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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장편] 겨울왕국 검은화살 Ep.9

앙졸라이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5.10 22:58:50
조회 1536 추천 24 댓글 6
														

-아렌델 성 안


모닥불은 기어코 피어오르고야 말았다.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담요를 모두 나눠준 다음 만족스럽게 모닥불을 바라보던 에드버드 경은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다니엘 경에 놀라 하마터면 불 쪽으로 쓰러질 뻔했다.


"소리 좀 내고 다니시오!"


"아, 죄송합쇼. 워낙 재밌는 광경을 봐서 빨리 말해주고 싶었지."


다니엘 경의 싱글벙글한 표정에 대고 화를 쏟아낼 만큼 에드버드경은 차가운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얕게 한숨을 한 번 내쉰다음 다니엘 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무엇을 본 거요?"


"위즐튼 공작의 경호원 중 한 명 말이오. 그가 바다를 뛰어 건너가는 걸 보았소."


척 듣기엔 이상한 소리였지만, 바닷물이 완전히 얼어붙은 지금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어느쪽으로?"


"서던제도쪽이오. 내가 듣기로는, 그곳 인근에는 전함 몇 척이 아렌델의 해안을 봉쇄하고 있었지."


에드버드 경은 뭔가를 대충 알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니까, 공작이 무슨 목적이 있어서 그 배에 사절을 파견했다?"


"그런 셈이지 않겠소?"


에드버드 경은 잠시 모닥불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다가 다니엘 경의 어께에 손을 올리고 속삭였다.


"어찌할 생각이오?"


"내가 한 번 따라가보리다. 운이 좋으면 붙잡아서 전갈을 빼앗을 수도 있겠고, 적어도 뒤따라가서 그 전령이 뭘 하는 지는 알아볼 수 있겠지."


-오큰의 오두막


그날따라 안나는 운수가 된통 없었다. 말은 도망가질 않나, 그녀 본인은 거의 반쯤 얼어붙은 시냇물에 빠져서 반쯤 얼어죽을 지경이 되어버리질 않나. 호기롭게 나섰을 때와는 달리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도 같았다. 게다가 엉뚱한 곳에 오두막을 짓고 장사를 하겠다는 이 거구의 남자는 뜬금없이 그녀에게 여름용 선크림 따위를 홍보하고 있지 않나. 뭐, 그녀의 언니가 세상을 얼려버리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은 여름이었으니까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지만.


"음, 그런데 겨울옷 같은 건 없나요? 겨울 부츠나, 망토나...."


"그건 겨울 상품 코너에 있겠죠."


"아."


거구의 남자가 가리킨 곳을 눈으로 좇자 절묘하게 한 벌만 남아있는 여성용 겨울옷이 눈에 띄었다. 저거라도 없었다면 어쩔 뻔 했나. 안나가 겨울코너쪽으로 돌아서는 순간, 뒤쪽에서 문이 벌컥 열리며 건장한 온몸이 눈에 뒤덮인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오두막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여름 특가 세일입니다!"


"이 날씨에 그런 말 하느라 고생이 많소."


설인을 연상시키는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날씨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왜 이런 날에 이런 날씨가 된 걸까요?"


답을 대충 알면서도 이 설인과의 어색한 분위기를 견딜 수 없었던 안나가 말했다. '내가 어찌 알겠소' 따위의 답변을 기대했던 안나의 예상과는 달리, 설인은 꽤나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북쪽산에서 불어오는 눈보라가 사방 천지를 다 뒤덮었지. 때문에 난 예정에도 없던 등반을 해야 하게 됬지만."


설인이 겨울코너에서 안나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간 밧줄과 곡괭이를 집어들여 말했다. 북쪽산이라. 엘사가 이 문제의 근원이란 점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 북쪽산에서 눈보라가 불어오고 있다면 그곳에 엘사가 있는 것이렸다. 안나는 설인 쪽을 돌아보며 다시 물었다.


"문제의 근원이 북쪽산인 걸 아시면서 등반을 하신다면..."


"당연히 산을 오르려는 거지. 아가씨가 조금만 생각을 해봐도 알 수 있는 문제일텐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여름에 눈보라는 절대로 치지 않아요. 사악한 마법사가 저주를 퍼붇고 있는 게 아닌 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산을 올라서 그 사악한 마법사와 대면하는 것 뿐입니다. 설득하는 게 먼저겠지만, 정 안되면 제압해야지."


"내가 끼어들 상황이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사를 제압할 수 있으쇼?"


안나는 가까스로 방금 전 말을 꺼낸 오두막 주인의 이름이 오큰이란 것을 기억해냈다. 분명 입구 간판에 써있었는데. 설인은 오큰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지. 하지만 날 도와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좀 멀리 있고, 지금 당장 필요한 건 가까이 있는 친구에게 먹일 당근이지."


설인이 계산대 아래에서 거칠게 당근을 잡아끌어내며 말했다. 오큰은 설인이 가져온 물건들을 쓱 훑어보더니 말했다.


"40 밭겟소."


"이 물건들이 40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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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인이 깜짝 놀란 듯 반문했지만, 이내 이해할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의가 좋지 않고, 수량은 한정되어있으니 값은 높아진다는 소리군. 대충은 이해하겠소. 나도 장사꾼이니까,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알지. 그러니까, 난 얼음장사를 한단 말이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내가 파는 물건은 사실상 공공재지."


안나와 오큰은 밖에 놓인 설인의 수레를 흘끔 살펴보았다. 


"어... 저건 진짜 힘들겠네요. 지금같은 때는."


"그래도 사악한 마법사의 눈보라가 들이닥치기 전 조금이라도 팔아둔 게 다행이지. 때문에 수중에 10은 있으니."


"그럼 당근은 드릴 수 있지만, 다른 건 안 되오."


"솔직히, 궁금한 게 있습니다."


설인이 말돌리듯 말했다. 오큰은 흥미롭다는 듯 귀를 쫑긋 세우고 설인의 말에 집중했다.


"단순 사우나라면 모를까, 여름용품 가게라기에 이곳의 위치는 너무 좋지 않습니다. 설사 지금이 여름이라 할지라도, 만년설이 덮여있는 북쪽산이 지나치게 가깝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던 거요?"


"아무도 내게 그걸 물어본 적이 없소."


오큰이 슬픈 듯 말했다. 설인은 잠시 거구의 남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아무도, 정말, 아무도. 사실, 올 여름에는 이 곳 주변을 멋진 하나의 여름 휴양지로 만들어볼 생각이었소. 거의 모든 걸 준비했지. 대관식만 끝나면, 외국 사신들만 돌아가면 즐겁게 놀 수 있는 나만의, 모두의 천국을 만드는 거였지."


"수완이 뛰어나시군."


설인이 보듬어주듯 말했다. 오큰은 계속해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눈보라 때문에 준비해두었던 걸 모두 내려놓았소. 대신 사우나에 불을 지필 수 있었지만, 마음은 평안치 않지."


"그럼 그걸 생각하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씀이시오?"


오큰이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설인을 바라보았다. 은 얼굴에 묻은 눈을 털어내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북쪽 산에 올라가 눈보라를 멈추고 오겠다고. 돈 30이, 그리 아까운 돈입니까?"


그리고 그는 결연한 표정으로 10 어치 동전을 내밀었다.


"알겠소. 알겠단 말이오. 가져가시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실패하여 되돌아올 때 그 값을-"


"치르겠습니다. 약조하죠."


그리고 그는 거한의 마음이 바뀔까 두려워하는 것 마냥 서둘러 오두막을 나섰다. 안나는 말 없이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다가 겨울옷 비용을 지불하고 그를 따라나섰다.


-오두막 주변 헛간


기타를 치며 순록과 사람의 1인 2역을 하는 금발머리 사내를 보며 안나는 순간 그녀가 미친 사람에게 말을 걸려는 것은 아닌가 의심해야 했다. 하지만 그 남자가 그녀가 숨어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먼저 부른 이상, 모습을 드러내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용무입니까?"


"사실, 제가 그 '사악한 마법사'를 알고 있어요."


"나도 그게 여왕이란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의외의 답변에 안나는 얼굴에서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금발머리 남자는 그에 내색하지 않고 안나를 찬찬히 살펴보더니 말을 이었다.


"어디보자 그리고 당신은 그녀의... 여동생? 아, 그렇겠군, 머리카락에 흰색 가닥이 보이는 걸로 봐서는.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자매의 이야기를 알아요?"


"다 듣게 되는 방법이 있지."


남자가 베고 누웠던 순록에서 몸을 살짝 일으키며 말했다.


"오전에 신나서 노래를 부르며 성 밖을 뛰어다니는 걸 보았습니다. 방금도 이 날씨에 언니를 따라나서겠다는 집념 하나로 여름옷에서 겨울 옷으로 갈아입지도 않은 채 말을 달려 이곳까지 왔다는 걸로 봐서는 무모하고 왈가닥 성격이 강한 모양인데."


"말을 달렸다는 건 어떻게 알았고요?"


"길을 오다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발굽 자국을 본 거지요. 중간부터 끊겨서는 사람 발자국으로 변해있더군. 당신 발자국 말입니다. 말은 중간에 도망친 모양이고. 당신 승마 실력이 썩 나빠보이지는 않았는데... 하지만 말을 타고 거친 길을 달려본 적이 없는 모양이더군요. 그 겁쟁이 말은 그럭저럭 걸어갈만한 평지까지는 무난히 가다가 길이 거칠어지기 시작하자 겁을 집어먹고 도망쳤으니까."


"그건 그 정도로 됬고, 내 성격 얘기나 계속해봐요."


안나가 이 남자에게 흥미를 느끼며 말했다. 이 은둔자는 대체 뭐길래 이렇게 많은 것을 알고, 알아내고 있단 말인가?


"언니를 향한 마음만큼은 진심인 것처럼 보이는군요. 만일 그렇지 않았더라면 군사를 풀었겠지, 직접 말을 타고 나서진 않았을 테니까. 게다가 상황 판단력이나 인내심도 썩 나쁘지는 않아 보이고. 난 당신의 정체를 지레짐작하고 나서 일부로 당신을 떠보기 위해 여왕을 '사악한 마법사'라고 지칭했는데, 왈가닥하는 성격인 당신에 그에 대해 화를 내거나 기분나빠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언니에 대한 더 큰 모욕을 이미 들었거나, 정황상 내가 정보를 캐내고 도움을 요청해야 할 상대지 화를 내야 할 상대가 아니란 것을 깨달은 거겠죠. 곧장 나를 찾아온 걸로 봐서는 후자인 것 같은데."


"둘 다에요."


안나가 인정하듯 말했다.


"북쪽산에 올라간 마법사는 당신 말대로 우리 언니고, 난 그녀에게 가서 그녀를 설득해 데려와야 해요. 내 생각대로라면, 그게 가능한 건 오직 나뿐이에요. 서로를 돕죠. 같이 산에 올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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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의 남자는 한숨을 내쉬고는 답했다.


"당신이 아렌델 왕가의 일원이란 점은 나에게 아무런 매력도 주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요."


그는 몸을 일으켜 안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한쪽 손을 내밀며 말했다.


"크리스토프 비요르그먼입니다. 잘 부탁 드리겠고, 오늘 밤 당장 출발합시다."


안나는 반가운 표정으로 그의 손을 맞잡아 악수했다. 그렇게 북쪽산을 향한 한 갈래의 여정이 결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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