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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장편] 겨울의 연속 - 프롤로그 Frozen Reprise.

Thaw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4.24 15:11:14
조회 1839 추천 38 댓글 14
														

 

 

 

 

 

 

 

“여왕님께서는 여적 아름다우시군요.”


소박한 침대에 한 남자가 누워있었다.
머리는 하얗게 새었고, 얼굴에는 검버섯이 많이 피었으며 주름이 자글자글하게 끼었다.

이불 안쪽으로 보이는 팔의 실루엣은 가늘기 그지없었고, 숨소리는 곧이라도 꺼질 듯이 미약했다.

 

“더는 말하지 마세요. 카이.”


 

침상 옆에 앉아있는 여인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피부는 투명하여 그녀 특유의 백금발과 곱게 조화를 이루었다.

허나 표정에는 근심과 걱정이 가득하였으며, 미간에는 팔자주름이 지긋하게 잡혀있었다.

 

“정무는...”


 

쿨럭. 쿨럭.
늙은 남자는 기력이 크게 쇠한 듯 말을 끝맺는 것이 힘들어보였다.

여왕은 손수 왕가의 문장이 수놓인 손수건으로 그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여왕님께서 어릴적에는 제가 여왕님을 보살펴드렸는데, 어느새 관계가 역전되었군요.”


 

남자는 창가를 바라보았다. 창가 너머에는 강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어느새 계절은 돌고돌아 여름이었다. 허나 방 안쪽의 공기는 서늘하였다. 여왕의 탓이었다.

허나 여왕은 생각이 번잡한지 그것을 모르고 있었고, 노인은 그에 대해 괘념치 않았다.

그의 이마에는 어느새 식은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여왕님. 송구스럽지만 이제 저도 조금 쉬어야하겠습니다.”


 

여왕은 손수건으로 노인의 이마에 흐르는 식은 땀을 닦아주었다. 그녀의 손동작은 몹시 조심스러웠다.

그녀가 쥐고 있는 손수건에 서리가 맺혔다. 여왕은 그 탓에 화들짝 놀라 자신의 손을 노인에게서 떨어뜨렸다.

 

“아...알겠어요. 그럼, 카이, 몸을 잘 살필 수 있도록 하세요.”

 

여왕은 자신이 무슨 일이라도 낼세라 두 손을 모아쥔 채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노인은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눈곱 낀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불쌍한 아이... 아직도 해방되지 못 한 것이로구나.”

 

냉기어린 텅 빈 방에 목소리 한 줄기 새어나왔다.

곧 방에 들어온 시녀가 한기에 깜짝 놀라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불을 때었다.

오랜 시간 장작을 태웠지만 방의 추위는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노인은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었다.

 

 

 

 

여왕에게 카이라는 존재는 아버지였다.

그녀의 아버지가 폭풍에 휩쓸려 사라져버린 후, 주체할 수 없던 어린 자신에게 균형점을 되찾아준 사람은 카이였다.

그가 있었기에 자신은 다시 한 번 삶을 살 수 얻었고,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이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아른거렸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턱 끝에 맺혀 떨어지는 눈물은 슬픔에 얼어붙어 땅에 맞닿을 때 따닥따닥 소리를 내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그녀는 엎드려 오열하였다.

 

이 몰골로 어떻게 장례에 참여할 수 있으랴.

예전 아렌델에 겨울을 몰고 왔던 그 때에는 카이가 있어 국민들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없다.

오로지 홀로. 여왕은 심장이 얼어붙는 고통을 홀로 감내해야만 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다시 그 때의 사단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열어두었던 집무실의 문을 그녀의 손으로 다시 걸어닫았다. 그것으로 그녀로부터 시작되는 냉기는 방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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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의 장례가 마무리된 몇 일 후, 여왕은 스스로 그녀의 방을 열고 나왔다.

며칠 간 빵 한 조각,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허기 한 점 묻어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얼굴에는 위엄이 가득하였다. 다소 냉막해진 표정에는 강인함이 새어나왔다.

방 문 앞에서 대기하던 시녀는 판이해진 여왕의 존재감에 질려 예를 바쳤다.

 

그동안 카이가 도맡았던 정무는 하나도 빠짐없이 그녀에게 이관되었다.

 

그녀는 그녀에게 할당되어진 업무를 훌륭하게 처리하였고, 아렌델은 카이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다시 태평성대를 구가하였다.

그녀의 정치에 대한 재능은 놀라웠다.

권력을 가진 자가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왕권은 강했고, 타국과의 외교는 항상 장기적인 관점을 잃지 않았으며 국내의 경제에 대해서는 균형적인 시각으로 일관하였다. 성공적인 외교와 경제 계획은 국가를 발전시켰고, 문화를 융성케하였다.

아렌델은 여왕의 통치 아래 황금기를 구가하였다. 단 한 명의 국민도 굶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았으며,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행조차 겪지 않았다.

허나 국가가 융성할수록 여왕 개인은 불행했다. 그녀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왕의 얼어붙은 시간은 보통 사람들의 그것과 다르게 흘러갔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궁에서 일하던 사람은 한 명, 두 명씩 늙어 죽어갔다.

궁 내 인원이 점점 줄어들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궁 안에서 일하던 인원들이 원한다면 궁 밖으로 내보내주었다.

수 년이 흐르자 성은 정적에 휩싸였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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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추 상한 하락 기념 프롤로그 재업!

 

내일 문학의 날입니당

 

시험이다 뭐다 바쁘겠지만 유식대장님이 밀어주시는데 문학러들 힘 냅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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