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동안의 동방성지순례 기록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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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전 글에 이어서, 2월 성지순례의 문제는 나가노 지역이 굉장히 넓은데 비해 대중교통이 헬이라는걸 감안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동방성지가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아예 스와에서 2박을 하며 하루를 온전히 동방성지순례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음

또 도쿄, 그리고 인근의 사이타마현(나가노랑 가까워서)까지 범위를 확장해 가보고 싶은 장소들을 추려 5박 6일 중 오는 날 제외 5일의 일정을 전부 동방투어에 소모함. 지나친 강행군으로 몸살에 걸려 몸이 조져졌지만, 확실히 지난 여행보단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 내용이 많아서 2부로 나눠서 써야할 것 같음

첫 날은 코이즈미 야쿠모(라프카디오 헌)의 집 터와 묘소를 찾았음. 집 터는 신주쿠 역 근처라고 하는데 실제론 도쿄 메트로 아케보노바시 역에서 내려서 걸어갔다오는게 더 빠름. 집이 아니고 '집터'일 뿐이라 지금은 무슨 성녀학원인가 하는 학교의 부지가 되어있고 여기에 [코이즈미 야쿠모 살았음] 하는 팻말이 끝임

코이즈미 야쿠모의 묘소는 히가시이케부쿠로쪽에서 10분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큰 공동묘지가 있는데, 이 넓은 묘지 안에 있다. 유명인들의 묘소는 저렇게 번호판을 붙여놓는데, 관리를 제대로 안한건지 야쿠모의 묘지인 25번이 표지판마다 위치가 달라서 30분은 헤맸음. 1-1 구역 8번열 중간쯤에 위치하니까 혹시나 찾아갈 사람 있으면 참고해. 해질녘에 사람없는 묘지를 헤매고 있자니 렌다이노 야행이 생각나는 날이었음. 그래도 비봉구락부처럼 남의 묘비 돌려보는 짓은 저지르지 않았다. 사진찍고 공손히 합장하고 나옴

여행 둘째날 아침에 도착한 스와. 아직 12월 중순의 일본은 한국의 11월 날씨와도 같아서 그렇게 춥지 않다. 날씨가 좀 우중충하긴 했지만 비만 안오면 다행이지. 이번엔 아침 일찍 10시쯤 도착해서 료칸에 들르기 전 다른 곳을 먼저 들렸다 가기로 했다.

스와 호에 있는 간헐천 센터임. 스와코 스펠중에 [옥열의 간헐천] 이라는 스펠이 있는데 시모스와 쪽에도 천연온천이 나온다는 홍보는 종종 하지만 간헐천이 나오는건 여기뿐인것 같더라. 하루에 7~8번 정도 간헐천 분출쇼가 벌어짐. 우리가 도착했을 때가 10시 30분, 11시에 간헐천 쇼가 있기에 근처 노천 족욕탕 구경하다가 찍으러감. 제 시간에 딱딱 간헐천이 나오는걸로 봐서 완전 천연은 아니고 어느정도 인공적으로 간헐천 주기를 조정한것으로 보임.

스와 지역은 겁나게 넓고 이 지역을 걸어다니는건 서울대를 걸어서 통학하는것만큼이나 미친짓이어서 이번 여행에선 자전거를 이용했다. 카미스와, 오카야, 시모스와 지역에서 각각 자전거를 빌렸었는데 자전거 대여 요금은 아래와 같으니 참고하면 좋음

카미스와-2시간 500엔 4시간 1000엔 종일권 1500엔

시모스와-시간당 100엔 (전동 자전거임)

오카야- 종일 500엔

테나가 신사와 아시나가 신사. 카미스와 역에서 한 5분만 가면 바로 테나가 신사가 있고, 거기서 5대 양조장을 따라 쭉 15분 정도 내려가면 아시나가 신사가 있음. 스와코 스펠 [테나가 아시나가]의 기원이기도 한데, 여기서 말하는 테나가 아시나가가 손과 발이 긴 괴물 부부 얘기도 있지만 신사의 제신은 쿠시나다히메의 부모인 테나즈치신, 아시나즈키신이라는 이야기도 있음.

도심지에 가깝고 좀 더 꾸며져 있고 사람 손을 타는것 같은 테나가 신사와 달리 아시나가 신사는 거의 버려진 신사에 가깝더라. 덧붙여, 테나가 신사 옆엔 쇼토쿠태자신사도 있음.

스와 대사-마에미야와 혼미야, 이번엔 좀 더 느긋하게 둘러보며 신사에 적힌 이런저런 설명문도 읽어보고, 제대로 참배도 올리고, 온바시라도 살펴보고 하는 시간을 가졌음.

사진 제한에 걸려 올리지는 못하지만, 야사카 카나코의 스펠 [천류의 기적]의 근원은 스와대사-혼미야에 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가뭄이드나 반드시 이슬 3방울이 맺힌다고 하는 스와 시 불가사의, 천류수사라고 하는 작은 목조건축물이 있음. 이타에마 사진은 이전에 올렸으니 패스

모리야 신장관 사료관 및 미샤구지 총사도 재방문함. 큐레이터 분은 당연하겠지만 2월에 왔을때와 다른 분이셨는데, 2월에 한번 왔었고 이후 대학 졸업이랑 취직까지 다 해결되어서 신님께 감사기도 드리러 왔다니까 축하한다면서 같이 기뻐해주시더라고. 그러면서 모리야 신장관&스와 대사 사진이 그려진 엽서랑 볼펜을 선물로 주심.

사진은 비봉활동기록~축~을 본 기억을 되살리면서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며 찍었음. 애니메이션에서 비봉구락부가 사나에의 언니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뒷정원까지 세세하게 고증해놨더라. 원래 홍마향 얘기로 가려다가 급하게 노선을 풍신록으로 바꾼걸 보면 현지조사에서 뭔가 있긴 했던듯. 비봉활동기록 ~축 은 스와지역 고증이 가득하니까 비교하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을거임

그리고 2월에 와서 남긴 방명록 아직 남아있더라. 10개월전 고생했던 추억 돋았음

테나가~아시나가~스와대사 마에미야~모리야 사료관~혼미야 이렇게 돌고오니까 딱 4시간 지나있더라. 이동 거리 재보니까 스와 호 한바퀴 돈거랑 거의 맞먹었음. 자전거 아니었음 진작 GG 쳤을듯

다음날은 일찌감치 오카야로 이동했다. 오카야에서 자전거 대절하고 10분정도 거리의 모리야신사로 이동함.

스와대사랑 다르게 마이너한 토착신을 모시는 장소라 인적도 뜸하고 신사 사무소(부적 같은거 파는곳)도 닫혀있고 청소도 제대로 안되어있었는데 그 와중에 동덕들의 발자취는 선명했음. 대부분의 에마는 작년에 그려진거였고, 거의 한달에 한번 꾸준히 찾아오는 동인작가도 있었음. 에마를 팔긴 하는 것 같은데 매일 파는건 아니고 특별한 축제나 행사일에만 파는 것 같음. 혹시 아무때나 들려서 이타에마 장식하고 싶으면 다른 신사에서 구해오던가 해야할 듯

모리야 신사에서 자전거를 타고 텐류강 쪽으로 내려오면, 텐류강을 중심으로 두고 양쪽에 모리야다이묘진구지비와 후지시마사가 있다. 여긴 타케미나카타가 토착신과 전쟁을 벌일 때 모리야신과 타케미나카타가 각각 진을 쳤던 곳임. 후지시마사는 공장지대 바로 뒤에 위치해서 풍경이 가려지는데, 모리야진영은 탁 트인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서 거기서 후지시마사가 있는 위치까지 내려다볼 수 있음. 찍사하기엔 모리야진영쪽이 더 좋다

추가로 후지시마사는 스와호 남쪽, 스와대사로 가는 방향에도 하나 존재함, 원래 있던 곳이 너무 위치가 안좋아서 옮긴건지는 몰라도 스와대사에서 카미스와로 돌아가는 길에 지도에 뜨길래 한번 들러봤음. 그냥 소박하게 있는 분사 같은 곳이니 이곳에 역사적 의미는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마지막 사진은 스와대사에서 스와호로 돌아가던 와중, 야츠카타케에 구름 걸친 모습이 아름다워서 찍은 사진. 친구가 자전거를 멈추고 저기 산에 구름걸친 모습을 보라고 해서 보게 되었는데, 지도를 보니까 저 방향이 야츠카타케 방향이더라. 아마 요괴의 산도 저런 느낌이겠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해와 더불어서 자전거 타기에 좋은 풍경이었음.

>>성지순례 기록 - (3) 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