쇼에 사용하던 '바ㅇ디 151(75.5도)'이 바로 여기에 속해.
5. 플레이버드 럼 : 과일을 첨가한 럼이야. 코코넛이 대중적이고, 바나나나 레몬, 라임 등을 첨가하기도 함.
6. 스파이스드 럼 : 럼에 향신료를 가미해서 특유의 향을 추가한 럼이야.
이것들을 다 만들 수는 없고(그럴 돈도 없고)
여기서는 화이트 럼, 골드 럼, 다크 럼까지만 만들도록 할게.
우선 럼은 보통 40~50도 사이의 도수를 갖는데 지금 만든 건 59도라서 도수가 너무 높아.
그래서 59도 당밀 증류주 1L에 400ml의 물을 첨가해서 도수를 42도로 낮춰주도록 할게.
그리고 그걸 빈 병에 담으면 화이트 럼 완성이야.
이제 골드 럼, 다크 럼을 만들어야 겠지?
아까 재료에서 잠깐 나왔던 양조용 오크칩, 그리고 따로 빼두었던 약간의 당밀을 준비해.
먼저 오크칩은 그냥 넣으면 안되고
오래돼서 이제는 안 쓰는 냄비를 이용해서 끓는 물에 살짝 데쳐줄게.
오크칩의 겉에 묻은 먼지도 없애고 살균도 하는 과정이야.
오래 데칠 필요 없어. 한 5~10초? 오래 하면 오크 성분 다 빠져나가니까 잠깐만 데치도록 하자.
데친 오크칩을 42도 당밀 증류주(=화이트 럼)에 투입했어.
골드 럼을 만들 때 오크칩을 5g 정도 넣어주고 숙성시킬 거야.
그리고 다크 럼을 만들 때는 오크칩 5g 정도를 추가로 넣을 예정임.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도 벌써 색이 잘 우러나왔어.
오크칩은 오크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촉면적이 넓어서 오래 두면 술에 오크 향과 색깔이 너무 진해지기 때문에 바로 병에 담았어.
그럼 골드 럼도 완성이네.
200ml 골드 럼 2병과 시음용 한 잔까지 따로 두도록 할게.
오크칩을 추가로 넣고 5일 정도 지나니 꽤 진하게 색이 우러나왔네.
이제 여기에 아까 빼두었던 당밀을 약간(1ml 정도) 투입해. 실제로 럼을 만들 때 당밀을 첨가물로 넣기도 해.
"그럼 리큐르 아닌가? 단 것 들어갔는데?"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리큐르라고 하려면 술의 2% 이상의 불휘발분이 들어가야 해.
지금 다크 럼이 500ml 정도 되는데, 리큐르가 되려면 당밀이나 기타 물질을 10ml 이상 넣어야 하는데 난 1ml만 투입했어.
어디까지나 술에 당밀의 향과 약간의 달큰한 느낌만 내는 정도라 여전히 증류주이지 리큐르는 아님.
그럼 다크 럼도 완성했어. 색깔이 이전에 비해 많이 진하지?
200ml 다크 럼 2병과 시음용 한 잔까지 따로 두도록 할게.
이렇게 당밀, 설탕, 오크칩, 효모를 이용해서 럼을 만들어 봤어!
정확히는 42도짜리 화이트 럼 200ml 2병, 골드 럼 200ml 2병, 다크 럼 200ml 2병이야.
그럼 이제 맛 평가를 해야겠지?
-화이트 럼 : 42도 알코올 특유의 맛이 거의 대부분이야. 보드카랑 비슷한 느낌이지만 증류식 소주의 쌀향처럼 뭔가 당밀 같은 단 향이 살짝 멤도는 듯 해. 하지만 강하진 않음.
-골드 럼 : 알코올 특유의 맛이 줄고(=부드럽고) 오크향이 입안에 살짝 감도는 느낌. 단 향도 화이트 럼보다 좀 더 강한 편.
-다크 럼 : 오크 향이 세고 메인인 듯. 당밀도 첨가해서 그런지 달큰한 느낌도 있어.
(단 맛은 아니야. 달큰한 느낌과 단 맛은 완전 다름)
지금까지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다음 술은 일단 벌꿀술(=mead, 미드)을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이야.
앞으로도 <주랑의 양조 시리즈>를 꾸준히 연재해 보도록 할게.
마지막으로 추천, 힛추, 실베추 모두 한 번씩 부탁할게! 추천 숫자가 많아질수록 다음 연재가 빨라질 거야 ㅋ
그럼 ㅂ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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