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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단편/공포?] 오빠, 버튼 눌러 줄래?

LibreSo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12 23:10:12
조회 672 추천 34 댓글 25

밤이 무서워, 라고

노크 소리가 무서워, 라고

그는 중얼거렸다.





그가 이 아파트를 고른 이유는 다름 아닌 요새와도 같은 폐쇄적인 구조 때문이었다. 유동인구가 분주히 순환하는 도심 중앙으로부터 벗어나 외진 곳에 우두커니 세워진 8층짜리 아파트는 값도 싼 데다가 주변으로부터 인파가 북적일 만한 시설도, 주택가도 그리 많이 밀집되지 않은, 속된 말로 귀신이 좋아할 만한 터라고 입소문이 날 정도로 휑하기 그지 없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24시간 내내 불이 켜져 있는 편의점은 몇 분 거리 내로 있었고 마트도 걸어서 20분 내외로 도착할 거리여서 최소한 사람이 살 만한 여건은 갖추어져 있었다.


평소 사람을 싫어하고 믿지 않고 어울리기 꺼려하는 그에게 있어서 더 이상 없을 정도의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아파트와 주변을 살펴본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요청했다. 아버지, 이 집이 좋아요. 짤막한 오전 알바만 들락거리며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밥을 축내고 있던 자식이 할 소리가 아니었지만, 남자의 부모는 오히려 이제서야 자식이 홀로서기 인생을 살아갈 마음이 생겼구나 하며 기꺼이 수락했다. 아르바이트 생활로 스스로 돈벌이를 함과 동시에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혼자만의 공간을 가져야 한다는 남자의 두루뭉술한 궤변은 실로 효과가 좋았다.


가져온 짐을 푸는 데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물건을 많이 가져올 이유가 없었다. 최신 사양으로 맞춘 컴퓨터와 자그마한 tv, 자신의 몸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한 책상과 선반, 접이용 식탁과 간이 냉장고, 콘센트 등등 그리고 눈속임용 영어 참고도서와 자격증 문제집을 내놓으니 채 2시간도 되지 않아 짐정리는 끝이 났다. 인터넷까지 완전히 설치한 후에 창문을 바라보니, 이제서야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있었다. 뭐야, 혼자서 이사하는 건 원래 이리 별 거 아닌 일이었나 하며, 멋쩍어린 뿌듯함을 느끼고는 기지개를 키고 뒤를 돌아섰다.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다른 일반적인 아파트나 주택과는 확연히 다른, 거실과 아득하게 떨어진 현관의 복도와 그 건너에 우두커니 자리를 잡고 있는 단단한 철체 문이었다. 그 광경은 그가 이 집을 원하던 이유 가운데서도 0순위였다.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오기까지 5초가 걸릴 정도로 길다랗게 늘여진 복도의 거리감, 옛 중세 성터의 입구를 연상시킬 정도로 육중한 철체 문은 사회로부터 외진 아파트의 분위기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렸고 세상의 간섭과 시선을 피하려는 남자에게 있어 천하의 요새이자 자신만의 낙원이기도 했다.


어느덧 해가 완전히 저물자 남자는 거실의 전등을 켰다. 허기가 져서 냉장고를 열려 했지만 곧 안이 텅텅 비어있음을 깨닫고는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어쩐지 너무 짐정리가 빨리 끝났다며 스스로를 짧게 자책한 후, 간단하게 편의점을 들리려 거실을 나섰다.


순간, 그제야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던 어색함, 조금 더 치장해서 말하면 위화감 비슷한 것을 느꼈다. 설계상의 결함인지 건축 과정에서의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5초 가량을 터벅터벅 걸어가야 하는 복도의 천장에는 전등이 없었다. 앞으로는 아파트 복도에서 스며 들어오는 노란 불빛, 뒤로부터는 환하게 거실을 비추는 형광등의 하얀 불빛. 그 사이로, 마치 다른 공간에 떡하니 놓인 듯한 어두컴컴한 복도는 마치 내부등이 싹 다 고장난 터널을 연상시켰다. 남자는 부모님과 살던 집에서도 불을 끄고 방안에서 무언가를 시청하거나 게임을 하던 경우가 다반사라 딱히 어둠을 무서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익숙하면서 편안했다. 그러나 빛과 빛 사이로 암전된, 너무도 뚜렷하게 빛과 대비되는 복도의 어둠은 그로서도 꺼림칙하다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빨리 고쳐먹었다. 익숙하지 않은 구조라 그럴 뿐, 며칠만 지나면 아주 마음에 들어할 거야. 이렇게나 방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면, 더욱 안정감 가득하겠지. 남자는 어둠 속으로 걸어나가 이윽고 철체 문을 열었다. 문소리만큼은 전에 살던 집이 훨씬 낫다며, 그는 요란하게 끼이익 소리를 울리는 육중한 철체문을 조심히 닫았다.





공교롭게도 자신이 이사 온 지 바로 다음 날, 옆방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를 온 모양이었다. 어젯밤 마련하지 못한 식료품과 생필품을 오전에 나가 사서 돌아오던 중, 어쩌다 눈을 마주친 탓에 하는 둥 마는 둥 목인사를 했다. 잠깐이었지만, 남자는 가족의 인상착의를 재빨리 파악했다. 부부는 두 딸을 가졌는데 특이하게도 큰딸로 보이는 애 혼자만 풍성한 백금발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적금발, 어머니는 흑발인 점을 고려하면 의문을 가지지 않는 쪽이 이상했다. 피차 말 못할 복잡한 사정을 가진 가정인가 하다가 그는 곧 신경을 껐다. 옆방에 이사를 오던 말던 자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자신이 이 곳을 새 터전으로 삼은 것처럼,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어서 남들로부터의 눈길이 미미한 곳으로 온 것이겠지. 그는 다시 자신의 요새 입구를 열고 문을 굳게 잠궜다.


비로소 집안이나 주변의 눈치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갈 거라는 기대는 며칠 가지 못했다. 언제부터인가 옆방에서 거친 대화소리가 웅성거리더니, 며칠이 지나자 대놓고 목청을 높이며 싸우고 있다. 웅성거림 정도야 티비소리를 높이는 정도면 끝날 일이었지만, 저렇게 누구 하나를 죽일 듯이 싸워서야 목소리가 벽을 뚫고 방 전체에 진동할 정도였다. 짜증이 치밀어 오른 남자는 옆방에 찾아갈까 생각했지만, 금세 정정했다. 어차피 곧 끝나겠지. 그러나 언성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남자는 집전화기를 찾으려 했지만 흠칫했다. 처음부터 전화기를 설치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영 내키지 않았지만 핸드폰의 잠금을 풀었다. 그에게 핸드폰은 인터넷 서핑이나 익명의 sns활동, 게임을 위한 오락수단의 개념이었기에 발신인의 번호가 넌지시 드러나는 핸드폰의 통화를 매우 싫어했다. 하지만, 곧 핸드폰조차 다시 잠금화면으로 돌렸다. 당연하게도 전화번호가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아는 사람도 얼마 없는 그가 어제 이사를 온 사람들의 번호를 저장해 놓을 리가 없었다. 귀찮아진 그는 다시 거실 앞에 앉아 티비소리를 더욱 높였다. 언젠가는 끝나겠지. 그의 생각대로, 티비에 몰입하다 보니 소란은 가라앉아 있었다.


다음 날, 편의점에서 라면과 음료수를 사고 엘레베이터를 타려 하자 옆방에 이사온 아이와 마주쳤다. 백금발이 아닌 것으로 보아 막내딸인 듯 보였다.그는 잠시 물끄러미 보더니 이내 아랑곳하지 않고 엘레베이터로 들어가 다시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저기…오빠? 버튼 좀 눌러줄래?”


그 말이 자기를 향한 말이었는지를 파악하기에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남에게 뭔가를 요청받은 적이 거의 없는 그는 처음에 그 말을 무시했다. 그러나 이 곳이 엘레베이터라는 점, 그리고 그 폐쇄적인 공간 안에는 자신과 소녀 둘밖에 없다는 점을 파악하고 나서야 소녀의 말을 얼떨결에 들어주었다. 막상 4층의 버튼의 누르고 나니, 어차피 자신의 요새가 있는 곳이었다. 생각해 보니, 당장 옆방에 사는 소녀였고 자신이 가야 할 곳이기도 했는데 어째서 누르지 않고 있었는가 의아했다.


엉겁결에, 남자는 전부터 살짝 품어오던 궁금증을 소녀에게 말하기로 했다.


“몇 살이야?”

“나? 어…다섯 살! 다섯 살이야!”


꼬마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내 질문을 받았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하는 듯 밝은 어조로 답했다.


“어쩌다가 여기로 이사 온 거야?”

“몰라. 아빠랑 엄마가 더 이상 마을에서는 살 수 없데.


방금까지 보인 화색 가득한 반응은 순식간에 우울한 기색으로 돌변했다. 남자는 자신이 너무 딱딱하게 질문을 던졌나 생각했지만 꼬마의 표정은 그와는 다른 깊은 슬픔으로 보였다. 아무래도 저 가정은 꽤나 골치 아픈 사정이 있는 게 확실했다.


불현듯 솟아난 호기심에 그 이유를 물어보려 했으나, 신호음이 울리더니 문이 좌르륵 열렸다.


“오빠, 고마워! 나중에 또 버튼 눌러줘!”


적금발 머릿결의 꼬마는 밝게 웃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잠시 멍하니 서 있던 남자는 다시 발걸음을 움직이다가 문득 이상한 의문점 하나를 느꼈다.


‘분명 손을 뻗으면 닿을 텐데, 왜 나한테 버튼을 눌러 달라고 한 거지?’


하지만 딱히 별 의미 없는 궁금증이라 생각하며 곧 잊어버리고 자신의 요새로 향했다.





그 후로도 남자는 엘레베이터에서 몇 번 꼬마 여자아이를 만났다. 그 때마다 여자아이는 버튼을 눌러 달라고 부탁했고 남자 역시 별다른 거리낌 없이 흔쾌히 버튼을 눌러주었다. 어째서 그랬는지는 자신도 그 심정을 잘 몰랐다. 어쩌면, 자신은 이 여자아이의 부탁을 나름 기분 좋게 여겼을 지도 모르겠다.


“오빠, 눈 내리면 나중에 같이 눈사람 만들래?”


아직 눈을 언급하기에는 한참이나 남은 계절이었지만, 뜬금없이 여자아이는 기대만발한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 보았다.


“가족들이랑 만들면 되지 않아?”


“우웅…아무도 만들려고 하지 않는 걸. 엄마랑 아빠는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혼내. 옛날에는 언니랑 많이 만들었는데 언니도 이제 안 만들어줘…”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숨기려는 부모의 태도, 처음 이사올 때 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백금발의 언니. 여기에 지금 듣는 여자아이의 말까지 더하니 어째 접하면 접할수록 수상함이 몇 배나 늘어나는 가족이었다. 풀이 죽은 아이를 보자 마음 한 켠이 살짝 뭉클해졌을까, 남자는 평소의 그라면 있을 수 없는 말을 꺼냈다.


“눈이 오면, 한 번은 만들어 줄게.”


그 말과 함께, 우울한 꼬마애의 표정이 함박눈처럼 환하게 지어졌다. 물론 진심이 담긴 말은 아니었고 울음을 터뜨린 어린애들을 과자나 사탕으로 뚝 그치게 하는, 그런 부류의 입발림이었다. 하지만 슬퍼하는 아이를 달래주고 싶은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다. 불확실한 미래를 느슨하게 약속하고서, 남자는 저번과 달리 꼬마아이의 인사에 손을 들어 답해주었다.





그 날 밤은 유독 옆방의 소음이 몇 배나 요란해진 날이었다. 이미 벽 너머로부터 물건이 깨지고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처절한 울음소리마저 배어나왔다.


‘사람들이 참는 것도 정도가 있지, 대체 왜 이리 예의란 게 없는 거야?’


이전부터 참고 또 참아온 분노를,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까지 애써 무시한 그로서도 오늘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티비를 끄고 거실을 나섰다.


아니, 나서려 했다가 그 자리에서 흠칫 멈춰 섰다.


분명 방금까지 눈을 가득 채우던 빛이 복도를 바라보자 공기 중으로 흩어지듯 없어져 있다. 지금도 여실히 등 뒤에서 불빛을 내뿜는데도 이 복도에는 끄트머리에만 배어 들다가 어둠에 먹힐 뿐이었다. 무섭다기보다는 기분이 나빴다. 섬뜩하기보다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어둠이 껄끄러웠다. 한동안 서서 망설이던 그는 끝내 다시 등을 돌려 소파에 앉아 티비를 틀어 음량을 더욱 키웠다. 뭐 집안싸움에 내가 뭐라 간섭할 일도 아니고 언젠가는 잦아들겠지.


그로부터 30분 정도가 지나자 예상했던 대로, 벽 너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다시 티비의 볼륨을 평소 듣던 대로 낮추고 보다가 끄고는, 방으로 가 헤드셋을 머리에 씌우고 늘 하루도 거르지 않는 게임을 실행했다. 어느덧 시간은 새벽 3시를 넘어 있었고, 졸음이 쏟아진 그는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기절하듯이 드러누웠다. 잠에 빠지기 직전, 그래도 벽 너머로 들리던 소음이 멈춰서 다행이야, 하고 그는 안심했다.





다음 날, 문을 요란하게 두드리는 소리에 남자는 찌뿌둥한 눈으로 시계를 바라보았다. 11시를 가리키는 시곗바늘은 아직 그가 기상할 시간이 아니었다. 욕설을 중얼거리며 침대를 나와 비틀비틀 문으로 향했다. 아득한 단절감으로 만족스럽던 복도는 불빛이 비추지 않는 어둠, 그리고 누군가 문을 두드리면 5초를 넘게 걸어가 문을 열어줘야 하는 거리를 날이 갈수록 체감하면서 점점 불편함을 더하고 있었다. 눈을 비비고 문을 열자 그를 맞이한 사람은 경찰 조끼를 입은 남자 두 명이었다. 반쯤 감겨 있던 남자의 눈은 삽시간에 동그랗게 커졌다.


몇 분 가량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 경찰들은 그의 옆 방에서 일가족이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받고 이 아파트로 와서 한창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구조상 바로 가까운 옆방이 이 집이여서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 혹시 어젯밤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습니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위기감에 남자는 망설임 없이 어젯밤은 헤드셋을 쓰고 영화를 봐서 하나도 듣지 못했다, 라며 그의 말을 단칼에 끊었다.


“영화를 봤다면, 확실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듣지 못했겠네요.”


그것만큼은 기억에도, 예상에도 없던 말이었기에 남자는 진심으로 놀란 듯이 경찰을 쳐다보았다.


“문을 두드렸다니, 확실한 증거라도 있나요?”

“아..이런. 제가 멋모르고 멋대로 추측한 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네요. 뭐 너무 신경 쓰진 마시고…이왕 말 나온 김에 좀 더 말씀드리면, 혈흔이 당신 집 앞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황급히 땅바닥을 쳐다본다. 차갑게 식어 비릿한 철의 냄새를 풍기는 혈흔이 과연 자신의 문 앞에까지 이어져 있다.


“아마 당신이 제일 옆 방에 있어서 도움을 청하러 온 거겠지요. 아니면…일전에 면식이 있어 좀 더 친근한 사람한테 간 것일 수도 있구요.”


살짝 떠보는 듯한 형사였지만, 남자는 혈흔의 위치를 본 충격에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대충 알 것 같다는 식으로 입술을 삐쭉인 형사는 말을 이어갔다.


“이상해요. 너무도 이상하죠. 아, 당신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뭐 이웃이라고 하나같이 다 보살펴 주고 도와 줘야 하는 그런 시대도 아니고 말이죠. 다만…상당히 이상한 점들이 많아서 그럽니다.”

“이상한 점이요…?”

“그게 말입니다…그 아이가 당신에게 도움을 찾으러 갔다 칩시다. 그러면, 가장 먼저 당신네 집 문 앞에 가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조사에 의하면, 혈흔은 먼저 엘레베이터로 향하다가 도중에 발을 돌려서 당신의 문 앞으로 간 걸로 확인되었습니다.”



​오빠, 버튼 눌러 줄래? ​



불현듯 기억 속에 깃들어 있던 명량한 소리가 불길하게 귓가를 맴돈다.


“그로 보아서는, 소녀는 처음부터 당신의 도움을 떠올린 건 아니었고 먼저 엘레베이터를 타고 도망가려 했다가 다시 나와 당신 문으로 갔다는 말이 됩니다…어째서 그랬을까요? 이미 엘레베이터로 간 이상, 빨리 내려와서 경비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지 않았을까요?"



​나중에 같이 눈사람 만들래? ​



“…그래서, 옆 방 가족들은 죄다 시신으로 발견된 건가요?”

“불행하게도, 그렇죠. 그런데…거 참, 살인이나 자살 사건 자체는 별다를 게 없는데, 이런 경우는 저도 처음 봅니다."

“뭐가 더 이상한 점이 있나요?”

“어째 주변이 흥건하게 다 젖어 있었어요. 마치 제멋대로 솟아난 수만히은 얼음이 혼자 녹아내린 것처럼요. 뭐 이건 과학 수사하는 사람들이 파악해 낼 문제고, 그보다 더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경찰은 잠시 침을 꿀꺽 삼키더니, 난처한 어조로 답했다.


“…막내딸의 시신은 그 어디에도 없더군요. 층별로 복도를 확인해 봐도, 경비실은 물론 이 아파트에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공간은 다 뒤져 봐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그 날 밤부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의 귓구멍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철체 문에 가해지는 둔탁한 소리는 한낮에 들어도 공해 수준이라 느낄 만큼 상당히 크고 요란하게 들렸다. 처음에는 이 밤중에 또 누가 신경을 거슬리게 하냐며 곧바로 신경을 끄고 티비에 집중했다. 하지만 노크 소리는 몇 분이 지나도 꾸준히 티비 소리에 섞여 들어왔다.


대체 이 야밤에 초인종도 아니고 냅다 노크를 갈기는 건 대체 어느 못 배워먹은 사람이냐, 어젯밤 옆 가정의 소음과 비슷한 상황에 입에서 욕지거리를 뱉으려던 그 순간, 그는 귓가를 울리는 소리의 파동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철을 두들기는 기분 나쁜 소리는 특정한 패턴, 그것도 매우 정교하고 일정한 주기로 들렸다.


똑 또독 똑 똑-


마치 어린아이가 집 밖에서 장난치며 놀 때나 들을 법한 박자. 정상적인 노크라면 이런 박자감을 보일 리가 없다.


‘어린아이…?'


하필 왜 그 생각이 떠올랐을까. 그는 오늘 아침에 있었던 사건을, 옆방의 가족이 몰살당한 사건을, 시체를 찾을 수 없다는 막내딸을-




오빠, 버튼 좀 눌러줄래?



쾅 콰쾅 쾅 쾅-


어두컴컴한 복도 너머로 노란 불빛이 비치는 문에서는, 이미 노크소리가 아니라 주먹으로 내려치는 소리만이 들린다. 마치 똑똑 거리는 소리가 문과 거실 사이에 놓인 암흑의 복도에서 쾅쾅 왜곡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귀를 찢어버릴 듯한 소음. 귀를 틀어 막아도 철을 두드리는 소리는 피부에서 피부를 타고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는 굳게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이 또한 지나갈 거라고, 방 안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켜고 헤드셋을 껴 평소 하던 게임을 하면 어제처럼 그새 소음은 사라져 있을 거라고.


피부에 닿는 파동의 감각을 무시하며 게임에 몰두한 지 몇 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을 차려 헤드셋을 벗어 던지니 집안은 적막감을 되찾은 상태였다. 아무래도 자신은 옆방의 살인사건을 무의식적으로 신경 쓰고 있었나 보다. 보통 새로 이사를 간 환경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고는 하지만 신고식이라도 너무한 거 아닐까. 그는 피로해진 몸을 침대에 던지고 곧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노크소리는 어김없이 제 시간이 되면 문으로부터 몇 시간 동안 거칠게 들려왔다. 그 때마다 남자는 헤드셋을 끼고 몰두하는 식으로 일관했지만,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게임조차 그의 피폐해지는 정신을 붙들어 매지 못했다. 며칠 째 들리는 기분 나쁜 다섯 박자의 노크 소리는 이제 잠들기 전까지도, 태양이 중천에 떠 있을 때에도 환청처럼 그의 귀를 끊임없이 울렸다. 밤이 무서워, 노크 소리가 무서워, 라고 그는 언뜻 정신질환자처럼 혼잣말을 일삼기까지 했다.


망설임을 거듭한 끝에 남자는 오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다섯 박자로 두드리는 노크소리의 원인을 기필코 알아내기로 다짐하며 어두컴컴한 복도에 발을 들였다. 빛과 빛 사이에 놓인 암흑의 터널. 서로 다른 세계를 잇는 터널. 아니, 어쩌면 세계는 그대로일 뿐, 이상한 건 저 터널을 지나는 자신 혼자일지도 모른다. 머리를 거칠게 좌우로 흔들며, 그는 고막을 사정없이 후벼파는 앙칼진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갔다.



열어줘


제발, 열어줘


제발, 살려줘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들은 적 없는 원한의 곡조가 머릿속에 새겨지는 것만 같다. 문소리는 이제 받아들여지지 못한 한탄, 원망으로 뒤바뀐 애원처럼 들린다. 왜 열어 주지 않았어? 왜 가만히 있었어? 왜 옆방에서 소리가 들렸을 텐데 관심도 없었어? 이렇게 피를 흘리며 집 앞에 다가왔는데도 왜 거들떠 보지도 않았어? 방관한 자신에게 죄를 고하는 듯한 울림에 저도 모르게 숨을 헐떡거렸다.



오빠, 버튼 좀 눌러 줄래?


나중에 눈사람 만들어 줄래?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여자아이의 목소리를 이를 악물고 무시하며, 남자는 가까스로 문에 도달하여 거칠게 열어 젖혔다.





며칠 전부터 시작해서 바로 직전까지 느끼던 공포가 허무하리만큼, 복도는 지나치게 고요했다.


어이가 없어서 남자의 입에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역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 야밤에, 안 그래도 인적이 드문 위치인데다 사람을 싫어하는 자들이 모인 이 아파트에서 다른 사람 집문을 쿵쾅거리며 두드릴 리가 없다. 게다가, 처음부터 거실을 전체가 진동할 정도로 문을 두드릴 정도였으면 주변 사람들이 먼저 나와 불평을 한가득 쏟아부었겠-


그 생각이 미치자 남자의 등줄기를 싸악 하고 스치는 오한이 일었다.



‘왜…그렇게 시끄러웠는데 왜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았던 거지…?’



온몸에 소름이 돋고 피가 매섭게 얼어붙어 가는 와중에, 남자는 우연히 바닥에 무가 얼룩진 것을 보았다. 바닥에는 경찰 취조를 받던 당일에 깨끗이 청소해서 사라져 있던 혈흔이, 그 때 봤던 그대로의 형태로 쭉 어딘가에 이어져 있었다.


그 혈흔을 따라가던 눈이, 이윽고 흔적이 끊긴 지점을 파악한다. 그 곳은 경찰도 의아해하며 실마리를 잡지 못한 의문점, 행방이 묘연한 아이의 마지막 흔적이 남은 엘레베이터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문이 닫히지 않고 계속 열려있다…..


그 안에, 뭔가 빨간 망토를 뒤집어 쓴 것처럼 보이는 자그마한 아이가


혈흔이 이어진 자국을 따라 천천히, 맨발로 걸어온다


다가올수록 얼굴의 윤곽이 노란 빛을 받아 서서히 드러난다. 귀엽던 얼굴은 밀가루를 뿌린 모찌떡처럼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하다.


그 아래로 딸기 시럽을 U자로 칠한 것 같은, 피묻은 입가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아이는


어느새 몸이 굳어버린 채 쳐다보기만 하는 남자의 코앞까지 다가와


양 입꼬리가 귀에 닿을 정도로 방긋 찢는다.




찾았다, 오빠. 그러니까-



버튼 좀 눌러 줄래?







“꺄아아악!”


공포심을 이겨내지 못한 안나의 손이 이야기하는 사람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꼬집고 만다.


“으갸아아앗!! 아니, 왜 갑자기 꼬집어??”

“무서운 이야기 하라고 했지 그렇게 상황극 비슷하게 하지 말라고! 진짜, 하마터면 간 떨어질 뻔 했네.”

“…언제는 무서운 이야기 따위 하나도 겁 안난다면서.”

“시, 시끄러워! 그냥 이야기로는 하, 하나도 안 무섭다 뭐? 네가 분위기를 이상하게 잡아서 그런 거지.”


네모난 베개를 끌어안고 있던 안나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투덜거렸다. 크리스토프는 어이가 없다는 투로 되받아쳤다.


“무서운 이야기 해 달라던 건 너였잖아. 어…그런데, 엘사가 어째 좀 이상한데?”

“어…진짜네? 언니? 뭐라 말 좀 해 봐?”


엘사는 줄곧 쿠션을 입가로 끌어안은 채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입을 다물고만 있다.


“저기, 엘사? 엘사아~”


곁에서 손을 흔들어 봐도 시선은 계속 아래를 쳐다보기만 하고 있다.


“뭐야, 언니 정신 좀 차려-.”


호기심에 못이겨 안나가 엘사의 어깨를 흔들어 대자 흠칫 몸을 떤 엘사는-



“꺄아아아아악!!”



바로 앞에서 귀신을 목격한 마냥 화들짝 몸을 떨며 아예 고개를 쿠션에 파묻고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소파 위에 앉아 있던 크리스토프와 안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귀를 틀어막았다.


“…내 비명소리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네. 언니 성격으로는 괴담에 엄청 약할 거 같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진짜, 자꾸 비명들 지를 거면 더 이상 얘기 안 할 거야. 지금 무려 자정이 넘었다고. 안 그래도 집주인이 못마땅하게 보고 있는데 주민들 항의 빗발쳐서 또 마주치긴 싫다…”


“알았어. 소리 지른 거 미안해. 이제 끝내자구. 그니까 언니, 그만 무서워 하고 진정해. 응?”


안나는 겁에 질려 우는 애를 달래는 것처럼 엘사의 등을 토닥거린다. 겨우 진정된 엘사는 쿠션에서 얼굴을 떼고 땋아 내린 백금발을 매만지며 숨을 고른다.


“하지만 무섭더라도 결말은 들어야겠지? 대충 짧게 요약해줘, 크리스토프. 아이구, 이 언니 또 움찔거리는 거 봐. 괜찮다니까? 그냥 결말만 싱겁게 듣자구.”


상태를 보아 하니 과연 더 얘기를 해야 하나 싶었지만, 스스로도 한 번 시작한 이야기는 기어이 끝을 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매듭을 짓기로 했다.


“뭐, 그 다음은 별 거 없는 이야기야. 나중에 경찰 조사에 의하면, 그 일가족 자살 소동은 옆방에 살던 그 남자가 벌인 살인사건이었어. 다시 말해, 이 괴담부터가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처럼 주인공이 범인이지만 주인공 시점으로 교묘히 감춰둔 눈속임 비슷한 이야기지.”


들어 봐도 별 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두 자매는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엘사는 아예 쿠션을 다시 들어 올려 얼굴을 거의 감추듯 했고 안나는 눈이 크게 떨리며 말을 더듬었다.


“그, 그러면, 그 꼬마, 그 꼬마아이는 대체…정체가 뭐야??”


“딱 추리가 되지 않아? 모든 건 그 남자가 벌인 자작극이었지. 꼬마애는 사실 양쪽 팔에 문제가 있어서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지 못한 거였어. 그래서 도망가려 했어도 손을 올리지 못해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고 이미 그걸 잘 알고 있던 남자는 애를 살해하고는 자기 집 벽장에다가 숨겨뒀-”


느닷없이 날라든 네모난 베가 퍽 하고 그의 얼굴을 때린다. 어찌나 셌는지, 한 맷집 하는 그조차 머리가 핑핑 돌아 거실바닥에 철푸덕 쓰러질 정도였다. 어질어질한 머릿속에 언니의 비명소리가, 무슨 공포괴담이 아니라 저질 살인사건 추리냐며 목소리 높여 나무라는 동생의 소리가 메아리친다.


그러니까 나한테 무서운 이야기 시키지 말라고 했잖아, 라는 쓸데없는 푸념만을 크리스토프는 속으로 늘여 놓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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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페이트 할로우 아타락시아의 프롤로그 부분을 상당 부분 차용해서 프로즌에 맞게 각색했음을 밝힙니다.

예전에 엄청 무서워한 이야기라 나름 변형해서 써 봤는데 어째 공포감이 전혀 안 사는 거 같...걍 두부멘탈 엘사나 심심풀이로 봐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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