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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순수문학] 공작, 그 이후

Medeo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4.11 01: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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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eok



  1) 

 모든 것을 체념했다. 본국으로 돌아가면 또 무슨 소리를 들을지 뻔하다. 이제 그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 발걸음을 떼는 것도 귀찮고 그저 모든 것이 화나기만 한다. 한가지 웃기는 것은, 바로 방금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도 살고 싶다. 목이 많이 이상하다. 분명 이상하다. 다급한 마음에 나는 카이라고 불리는 시종에게 부탁했다.

 "근처에 의사 없는가?" 아니, 단순히 몸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여왕이 나에게 보복을 하기 위해서 내 목에 그 얼음 마법을 박아놨을지도 모른다. 난 서서히 얼어 죽겠지. 그렇게는 안되지! "그리고 난 여왕을 봐야겠어!" 그래, 여왕을 만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이대로 위즐튼으로 귀환하는 배를 타게 된다면, 난 배 위에서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이 카이라는 놈이 내 말을 무시하고 여왕의 말만을 전하겠다고 한다.

 "오, 여왕님으로부터의 전갈이 있습니다." 여왕으로부터의 전갈이라고?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이다. 분명 좋은 내용은 아닐 것이 뻔했다. 대체 무슨 내용이지?

 "아렌델은 앞으로 영원히 어떤 교역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족제비 마을과." 위즐튼의 잘못된 발음을 그렇게 직역해서 말하다니. 아무리 시종이라지만 족제비 마을은 고의가 분명하다. 다른 국가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은 명백히 그 국가에 대한 모욕이다. 이놈은 분명 기초적인 예절교육도 받은 적 없음이 분명하다. 일찍이 여왕의 대관식 당일부터 족제비 마을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 알아보았다. 멍청한 놈. 의사를 불러주지 않겠다는 의사는 똑똑히 알아들었다.

 "위즐튼! 위즐튼이다!" 위즐튼, 내가 태어나고 이때까지 자라온 위대한 국가다. 난 위즐튼 출신인 것을 단 한 순간도 부끄러워 한 적 없다. 평민인 아버지의 아들로부터 시작돼서 공작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아는 사람은 지난날 전쟁터에서 내 부하대원으로 만난 아이단과 크리스 뿐일 것이다. 망할, 목의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만 같다. 얼음뿐이다. 이건 분명 얼음이다. 난 곧 죽겠지? 몸에 힘이 빠진다. 아이단과 크리스와 함께 배에 올라탔다. 한스 그 멍청이의 말에 빠지는 게 아니었는데. 절박한 마음에 판단력이 흐려진 것 같다. 사실, 여왕에게도 조금의 미안한 마음은 있다.

 아아, 배가 출항한다. 아이단이 내 안색을 보고는 묻는다.

 "어르신, 무슨 일이라도……?" 과연, 아이단은 눈썰미가 좋았다. 석궁을 다루는 솜씨는 위즐튼 내에서도 수준급일 것이다.

 "아니다. 목이 조금 아프구나." 옆에서 듣고 있던 크리스 또한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정말로 죽는 것인가?

 위즐튼으로 출항하고 하루가 지나고, 나는 오랜만에 느끼는 굶주림에 고통스러웠다. 여왕이 나에게 걸어놓은 이 마법 때문에 입에 아무것도 댈 수 없었다. 정확히 어떤 종류의 마법인지만 알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텐데.

 아아, 아무것도 안 하고 병상에 누워있으니 아렌델의 젊고 당당한 새 여왕이 생각난다. 처음엔 두려움의 감정뿐이었지만 이젠 미안한 감정밖엔 들지 않는다. 위즐튼은 원래부터가 영토가 작은 국가였고, 이 때문에 주변국에 항상 조공을 바치지 않을 수 없었다. 평민에서부터 왕족까지 모두가 가난했다. 그 와중에도 가난을 못 이겨 산적이 된 사람 때문에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위즐튼의 새로운 왕이 된, 아니 왕이라기보단 주변 강대국의 허수아비에 불과할 통치자가 바뀌었다. 그는 한눈에 봐도 젊고 패기 있어 보였다. 위즐튼에서 태어나지만 않았더라면 분명 다른 국가에서 뭔가 해도 했을 인물이었다. 그가 왕이 되고 얼마 후, 위즐튼은 전쟁을 시작했다. 위즐튼의 완전한 독립을 요구하는 강대국에 대한 전쟁을. 그 전쟁에는 모두가 징집되었으며, 물론 거기에 나도 있었다. 위즐튼은 위즐튼이 속해있는 섬의 남쪽 바다 쪽에 자리 잡고 있었고, 이 때문에 적은 북쪽으로밖에 없었다. 그때 나는 독립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부대원들 또한 모두 겁에 질려있었다. 그때 당시엔 어떤 소문이 들렸는데, 마법을 쓰는 남자가 두 개 부대를 한꺼번에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어떻게 없앴는지 방법도 모르고 그 보고서를 올린 군인 또한 보고서를 올린 직후에 죽어버려서 위쪽에선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마법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위즐튼의 독립전쟁은 성공적이었다. 수백 년 동안 당하고 살던 위즐튼의 반란을 북쪽의 그 어느 국가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작은 국가이던 위즐튼은 섬의 모든 국가를 통일하고 단일 국가로 부상했다. 나는 아직도 그 전쟁을 생각하면 온몸이 전율한다. 전쟁 막바지에 일어났던 일이다. 가장 북쪽에 있는 국가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 국가와 가장 가까웠던 부대는 내가 지휘하는 부대였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 부대로 이 전쟁을 곧바로 종결하고 싶었다. 그 국가는 이상했었다. 적군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그저 서늘한 바람만이 불 뿐이었다. 본성까지는 무혈입성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생각했었다. '국가가 통째로 도망갔구나.' 그러나 곧 성의 입구가 얼어붙음으로써 우리는 그 생각을 접었다. 눈앞에는 그곳의 왕이 고상하게 서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왠지 모르게 섬뜩했다. 내 옆에 있던 부대원이 곧바로 그에게 석궁을 발사했다. 그 순간, 그 왕의 앞에 얼음이 솟아나 화살을 막았다. 부대원들은 내가 막을 새도 없이 검을 들고 뛰어갔다. 난 푸른 빛에 눈을 감았고, 눈을 떴을 땐 모두 전멸해있었다. 내 눈앞에 있던 왕은 얼음 그 자체인 것 같은 깊고 차가운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두려움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구했다.

 "대장님!" 나를 밀친 그 군인은 나에게 왔어야 할 얼음을 대신 맞았다. 곧 비명이 성을 메웠다. 다행히도 그 군인은 죽지 않고 왼쪽 어깨를 살짝 빗겨갔다. 당황한 왕은 그 군인만을 목표로 하듯 군인을 쳐다보았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이름 모를 군인의 석궁을 집어들고 정확히 왕의 심장을 쐈다. 그러자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왕의 몸이 서서히 얼음조각으로 분해되어가며 많은 영혼이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아마 그 국가에서 아무도 없던 이유는 그 왕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그때 날 구했던 군인이 바로 지금 내 옆에 있는 아이단이다. 그 전쟁 이후로 나는 아이단의 왼쪽 어깨를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들곤 한다.

 전쟁이 끝나고, 난 공을 인정받아 공작이 되었고, 내 부관으로 아이단을 선택했다. 난 위즐튼에서 아렌델과의 교역을 맡았다. 이전까지 아렌델과의 교역을 맡았던 영감님이 돌아가셨다나. 난 기쁜 마음으로 아렌델과의 교역에 최선을 다했다. 수십 년간은 좋은 성과를 냈었다. 그래도 난 평민 출신이기 때문인진 몰라도 절대로 임무가 바뀌거나 새 작위를 받는 일은 없었다.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위즐튼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교역에 임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긴 건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교역이 활발하던 아크다르 국왕의 죽음 이후, 교역량이 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 때문에 나는 귀족회의마다 불려가 나보다 몇 배는 어린 건방진 귀족 놈들에게 욕을 얻어먹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씩은 그렇게 모욕을 받았다. 지금 이 순간도 생각 중이지만 아마 귀족들은 늙고 힘없는 나를 없애고 나에게 부여받은 땅을 그들이 가져갈 생각인가 보다.

 아렌델의 아크다르 국왕이 죽고 3년 뒤, 새 여왕의 대관식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기쁜 마음으로 아이단과 젊은 부관인 크리스와 함께 아렌델로 출발했다. 그동안 그 어떤 비밀 때문에 나에게 모욕을 주고 교역량을 줄였는지 진심으로 알아내고 싶었다. 그리고 꼭 아렌델의 약점을 잡아서 교역에서 유리한 위치를 이끌어 내겠노라고 생각했었다. 그것은 결코 나만을 위한 계획은 아니었고, 내 후임으로 들어올 아렌델 교역담당자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내 계획에 문제가 생긴 것은 바로 그 대관식 당일이었다. 안나 공주와의 대화에서 나는 그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고, 한참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였다. 여왕과 공주가 다투는 목소리에 나는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곧 여왕의 화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만하라고 했지!" 그 다음 순간 일어난 일은 나와 아이단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법이라니! 그래서 그동안 정보를 차단하고 교역도 끊고 있었구나.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 여왕이 자신의 능력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그 옛날의 독립전쟁이 생각난다. 여왕을 막아야 한다. 모든 것을 설명해야 한다. 도망간 여왕을 잡기 위해 밖으로 나왔을 때, 다행히 바로 여왕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아이단과 크리스에게 말했다.

 "저기 있다! 여왕을 막아!" 여왕은 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다. 그런 건 상관없었다. 우선 진정시키고 마법에 대해 말해주는 것이 먼저였다. 그러나 곧 여왕은 내 쪽으로 마법을 썼고, 그때의 왕이 생각나는 것 같았다. 여왕은 힘을 제어할 수 없다! 위험하다! 본능적으로 그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괴물이다! 괴물이야!" 그리고 그렇게 대관식 당일 여왕은 도망갔다.

  2)

 대관식 이틀 후였다. 한스는 교역품들 대부분을 아렌델 백성들을 위해 나눠주고 있었다. 내가 한스였더라도 그랬을 테지만, 난 3년 만에 처음으로 아렌델로 많은 교역품을 가져왔다. 3년 만에 처음으로 있는 제대로 된 교역인데, 그마저도 여왕의 폭주로 무산되었다. 난 한스에게 따졌지만, 한스는 그게 반역이란다. 미친놈 같으니. 나와 한스와의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공주가 타고 나갔던 말이 돌아왔다. 단지, 말뿐이었다. 공주가 걱정되었다. 혹시 그 괴물의 손에 죽은 것은 아닌가? 공주를 봐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왕은 분명 위험하다. 한스가 안나 공주를 찾으러 자원할 사람을 구했다. 난 아이단과 크리스를 보냈다. 젊은 새 여왕에겐 가혹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고통받을지 몰랐다. 그들이 이 겨울을 끝내길 바랄 뿐이다.

 난 아렌델에서 초조히 그들의 소식을 기다렸고, 날은 점점 추워졌다. 대관식으로부터 3일 뒤, 여왕이 돌아왔다. 살아서 돌아왔다. 난 아이단과 크리스가 걱정스러웠다. 그들이 실패하고 마법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은 아닌가! 그러나 그 걱정은 곧 사라졌다. 둘 다 무사히 돌아왔다. 아이단에게서 들은 크리스의 행동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 임무를 지키고자 하다니, 이 충성스러움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에 대한 걱정이 끝나자, 안나 공주가 생각났다. 결국, 여왕의 힘에 목숨을 잃은 것인가? 그러나 곧 그 걱정도 사라졌다. 누군가가 안나 공주를 데려왔다는 것이다. 난 공주를 보고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여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마법을 사용했긴 했지만, 그동안 단 한 명도 다친 사람이 없었고, 공주 또한 무사하다. 이 능력을 분명 올바르게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안나 공주는 돌아오자마자 한스에게 키스해달라고 절박하게 요청했다. 아! 젊음이란! 난 다른 인사들에게 나가자는 손짓을 했고, 한스와 안나 둘을 남겨두었다. 이제 여왕에게 비밀을 말하고 이 겨울을 해결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이다. 또한, 내 말을 듣고 교역량을 늘려줄지도 모른다. 약점을 잡겠다는 생각은 진작에 그만두었다. 난 약점보다는 순수하게 사람과의 신의만으로 무역하리라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공주가 돌아오고 얼마 후 나는 다시 한 번 절망에 빠졌다. 안나 공주가 죽었다니, 여왕은! 여왕은 무슨 생각이지? 난 진심으로 한스왕자를 위로했다. 여왕은 더는 아렌델의 통치자가 아니었다. 한스는 여왕을 처형하자고 했다. 나또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왕을 죽이려고 했었으나 그 말을 다른 사람에게 듣게 되니 가슴이 덜컹했다. 그래도, 다수를 위해서라면.

 밖은 거센 눈발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도망갔다는 여왕을 찾으려고 노화 때문에 침침한 눈을 깜빡거리며 협곡을 내려다보았다. 잠시 뒤, 왠진 몰라도 한순간에 눈이 멈췄다. 눈만 멈춘 것이 아니었다. 내리고 있는 눈마저도 공중에 그렇게 떠 있었다. 이런 건 본 적 없었는데. 협곡을 내려다보니 여왕뿐만 아니라 한스도 있었다. 그리고 근처엔 안나 공주도 있었다. 안나 공주라고? 안나 공주를 발견한 난 기뻤다. 살아있다니! 한스의 계략에 우리 모두가 빠졌던 것이다. 두 번째로 여왕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이 일이 끝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사과하리라.

 한스는 여왕에게 검을 들고 여왕에게 다가갔다. 안돼!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아직 겪어보지도 않고 여왕을 죽여버리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한스의 권력을 향한 갈망은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추악했다. 망할 자식. 그다음에 벌어진 일은 발코니에 있던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안나 공주의 희생으로 여왕을 살린것이다. 한스는 튕겨져나갔다. 여왕은 슬퍼했다. 진심으로 슬퍼하는 것이 모두에게 가슴으로 전달되었다. 아아, 내가 바란 건 절대로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모든 것이 죽어버린 듯한 고요함 속에 여왕의 구슬픈 흐느낌만이 메아리쳤다. 미안하다. 이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발코니에서 내려왔다. 한스를 죽이고, 나도 이 인생을 끝내리라. 대기하고 있던 크리스에게 석궁을 받아들었다. 아이단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고맙다. 전우야, 내 친구야.

 성 밖으로 나오자 상황은 완전히 바뀌어있었다. 추위는 모두 사라지고 여름이 돌아왔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협곡을 바라보았다. 여왕과 공주 모두 무사했다. 어찌 된 일인지 생각 중인데 아렌델의 병사가 내 석궁을 보고 붙잡았다. 이해 안 되는 일 뿐이었다. 몇 시간 후, 나와 아이단 그리고 크리스는 위즐튼으로 귀환하는 배에 강제적으로 이동되었다. 여왕을 만나야 하는데! 여왕을 봐야 하는데. 위즐튼과 아렌델 모두를 위해!

 그리고 그 이후는, 지금까지 벌어진 일이다. 여왕이 내게 마법을 건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됐다. 여왕은 나와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죽음이라니 너무하다는 마음도 든다. 그러나 나는 절대로 여왕의 희생양이 아니다. 그저 공포의 희생양이다. 

 출항 삼일 뒤, 난 그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쇠약해져 있다. 늙은 몸은 이 상황을 버틸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정말 마지막이구나. 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여왕을 원망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도 든다. 이대로 위즐튼으로 돌아가 봤자 교역이 끊긴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고 난 더는 살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이단과 크리스를 불렀다.

 "아이단, 난 곧 죽을거다." 아이단은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크리스는 내 얼굴을 지켜볼 뿐이었다.

 "만약 위즐튼으로 돌아가거든, 모든 책임을 나에게 물어라. 그리고 절대로 여왕 때문에 죽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거라. 알겠느냐?" 크리스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아이단은 말했다.

 "어르신, 잊지 못할 겁니다. 어르신의 그 위즐튼을 향한 충성심과 아랫사람을 위한 마음들, 당신께서 제게 알려준 삶에 대한 그 모든 태도와 지식을." 아이단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이 보였다.

 "슬퍼하지 마라. 적어도 난 겁쟁이는 아니다. 겁쟁이는 죽음에 앞서 몇 번이고 죽지만 용감한 사람은 한 번 밖에 죽음을 맛보지 않는다. 다행히 넌 내 죽음을 한 번만 보게 되겠구나." 아이단은 그 말을 듣고 받아쳤다.

 "왜 죽음을 두려워합니까? 아직 죽음을 경험해본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단지, 제가 두려운 것은 그 사람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잊힌다는 것입니다."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아이단, 크리스 너도 명심해라. 죽기를 원하는 사람은 불쌍하지만 죽음을 두려워 않는 사람은 더 불쌍하다는 것을……." 말을 마치자 갑자기 엄청난 고통이 내 몸을 덮쳐왔다. 마지막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고통에 신음하는 날 보는 아이단과 크리스의 눈엔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이젠 정말 마지막이구나. 난 마지막으로 숨을 들이쉬었다.

 "…… 잘 보낸 하루가 편안한 잠을 주듯이 잘 쓰여진 일생은 평안한 죽음을 준다." 눈이 감긴다. 아이단의 낮은 울음소리가 들린다. 돌이켜보면, 난 훌륭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이 세상 만물들아. 안녕.










---------

Epilogue


위즐튼에 도착한 공작 일행이 돌아왔을 땐 출발할 때와 다르게 둘로 줄어들었다. 부두에 도착하자마자 크리스와 아이단은 공작의 시신을 둘러업고 곧바로 의사에게 갔다. 의사에게 죽은 원인을 물었다.

"죽은 원인이라면 단순히 먹지 못해서 영양실조로 돌아가셨네." 아이단은 죄 없는 의사를 노려보며 격양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목에 어떤 것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것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셨습니다. 목을 좀 살펴봐 주십시오." 의사는 이미 죽은 싸늘한 공작의 목 안을 확인했다. 그리고 눈썹을 들어올렸다. 보고 있던 크리스가 답답한 마음에 물었다.

"이유가 뭡니까? 마법 때문입니까?" 의사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마법이라고? 이걸 봐. 단순히 생선뼈야." 그 말을 들은 아이단은 길게 한숨 쉬었다.


귀족들의 부름을 무시한 채 크리스와 아이단은 단둘이서 장례를 치렀다. 공작은 아이도 없었기 때문에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도 쓸쓸했다.

둘은 관뚜껑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조용히 공작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은 고통 속에 죽은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이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이었다.

위즐튼의 서늘한 여름 바람이 아이단과 크리스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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