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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 나는 너를 위해 2

상남자올라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24 13:01:41
조회 236 추천 6 댓글 0
														

1편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686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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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너는

그 비좁은 방에 기꺼이 너 자신을 가뒀고

나를 위해 너는

네 아픔보다 내 상처를 먼저 어루만져줬다.


나는 그런 너에게 바랄 수도, 바랄 것도 없었다.



"엘사?"


안나는 적잖이 당황한 듯 언니를 올려다보았다. 언니가 원래 이럴 사람이 아닌데, 그것도 누구보다 열심히 챙기던 부 님의 기일엔 더더욱. 눈을 부릅뜬 엘사의 호흡은 점점 더 불규칙해졌고, 구름 하나 없이 맑던 하늘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언니의 힘인 듯 했다. 사람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 지만 이대로 날이 흐려진다면 사람들이 언니가 한 일을 알게 될 것이고, 전보단 덜하겠지만 언니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가 또 떠돌게 될 것이다. 그럼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소심한 언니는 또 어렸을 때처럼 크게 상심한 채로 홀로 외로이 지낼 것이고, 안나는 그런 광경은 도저히 다시 볼 수 없었다. 일단 막아야 한다.


"언니! 정신차려!"


하지만 엘사는 바다 쪽을 또렷히 응시할 뿐 더이상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듯 했다.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그 뒤로 한 번도 감지 않은 엘사의 눈에는 핏발이 서기 시작했다. 거의 절망하고 있던 안나는 어떻게든 막으려 아무 생각 없이 엘사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얼음보다 차가운 냉기는 그녀의 여동생의 따뜻한 손을 다시 한번 내칠 뿐이였다.


"기다려, 안나."

엘사가 상황에 맞지 않는, 담담하고 우아하면서 어딘가 슬프고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뒤로 엘사는 왕실 테라스에 서서 손을 위로 들어올렸고, 아무것도 없던 바닥에서 얼음 타워가 굉음을 내며 빠르게 솟아났다. 안나는 당황해서 뒤로 물러났다. 시민들은 방금 전의 괴성으로 어두워진 하늘과 엘사의 이상 행동을 모두 보고 말았다. 또 언니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돌겠구나 싶었다. 어떻게 얻어낸 믿음인데, 안나는 허탈함과 공포를 느끼며 풀썩 주저앉아 멍하니 기둥을 올려다 보았다. 언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높이 올라갈수록 고요하다. 높이 올라올수록 일상에서 자신을 옥죄던 목소리와 기대에서 멀어질 수 있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도 또다시 산에 오르는 이유다.


하지만 위험하다. 너무 조용해진 나머지 자신을 우려하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도 외면하고 듣지 못한다. 사람들은 그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소중한 것을 놓치기도 한다.


...하지만 상관없다. 난 옳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안나가 손가닥 마디 정도로 작게 보일 때까지 올라왔다.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지다 못해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비가 진짜 오는 비인지, 엘사 자신이 만든 비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았다. 내가 비를 만들 수 있던가? 물은 눈과 얼음의 다른 형태이다. 게다가 자신은 정령이고, 호수 하나를 통째로 얼려버리는 일도 지금은 손쉽게 할 정도로 힘이 강해졌다. 어쩌면 이 폭풍우는 엘사가 환각을 보고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지만 엘사에겐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따로 눈 앞에 있었다.


엘사는 잠시 눈을 감으며 심호흡하고 다시 부릅떴다. 하늘은 점점 악화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레와 같은 천둥과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바다는 이제 거의 어둠의 바다 급으로 일렁이기 시작했고, 성의 첨탑들은 바람 때문에 반쯤 휘어진 채 부러지기 직전의 상태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다. 엘사의 눈에 보이는 부모님의 배는 한 번 기울 때마다 직각에 가까이 흔들리고 있었다.


엘사는 일단 강풍에 배가 부서지거나 더 멀어지는 걸 막기 위 해 아렌델 항구 근처의 바다를 전부 얼렸다. 지평선 너머 끝이 보이지 않던 망망대해는 엘사의 부드러운 손짓 하나로 파도치던 그 모습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대로 가다간 배가 물에 잠길 것이다. 일단 배를 들어올려야 하나? 엘사가 무언가를 든 모양을 한채로 손을 들어올리자 휘감기는 형태의 얼음 기둥이 바다속에서 우뚝 솟아올랐다. 엘사에겐 부모님의 배가 얼음에 고정되어 떠있는 모습만이 보였고, 기둥이 생기는 충격으로 솟아오른 검푸른 바닷물이 시민들을 몽땅 적셔버리는 건 보이지 않았다.


안나는 어렴풋이 보이는 언니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 였다. 엘사가 눈보다 하얀 레이스를 휘날리며 마치 하나의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듯 바다를 얼려 가는 모습은 무서우면서도 경외심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엘사의 손짓 몇 번에 바다는 고운 곡선 모양으로 매끄럽게 얼어붙었다. 엘사는 때론 부드럽게, 또는 격렬하게 온몸으로 바다라는 하나의 악보를 읽어갔고, 그녀의 얼음이 지나간 자리는 그 어떤 곳보다 위험했지만 아름다웠다. 안나는 기둥을 두 주먹으로 때리며 소리치는 것도 잊고 언니가 바다에 얼음 길을 만드는 모습을 경이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언니는 도대체 무얼 봤길래 저리 필사적으로 지키려 하는 걸까.


자, 잘 들어올렸으니 이제 성 항구 안쪽으로 잘 옮기기만 하면 돼. 천천히, 조심스럽게 육중한 얼음기둥은 항구 안쪽으로 움직였다. 그때 바람은 결국 성 첨탑을 부러뜨리고 말았고, 그 부러진 첨탑은 거짓말처럼 얼음기둥을 두 동강을 내며 가라앉았다. 반토막 나버린 거대한 기둥의 윗부분은 천천히 떨어지며 주변 바다를 들어올렸고, 패닉에 빠진 엘사에겐 떨어지고 있는 부모님의 배가 보였다. 이럴 순 없다. 떨어지는 걸 막아야 한다. 엘사는 다급하게 녹크를 불렀다. 물의 형상을 한 말이 뛰어올라 배 근처에 물로 된 거대한 그릇 모양을 만들었고, 엘사가 팔을 미친 듯 휘젓자 물은 떨어진 기둥의 여파로 튀어오른 주변의 바다와 함께 그 모양대로 쩍 얼어 붙었다.


하지만 얼어붙은 바다는 너무나 거대하고 무거운 얼음 그릇을 떠받치고 오래 버티기엔 역부족이였다. 바다와 그릇 역시 천천히 깨지며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기둥과 다르게 이번엔 사람들이 모여있는 광장 옆 부둣가 육지에 떨어졌다. 깨진 얼음 파편은 유리조각처럼 산산히 부서지며 사방으로 퍼트려졌다. 손톱보다 작은 조각부터 집채만한 얼음 파편이 성과 마을에 쏟아져 박혔고, 사람들은 그 파편을 피하려 혼비백산 도 망갔다. 안나는 그 광경을 보고 기절했고, 대신들은 까마득 히 높이 있는 엘사에게 아직도 진정하시라고 소리를 지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하지만 엘사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엘사는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또 부모님을 지키지 못했다. 사람들에겐 얼음 파편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일 광장에 엘사에겐 부서진 배의 조각들만 널부러져 있었다. 부모님의 마지막 심정이 이랬을까, 엘사는 생각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잔잔히 눈부시던 은색이 도는 금발은 어느새 비와 함께 얼룩져 보기 흉하게 떡졌고, 꺼지지 않는 불꽃같던 푸른 눈동자는 초점이 풀리고 있었다. 강인하지만 너무나 얇던 두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고, 엘사 는 얼음탑이 천천히 낮아지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정신을 잃었다.



그 날, 아렌델은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폭설이 내렸다.




옮기면서 글이 깨져서 고친다고 고쳤는데 띄어쓰기오류나 오탈자가 좀 있어도 봐줘

6500자 글자수제한때매 잘라서 내용이 애매할거야 바로 3편 올라가

모자란글 봐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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