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오늘도 나를 옭아매는 상처가 더 늘어갔다.

◐ ANNA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한 현상을 겪는다.

아니, 실제로 일어난다고 하는게 맞을지도 모른다.

"일어났어?"

아침에 일어나서 방을 나오자 나의 유일한 혈육이 나를 반긴다.

"..."

나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또 아침부터 정신이 멍해져있는 거야? 뭐라도 해줄까?"

나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채 식탁 위에 남아있던 초콜릿들을 집어 먹었다.

사실 언제부터 내가 삶의 초점이 사라졌는지는 모른다.

음?

아니, 그냥 모르겠다.

나는 꿈을 꾼다.

부모님을 잃는 꿈과

그로 인해 내게 닥치는 광대의 날 아프게 하는 손길.

광대는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얼굴 뒤에는 항상 슬픈 표정이 숨겨져있을지도 모른다.

광대는 슬픈 표정을 숨기면서까지 주변 상황들에 쫓기며 억지 웃음을 지어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애쓴다.

그러다 결국은 화난 표정으로 바뀌며 자신과 상대방 모두에게 상처를 입힌다.

음?

아니, 그냥 모르겠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요즘..따라 이상한 꿈이 꿔지네."

내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멍해져있자 언니는 내 어깨를 감싼 채로 달래줬다.

"..괜찮아."

가끔은 광대가 나오는 꿈이라면 날 편안하게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음?

아니, 그냥 모르겠다.

"어디 가?"

언니는 주말인데도 바쁜 일상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친구들 만나러. 저녁 되기 전에는 돌아올게."

이 말을 끝으로 언니는 밖으로 나갔다.

언니가 큰 병에 걸렸다고 내게 말하는 꿈을 꿨다.

"언니.."

언니가 불쌍하다.

어릴 때부터 안 겪어도 될 일들을 겪으면서 자라왔기에

나라도 언니에게 기대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만 든다.

이제는 모든 것이 멍해지는게 일상이 됐다.

음?

"여긴.."
나는 어느새 집 근처에 있는 대학병원 앞에 와있었다.

내가 여기 왜 와있는걸까?

나를 옭아매는 상처를 드러내고 싶기 때문일까?

음?

아니, 그냥 모르겠..

"저기요."

"..네."

"저기요?"
"아..네!"

나도 모르게 나온 영혼 없는 대답이 나에게 잠시나마 사람으로써의 생기를 불어넣어줄줄 누가 알았을까.

"오늘도 또 오셨네요."

"..그런가요?"

잘 모르겠다.

"언니 분이 많이 걱정하시던데, 이렇게 계속 서성이는거 벌써 몇 년은 됐잖아요."

"..그런가요?"

"우선 언니분께 연락드릴까요?"
"..아니요."
나는 그를 두고서는 돌아섰다.

나는 왜 자꾸 그 병원을 향해서 움직이는걸까?
내게 남은 삶의 초점이 있는걸까?

존재하기는 하는걸까?
음..

그럴 것 같기도 하다.

D-20

ㅡㅡㅡㅡㅡ

작가의 말:가장 큰 고통은 남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유태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