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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정령살해자 - 4화: 이둔

한-스-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10.22 00: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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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U3DId

 

 

 

저 앞에 북부습곡 마을이 시야에 들어올 때 즈음, 아크다르는 폐허가 된 북녘골에서 주운 허름한 망토를 몸에 걸쳤다.

딱히 정체를 드러낸다고 해서 큰일이 날 것같진 않지만, 왠지 정보를 얻고자 하면 시민들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야 할 필요를 느낀 것이다. 그러자면 왕자라는 그의 신분이 가져오는 권위는 일반적으로 방해가 되겠지.

다행히도, 멀리서 보이는 마을은 북녘골과 달리 아직 멀쩡해 보인다. 이른 새벽의 안개에 잠겨있는 모습은 거의 신비롭기까지 하다.

?” 저 멀리서 들리는 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말 위에서 경계하는 아크다르. 어제 겪었던 정령이 낼 법한 소린 아니다. 이건…… 활시위?

-!

우왓!” 갑작스레 자기 바로 뒤쪽에 있던 나무 뒤에 화살이 날아와 꽂힌다-! 아크다르야 조금 놀라고 말았지만, 화들짝 놀란 말이 히히힝 하며 난리를 치는 바람에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을 때

거기 숨어있는 거 누구냐!” 장군감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 일갈과 함께, 전방의 수풀에서 한 필의 준마가 튀어나온다. 그리고 그 위에 타고 있는 것은

-여자?

미인이었다 일단 아크다르 역시 어쩔 수 없는 젊은 남자인지라, 여자에 대한 첫인상이 그거였다는 건 실로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과 눈빛에 비친 건 단순히 아름답다기엔 모자란 무언가가 있었다: 의지? 결의? 뭐라 일컫는 게 좋을지. 게다가 능숙하게 말을 타고 등에는 화살통, 왼손에는 활까지 든 걸 보면 영락없는 여장부다.

한편, 여자 쪽에서도 자신이 그냥 지나가던 여행객에게 냅다 화살을 쏜 것을 인지했던 건지, 두 번째 화살을 시위에 메기려는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

“……”

어색하기 짝이 없는 침묵 속, 어디선가 까마귀가 까악하고 우는 소리가……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함께 북부습곡 마을로 향하는 길에서, 여자는 연신 아크다르를 향해 사죄한다 얼굴은 완전히 새빨개져서, 사과받는 아크다르가 민망할 수준이다.

으음, 신경쓸 거 없소; 요즘 근황이 흉흉한 모양이니, 낯선 이를 경계하는 것도 어쩔 수 없고,” 결국 화살 맞을 뻔한 피해자가 가해자(?)를 달래는 기묘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 그렇게 말씀하시니 몸둘 바가……” 횡설수설하면서도 예의는 완벽히 갖추는 여자가 신기할 정도다. “그러고 보니 아직 소개조차 못 했군요; 제 이름은 이둔, 이 마을 주민입니다. 여행자께선 쉬어갈 곳을 찾고 계신 거지요?”

, 그렇소. 내 이름은……” 아차, 그러고 보니 신분을 감추기로 했지만 이름을 바꾸는 것까지는 생각이……“…… 쥬카, 쥬카라고 하오.”

 

***

 

이둔, 이 녀석! 또 마을 밖으로 나간 게냐!”

북부습곡 마을로 들어오자마자, 아크다르/쥬카와 이둔을 반긴 것은 외마디 불호령이었다. 말 위에서 움찔하는 이둔의 반응으로 보아, 아마 평소에도 꽤나 왈가닥이었던 모양이군, 이 여자.

아버님……” , 아버님? 이건 또 왈가닥엔 걸맞지 않는 고풍스러운 말투다.

요즘 마을 밖은 위험하다고 몇 번을 말을 해야 알아듣겠느냐,” 무거운 한숨과 함께 계속해서 이둔을 타박하는 초로의 남자. “게다가 보아하니 옆에 계신 분은 여행자인 모양인데…… 설마 폐를 끼쳤다고 말할 셈은 아니겠지?”

이런, 상당히 엄한 아버지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 딸 역시 대단한 것이, 거기에 대해선 그냥 함구하면 될 일을 굳이 괴로워하면서도 말하려 하는 게 훤히 보인다.

여기선, 좀 도와주는 게 좋을지도.

폐라뇨, 당치 않습니다,” 일단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보는 아크다르. “오히려 덕분에 살았지요. 이곳으로 오는 길에 멧돼지와 맞닥뜨렸는데, 따님이 쏜 화살이 그걸 쫓아버렸으니까요.”

흠칫하지만 일단 부정은 하지 않는 이둔. 그건 고맙다. 그 아버지의 경우는…… 일단 조금 미심쩍은 눈치이긴 하지만, 아무튼 믿어주는 눈치였다.

어흠……. 이거 여행자분 앞에서 추한 꼴을 보였군요,” 역시 낯선 사람 앞에서 딸을 야단치는 광경은 좀 민망했는지 헛기침과 함께 아크다르를 보는 남자. “북부습곡 마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제 이름은 마르코, 여기 장로입니다. 이 아이는 제 딸 이둔이고요.”

영광입니다, 장로님; 제 이름은 쥬카, 보다시피 보잘것없는 낭인입니다,” 공손히 인사하는 아크다르; 아직 가명이 입에 썩 붙지는 않지만, 쓰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조금 전의 추태는 용서하시길; 요즘 사태가 영 뒤숭숭하니 아무래도 모든 걸 경계하게 되죠,” 딸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아까 그녀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마르코. “하지만 그런 딱딱한 얘기는 나중에 해도 되겠죠. 일단 마을회관이 여관을 겸하고 있으니, 일단 그곳에서 편히 쉬시길.”

 

***

 

마을 여자들이 수 차례 실종되었다고요?”

그 날 저녁, 어쩌다가 장로에게 초대받아 함께 식사하게 된 자리 아크다르가 들은 소식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 주로 마을 외곽이나, 사정이 있어 밖으로 나가야 했던 여자들이 자꾸 돌아오지 않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서……”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마르코. “물론 남자들이 동행하곤 하지만, 종종 그들은 죽어서 발견되고 여자들만 사라자는 경우도 있는지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 이둔의 경우는 어떤가 하면, 옆에서 시중이다. 방랑자 하나 대접한다고 장로의 딸이 직접 시중을 드는 건 어떨지 싶지만, 본인은 아까 숲에서 보여준 모습이 거짓말같을 정도로 정숙하게 임하고 있다.

어쨌든, 방금 새롭게 깨달은 사실이 아크다르의 머릿속에서 마구 소용돌이친다. 이런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변태일 리는 만무하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얼음 정령의 소행일까……? 하지만 그것도 이상하다. 눈에 뒤덮인 환경상 저지르는 것 자체는 쉽겠지만, 그 동기를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 참, 이래저래 험상궂은 세상입니다,” 마르코의 한숨 덕에 간신히 정신을 현재로 되돌리는 아크다르. “마을 밖에는 변절자가 어슬렁대지, 온 나라가 때 아닌 겨울에 고통받지……”

그렇군요…… 정말이지, 마법 같은 해결책이라도 누군가 찾아내지 않는 이상은,” 거기에 동조에, 무심코 그런 말을 해버리는 아크다르. 아니, 허황된 소리긴 하지만, 어제 좋든 싫든 꽤나 겪어버렸으니, 마법.

그랬기에, 뒤이은 마르코의 대답은 무시하기 힘든 것이었다.

하하…… 마법 아이템 같은 걸로 해결될 것 같았으면 이 걱정은 덜었겠죠.”

무슨 말이죠?” 의아해하며 묻는 아크다르. 아무리 봐도 마법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 사람은 아닌데?

저 벽에 걸린 저것, 보이십니까?” 그 말과 함께 마르코가 가리킨 것은 회관 벽 한쪽 선반 위에 걸려 있는…… 망치?

지금까지 어떻게 눈치 못 챘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었다. 일단, 공구가 아닌 무기, 즉 워해머인 건 사이즈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전체적인 색감은 검붉은 색, 마치 타오르는 듯한 형상의 흉기다. 저기 한 대 얻어맞으면, 갈비뼈 몇 개 나가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겠지.

저 망치에는 정령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뭐라고요?” 하마터면 크게 소리지를 뻔한 아크다르. 이 무슨……!

우리 가문은 원래 대장장이 출신이었다 합니다,” 그의 반응을 즐기기라도 하는 건지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하는 마르코. “오래 전, 아직 사람들이 정령을 숭배하던 시절이 있었다는군요. 이 망치는 그 때, 일곱 정령왕 중 하나…… 염귀(炎鬼)의 축복이 내린 망치라 합니다. 실제로 휘두르면 불꽃이 튀기도 한다는군요. , 이런저런 이유로 시험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듣자 하니, 이 사람은 마법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반신반의인 모양이다; 그 결정적인 증거를 가보로 가지고 있으면서.

하지만 아크다르는 알 수 있다 아아, 저건 아마 맞을 거다.

파비가 말한 대로였다; 마법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

왕비님 등장! 이둔의 설정에 대해선 꽤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결국 지방 유지의 딸이라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지위로 낙찰. 좋은 신붓감이다.

그건 그렇고, 첫번째 anti-정령 무기 겟? 자세한 건 다음 장을 봐야 알겠죠.

여담이지만, 왕비님의 성격은 두 따님의 복합으로 설정. 한마디로 체면 챙겨야 할 땐 엘사, 아닐 땐 안나란 느낌으로.

정말 아무래도 좋은 얘기지만, 장인어른(...) 이름인 마르코와 국왕님의 가명인 쥬카 둘 다 나이트위시 멤버들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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