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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을지로 화재 119 녹취록 들어보니…공실·간판 없는 영업점 많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6.16 1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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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 많고, 상호 없는 영업점 많아 정확한 화재 지점 신고 어려워
화재 직후 119신고만 131건 접수
1950~1960년대 건축물…소방시설 미설치
화재 발생 건물 3층에 있던 70대 남성, 한양대병원 이송
재산 피해 약 9억7500만원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세운대림상가 인근의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 세운대림상가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의 피해가 컸던 것은 오래된 건물, 소방시설 미설치, 좁은 골목길, 늘어난 공실, 상호 없는 영업점 등의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또 그나마 큰 인명 피해 없이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던 배경엔 소방당국 현장 도착 전 진화작업에 나선 시민들의 역할이 있었다.

16일 본지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을 통해 소방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신고 내용 분석한 결과 모두 131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최초 신고 시간은 화재 발생 직후인 오후 3시25분이었다.

최초 신고자는 불이 난 빈 상가 건너편에 있던 주민 A씨로 "빈 상가 1층에 뭐가 있었는지 불이 났다"며 "그 안에 사람은 없는데, 옆집에 사람들이 많다"고 알렸다. 연이어 다른 주민도 "전기가 계속 펑펑 터지고 냄새가 나는데 불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소방에 상황을 곧바로 신고했다.

영업하지 않은 상가가 많고, 구체적인 상호도 특정되지 않아 소방당국이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대목도 드러났다. 오후 3시26분께 접수 요원은 한 신고자에게 "위치가 대림상가 있는 곳 안이라는 거죠?", "가게 이름이... 가게 이름 같은 거 하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신고자는 "대림상가 건물 옆 건물"이라고 밝힐 뿐이었다.

같은 시각 다른 신고자는 "대림상가 부근 기둥 어딘가에서 불이 나는 느낌"이라며 "사람들이 쳐다보는 방향이 있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에서 마주친 주민 이모씨(72)는 "처음에 주민들 사이에서도 세운대림상가 1층에서 불이 났다고 잘못 알려졌다"고 전했다.

잇따르는 불분명한 신고를 소방당국이 정리하는 동안 시민들이 직접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한 정황도 파악됐다. 오후 3시25분께 신고한 신고자는 "지금 소화기를 쓰고 계시긴 한데... 지금 불은 계속 나고 있어서 빨리 와주셔야 할 것 같거든요?"라고 말했다. 오후 3시27분께 1층에서 불이 났다고 신고한 신고자도 "임시로 사람들이 불을 끄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재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한 대목도 유추할 수 있었다. 오후 3시26분께 신고한 신고자는 "하얗게 연기가 많이 나고 있다"고 처음에 이야기했으나, 이내 "지금은 까만 연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통상 백색 연기는 불완전 연소가 시작되기 전 초기 단계일 때 많이 나오지만, 검은 연기는 플라스틱, 가구, 전자제품 등이 불완전 연소되면서 주로 발생한다. 백색 연기에 비해 유독성이 크며, 화재가 심각하다는 위험 신호로 간주된다.

1950~1960년대 건축물인 탓에 소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점도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신축된 6층 이상 건물 또는 연면적 5000㎡ 이상 등의 건물에는 스프링클러설비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다만 기존에 지어진 건물에는 이 기준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구조적으로 받쳐주지 않는 기존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스프링클러를) 모든 건물에 설치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약 9억75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고, 영업 중이던 점포 74곳 중 48개가 소실됐다. 내부 공업용 도구 120개, 가재도구 2500개도 불에 탔다. 불이 난 건물 3층에 있던 70대 남성 1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경상을 입고 한양대병원에 이송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양 의원은 "노후 건물은 좁은 골목과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으로 화재에 더욱 취약하다"며 "반복되는 화재를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세운대림상가 인근 화재 119 신고 녹취록 주요 내용>

신고 접수 : 5월 28일 오후 3시 25분
접수 요원 : 119입니다.
신고자 : 안녕하세요, 여기 을지로 OO 쪽인데요.

접수 요원 : 잠깐만 을지로 OO이요?
신고자 : 네. 지금 여기 사무실에서 불이 나 가지고요.
접수 요원 : 잠깐만요. 그 몇 층이에요?
신고자 : 여긴 1층이고요.
접수 요원 : 1층에서 불났어요?
신고자 : 네.
접수 요원 : 잠깐만요, 선생님. 주소가 중구 을지로 △△ 맞아요?
신고자 : 여기 지금 그... 주소가 을지로 ◇◇이에요.
접수 요원 : 을지로 ◇◇요?
신고자 : 네네네
접수 요원 : 잠깐만요. ▽▽사우나 그쪽이에요?
신고자 : 네네네.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지금 연기랑 막 불이 나가지고...
접수 요원 : 불도?
신고자 : 안에서 불은 나고 있고요, 지금. 셔터 내려가 있는데 지금 그 안에서 불나고 있거든요. 소화기는 뿌리고 계시긴 한데, 불이 좀 크게 나서...
접수 요원 : 아, 누가 지금 소화기 뿌리고 있어요?
신고자 : 예, 예, 예.
접수 요원 : 잠깐만요. 그 위치는 중구 을지로 ◇◇맞죠?
신고자 : 네네네 맞습니다.
접수 요원 : 일단 누가 신고해서 소방차 가고 있고요.
신고자 : 네네네
접수 요원 : 그 내부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정확히 모르시죠?
신고자 : 지금 소화기를 쓰고 계시긴 한데 불은 계속 나고 있어서 빨리 와주셔야 할 것 같거든요?
접수 요원 : 아, 가고 있어요.
신고자 : 아, 네 알겠습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최혜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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