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에 은은한 종소리가 동심원을 그리며 나아간다.

새로운 탄생을 알리는 종소리가 아렌델을 적셨다.

성 안, 특별히 마련된 아늑한 방에 산모가 아이를 안고 미소를 짓고있다.

옆에선 사제가 새로 태어난 아기를 위해 축복의 기도를 붓는다.

눈물을 머금은 이둔의 손을 아크다르가 두 손으로 살포시 포개며 세상을 다 가진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크다르는 카이를 불러 성문을 열고 성대한 파티를 준비하라고 명했다.

곧 바로 아렌델의 최상급 주방장들이 소집되었고, 주방은 어느 때보다 분주해졌다.

성문이 열리고 파티가 시작됨을 알리는 빵빠레가 울려퍼졌다.

성 안에선 수준급의 연주자들이 각자의 실력을 뽐내고, 각종 먹거리를 가지고 나오는 하녀들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이둔의 방, 시끌법석한 바깥과 달리 고요가 흐른다.

경쾌한 음악소리가 살짝 들리긴 하지만, 아기의 여린 숨소리에 묻혔다.

출산의 피로가 가시지 않은 이둔은 덕분에 편안히 휴식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녀는 바로 옆에 요람을 놓고 고이 잠든 아기의 천사같은 모습을 바라보다 잠에 빠져들었다.

눈으로 뒤덮힌 평원, 꼬마 이둔이 영문을 모른체 가운데에 멍하니 서있다.

나무하나 보이지 않는다.

천천히 한바퀴 비잉 돌아보았지만 아무것보이않고 오로지 눈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엔 반대편으로 휙 돌아보았다.

무언가 바로 눈앞에 자리잡고있었다. 순간 앞에 나타난지라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

사람이었다. 이둔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어디선가 본듯한 사람.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눈의 여왕, 20년간 잊고 지냈지만 변한건 없었다.

마녀가 꼬마 이둔을 보고 말했다.

"엘사.... 나의 딸..."

이둔은 바로 악몽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이둔의 머리 속에선 그 문장이 계속해서 곱씹어지고 있었다.

'엘사... 나의 딸... 엘사... 나의딸...'

잠에서 깨어났지만 뭔가 잃어버린 사람처럼 허탈한 표정을 짓고있는 이둔이었다.

밖에서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아크다르가 방으로 들어왔다.

"이둔, 아이의 이름은 생각해보았소? 이 천사에게 무슨 이름을 줘야할지 도저히 모르겠어!"

멍한 표정으로 무의식에 잠긴 이둔이 입을 열었다.

"엘사.... 나의 딸..."

순간 국왕의 얼굴에서 미소가 터져나왔다. 마치 땅 속의 보물을 막 캐낸것 같은 표정이었다.

"바로 그거야! 정말 어울리는 이름이야! 어떻게 이런 이름을..."

국왕은 이둔의 얼굴이 어두운 것을 이제야 보고는

"이둔, 아직 피로가 덜 풀린 거 같군. 앉아있지밀고 누워서 더 쉬는게 좋겠어.
거기 밖에 누구있는가! 주방장에게 말하여 영양식을 준비하라 하여라!"

그러곤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음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었다.

"금방 돌아오리라, 몸 조심하고 있어야하오"

아크다르가 옷 맵시를 가다듬은 다음 바쁘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달빛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어두스룩한 방에 이둔 홀로 남겨졌다.




[눈의여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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