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문학독후감] 아렌델행 횡단열차를 읽고...앱에서 작성

Medeo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05 19:09:03
조회 461 추천 37 댓글 25
														

viewimage.php?id=2bafdf3ce0dc&no=24b0d769e1d32ca73ced8ffa11d02831dfaf0852456fb219302713c4ce83ae398c1d54359c43c2ac970b719fb3b524ce8ed13816228a170064762d321d78e179483ec07a1287a867a7874930c4991c1d04e2


(들으면서 썼습니다)




프갤문학 <아렌델행 횡단열차>를 읽고...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는 우주에서 왔습니다. 우리는 죽으면 원자로 흩어져서 우주로 돌아갑니다. 평소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사는 탓일까 밤하늘을 자주 올려다봅니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부분은 별의 죽음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블랙홀이 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별의 죽음은 우리의 죽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커지고 커지다가 마침내 폭발하여 우주의 일부로 돌아갑니다. 그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주로 돌아간 별과 우리는 성운이 되어 그 안에서 우연한 인연이 닿아 뭉치고 뭉쳐서 새로운 별이 됩니다. 이런 우주적 순환을 떠올렸습니다. 소설에서 정령들은 죽습니다. 그러나 죽음은 끝이 아닙니다. 정령들이 죽고 남긴 보석들은 소설에서 새로운 인연과 사건을 만들어내는, 여러 가능성을 지닌 별을 잉태한 성운이 됩니다. 정령들이 죽음으로 만든 성운을 작가가 어떤 별로 빚을지 기대합니다.

작가가 한 말중에 와닿았던 건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힐링의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말입니다. 어두운 캐스의 모습을 보며 여러가지 치유의 말을 건네고 싶었습니다. 캐스에게 건네고 싶었던 말을 소설을 다 읽고나서 곱씹어보니 제게도 필요했던 말이었습니다. 엘사가 캐스에게 건네는 위로가 실은 자신에게 하고싶은 말이었다는 뜻을 조금은 이해한 것 같습니다. 캐스가 겪은 사건은 단순히 소설에서만의 일이 아닙니다. 캐스와 같은 실수는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하게 됩니다. 실수와 실패 후 찾아오는 좌절의 고통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좌절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누군가는 늪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합니다. 또 누군가는 늪에서 아득히 떨어진 곳까지 달려갑니다. 이때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건 오로지 자신 뿐입니다. 다른 사람이 대신 빠져나와줄 수도 없고, 다른사람이 건져올려주려고 해도 빠져나오는 일 자체는 본인에게 달린 일이기 때문입니다. 늪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 고통스러운 삶을 끝내고 새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단호한 결단, 실수와 고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자신을 사랑하고자 하는 용기. 작가는 이런 캐스의 모습을 통해 비슷한 처지에 있거나, 그 시절을 겪은 사람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읽으면서 저도 위로를 받으며 늪을 지나고있는 타인을 보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라푼젤 tva를 보지 않았습니다. 캐스의 생김새만 알고있는 상태에서 소설을 읽었는데도 몰입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바리안도 예전 2002문학대회 참가작 <별 헤는 밤>에서 본 게 처음이었습니다. 바리안의 생김새는 당시 삽화로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라푼젤 tva의 사전정보없이도 술술 읽히는 소설이었습니다. 오히려 라푼젤 tva를 보지 않고 소설을 먼저 접해서 몰입이 더 잘 된걸까 싶기도 합니다. 캐스와 바리안의 캐릭터를 해석하는 재미도 있었으니까요. 작가가 캐스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섬세하게 보여준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도 읽는 내내 캐스의 매력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부분을 보며 느낀 감상은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기억에 남는 부분을 통채로 옮겨적어보겠습니다.
'예로 영화를 들어 보자. 영화는 수천 개의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장면에 다 뜻이 있고 의미가 있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의미는 마지막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부분, 개별적인 장면들을 보지 않고서는 영화 전체를 이해할 수 없다.
삶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삶의 최종적인 의미 역시 임종의 순간에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 최종적인 의미는 각각의 개별적인 상황이 갖고 있는 잠재적인 의미가 각 개인의 지식과 믿음에 최선의 상태로 실현되었는가, 아닌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이 단락이 떠오르는 문단이 종종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상황에서 자신을 찾으려는 캐스와 엘사. 그들이 자신을 찾는 방법은 말이나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행동이었습니다. 자신은 말이나 생각이 아니라 행동으로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행동하는 삶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엘사를 보며 그 사람이 그 사람일 수 있는 건 기억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일까 하는 오래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A가 A일 수 있게 하는 건 A가 살아오며 겪은 경험과 사건이 축적된 자아를 표현하는 말과 행동이죠. A의 기억이 사라진다면, 그래서 우리가 알고있던 A의 말과 행동을 더이상 하지 않는다면, 게다가 우리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건 A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은 아닙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있던 A는 이미 없고, 외형만 똑같은 a나 B가 된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A의 외형을 가진 a를 보며 A를 떠올릴 순 있겠죠. 문득 친척집에 있던 강아지가 떠오릅니다. 제가 어릴 때 친척집에 3달간 머무르며 정말 많은 애정을 쏟았던 아기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그 뒤로 그 친척집에 간 건 4년 뒤였습니다. 그때 그 강아지는 4년이 지나자 늠름한 사냥개가 되어있었습니다. 저에게 경계심을 느끼는 모습에 조금은 실망했습니다. 아마 그 사냥개는 어릴 때 저와 놀던 기억은 잊었을 겁니다. 강아지때와 하는 행동도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 사냥개에게 강아지때만큼이나 많은 애정을 주어 길들였습니다. 중요한 건 제가 사냥개의 강아지 시절을 기억한다는 것이죠. 저는 강아지 시절을 기억하면서 그때 그 애정을 사냥개에게 줬습니다. 사냥개가 강아지의 대체품이라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예전 모습은 예전 모습대로 인정하고, 그 감정을 새로운 모습에 옮겨왔을 뿐입니다. 저를 좋아하던 강아지(A)는 아니지만 외형을 닮은 사냥개(a)의 모습을 보며 예전 감정을 떠올리며 쏟을 수 있었습니다. 엘사의 기억은 사라져도 엘사와 이어져있는 사랑은 변하지 않을거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봤습니다. 관념적인 부분이라 옳게 해석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엘사는 분명 엘사일 겁니다. 형태가 변하더라도 엘사를 사랑하던 사람들은 제가 사냥개에게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엘사에게 사랑을 쏟을 것입니다. 엘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남아있기에 엘사는 여전히 엘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캐스는 엘사 옆에 남아 기억이 남아있던 엘사의 의지를 이어주려 험난한 길을 걸으며 노력할 겁니다. 다행인 건 험난한 길을 함께 가주는, 엘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에필로그에서 엘사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캐스의 모습에 프갤문학에서는 아이스게임 이후로 처음으로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때로는 섬세하고 때로는 정교한 문체는 장면장면에 적절히 조절되며 쓰였습니다. 어떤 문장은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 없었고 어떤 문단은 빛나서 몇번을 다시 읽었습니다. 몇몇 묘사는 소설이 아니라 산문시를 읽는 것 같았습니다. 읽으면서 연출이 좋다는 생각을 가끔 했습니다. 연출이 좋다는 생각이 기억에 확실하게 남은 건 에필로그 부분이었습니다. 캐스를 초점으로 이야기하면서 중간중간 엘사의 일기가 등장하는 부분에서 영화의 엔딩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단편영상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말 그대로 에필로그의 느낌을 정말 잘 살린 연출과 묘사였습니다. 큰 사건이 지나간 후 잠깐의 재정비를 거치며 긴장이 해소되는 분위기에서 시즌1의 마지막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이후에 엘사가 카산드라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에서 다시 긴장감이 생기며 시즌2의 시작을 느꼈습니다. 스토리, 재미, 메세지, 분위기, 몰입도가 모두 훌륭한 한 편의 소설이었습니다. 작가가 오랜 공을 들여 빚은 작품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했을겁니다. 2편이 기대되는 완벽한 1편이었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네요.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아렌델행 횡단열차 통합링크

추천 비추천

37

고정닉 29

2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경제관념 부족해서 돈 막 쓸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13 - -
공지 겨울왕국 갤러리 이용 안내 [200185/10] 운영자 14.01.17 128879596 3817
5489198 밤가워요 ㅇㅇ(221.152) 05:44 16 0
5489197 근데 가끔 아저씨들이 쳐다보고 약간 웃으시는 거 [4] 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5 51 0
5489196 엘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3 0
5489195 대 엘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2 0
5489194 1억내고 30%확률로 10억받기 (도전기회 단 한번) vs 그냥 살기 [3]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3 42 1
5489193 전 힙플 있는디ㅎ [2] ㅇㅇ(221.152) 05.13 33 0
5489192 진짜 ㅇㅇ(222.107) 05.13 21 0
5489191 스탠리 텀블러 사구싶다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3 37 0
5489190 돼지갈비가 먹고싶은 밤 이네요 ㅇㅇ(223.39) 05.13 21 0
5489189 대관시 ㅇㅇ(118.235) 05.13 16 0
5489188 저녁 혼밥은 육개장 ㅇㅇ(118.235) 05.13 19 0
5489187 안-시 ㅇㅇ(118.235) 05.13 17 0
5489186 앙시이이이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3 16 1
5489185 엘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시 [1]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3 31 3
5489184 엘-시 [1] ㅇㅇ(118.235) 05.13 30 1
5489183 인스타에 김하루 이 분은 존함부터 이쁘신 [3] ㅇㅇ(221.152) 05.13 88 0
5489182 지각 엘-시 [1] ㅇㅇ(183.107) 05.13 36 0
5489181 인생이 영화네요 [1] 프로프갤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3 33 0
5489180 내 인생을 어떡하면 좋겠냐?.txt [2] ㅇㅇ(106.101) 05.13 78 2
5489179 방금 사바하 봤다 큰일이다 [1] ㅇㅇ(118.235) 05.12 46 0
5489178 전손블루 맨들맨들 광빨 뒤진다에~~~ [1] Froz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5 0
5489177 오늘 2연패하고 걍 끔 [1] ㅇㅇ(221.152) 05.12 43 0
5489176 코성탈출 ㅅㅂ 좆도 내용도 없는 프롤로그 ㅈㄴ 오래보여줌 ㅋㅋ Froz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41 0
548917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ㅇㅇ(118.235) 05.12 36 0
5489174 제가 저런걸 쓰겠나요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45 0
5489173 안진짜 ㅇㅇ(222.107) 05.12 32 0
5489172 늦 안-시 ㅇㅇ(183.107) 05.12 29 0
5489171 안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27 0
5489170 대 안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23 0
5489169 이새끼 천효식아님 ㅅㅂ? [7]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99 0
5489168 이겼삼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5]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51 0
5489167 코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7 0
5489166 엘-시 엘-시 ㅇㅇ(118.235) 05.12 30 0
5489165 엘-시 엘-시 엘-시 ㅇㅇ(118.235) 05.12 28 0
5489164 와씹 AI 접으려고 하니까 시비타이 개선되네 [2] ㅇㅇ(222.107) 05.12 83 0
5489163 대 안 시 [1]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43 1
5489162 안시ㅋㅋㅋㅋ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0 1
5489161 퀸 안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0 1
5489160 목말라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50 0
5489159 잠이 안온다 푸갤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3 0
5489158 가짜 [1] ㅇㅇ(121.158) 05.12 58 0
5489157 진짜 [2] ㅇㅇ(222.107) 05.12 71 0
5489156 대 엘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3 1
5489155 엘-시 ㅇㅇ(183.107) 05.12 34 0
5489154 엘시이이이이이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46 1
5489153 피어노 [3] ldun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58 0
5489152 6974분 뒤에 삭제 Moday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63 0
5489148 이겼삼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29 0
5489147 블루아카이브는 좀 패야하는게 맞음 [3] ㅇㅇ(175.199) 05.11 69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