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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장편] 겨울왕국 검은화살 Ep.15

앙졸라이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5.20 20:09:48
조회 1342 추천 19 댓글 4

전편 통합링크 : https://gall.dcinside.com/frozen/3079403


-아렌델, 성문 앞


카이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두 외국인이 이끄는 아렌델의 군대는 절반으로 쪼개져 성문 앞에서 정면으로 대치했다. 성을 공격하는 쪽의 선두에는 유진이 초조한 표정으로 발을 까닥거리며 서 있었고, 성을 지키는 쪽의 선두에서는 한스 왕자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유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유진 피츠허버트. 대체 무슨 야욕이 생겨서 아렌델의 군대를 동원해 내전을 벌이려는 거지?"


"유감스럽지만 웨스터가드 씨, 나는 이 나라보다도 훨씬 더 큰 나라를 물려받을 예정이기 때문에 당신같은 2류 왕족처럼 야욕때문에 움직일 필요가 없소이다."


유진이 지지않고 받아쳤다. 유진 옆을 지키고 서 있던 라푼젤은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녀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명백했다.


"카이씨, 세바스찬 경은 어디로 간겁니까? 인정하기 싫지만, 저 왕자에게는 아렌델의 군대를 이끌 정당한 명목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겐... 그런 게 없어요. 아렌델의 가신들 중 누가 이곳에 서둘러 도착하지 않는다면 우리쪽이 먼저 무너져버릴 겁니다."


유진이 카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카이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께를 으쓱했다. 그때였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오?"


마침내 북쪽산에서 돌아온 에드버드 경이 성문 앞에 포진한 아렌델의 군대를 뚫고 유진의 옆에 다가온 것이었다. 유진은 반가운 표정으로 에드버드 경을 바라보며 외쳤다.


"에드버드경!"


"유진 피츠허버트. 코로나 왕국의 부마가 아렌델의 군대까지 통솔할 수 있는줄은 미처 몰랐군. 그세 우리 왕국이 코로나에 합병되기라도 한 거요?"


"그런 건 아닙니다만, 세바스찬 경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제게 이 자리를 맡아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보십시오."


유진이 성문 앞에 서 있는 한스와 아렌델의 군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에드버드 경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유진에게 말했다.


"그럼 세바스찬 경도 저 서던 제도의 살쾡이가 이 나라의 반역자란 사실을 알고 있는거로군. 이야기가 한결 쉬워지겠어."


"원래 계획은 상대가 결집하기 전 불시에 왕궁으로 쳐들어가 지하 감옥에 갇힌 여왕을 구출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한스 왕자가 빨리 움직인 탓에 불가능해졌지요."


에드버드 경이 이 말에 격노한 표정을 지었다.


"폐하를 지하감옥에 가두었소? 저 미친 자식을 당장이라도!"


에드버드 경이 만류하는 유진의 손길을 뿌리치고 앞으로 나아가 칼을 뽑아들고 외쳤다.


"한스 웨스터가드!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아렌델의 병사들이어! 네들이 진정 역도가 되어 이 나라를 승냥이의 손에 넘겨주려 하느냐!"


이 말에 한스 뒤를 지키고 서 있던 아렌델의 병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들 모두가 에드버드 경이 얼마나 뚝심있는 신하인지 알고 있었고, 그리고 네 가신들 중에서도 에드버드 경이 특별히 정의롭고 충성스럽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던 탓이다. 하지만 한스는 당황하지 않고 적절한 때가 오길 기다리기로 마음먹은 채 응수했다.


"그럼 내가 왜 역도인지 그 이유나 들어봅시다."


"거짓된 말로 공주마마를 현혹하여 권력을 쟁탈하고, 그 세치 혀로 순박한 아렌델의 시민들을 선동하여 폐하를 괴물로 몰아갔으며, 언제는 여왕 폐하를 모셔와 나라를 구할 것처럼 말하더니 이제는 그분을 지하 감옥에 가둬놓고는 북쪽 산으로 떠난 안나 공주님은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이 땅의 1인자가 되어 나라를 집어삼킬 궁리만 하고 있으니, 그게 역도가 아니면 뭐란 말이냐!"


대부분 사실에 부합하는 말이었기 때문에 한스는 할 말이 없었다. 한스의 병사들이 주저하며 동요하고 있을 때, 별안간 하늘에서 유리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무언가가 양쪽 군대가 대치한 간극 사이로 수직낙하했다.


'쿵'


먼저 유리파편들이 바닥에 흩뿌려졌고, 그 위로 한 사람의 시신이 떨어졌다. 목에 새까만 석궁 화살이 박힌 그의 정체는...


"세바스찬 경."


에드버드 경이 마음의 동요를 숨기려 애쓰며 말했다. 라푼젤은 깜짝 놀라 유진에게 안겨들었고, 유진은 멍한 표정으로 거의 비명을 지를 듯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양쪽의 병사들은 모두 아무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그들 사이에 떨어진 세바스찬 경의 시신만을 쳐다보았다. 위쪽에 있는 첨탑에서 시신을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한스는 잠시 놀랐지만, 이내 평온을 되찾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 공작나리... 내게 이걸 기다리라 한 것이로군..."


그 때였다.


"안나 공주가 돌아왔... 헉..."


겔다가 황급히 성쪽으로 달려오며 외치다가 놀란 듯 입을 틀어막았다. 에드버드 경과 한스는 동시에 겔다 쪽으로 나아가며 물었다.


"공주가 돌아왔소?"


"네... 네... 몸이 얼음장같고... 머리가 하얗게 새셨어요... 심장이 얼어붙었다던데..."


"여왕의 짓이군."


한스가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겉으로는 더없이 걱정스럽다는 표정이었다.


"한스... 한스 왕자님을 찾으셨어요. 살기 위해선 당신을 만나야 한다고..."


겔다가 세바스찬 경의 시신을 곁눈질하며 말했다. 에드버드 경이 굳어진 표정으로 자신의 군대 쪽으로 돌아서고는 말했다.


"세바스찬 경의 시신을 치우고, 해산하여 병영으로 귀환해라."


"하지만 에드버드 경..."


유진이 에드버드 경을 붙잡으며 말했다. 에드버드 경은 입술을 꽉 깨물고는 유진을 올려다보았다.


"어쩔 수 없소. 공주님께 이런 광경을 보여드릴 순 없는 일이지. 수고했소, 유진 공. 이번 일이 잘 끝나게 된다면 아렌델은 공의 노력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에드버드 경이 허리춤에 칼을 다시 집어넣으며 말했다. 라푼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유진에게 물었다.


"이대로 괜찮을까? 이대로라면..."


"여긴 우리가 뛸 수 있는 판이 아니야. 최선을 다했으니, 지켜보는 수 밖에 없어."


유진이 착잡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렌델, 공주의 방


"그러니까, 당신 말은 여왕이 당신의 심장을 얼렸고, 그 때문에 진정한 사랑의 행동만이 당신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겁니까?"


한스가 안나의 눈을 쳐다보지 않으려 애쓰며 물었다. 안나는 소파에 앉은 채로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스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제 엔드게임이야.


"오, 안나,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좋았을 걸."


"뭐라고...?"


안나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스는 또다시 그녀의 눈빛을 무시하고 물주전자로 난롯불을 꺼버렸다. 안나는 소파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그를 저지하려 했지만, 이미 정상이 아니었던 그녀의 몸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우리 나라에서 나는 성공할 가망이 없는, 좀 잘사는 집 아들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반면에 당신은, 오 세상에. 왕위 계승 서열 1위의 왕족이잖아? 게다가 군주 본인은 자격 미달의 군주였고..."


"왜 자격 미달이었지?"


안나가 날카롭게 물었다. 한스는 헛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당연한 거 아냐? 저런 괴물을 누가 여왕으로 섬기겠어?"


"우리가 '친구에서 조금 더 나아간 사이'로 지내기로 했을 때, 당신이 나도 몰랐던 우리 언니의 능력을 알았을 리가 없어."


한스가 잠시 멈칫했다. 


뭐, 그건 사실이었지. 적어도 그때만큼은 진심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런 소리를 하고 있을 순 없었다. 만일 그때 한스 본인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인정해버렸다간 여기서 마음이 흔들려버릴 수도 있었으니까.


이야기를 꾸며내야 했다.


"어, 그러니까. 그래, 처음에는 사실 여왕을 노리고 온 거야. 그러니까..."


"참도...타당한... 계획이군... 대관식 날 처음 본.... 이웃나라의 여왕을 꾈 생각으로...처음부터 찾아왔다...."


안나가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가며 중얼거렸다. 한스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단 사실을 깨달았다.


하긴, 그건 좀 말이 안 되긴 하지.


"음, 잘못 말했군. 사실 내가 여왕의 자질에 대해 아까 이야기한 건, 왕위 계승을 앞두고도 한 번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그 점 때문이었지. 그 때문에 너를 이용한다면 내가 손 쉽게 왕위에 오를 수 있으리라고..."


"차라리 아까 전에 그 얘길 했다면 설득력 있었겠지."


안나가 그녀의 몸상태에서 나오는 목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그녀는 별안간 고개를 한 번 치켜들더니한스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당신 말은 하나도 이치에 맞지 않아. 그리고 날 피하는 당신의 눈빛도, 그런 무시무시한 계획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 똑똑히 말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한스가 방문을 살짝열며 말했다.


"당신은 이제 죽을 테니까, 대답은 듣지 못할 거야."


한스가 도망치듯이 방문을 빠져나왔다.


쾅하고 방문을 닫은 다음, 야심에 넘치는 왕자는 잠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방문을 잠구는 것도 잊고, 한스는 뚜벅뚜벅 복도를 걸어 성 밖으로 나섰다.


-잠시 뒤, 같은 방 안


안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한스는 배신했다. 언제부턴진 모르지만, 그것만은 확실했다.


이상한 곳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뭐 그의 말마따나 그녀는 곧 끝장이니까.


패비 노인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죽는 것은 아니었다. 영원히 얼어붙은 육신 안에 갇혀 영혼만은 불멸이 된다...라고 했던가.


어떤 느낌이려나.


언니는, 언니는 괜찮을까?


무슨 상관이야. 그녀 본인이 더 끔찍한 상황에 빠질 판인데


적어도 언니는, 몸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엇...


아니, 의식이 끊어져선 안 돼. 안나가 본인에게 되내였다.


그래 언니는 몸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죽지도 않을텐데.


-같은 시각, 방 문 앞


올라프가 낑낑대며 방문을 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방금 전 한스가 안나를 내버려두고 착잡한 표정으로 혼자 걸어나가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방 문이 잠겼을테니까, 그의 코에 있는 당근을 이용하면....


"넌 뭐냐?"


별안간 올라프의 옆에 나타난 에드버드 경이 올라프에게 물었다. 올라프는 세상 반가운 표정으로 에드버드 경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안녕! 난 올라프야, 그렇지만 자기소개는 차차하고, 우선 이 방 문이 급해."


"음?"


가까스로 말하는 눈사람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기로 한 에드버드 경이 방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안에 안나 공주가 갇혀있어. 그 잘생긴 왕자가 공주님을 혼자 버려두고 온 것 같아."


"그럼 당장 방 문을 열어야..."


에드버드경이 방문 손잡이를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


'딸칵'


"열려있잖아...?"'


에드버드 경이 조심스럽게 방문을 밀여 얼었다. 


엎어져 쓰러져서 의식을 잃어가는 공주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공주님!"


에드버드경이 황급히 공주에게 달려가며 말했다. 올라프도 깜짝 놀란 표정으로 안나의 옆에 다가섰다.


공주의 손이 얼음장처럼 찼다.


"언...니...는..."


"여왕 폐하는 괜찮지 않으시지만, 지금 공주님보다는 괜찮으실 겁니다. 너, 올라프라고 했나?"


에드버드 경이 공주의 손을 놓고 올라프에게 말했다. 올라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공주님을 잘 지키고 있어라. 내가 사람들을 불러올테니까!"


"어, 알겠어... 음... 근데.. 당신 이름은..."


하지만 에드버드 경은 이미 밖으로 뛰어난 뒤였다.


올라프는 하는 수 없이 안나에게 다가서 말을 걸었다.


"안나, 이게 무슨 일이야?"


"한스가... 날 배신했어. 진정한 사랑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 뭐,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진정한 사랑? 그게 뭔데?"


별안간 올라프가 진지해진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난롯불을 켜려 애쓰고 있었지만, 이미 꺼져버린 불은 타시 타오르지 않았다.


"올라프... 네가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


"몰라서 묻는 게 아냐. 진정한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올라프, 너..."


"크리스토프 말 들었지? 내 안엔 엘사의 영혼의 일부가 담겨있어. 엘사에게 말한다고 생각하고 말해봐. 진정한 사랑이... 뭘까?"


안나의 눈빛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녀는 입을 살짝 열고는 작게 속삭였다.


"다른 사람을... 자신 앞에 두고 생각하는 것."


-지하감옥


엘사는 무언가에 반응한 듯 눈을 퍼특 떴다.


"뭐지... 그건..."


뭔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안나가 근처에 있었다. 그것도, 아주 근처에.


-아렌델 국경 밖


크리스토프는 이제 모든 일을 마쳤다 여기고 돌아갈 심산이었다. 


그때, 충분히 높이 올라온 그의 눈에 아렌델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군대가 대치하고 있고... 시신이 떨어졌어. 그리고 외국의 사절들로 보이는 자들간에 대립이... 저자가 바로 한스 왕자인가?"


크리스토프가 안나에게서 한스에 대해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빈정거리는 표정으로 아렌델의 가신을 위협하는 한스의 모습은, 전혀 좋은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뿌우?"


스벤이 그게 뭐 어쨌냐는 표정으로 크리스토프를 쳐다보았다. 크리스토프는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말했다.


"안나가 뭔가 속임수에 당한 것 같아. 아직 안나가 위험해. 돌아가야겠어, 스벤."


-아렌델, 공주의 방 안


"그래, 크리스토프가 널 여기 데려다주고 돌아간 것처럼, 그리고 지금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그가 다시 돌아온다고...? 그리고... 그가 나를 사랑한다고?"


올라프가 미소 띈 표정으로 안나를 바라보았다.


"난 다 느끼고 있어. 가장 외로움을 많이 타는 영혼의 가장 사랑스러운 부분이 바로 나인걸. 그리고 그가 돌아오리라는 건..."


그 순간, 방 밖에서 와장창 창문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올라프가 난롯불에 매달려있던 것을 멈추고 퍼특 방문 밖으로 튀어나갔다.


심장에 검은 화살이 박힌 에드버드 경이 피를 흘리며 복도에 쓰러져 있었다.


창밖에서 날아온 석궁화살이 그의 심장에 적중해 그를 즉사로 몰아간 듯,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숨을 거두고 말았다.


올라프는 최대한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방 안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야? 올라프..."


"같이 성 밖으로 나가자. 사람들은 도와주러 오지 않을거야."





*다음 편이 아마 마지막화가 될 듯 합니다... 하지만 에필로그랑 떡밥/해석이 남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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