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공주 -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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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비행기에 큰 손상은 없는 것 같았다.

비행기 뒷쪽에 수리 도구가 있으니, 나 혼자서라도 대충 고칠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여긴 좀 춥군. 집에서 그렇게 멀리까지 온 건 아닌 것 같은데.

이 꼬마는 대체 이런 옷차림으로 뭐 하고 있었던 거지?

"아저씨!"

"응?"

"저기, 제가 지금까지 여행한 이야기 들려드릴까요?"

"어? 아니아니, 괜찮아. 난 좀 바쁘거든. 비행기를 고쳐야 되어서 말이야."

"..."

"...알았으니까,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는 마."

"마치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잖아."

"헤헤. 아저씨 나쁜사람 아녜요."

"그래... 고맙다."

'아저씨 아닌데...'

"저는요, 아렌델에서 엘사 언니랑 같이 신나게 눈사람을 만들며 놀고 있었어요."

"그래? 아렌델도 겨울인가 보구나"

"아뇨. 그때는 여름이었어요."

"???"

"하지만 엘사 언니가 마법으로 눈을 많이 만들어서 올라프를 마아않히 만들 수 있었어요!"

"올라프?"

"눈사람 이름이에요. 따듯한 포옹을 좋아해요!"

"아... 그렇구나."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엘사가 저하고 안놀아 주기 시작했어요."

"왜?"

"왜냐면, 마법은 위험하다면서. 더 이상 같이 놀면 제가 다친다면서 그랬어요."

"그랬구나... 언니도 널 위해서 내린 결정일 거야."

"하지만 그래도 전 계속 엘사하고 놀고 싶어요."

"그래서 트롤들한테 찾아가서 엘사 언니랑 같이 놀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어요!"

"아렌델은 참 멋진 곳이구나. 마법도 있고, 트롤들도 있고."

"초콜릿도 있어요!"

"그래. 없는게 없네."

"그러니까 트롤들이 여기로 가 보래요. 지금 제가 있는 곳이요!"

"지구 말이니?"

"네. 지구요."

"... 그 먼 북극성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니?"

"비밀이에요. 킥킥."

"음... 생각해 봤는데."

"그럼 엘사가 너하고 같이 놀 때 마법을 안 쓰면 다 해결될 것 같은데?"

"하지만 그러면 눈이 없어서 올라프를 못 만들잖아요."

"겨울에 만들면 되지."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려요."

"아마 눈이 올 때까지 못 견뎌 발바닥에 쥐가 날 걸요?"

"안나야."

"네?"

"이 새하얀 눈밭이 왜 아름다운 줄 아니?"

"음...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오직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기 때문이지."

"저희는 매일매일 보는데요."

"지구에선, 눈은 사계절 중 겨울에만 내린단다."

"그렇기 때문에 이 때 눈사람을 만드는 추억이 다른 날보다 더욱 값진 거지."

"영원하지 않은 순간이기 때문에,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수 있는 거야."

"하하... 내가 어린 너한테 조금 어렵게 말했나?"

"아니에요. 알 것 같아요."

"그래. 참 똑똑한 아이구나."

"이제 엘사 언니랑 함께 놀 수 있어요. 아저씨, 고마워요."

"천만에."

'자, 이제 비행기를 마저 수리해야지...'

"아 참, 안나..."

마지막으로 고맙단 말 한 마디를 남기고, 안나는 그렇게 사라졌다.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 

한겨울, 이제 늙어가는 내 몸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옆에 달린 창문 사이로, 내 동반자인 그때 그 낡은 비행기가 눈밭 위에 서 있다.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이제 갈 때가 된 것 같군.

나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조용히 마지막 숨결을 내쉰다.

"아저씨, 또 만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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