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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 아렌델 - 14

엘사앤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6.27 23:13:43
조회 1043 추천 33 댓글 5

한편,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자기들의 갈 경로를 벗어나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가진 뒤 옆 나라에 도착했다. 내리는 배에서는 그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내리지 않았다. 신하와 시녀들도 최소한으로 동행한 뱃길이었다. 왕실에서 공식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안나와 크리스토프 개인적인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배에 올라탄 몇 명의 선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길을 나섰다. 크리스토프도 집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기에 옆 나라에 굳이 갈 일은 없었던지라 안나와 같이 외국에 나가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안나는 그저 이 나라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해서 온 눈동자가 그 나라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느라 바빴다.


“그런데 생각보다 차이가 큰 것 같은데?”


“그런가? 나는 의외로 비슷한 것 같아서 놀랐어.”


안나와 크리스토프가 배에서 내려 그 눈앞에 처음으로 본 광경은, 선착장 앞의 커다란 시장이었다. 여러 사람이 그곳을 거닐며 올라오는 해를 맞고 있었고 저 멀리까지 그 크기를 드러내는 산맥과 어렴풋이 보이는 성의 한 일면은 아렌델 왕국에서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다만 이 나라의 성은 얼음으로 뒤덮여 있지 않았다. 그것은 꽤 큰 차이점이었다.


길은 수백 개의 자그마한 돌들이 쌓여 서로 맞대고 쭉 깔려있어 아름답게 정돈되었다. 아렌델 왕국의 그것보다는 조금 더 오밀조밀한 모습이었다. 나무가 많이 심겨 있었고 어딘가에서 초록의 향기가 흘러나오는 것 같기도 했다.


“이 나라는 겨울이 없는 것 같네.”


안나는 그 말을 하고 지금이 여름이라는 사실을 조금 더 깨달았다. 그러나 그렇게 보아도 아렌델보다는 더 싱그러운 향기가 들려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크리스토프는 약간은 시큰둥한 표정이었지만 안나의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얼음이 없어서 싫어?”


“아렌델도 지금은 얼음이 없는 건 마찬가지야. 그냥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 봐.”


안나는 크리스토프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뛰어다닐 기세로 걷기 시작했다. 주변에 걷는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빠른 몸놀림에 크리스토프는 적응하기 시작해 이제는 아무렇지 않았다. 안나의 성격이기에.


공주라고 말을 하지 않으면 공주라고 생각하기 힘든 모습으로 걷는 안나는 그저 시골 어느 마을의 소녀라고 불러도 괜찮을 정도로 왕족의 일반적인 행동과는 다르게 살았다. 엘사는 어디를 가도 어째서 그녀가 아렌델에서 신하들과 함께 일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안나는 아무래도 그것과는 떨어진 모습이었다.


“우리 이러지 말고 저기 들어가 볼래?”


안나는 아렌델에는 없는 시장에서 이어져 연결된 정글과 같은 숲 속을 가리키며 말을 건넸다. 크리스토프는 싫지 않았다. 자연환경을 보는 건 좋은 일이었다. 아렌델은 그렇게 사람이 사는 공간의 크기가 넓은 나라는 아니었다. 라푼젤이 사는 나라는 달랐다. 숲과 같은 환경이 곳곳에 있어 사람이 편하게 쉬면서 살기에 주변 모든 국가 중 가장 좋은 나라였다. 덕분에 곳곳에 숨겨져 있는 오두막도 많아 여행자가 쉽게 들러 놀 수 있는 나라였다.


“어차피 우리 뭐 해야 할 것도 없어. 그냥 걸으면 돼.”


“나도 알아.”


그 누구도 공식적인 업무와 행사로 인해 온 것이 아니었기에 신하와 시녀도 곁에 없었다. 공주와 그 남편이 아닌 온전히 여행자 안나와 크리스토프로 온 것이기에 그녀와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혹시 있다 하더라도 누구도 내색하지 않았다.


숲은 햇빛을 나뭇잎에 반사하며 땅에 가득 뿌려주었다. 조그만 햇살이 나뭇잎을 뚫고 그들에게 향했고 막을 필요도 없을 만큼 좋은 느낌이었다. 안나가 이끄는 대로 걸어가던 크리스토프는 문득 이 나라에는 얼음 장수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버렸다. 얼음을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자 그의 직업과 겹쳐져 갑작스러운 궁금증에 안나의 몇 마디 말을 듣지 못할 정도였다.


안나는 크리스토프가 잘 듣지 않고 있는 것을 모르고 그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새가 지저귀고 어디선가 작은 동물들이 움직이는 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크고 사나운 맹수들은 이미 나라에서 관리하고 있었기에 안나와 크리스토프를 비롯한 국민 누구도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곳이 발달한 나라였다. 탐험가들에게 좋은 나라였다.


“라푼젤과 등불 축제 보는 때가 언제지?”


마냥 좋은 안나에게 크리스토프가 말을 건네자 그제야 안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새로운 나라에 왔다는 사실에 그 사실마저 잊고 있었다. 다행히 행사는 저녁에 시작되었고 라푼젤과 유진은 그 시간에 맞춰 등장할 것이었다. 어떻게 환대를 해 줄지는 상상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저 그들을 만나고 축제를 즐긴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은 즐거웠다.


“일단 조금 걷자. 그건 뒤에 생각하고.”


“그러지 뭐.”


그리고 다시 순식간에 발걸음을 돌려 어딘가로 향하는 안나에게 맞춰 크리스토프는 함께 그 숲을 빠져나와 도시의 성을 향해 서둘러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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