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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대회 탈락작/장편] Outtake모바일에서 작성

하얀눈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5.10 07:10:34
조회 588 추천 28 댓글 11





사실 떨어질줄 알고있었어 ㅋㅋㅋ
음 썩 취지랑 맞지않은글? 이라고 해야되나,

애초에 훨씬 긴 장편으로 준비했었는데 길이 줄이느라 좀
짜집기된 부분도 있고! 하여튼뭐..ㅋㅋ
재밌게읽어줘! 5.10오는 차 안에서 읽으면 되겠다 ^-^



Outtake 

 

 

엘사는 떨리는 양 손을 꽉 붙들었다.

닫힌 창 너머에서 소란스러운 소리들이 방으로 스며들어온다. 엘사는 침대에 앉아 소란스러운 창 밖을 흘낏 쳐다보았다. 저 사람들은, 그래, 다들 날 보기 위해 여기 와 있는 거야. 창문으로 다가가 내다본 바깥은 여태껏 본 적 없던 사람들의 물결로 가득했다. 낯이 익은 듯한, 늘 봐 왔던 아이들부터 책에서나 보아 왔던 의복을 입은 사람들이 성 안에 가득했다. 햇빛을 받아 빛나는 사람의 물결이란 신기한 것이었다. 엘사는 무심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창 틀에 손을 짚었다. 그 때, 엘사의 손끝에서부터 뿜어져 나온 푸른 냉기가 창틀을 얼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콰드득, 창틀이 얼어붙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엘사는 창틀에서 급하게 손을 떼어내었다. 이미 창틀은 반쯤 얼어 있었고, 유리창에 얼음꽃이 하나 둘 번져가고 있었다. 양 손을 감싸 쥐고는 얼어붙은 창틀을 불안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엘사는 화장대 앞으로 달려가 청록색 장갑을 급하게 집어들었다. 양 손에 장갑을 끼우고, 장갑이 손가락을 감싸는 느낌이 들자 엘사는 그제야 안심한 듯, 얕은 한 숨을 내쉬었다. 엘사는 허리를 낮추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거울 안에는 불안에 떨고 있는, 쳐진 눈썹을 한 소녀가 서 있었다. 안돼. 엘사는 말했다. 완벽하게. 여왕의 모습으로. 자신에게 되뇌이며, 손 끝으로 눈썹을 위로 끌어올리고 입꼬리를 가다듬었다. 그제야 거울 안에 있는 여왕이 엘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엘사여왕님?”

 

곧 갈게.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펴고. 턱을 들고.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엘사는 방문을 열었다. 가죠. 자주색 망토가 닫히는 문틈으로 사라지고, 방안에는 엘사가 남기고 간 한줌의 두려움만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버린 것인지, 회랑으로 가는 긴 복도를 걸으며 엘사는 생각했다. 내가 예언을 알아내버려서? 아버지가 예언이 무엇이었는지 말씀해주지 않으셔서? 마법-혹은 저주-를 내가 조종할 수 없어서? 아니, 그냥 태어난 것부터가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 * ~

 

엘사가 은백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다. 금발은 자라면서 갈색으로 바뀌기도 하기에, 시간이 지나면 머리색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결국 머리색은 바뀌지 않았다. 머리색이 마치 상징이라도 되었던 것처럼, 엘사는 어느 순간부터 얼음을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안나가 태어났다. 완벽하게 평범한 갈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그때까지만 해도 엘사의 능력은 통제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아빠, 엄마 아파요?

아이는 초조하게 문 앞을 왔다갔다 거리고 있는 남자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끌었다. 통통한 손으로 바지를 잡고 있는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혀있었다. 방 너머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신음소리, 그리고 아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불안한 표정으로 서 있기만 하는 아버지는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눈에는 눈물을 가득 달고, 히끅히끅 울음을 참는 아이가 그제서야 아버지의 눈에 보인 모양이다. 아버지는 미안한 표정으로 아이를 안아들었다. 그렁그렁한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주며, 아버지는 말했다.

“아니야, 엄마 괜찮을거야.”

그 때, 방 문 너머에서 우렁찬 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그 소리에 잠시 멈춰있던 아버지는, 국왕은 문을 열어젖히고 산실로 뛰듯이 들어왔다. 침대 위에는 해쓱해진 왕비가 누워 하얀 이불에 싸인 아기를 받아들고 있었다. 왕비는 엘사와 국왕을 바라보며 옅게 미소지었다.

“엘사, 여동생이야.”

왕비는 아이에게 아직 작고 쪼글쪼글한, 갈색 머리의 아기를 보여주었다. 엘사는 혼란스럽고, 신기하고, 기쁘고, 또 사랑스러운 그 모든 감정이 뒤섞인 얼굴로 아기를 내려보았다. 그리고 꼼지락거리며 움직이고 있는 아기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안녕, 작은 아가야...?”

너도 나처럼 공주야. 그건 아마 멋진 일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너한테 기대를 하게 될거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씩 생기게 될거야.

엘사는 아기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듯 투명한 눈이 푸르게 빛났다. 아기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엘사의 손가락을 잡았고, 엘사는 아기가 자신을 향해서 웃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기가 자신이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듣고 있을거라는 알 수 없는 확신이 생겼다.

하지만 우리가 더 잘 알아. 그렇지?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났다. 둘은 함께 온 왕궁 안을 헤집고 다니고, 엉켜 다니고, 함께 웃었다. 안나는 엘사가 마법을 쓰는 것을 즐겼고, 엘사는 마법을 보며 소리높여 웃는 안나의 모습을 즐겼다. 속치마만 입고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안나의 뒤를 유모가 분홍색 프릴이 달린 원피스를 들고 쫓아가는 일이 언제나 벌어졌다. 그리고 그 계단 위에서, 엘사는 유모의 엉덩이를 향해 눈송이를 띄워 보냈다. 톡, 작은 부딪힘에 유모의 엉덩이는 꽁꽁 얼어 버리고, 그만 유모는 계단 아래로 넘어지고 말았다. 안나는 꺄르르 웃으면서 엘사를 소리 높혀 불렀고, 엘사 또한 즐겁게 웃으며 안나를 향해 달려갔다.

“공주님들이 크게 사고를 치셨으니, 폐하께 말씀드릴겁니다!”

“언니, 우리 눈사람 만들러 가자!”
“그럴까?”

엉덩이가 얼어붙은 채 폐하께 모든 걸 말씀드릴 거라고 엄포를 놓는 유모를 뒤로 하고, 두 공주는 달려나갔다. 아이들의 활기찬 웃음소리들이 잔상처럼 남았다.

눈이 가득 쌓여있는 회랑에서, 안나는 온몸에 눈을 뒤집어 쓴 채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빨갛게 언 양 볼과 손 끝이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발자국이 남아있는 눈으로 된 기둥들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었고, 어디서 가져왔는지 알 수 없는 당근이 박혀있는 눈사람이 안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엘사는 주저앉아 있는 안나의 곁으로 달려와 안나의 옆에 엉덩이를 붙였다.

“언니는 어떻게 내가 못하는 걸 할 수 있는거야?”

“몰라, 너도 할수 있으면 좋을텐데..”

“괜찮아! 언니가 해주면 되지,”

엘사와 안나는 마주보고 씨익 웃어보였다.

 

“폐하, 하지만 얼음이라뇨.. 눈은..”

“아무것도 아닐세, 그 어린 아이가 어떻게. 자네도 지금까지 봐 왔지 않은가.”

“그래도 저는 걱정이 됩니다. 예언이...”

엘사는 궁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대로 마법을 사용하고 다녔다. 안나는 그것이 굉장히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고, 좋아했지만 전해져 내려오는 예언을 알기에 국왕은 좋은 일이라며 마냥 박수만 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유모들이 엘사가 예언의 대상이 아닌지 의심이 된다며 찾아온 것이 벌써 네 번째이다. 국왕은 무엇인가 조취를 취해야 했다. 국왕은 결국 성문을 걸어 잠궜다. 성 안으로는 일체 사람을 들이지 않았고, 엘사와 안나 또한 궁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안나는 닫혀있는 문 앞에 서서 늘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이 닫혀있는 이유를 물어보았지만, 국왕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공주는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였다. 시무룩한 마음을 안고, 안나는 엘사에게로 달려갔다. 왕궁을 헤집고 다니며 얼음을 뿌리고, 눈사람을 만드는 것은 둘에게 있어서 최고의 즐거움이었다.

“내가 여왕이 되면, 저 문을 활짝 열어젖혀줄게.”

“그럼 내가 언니의 오른팔이 될게!”

“여행을 떠날거지? 온 세상을 누비면서.”

“세상 사람들한테 언니랑 언니 마법에 대해서 막 자랑하고 다닐거야. 사람들 모두 좋아할거야!”

“그래, 난 여기서 백성들을 보살필게.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만큼, 그들도 우릴 사랑해줄거야.”

엘사와 안나는 마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들 앞에 그들이 꿈꾸는 미래가 펼쳐지는 듯 했다.

 

“이게 뭐지?”

국왕 몰래 국왕의 서재로 숨어든 엘사는 유독 눈에 들어오는 오래된 냄새가 나는 가죽으로 된 책을 집어들었다. 책 표지에는 알 수 없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다른 책들보다 유독 오래되어 보이는 책은 마치 보물 지도라도 되는 것 마냥, 아직 어린 아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엘사는 책을 끌어안고 서재를 나가 구석진 곳으로 들어가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안에는 이해 할 수 있는 말도 있었고, 아예 읽을 수 없는 말로 쓰여진 글들도 있었다. 이런 저런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고, 한 번도 본적 없는 트롤이라는 존재들에 대해 쓰여 있었다. 트롤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그려 놓은 삽화는 그림책을 보는 듯 했다. 여왕이 되기 위해서는 꼭 배워야 하는 것이라며, 한참 딱딱한 학문들만 배우느라 머릿속이 딱딱해지는 느낌이었던 엘사는 새로운 지식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엘사는, 한 페이지를 발견해냈다.

‘흑마법처럼 추위가 오면, 차가운 심장의 지도자가 나타나고 모두가 눈과 얼음속에 죽을 것이다! 제물을 바치지 않는다면.’

흑마법처럼 오는 추위, 차가운 심장의 지도자? 그 페이지에는 그림이 한 장 그려져 있었다. 엘사 자신이 마법을 쓸 때마다 일어나는 푸른색 눈꽃을 양 손에서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 남자의 그림이. 그리고 책은 그 남자를 차가운 심장의 지도자라고 지칭하고 있었다. 엘사는 남자와 자신이 같은 마법을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엘사와 남자의 모습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갑자기,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마법을 몸에서 제거해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법이 아닌걸까? 트롤들의 예언? 나중에 지도자가 되고 나면, 흑마법같은 추위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걸까. 책을 끌어안고 달려온 엘사를 본 국왕의 표정은 경악 그 자체였다.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예언이 뭐냐며 묻는 엘사에게, 국왕은 그 예언이 가리키는 사람은 네가 아니라는 이야기밖에 해 줄 것이 없었다.

 

그 날을 기점으로, 엘사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엘사의 마법은 점점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되어갔고, 급기야는 엘사의 손이 닿은 모든 것들이 얼어버리기 시작했다. 아침을 먹으려고 앉은 식탁 위가 온통 얼어붙어 버린 것을 보고, 국왕은 엘사의 손에 장갑을 끼워 주었다. 장갑이 도움이 될 거란다, 엘사. 양 손에 장갑을 낀 엘사는 점점 방 안에 틀어박히기 시작했다. 제왕학도, 군사학도, 시를 쓰는 방법도, 악기도, 더, 더 배우고 싶다는 말에 국왕은 더 많은 선생들을 엘사에게 붙여주었다. 엘사는 자신이 여왕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왕이 되기에 자신은 너무나 큰 결점이 있었다. 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는. 더 완벽해져야 했다. 그런 마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수 있게, 더욱 완벽한 여왕이 되어 그들 앞에 서야 했다. 엘사가 완벽을 향해 다가가는 동안, 안나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안나는 늘 엘사의 방문을 두드리며, 같이 놀자, 눈사람 만들자며 엘사를 불러 대었지만, 엘사는 늘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어느 방향에서 봐도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안나는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갔다. 왕궁 안을 돌아다니며 엘사를 불러도 보고, 함께 놀 사람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안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 뿐이었다. 점점, 외롭다는 생각이 늘어 갔다. 엘사는, 꽉 닫힌 방문 안에서 안나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뛰어나가서 같이 눈사람을 만들고, 여느 때처럼 얼음으로 미끄럼틀을 만들어 놓고 왕궁 안을 휘젓고 다니고 싶었다. 자신이 완벽한 여왕이 된다면, 성문을 열어젖히고 그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엘사는 문 밖에서 들려오는 안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장갑 너머로 꽝꽝 얼어버린 펜을 붙잡고 북받쳐오르는 눈물을 참아내었다.

 

 

~ * ~

 

아이들이 목청껏 노래하는 소리가 들린다. 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왜 겨울을 저주해야 하는지. 그들은 트롤의 예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노래하며, 작년이 무사히 지나가고 새 봄이 왔다는 것에 대해 기뻐하고 있다. 저렇게 봄을 찬양하고 있는 저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그들의 여왕이 될, 저들이 아름답다고 칭송하고 있는 엘사 자신이 영원한 겨울 그 자체라는 것을. 예언의 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그들의 아름다운, 완벽한 여왕이 되기 위해 정말 오랜 길을 힘들게 걸어왔다. 하지만 저 사람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마 영원히 모를 것이다. 그들이 섬기게 될 여왕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채로 자신을 칭송하고 떠받들게 되겠지. 문득, 엘사는 자신이 그저 껍데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답고 완벽한 껍데기. 속은 얼어붙어 부서져 버린, 그런.

“엘사 공주님이 우리의 여왕님이 되신다!”

환호 소리. 자, 이제 완벽한 여왕이 될 시간이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엘사의 귓가에 내려앉았다. 엘사는 어깨를 당당히 펴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걸었다. 텅 비어서 아픔을 자아내는 가슴은 뒤로한 채, 엘사는 환호 속으로 한 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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