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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 아렌델 - 15

엘사앤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7.06 01:09:33
조회 1088 추천 31 댓글 4
														

“우리 조금 더 천천히 가자.”


안나는 크리스토프가 과도하게 서둘러 자신을 따라오자 그렇게 조금 속도를 늦춰주었다. 크리스토프는 약간의 멋쩍음을 간직한 채 안나의 말을 듣고 그녀 뒤를 따라갔다. 정글 같은 풀숲을 지나 바로 들어선 왕국의 사람들이 거니는 어느 길에는 몇 명의 말을 탄 경비병과 그저 무언가 할 일은 적다는 듯 천천히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여기 사람들은 조금 여유로운 것 같네.”


“나라가 넓어서 그런가?”


안나는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크리스토프의 경우에는, 자기가 어째서 이 나라에 오게 되었는지를 알 만큼이었다. 그런 주변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하고자 했던 많은 계획도 모두 무너지게 두었다. 그저 파란 하늘과 걸어가는 안나를 따라가며 주변을 둘러보는 게 여행의 전부가 된 것이다.


안나는 애초에 계획 같은 건 없었다. 단지 등불 축제를 여는 시간에는 꼭 그곳에 가서 보겠다는 마음의 다짐만 있었다. 그것만 지키면 상관없었다. 어떤 경로로 그곳에 도달하든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 즉흥적인 모습에 크리스토프도 늘 동화되어서 이제는 둘은 한 몸처럼 움직였다.


걸어도 걸어도 라푼젤과 유진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길에서 뜬금없이 왕실 부부를 보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기도 했지만, 내심 무언가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어차피 조금 뒤면 만나게 될 사람들인지라, 별걱정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아렌델에서 그랬던 것처럼 둘이서 놀기 바빴다. 일상의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싶다는 생각에 머나먼 외국으로 배를 타고 왔지만 결국 사람의 행동은 자기의 몸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자기의 행동이 같으니, 어떤 곳에 있든지 겪는 모양새도 비슷했다. 주변 사람들은 달랐다. 그들은 다르지 않았다.


“여기도 단조로워.”


안나는 이따금 그런 말을 건네며 크리스토프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나 크리스토프는 그런 안나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 듯, 이곳저곳을 둘러보느라 바빴다. 관광지들을 먼저 찾아가는 사람은 크리스토프였다. 안나는 여전히 한결같은 모습에, 아렌델에 있는지 그 옆 나라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마치 자기 집처럼.


“너한테는 세계가 좁은 거야.”


뜬금없는 크리스토프의 말은 안나의 흥미를 끌었다. 크리스토프는 길을 걸으며 밝게 웃는 안나가 무슨 표정인지 모르자 조금 더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나는 경험한 게 적어서 이곳도 다 새롭지만, 너는 아렌델에서도 이곳 사람들이 사는 그대로 다 느껴서 그래.”


안나는 그저 약간의 미소를 짓고 무엇이 부끄러운 듯 앞서 나갔다. 성 근처로 가는 길은 꽤 멀어서 금방 도착하기는 어려웠다. 크리스토프는 적당히 그 뒤를 따라가며 이야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성 근처, 강이 흐르는 주변에 사람들은 벌써 모여있는 모습이 멀리서도 보여 걷는 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말이나 뭐라도 타야겠지?”


스벤도 없었기에 그들은 마차를 빌릴 수밖에 없었다. 마차는 아렌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세부적인 모습들은 달랐다. 그러나 교류가 많은 나라이기에 특별히 처음 보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런 속도면 금방 가겠다.”


마차의 바퀴가 빠질 걱정까지 할 정도로 말을 빠르게 내달렸다. 그러나 다행히도 성 근처 강물 근처에 도착할 때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려서 보니 그곳은 강이라기보다는 성을 휘감는 바다 일부분이었다. 둥그런 호수가 국가 내부까지 침투한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조금 부럽네.”


안나는 왕국의 공주로서 보이는 게 많았다. 넓은 국토, 커다란 성, 산보다는 평야에 가까운 주변 환경, 그리고 그 모두를 휘감는 바다의 쭉 뻗은 팔. 아렌델의 북쪽 산의 거친 기후 외에는 특별히 볼 게 없다고 생각하던 그녀였다.


“뭐가?”


“그냥, 우리나라에도 이런 거 있으면 좋겠어서.”


그러나 북쪽 산과 얼음을 사랑하는 크리스토프에게 그 말은 좋게 들리지 않았다. 거의 반박에 가까운 대답이 돌아왔다.


“아렌델은 진짜 특징 있는 나라야. 거대한 산이 성 바로 뒤에, 그것도 눈이 그렇게 쌓여서 있는 나라가 어디 있어. 이 사람들은 우리나라 좋아할걸?”


단지 국가에 대한 모습은 안나에게 더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굳이 비관적으로 생각할 이유도 없었기에, 안나는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고 수긍했다. 수많은 길을 걷고 마차를 달려 달려오는 동안 호수 근처에는 저녁을 맞아 수많은 사람이 운집해 축제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높은 언덕 가까운 곳에 있는 성의 어느 창문 사이로 왕실의 가족들은 국민을 향해 나서며 화답했고 곧 국민 사이로 나올 준비를 하는 듯했다. 언뜻언뜻 라푼젤과 유진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해가 지는 노을의 바다 너머 사이로 몇 개의 배가 두둥실 떠 그 속에 담은 주황빛의 수많은 작품을 하늘로 떠 올려보낼 준비를 하는 것을 모두가 보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크리스토프와 안나도 그들의 손을 잡았다. 라푼젤과 유진, 그들의 부모는 그것을 보느라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는 안나와 크리스토프가 섞여 있는 수많은 사람에게로 걸었다. 왕실의 가족이 국민을 보는 동안, 그들은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등불을 보았다. 한 점 한 점이 멀리서도 선명히 보일만 한 선명한 주황빛은 서로 엉키고 혹은 떨어지며 거대한 무리를 이루어 마치 하늘을 나는 새를 보는 것처럼 바람을 타고 날았다. 손을 맞잡은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이것을 보기 위해 이 자리에 나아온 것이라는 것을 직감한 듯한 눈도 떼지 않고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 유진과 라푼젤이 그들을 찾는 것을 모른 채.


그러나 모든 것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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