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는 농장에 붙어있는 오두막에 들어가 서랍을 열어 부러진 칼자루를 들었다. 3년전 끝내지 못한 인연을 끝낼 때라는 직감이 왔다.

\'드디어 그때 배지 못 한 목을 밸 시간이군.\'

한스는 칼자루를 주머니에 넣고, 오두막을 나와 헛간으로 가서 흰말 하나를 꺼내 올라탔다. 한시라도 빨리 왕국으로 돌아가 복수를 이뤄내고 싶었다.

"공주님. 그말은 네가 탈만한 말이 아니야. 얼른 내려오라고!"

일꾼중 하나가 한스가 말을 타는 모습을 보고, 건초 정리를 그만두고 소리쳤다. 고함을 들은 한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입 닥쳐 말리우스. 내가 왕자가 되어 아렌델을 전복시키고 나면, 네 목을 쳐내기 위해 다시 올테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

일꾼은 마른침을 삼키고 한스를 쳐다만 보았다. 한스는 이에 만족했는지 가볍게 웃음을 짓고 서던제도의 수도로 향했다.

한 겨울에 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수도인 로펜하겐까지 달리는건 몹시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극심한 추위에도 안나와 엘사의 이름을 되뇌기면, 얼어붙은 근육에 피가 도는 듯했다.

성의 입구에 다다르자 보초병이 두명이 한스를 막아섰다.

"농장을 탈출했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그래? 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뛰어왔는데 나보다 더 빨리 도착한게 있다고? 내가 모르는 마법이 또 있나 보지?"

병사는 손가락으로 농장쪽을 가르켰다. 한스의 시선은 자연스래 병사의 손가락을 따라갔다. 시선의 끝에는 농장 가운데 탑에서 보라색 연기가 펴지는 모습이 보였다.

"허. 농장 한가운데 왠 탑인가 했더니, 봉화대였어?"

한스는 낮게 중얼 거렸다.

"그래. 내가 탈출한 사실은 네 눈앞에 있는 나만 봐도 알 수 있겠지. 이제 비켜 아버지를 뵈야겠다."
"죄송하지만, 왕께서 왕자님의 알현을 금하셨습니다."
"멍청한 소리말고 저리 비켜."

한스는 무턱대고 문으로 몸을 던졌지만 건장한 병사 둘을 넘어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병사 둘은 한스를 내동댕이쳤다.

"언제 봐도 꼴이 우습구나 한스."

익숙한 목소리에 한스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봤다. 성문 앞에는 첫째 형 알렉스가 한스를 내려다 보고있었다. 한스는 무릎을 털고 일어섰다.

"입 닥쳐 알렉스. 할 줄 아는거라곤 먼저 태어나는거랑 날 지켜보는 것 밖에 없나보지?"
"형에게 말버릇이 고약하구나."
"너는 날 동생 취급이라도 해줬나?"
"흠....아니 안 해줬던것 같군."

알렉스는 미소 지었다. 한스는 그런 알렉스를 노려보았다. 여전히 재수없고 역겨웠다. 병사 두명은 그런 한스의 눈치를 살폈다.

"네가 멍청한 생각을 한아름 껴안고 여기까지 달려 온건 알고있어.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정신나간 소리를 듣기위해 널 만나주시지 않을거야."
"그건 네가 아니라 아버지께서 정할 일이야. 그냥 구석에서 내 계획이나 듣고 있으라고."

알렉스는 한스를 향해 웃어주고 왕궁 안으로 들어갔다. 한스는 알렉스를 따라 들어가려 했지만 병사 둘이 창을 맞대고 막아섰다. 한스는 한숨을 쉬며 얼굴을 쓰러내렸다.

"저리 꺼져 이 멍청이들아."
"하지만 왕께서.."

병사의 말이 끝나기 전에 한스의 주먹이 병사의 턱을 쳐냈다. 옆에있던 병사는 재빨리 창을 한스 쪽으로 겨눴다. 턱을 맞은 병사는 금세 일어나 창을 겨눈 병사의 어깨를 툭 치고나서, 그냥 보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병사는 그제서야 한스에게 길을 열어줬고 한스는 성문 안으로 들어갔다.

"정신나가 왕자야. 상대해봤자 우리만 손해라고."

병사는 아까맞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병사 두명은 성문을 바라봤다.

"저희가 잘 한걸까요?"

창을 겨눈 병사가 턱을 얻어 맞은 병사에게 물어보았다. 얻어 맞은 병사는 창을 주으며 자신으 자리로 돌아 갔다.

"그야 모르지."

두 병사는 다시 제자리를 지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