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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단편] 영구동토층앱에서 작성

이두나팬클럽회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23 21: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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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아주 좁은 틈에서 태어났다. 마침내 어둠을 살라먹은 희뿌연 안개가 균열을 비집고 꾸득꾸득 들어왔다. 손 쓸새도 없이 자욱하게 깔린 안개 탓에 나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에 적응할 틈도 없이 살을 에는 듯한 한기가 곧바로 몸을 휩쓸었다. 마치 그 때 그 순간처럼. 손끝이 서서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안나...안나...'




'엘사? 언니야? 대체 여긴 어디야? 나 너무 추워.'




어딘가 낯익은 음성이 귓가에 들릴 때쯤, 다시 눈 앞의 불이 꺼졌다. 이윽고 땅이 아래로 무너져 몸이 아래로 훅 쏠리고 말았다. 언니? 언니는 어디 있지? 아래로 기약없이 추락하며 머리로 피가 잔뜩 쏠리는 와중에도, 이상하게도 엘사에 대한 생각은 지워지지 않았다.




밑으로, 더 밑으로. 속절없이 추락한 몸뚱아리가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고 생각할 즈음,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트인 시야를 향해 주위를 응시했다. 침대, 옷장, 창문, 아 저건 액자, 그리고 인형, 눈사람? 사람은 없었다. 그와 동시에 손을 뻗어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을 더듬더듬 짚었다.





그제야 내가 지금 침대에 누워 이불에 덮여있는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덮인 보라색 이불엔 흘린 식은땀으로 흥건해 홍수가 날 것만 같았다. 머리가 쪼개질 듯 저려오고 목은 금방이라도 불타는 것 같았지만 상황파악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린 탓에 그 밖에 다른 것들을 돌볼 틈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갖가지 고생 끝에 알아낸 확실한 한 가지는, 내 방이라는 점.




조금 낯선 분위기이긴 하지만. 여전히 몸을 일으켜 보려 엉덩이를 연신 들썩여보았다. 성탄종이라도 옆구리에 매달아놓은 듯 무거워진 몸을 옴싹달싹 못하고 있을 때쯤,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복도에서부터 귀를 찢을 듯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안나!"




문이 벌컥 열리고 누구였는지를 알 틈도 없이 소음의 주인이 강하게 나를 껴안았다. 안 그래도 버거운 몸뚱아리가 두 배로 더 무거워졌다. 아, 두 명이었구나. 나도 모르게 팔을 뻗어 두 명의 침입자를 함께 따스히 껴안아주었다. 왠지 모르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괜찮니? 악몽이라도 꾼 게로구나."




조금 더 탁해진 목소리가 왼쪽에서 들려오더니 내 머리를 제 품안에 쏙 넣었다. 숨이 살짝 막혔다.




"네, 괜, 괜찮아요. 근데 이것 좀."




팔을 버둥거린 덕에 살짝 자유로워진 상체를 다시 당겨 아빠의 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잠깐, 아빠라고?




"아, 아빠?"




"그래, 안나. 아빠는 여기 있단다."




"오, 안나. 이 땀 좀 봐. 몸은 계속 차갑구나."




"엄마?"




사무쳤던 그리움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목소리에 고개를 다시 휙 돌려 그 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엄마, 이두나였다. 두 사람을 껴안은 팔을 풀고 또렷하게 지금의 광경에 집중했다. 부모님이었다. 하지만 야속하게 눈물은 나지 않았다.




이게 정말 꿈이라면, 깨고 나서 실컷 울 수 있도록 아껴두어야하기 때문일까. 그러나 꿈이라는 걸 믿기 어려울 만큼 양 볼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너무나도 생생히 느껴졌기에, 구태여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은 그저 양 팔의 우주에 그리웠던 두 사람을 오롯이 담아내는 일만이 중요했다.






"괜찮은 거맞지? 얼마나 소리를 질러대던지, 귀가 떨어지는 줄 알았단다."




"저 괜찮은 것 같아요. 엄마, 아빠. 그런데, 엘사는요?"




또 하나의 그리움을 한숨에 내뱉었다. 물론 이곳에서 깨기 전으로부터 정말 조금 전까지 같이 제스쳐게임을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엘사는 영원한 나의 그리움이었다.




"...엘사?"




엄마는 새파랗게 정색하며 눈꼬리를 축 내렸다. 아빠를 흘긋 바라보더니 다시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불안이 물밀듯이 밀려옴과 동시에 마치 꺼내면 안 될 이름을 부른 것만 같은 감정이 북받쳐올랐다.




"안나...엘사는,"




엄마의 시선을 이어받은 아빠가 힘겹게 입을 움직여 한 마디를 꺼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 없단다, 너도 알다시피. 그리고 이번이 벌써 네 번째야."




엄마는 말없이 내 손을 꽉 잡을 뿐이었다. 미약하게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부터 복잡하게 얽힌 여러 감정이 대신 전해지는 듯 했다.






아무래도 나, 꾸면 안될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






'저리가 안나.' 17년 동안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던 말. 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게 좋더라. 그게 언니라면 더더욱. 그런데 정말 A.N.N.A, 이 단어에 붙일 말이 정말 그런 차가운 단어들밖에 없었던 거야? 그런 말들을 새지 않게 깊은 구석에 꾹꾹 눌러담은 십 수년의 내 모습들을, 언니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그동안 하고싶은 말들이 너무 많았지. 그런데 언니, 왜 나는 여기로 다시 돌아왔을까? 진정한 사랑으로도 채 지우지 못한 상처를 다시 꿰맬 수 없어서? 아무렴, 필시 뜻이 있겠지. 언니가 이렇게 떠난 것처럼. 다 의미가 있을거야. 그렇지?






"엘사."





푹 숙인 고개를 천천히 들어 곧게 솟은 비석을 올려다보았다. 내 키보다 아주 살짝 더 큰, 키만큼은 언니를 꼭 닮은 돌덩이였다. 조금 신경써서 화장해놓고 멀리서 보면 꼭 언니같을 거야. 나도 모르게 피식 나온 웃음에 살짝 흐른 눈물이 금세 말라버렸다. 부모님의 말에 따르면, 언니는 불과 한 달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아무도 영문을 모른 채 꽁꽁 감춰져 왔던 공주의 자살은 갑작스레 6년 전으로 돌아온 내가 맞이해야 하는 끔찍한 비극이었다. 정말 꿈이라면, 사탄도 이런 악몽을 만든 존재를 보고 혀를 내둘렀을 것이 분명했다. 언니에게로 왕위를 이어받은 후로 부담이 심했던 것은 스스로 자각하고 있었지만,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고통을 겪게 될 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당장 깨어나면 엘사 다음으로 패비 할아버지를 찾아 가야 할 것 같았다.






"또 갔다왔구나."






무덤에서 이제 막 돌아온 내게 엄마가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나를 꼭 끌어안은 채로. 따스한 품의 온기에 절로 나른해졌다. 꿈에서 깨면 꼭 다시 가져가고 싶은 느낌. 다시 후회할 일이 없도록 나도 엄마를 힘껏 안았다. 어릴 땐 미처 눈길을 주지 않았던 노덜드라 스카프가 엄마의 어깨 위로 은은하게 빛나는 듯 했다.






"요즘 무슨 일 있니?"




"요즘이요?"




"엘사에게 찾아가는 것 말이야. 이번 주만 해도 벌써 네 번째고. 그동안 단 한 번도 간 적이 없었잖니."




"아뇨 엄마,저는..."






무심코 처음 가본 것이라 말하려 할 뻔한 것을 그만두었다. 아마 오늘 깨어난 내가 아닌, 꿈 속 과거의 내가 다녀온 것이겠지. 그런데,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다고? 안나, 여기서 무슨 짓거리를 한거야. 내가 대체 왜 그랬을까요, 라고 엄마에게 물으려다 이내 그것마저 멍청한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피곤하다는 걸 핑계로 슬그머니 품에서 빠져나왔다.






"참, 안나. 이거 네 거니?"






방으로 향하는 걸음을 붙잡은 엄마가 새 모양으로 접힌 종이를 내밀었다. 왕실에서 쓰는, 색이 살짝 누렇게 바랜 종이였다. 종이는 꼭 게일을 통해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접혀 있었다.






"시종들이 네 방을 청소하러 들어갔는데 창가에 이게 떨어져 있었다는구나. 나도 열어보진 않았어."




"고마워요, 엄마."






다시 긴 복도를 따라 발걸음을 돌린 엄마의 어깨가 축 처져있었다. 마음 같아선 엄마를 붙잡고 밤새 마구 떠들고 싶었지만, 그게 다 지금 무슨 소용일까.  엄마에게 편지를 받아들고 방문을 살며시 닫았다. 낯익은 종이를 받자마자 든 감정은 뭔지 모를 반가움이 아닌 꿈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꺼름칙한 기분이 앞섰다. 다시 한 숨 자고 나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와 있겠지. 지금까지 내가 꾼 악몽들의 패턴은 거의 비슷했다. 예컨대 트롤이 키스하던 꿈이라던지.





꿈에서 깨고나면 오랜만에 궁에 온 엘사와 아침을 먹을거야. 크리스토프와 올라프, 스벤도 함께. 다시 행복한 일상이 반복되겠지. 반면 지금의 이런 현실은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새드엔딩이었다.





언니가 스스로 죽는다니, 말도 안 돼. 내가 아는 언니는 바다를 가로지를 수 있는 마법의 힘만큼이나 내면이 강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지켜야 할 것들을 생각하고 굴하지 않는 마음. 그것이 방 안에서 언니 스스로를 가둘 수 있었던 의지의 원천이었고, 내가 십 수년간 노크만 할 수 밖에 없었던 거대한 장벽이기도 했으니. 비록 이런 언니의 마음가짐이 여러 기가 막히는 사건들을 일으키긴 했지만...





아무튼 간에 이런 꿈을 만든 존재가 간과한거라면, 엘사를 너무 물로 봤다는 거다.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워 잘 채비를 서둘렀다.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한 마리의 새는 어느새 펴진 손 안에서 꼬깃꼬깃한 한 장의 종이가 되어있었다. 의지대로 한 것이 아닌데도 엄습하는 불안감에 미세하게 손이 떨리고 있었다. 마치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듯한 느낌. 하는 수 없이 편지의 귀퉁이를 잡고 빼곡히 채워진 검정색들에 눈을 돌렸다. 






'안나, 날이 추워. 눈사람 만드는 것도 좋지만, 감기도 항상 조심해야 해. 넌 몸이 약하잖니. 만약 이 편지를 본다면 딱 3일 후, 보름달이 뜨는 밤 눈이 영원히 녹지 않는 곳으로 와줘. 그럼 나를 볼 수 있을거야. 너를 사랑하는 언니가.'



--




언니는 딱 이 맘때쯤 가출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마법의 숲을 다녀오고 나서 들은 이야기였다. 언니는 모두가 잠든 밤, 자기 방을 빠져나와 궁을 나서 바다를 마음껏 구경했다고 떠들었다.




"잠깐, 뭐? 또 언니만 아는 비밀이 있었던거야?"




"그건 아니야. 나도 까먹고 있었거든. 아토할란이 보여줬어. 너무 오래된 일이라 아예 잊고 살았나봐. 별로 기억하고 싶지도 않았고."




언니는 쓴 웃음을 지어보이며 내게 말했다.




"대단하네, 사방팔방에 경비병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 있었을텐데 어떻게 혼자 궁을 나갔대? 설마 얼음 몽둥이라도 만들어서 때려눕힌거야?"




팔을 휘저어 몽둥이를 휘두르는 시늉을 하자 언니는 픽 웃음을 지었다.




"난 그렇게 폭력적이지 않아, 안나. 마법을 쓴 건 맞긴 하지만."




그래, 그랬었지. 언니는 항상 멀지만 돌아가는 방법을 좋아했다. 이를테면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둔다던가. 정말 아주...멍청하고 고지식한 방법이야. 꼭 '그 때의' 엘사처럼 말이지. 그냥 지나가는 말로 툭 던져보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걸. 나 힘들다고, 죽을만큼 외롭다고. 왜 그렇게 스스로를 못살게 군 거야? 열리지 않는 방문 앞에서 수없이 마음 속으로만 삼켜왔던 물음들. 그래서 그냥 내 꿈 속에서는 죽어버린 거구나. 너무 외로워서. 내심 진짜 현실을 버텨준 언니가 대견하고, 또 감사했다.




만약, 아주 만약에 지금 내가 디고 서 있는 이 방이 꿈이 아닌 진짜 현실이었다면? 나는 이렇게 멀쩡히 살아갈 수 있었을까. 상상만 해도 몸서리치는 생각에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끔찍한 망상에 불과한 여기에서의 일을 무시하고 돌아가기엔 아직 알고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 날 이후 비밀이 없기로 서로 약속해왔지만 여전히 언니는 내게 감추는 게 많았다.


방 안에만 있었을 적엔 뭘 하고 지냈는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보냈는지, 그 때마다 언니는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뿐이었다. 다가갈수록 더욱 짙게 드리워지는 언니의 그림자 뒤론 다정한 화해들로도 아직 풀리지 못한 물음들이 꼬리를 물고, 흔적을 남겼다.


그러다 문득 이 무렵 한 번도 언니를 제대로 위로해준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언니의 대관식 전날까지 명백한 피해자는 나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림자를 언제 밟고 넘어지게 될까 조마조마하며 살 바에는, 그래. 내가 이번에도 언니의 빛이 되어줄게. 그리고 꼭 안아줄게. 많이 힘들었지. 편지는 언니가 아직 살아있을 거라고 얘기했다. 까짓거 꿈인데, 죽었다 살아나는 일이 그렇게 어렵겠어? 별 일이라도 있겠나 싶었다.




언니는 미끄럼틀을 만들어서 방을 빠져나왔다고 했다. 조막만한 몸뚱아리로 그 높이를 내려간다는 거, 얼마나 무서웠을까. '다치지 않는 것'에 강박이 있던 언니의 성격 상 아마 수 백번은 더 고심했을 것이다. 왕실 서고에 가면 유독 건축학 책들만이 잔뜩 더럽혀져 있었던 사실을 떠올렸다.


내가 주로 오는 시간대를 피해, 언니는 아마 그곳에서 꽤 오래 머물렀을 것이었다. 한기가 서린 문고리를 잡고 굳게 닫힌 언니의 방을 열었다. 당연하게도 미끄럼틀은 없었고, 대신 웬 두껍게 꼬인 밧줄하나가 창 밖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제 딴에는 배려였겠지 싶어, 헛웃음이 났다.






--




정신없이 내려오니 온통 눈밭이었다. 대충 궁 밖 어딘가로 향하겠구나 짐작은 했는데 왕인 나도 모르는 곳이 있었다는 사실이 퍽 놀라웠다. 마을이 아니라, 협곡으로 통하는 길인가? 발목께 쌓인 눈을 헤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밤중인데도 순백으로 찬란히 빛나는 땅 때문에 눈이 절로 부셨다. 위잉거리는 바람소리가 지나고 나면 고요한 적막만이 빈 공기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꿈 속으로 떨어질 때의 그 서늘한 한기가, 다시 몸 전체를 휩쓸었다. 듬성듬성 보이는 나무, 나뭇가지, 우거진 수풀 외에는 집으로 보일만한 형체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푹푹 빠지는 부츠를 옮겨가며 앞으로 향했다. 편지가 말한 '눈이 영원히 녹지 않는 곳'으로.





"언니! 어디 있어?"




목청 높여 언니를 불렀지만 거센 바람 소리에 한데 뒤섞였다. 총총히 빛나는 별 아래 공허한 외침은 피오르드에 부딪혀 메아리가 되었다. 언니는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맞아, 추위를 느끼지 않으니 괜찮았을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건장한 얼음장수들이나 건널만한 차디찬 협곡에 어린 여자아이가 홀로 이곳에 올 만한 일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어느덧 땅 아래 발을 디딘 오로라가 밤하늘에 커튼을 치며 일렁였다. 갈피를 잃어, 자연스레 몸을 틀었다. 불규칙하게 흔들리는 빛의 궤적을 따라 천천히 걷기로 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문득 너무나도 자명한 생각에 미쳤다. 한겨울인데도 땀이 온몸에 흥건했다. 애초에 살아있을 거란 생각을 하는 게 더 이상하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완전 북쪽으로 가지 않는 이상, 자신이 아는 아렌델에서 영원히 눈이 녹지 않는 곳은 없었다. 언니의 마법이 닿은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갈까 심각하게 고민을 했지만 그것마저 부질없다는 걸 알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덧 소실점을 쫓다 희미해진 빛은 협곡의 한 모퉁이를 환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청록빛 오로라가 달빛에 어우러져 기이한 빛을 내는 곳이었다. 발길이 닿은 곳은 눈싸라기 한 무더기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평범하게 쌓인 눈이었지만 어쩐지 드는 위화감에 홀려 사뿐히 그곳으로 다가갔다. 




'눈이 영원히 녹지 않는 곳.'




살짝 다가갔음에도 스며나오는 한기에 살짝 주춤했지만 이내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조심스레 손을 뻗어 눈을 걷어내었다. 손끝의 감각이 무뎌질 때까지 눈을 헤쳤다. 그러다 무언가 푹 꺼지는 소리와 함께 물이 한 번 찰랑였다. 양 손을 모아 물을 담아 올려 가만히 언니를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손 틈 사이로 흐르는 물길에 미처 남겨두지 못한 슬픔 몇 방울을 더 보탰다.





제 역량이 여기까지라서 지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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