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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패러렐 아렌델 - 18화: 파멸을 부르는 그 이름

한-스-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12.22 00: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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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렐 아렌델 - 마스터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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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링크: 정령살해자 - 마스터링크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zYZFC

 

 

 

그 날 새벽.

멜리사는, 자신의 방 안에서 떨고 있었다.

안나는, 저 때문에 한 번 죽었어요.

하윽……!” 원하지 않는, 자신의 것이 아닌 기억에 몸서리를 치는 멜리사. 보지 않았는데도 눈에 비친다; 한나와 똑같은, 하지만 한나가 아닌 안나의 얼굴이…… 엘사에게 심장을 찔려, 그녀의 눈 앞에서 얼음기둥이 되어버린 안나가.

사랑하는 언니에게 저주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언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린 안나가.

계속 잊으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그 이미지 한 방에 조금 전 엘사에게 들은 말들이 죄다 기억 위로 떠오른다:

저를 데려가려고 찾아왔던 안나를, 전 상처입히고 쫓아냈어요.

엘사에게서 들으리라고는 예상 못한 말이었다. 틀림없이, 물러터진 그 녀석 성격답게 안나에게 설득당해 얌전히 돌아갔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두려움은, 엘사처럼 착해빠진 사람조차 매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저는 아렌델과 동생을 파멸시킨 괴물이 되었고, 덕분에 살해당할 지경까지 갔었어요.

그 한스인지 뭔지 하는 왕자놈한테 말이지. 안나에게서 그의 진짜 모습에 대해 듣고 나자, 왠지 이 세계에서 한스를 처리한 자신이 괜히 뿌듯하기까지 하다. 그런 상놈인 줄 알았으면 좀 더 괴롭히고 나서 얼려버리는 거였는데.

어라? 왜 자신이 그 두 녀석들이 당한 괴로움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거지?

…… 몰라. 이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하지만.

안나는, 저 때문에 한 번 죽었어요.

아아, 미치겠네. 왜 자꾸 그 모습이 뇌리에 떠오르는 거야. 안나 이 자식, 내 머릿속에 자꾸 네녀석의 얼어붙은 얼굴 따위 보여주지 말라고! 한나 생각나서 미칠 것만 같단 말이야!

한나.

자신이 상처입히고, 아렌델에 버리다시피 하고 온 동생. 기실 엘사와 안나 따위보다 훨씬 잘 알고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녀석들로부터 소식을 전해듣고나 있는 동생.

안나는, 저 때문에 한 번 죽었어요.

한나는, 나 때문에……

아냐, 제기랄!”

절규에 가까운 멜리사의 외침에 반응해, 그녀 뒤쪽의 벽에서 얼음 가시들이 몇 개 더 튀어나온다…… 아마 지금쯤 밖에는 꽤나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겠지.

엘사와 안나의 과거를 듣는 것이 자신에게 이렇게나 큰 영향을 끼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평소엔 귀찮기만 한 주제에, 어째서 이런 때엔 자신의 마음을 이토록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거지……?

오직 진정한 사랑만이, 얼어붙은 심장을 녹이리라.

웃기지마……!”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이를 갈며 중얼거리는 멜리사. 13년이란 세월 동안 세상을 저주하며 지낸 그녀지만, 그런 그녀조차 놀랄 정도의 미움이 마음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하지만 그건 누구를 향한 미움이지?

엘사.

문득, 아니, 새삼스레 마냥 순둥이처럼 웃던 둘째의 얼굴이 눈앞에 스친다. 벌레 하나도 못 죽일 것 같은 (실제로 못 죽이지만) 얼굴을 하면서, 자신과 대등한 힘을, 비슷하게 아픈 역사를 가진 여자…… 지금까진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과연, 두 사람은 대등했던 것인가.

오직 진정한 사랑만이, 얼어붙은 심장을 녹이리라.

그렇다면, 나는……

나는……

 

***

 

다음 날 아침, 멜리사는 아침에 나오지 않았다.

큰언니…… 괜찮은 건가?” 벌써 밥 다 먹은 안나가 걱정스레 중얼거린다. “안되겠어. 역시 내가 상태를 보고 오는게 좋지 않아?”

안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 역시 눈가에 염려를 띠고서도 조심스레 만류하는 엘사. “감정을 죽이는 건 좋지 않다고 네가 몇 번이나 가르쳐줬지만…… 이번엔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어.”

두 사람도 바보가 아니다; 어째서 맏언니가 방에 틀어박혀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아마 어제 들려준 그들의 과거가 어지간히 충격이었던 거겠지.

그래도 역시 이상해,” 갑자기 어제 일을 떠올리고는 다시 입을 여는 안나. “어제 큰언니 표정 봤어? 언제 제일 쇼크 받은 표정이었는지.”

? 쭉 놀란 표정이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되묻는 엘사. 역시, 또다른 자신이라 표정을 잘 못 읽는 걸까.

제일 무서운 표정이었어…… 아렌델이 얼음에서 풀려난 얘기를 했을 때.”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몸을 떠는 두 자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대체 멜리사 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거였을까. 지금 방 안에서, 홀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기이이이이익

, 언니 나왔네!” 학수고대하던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안도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안나 하지만 그 반가운 외침은, 나온 멜리사의 표정을 보는 순간 사그라들고 말았다.

그것은…… 소중한 무언가를 부숴버릴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언니……?” 엘사 역시 심상찮은 낌새를 눈치챘는지,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다.

엘사……” 중얼거리며 멜리사가 손에 든 것은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꺼냈던, 한때 안나의 목에 드리운 적이 있던 얼음의 창이었다.

나와…… 싸워라!”

 

***

 

그 시각, 아렌델 왕궁.

공주님, 어딜 가십니까?”

……” 복도에서 마주친 겔다 앞에서 잠시 망설이는 한나. 건강 문제도 그렇고 원래 방 밖으로 나올 성격이 아닌 그녀가 이런 이른 아침에 성 안을 돌아다니는 게 드문 일이긴 하지.

국왕 폐하라면 지금 회담 중이십니다. 혹시 찾으시는 거라면 나중에 하시는 편이……”

, 알고 있어,” 설명하는 겔다에게 담담히 대답하는 한나. “괜찮아, 금방 다시 들어갈 거니까……. 지금은 못 본 걸로 해줘.”

“…… 알겠습니다,” 어딘가 납득하지 못한 어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가는 겔다의 입가엔 엷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한나가 태어나기 전부터 계속 왕실에서 일하던 그녀의 눈에는, 어린 공주의 이러한 일탈조차도 사랑스러우리라.

, 그건 그렇고…… 이제부터가 진짜다.

5살 이후로 방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은 한나지만, 딱 한 군데…… 오직 자신과 멜리사만이 알고 있는 비밀 장소가 있었다: 바로 회의장 뒤쪽 벽에 커튼으로 가려진 빈 공간. 옛날 감시 요원들이 회의 중 수상한 동태를 살피기 위해 숨던 장소였다고 하지만, 오랫동안 쓰이지 않아 잊혀진 것을 어릴 적 멜리사가 찾아낸 것이다.

한나도 18, 이런 성격이라도 이미 질풍노도의 시기 정도는 겪어 봤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일탈을 일삼은 적도 종종 있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장소에 숨어 아버지의 회담을 엿듣는 것. 별 것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거동이 제한된 그녀에게 있어 이것만한 일탈도 드물었다.

하지만 오늘의 엿보기는 반항이 목적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문제는 아버지의 회담 상대인 것이다 이 세상에서 오직 한 명, 한나가 미워하는 사람.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으셨소. 헌데 이렇게 갑작스레 방문이라니, 무슨 용건으로?” 커튼 너머에서 아버지가 말하는 것을 듣고 그 사이로 살짝 눈을 내비치는 한나.

그래, 보인다. 13년 전, 우연히 방문한 아렌델에서 멜리사의 힘을 목격한 사람. 그녀에게 괴물이라고 외쳐, 언니가 달아나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

그 때나 지금이나 딱히 얼굴이 변하지도 않은, 원숭이 얼굴을 한 닭이.

국왕 폐하께 경사스러운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후후 웃으며 아크다르에게 대답하는 위즐튼의 공작. “기뻐하십시오; 저희 위즐튼에서, 아렌델을 구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

파멸을 부르는 그 이름, 그거슨 위-즐튼.

멜리사가 무슨 생각을 해서 갑자기 미쳐 날뛰는지는(...) 다다음화나 되야 알 수 있겠지만, 일단은 저 원숭이 얼굴을 한 닭이 무슨 속셈을 가진 건지 다음화에서 알아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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