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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문대회 심사평 공개]-사계

2020여름문학대회총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13 23:08:14
조회 424 추천 24 댓글 11
														

*심사평을 소설보다 먼저 보셔서 얻는 정신적 피해에 대해 대회주최측은 전혀 책임지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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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1

재밌습니다. 재밌고 아름답고 슬프고 감동적입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고 표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참 부럽습니다. 판이나 살오른꽃 같은 신화적 요소의 채용은 정원의 분위기를 더욱 신비스럽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너무 재밌게 읽은 저로선 이 작품에서 단점을 잡아내는 것은 트집 잡기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닐 것 같습니다. 따로 말이 필요 없을듯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심사평2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유명한 시 구절이 생각나는 작품입니다. 앞을 볼 수 없는 정원사와 그의 친구 순록의 노력으로 무성한 숲이었던 곳이 점점 정원으로 변하는 장면과 어느날 나타난 소녀와 함께 정원사와 순록과 천천히 정원을 구경하듯 따라 나가다 어느 경계에 이르게 되면 작가가 작품에 은닉한 세계의 기괴한 모습을 점점 독자가 마주하게 된다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는 듯해 소름이 끼쳤습니다. 판 이라는 죽음의 신과 나비라는 캐릭터를 통해 결국에는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정원사의 묘사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소재와 분위기지만 읽는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느껴집니다. 사계절로 나뉘어져 있는 세계와 그리고 정원사가 가꾼 정원이 몽환적인 문체로 표현되어 있어서 신비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이한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심사평3

작가의 상상력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안나와 크리스토프 커플(이하 안풍커플”)의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감성은 애틋함이다. 그것도 가슴이 미어지는 애틋함. 한 번 읽었을 때는 에필로그에서 코끝이 찡해지는 애틋함이지만 그 이후 n회차 때에는 당신이 이곳의 정원사에요?”라는 질문에서부터 가슴이 뭉클해진다.

원작의 아렌델과 완전 관련이 없는 시공간이거나 또는 환생물에서 안풍커플을 다루는 경우는 안풍커플 고유의 포근하고 따스한 감성을 살리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다. 새로운 배경에서 본편에서 느꼈던 감정선을 재현해내기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정원이라는 세계를 영리하게 활용했다. 아렌델과 다른 세계지만 안풍커플의 무의식을 반영했기에 새로운 이야기의 전개와 함께 기존 설정을 차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 결과 정원이라 불리는 연옥에서도 이질감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연인의 죽음을 소재로 다룰 때 한 없이 무겁거나 비탄의 감정이 빠지기 쉽다. 그런 점에서 작가가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얼만큼 보여줄지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처음 크리스토프 아니 이름조차 없는 주인공은 미지의 세계에서 의식을 찾는다. 독자와 마찬가지다. 미지의 세계를 하나씩 밝혀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안나를 통해 이름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독자와 함께 정원을 거닐며 세계를 하나씩 밝혀가는 과정에서 안풍커플은 두 번째 첫 만남을 경험한다. 사계가 공존하는 꿈 같은 공간이고 크리스토프는 눈이 보이지 않아 설마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건 아닐까라는 짐작은 했다. 어쩌면 동화같을 수도 있지만 판이라는 존재는 너무도 무거웠다. 꿈나라 같았던 세계의 허울을 한 꺼풀씩 벗겨나가며 착실하게 한 계단씩 밟아 진실에 도달한다. 자칫 너무 빨리 보여주면 뜬금없을 수 있고 반대로 감질날 수도 있다. 여름문학대회 분량 안에서 적절한 페이스로 소화했다고 본다.

에필로그까지 이어지는 감정선은 애절하다. 처음 모든 것이 시작된 오큰의 오두막. 대관에서 국룰로 따라하는 그 장면. 그 공간이 이런 식으로 다가올 줄이야. 작가는 원작의 두 사람의 감정선을 훌륭하게 연장했다. 중요한 기억이 학대받은 경험밖에 없는 크리스토프에게 처음 사람의 온기, 사랑의 온기를 내어준 안나와 만난 시점. 모든 것이 시작된 시점. 그 오랜 시간동안 재회를 기다린 안나, 그리고 크리스토프. 자칫 신파로 빠질 수도 있는 위험에서 작가의 절묘한 연출과 호흡으로 애절한 러브스토리로 승화시킨다. 이는 정말 햇살 같은 안나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냈기 때문에 가능하다. 너무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준 안나의 농담도 한몫했다.

시 구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작가의 문장력이 매력적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꿈과 같은 세계지만 작가의 유려한 표현 덕에 마치 1인칭 게임을 플레이하는 기분이 들었다. 가끔씩 크리스토프가 장님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릴 정도로.

작가가 안풍커플을 얼마나 아끼는지 흠뻑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읽어서 행복했다. 그만큼 가슴도 아리다. 큰 감사의 말을 고개 숙여 전하고 싶다.


심사평4

한줄평 : 끝까지 결말을 알 수 없게 만든 훌륭한 흡입력, 하지만 초반의 산만은 아쉬워

항해하던 배가 좌초되어 연옥으로 굴러 떨어진 크리스토프와 그를 살리기 위한 망자인 안나, 산자인 엘사 사이에서 일어난 흔치 않은 소재의 작품이었다. 연옥과 사계가 있는 정원이 주 무대로 나온 것으로 보아 밀턴의 실낙원에서 모티프를 따온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었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상당수 일치함을 볼 수 있었다. 텍스트만을 읽었을 때 드는 생각으로 영상으로 재현해 낸다면 보는 이로 하여금 더 몰입감 있게 받아들여질 것 같았다. 삶과 연옥을 교차하는 장면이 많이 쓰였는데 이를 영상으로 만들어 낸다면 좀 더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4계절이 있는 정원을 박진감 있는 단어로 묘사해 내었는데 이를 영상으로 만난다면 더 재미 있을 것이리란 생각이 들었다. 작품 내적으로 크리스토프의 시각을 빼앗아 버린 것은 작가의 훌륭한 설정이라고 생각하였다. 시각을 상실시킴으로써 주인공 크리스토프의 입장은 정원을 직접적으로 보지 못하는 독자와 같게 되었다. 이를 통해 크리스토프에게 일어나는 시련은 독자 또한 같은 강도의 느낌으로 다가오게 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작품 구성적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른 작품의 경우 초기 설정만 읽어도 결말을 어느정도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자매의 사랑이 고난을 이겨내거나 혹은 한 명의 희생으로 위기를 극복해내는 결말을 어렵지 않게 파악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안나의 희생이 있었지만 누가 희생할 지에 대해 결말부까지 좀처럼 파악해내기 어려웠다. 덕분에 소설 막바지까지 결말이 어떻게 나올까란 호기심을 갖고 볼 수 있었다.

다만 텍스트 초반의 산만한 구성으로 집중하기가 어려운 점이 아쉬웠다. 장치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연옥과 현실이 교차되는 내용이 나왔고 어느 것을 메인으로 두고 읽어야 할지 혼동이 되었다. 장치를 너무 많이 주게 되면 결말이 쉽게 유추되니 이를 막기 위한 반대급부로 보면 불가항력적이라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결말이 쉽게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초반에도 흡입력을 가지게 하는 구성력을 가다듬는다면 좀 더 좋은 작품이 될 것이다.

이번 대회에 출품된 작품들 가운데 가장 입체적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작가의 스케치 능력에 감사를 드린다. 이 얼개를 유지하면서 초반의 구성에 치밀성만 가미한다면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심사평5

처음 느껴지는 형형색색의 정원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게 좋았고, 안나와 크리스토프의 알콩달콩한 감정선이 좋았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소 어두운 내용이 진행되는데, 그와 반대로 문체는 너무나도 예뻐서 그로 인해 안나의 희생 장면에선 배로 먹먹해졌고, 에필로그에선 배로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원작 내용과는 다른, 원작보다 더 판타지적인 요소가 들어갔는데, 읽으면서 많이 신선했고 작가의 노력이 많이 보인 작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소 암울한 이야기를 이렇게 이쁘게 쓸 수 있구나라고 느낀 작품이었습니다.


심사평6

프갤문학에서 한 번도 시도하지 못한 설정이라는 점에 먼저 칭찬을 드리고 싶다. 판의 미로가 생각나는 신비로운 동화 이야기를 컨셉인 것 같은데 겨울왕국의 스토리랑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읽는 데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으나 신선한 설정에 비해서 진행은 의외로 심심한 점이 약간 아쉬웠다. 그래도 크리스토프-안나 관계 묘사가 문학대회로 나온 글들 중에 제일 아름다워서 이건 굳굳이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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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7

만년설에 뒤덮인 푸른 들판의 정원사?

눈먼 주인공은 피리를 찾아오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내뱉는 판이 등장하는 악몽에 시달린다.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주인공은 손으로 더듬어 자신을 묘사하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시각 없이 체험한다. 영원한 세월 속에서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 정원을 가꾸기로 결심한다.

북쪽 산 주변 눈 속에 파묻힌 순록 스벤을 구해낸 정원사, 그는 아름다운 정원을 꾸미는데 마침내 성공하고, 거기에서 이름을 지어주는 소녀 안나를 만나게 된다.

해바라기 냄새???

숲은 정말 말 그대로 사계절로 나뉘어진 구역. 이를 관리한다고 생각했지만 크리스토프는 사실 그 자신도 정원에 대해 온전히 모든 걸 다 알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자신의 조각상을 깨트려 화를 낸 후 사라진 안나를 찾아 크리스토프는 여름 숲에 도달하지만 그 곳에서 덩굴에 의해 끌려가 죽을 위기에 처한다. 이 때 숲의 나비의 도움으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엘사인듯?

그녀는 피리를 통해 숲을 안정시키는 존재

어라? 바리데기 설정까지???

사후세계에서 진실과 미혹 사이 헤매는 크리스토프, 대충 현실 세계에선 크리스토프와 안나, 노덜드라 부족이 한날 한시에 배가 좌초되어 사후세계로 온 듯.

신화적 상징인 판과 그의 피리, 사후세계에 대한 복선인 뼈오를꽃과 살오를꽃 무지개 다리

생존에 대한 질문이 되겠다. 과연 우리는 삶을 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의 희생을 통해 다시금 힘든 삶을 택하는 것이 주제로구나

신화란, 인간의 인지 범위에서 벗어난 큰 사건들을 연결하기 위해 인간에게 부여된 스토리텔링 능력의 부산물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결코 알아낼 수 없기에 신화의 영역에만 머무를 수밖에 없는 곳은 어디란 말인가? 우주의 끝에서 수십억 년 전 과거를 캐내는 인간 문명도 개척할 수 없는 그 곳은 바로 사후 세계이다. 그 곳은 영원히 신화의 세계에 머무르리라.

이번 작품에서 다루는 사후 세계는 기독교적 연옥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다루는 판의 피리, 북유럽 신화에서 따온 명칭과 그리고 한국 신화의 신물을 가미한 정원이다. 각자의 역할에 맞게 새로이 직조된 이 세계를 평가하자면, 결국 독창성 있는 세계로 뻗어나간 창조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주인공은 모종의 사고로 인해 시력을 잃은 채 이 세계에 던져졌다. 영원의 시간과 제한된 자극만을 허락받은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이 세계를 자신을 위해 개변하는 작업, 정원사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고독한 그를 돕는 것은 충직한 순록 스벤 뿐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봄 정원과 아름다운 주택, 자신을 그린 조각품을 빚어내던 그에게 두 눈을 뜨고 바라보는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는 소녀 안나가 등장한다. 그녀의 등장을 통해 비록 자신이 직접 보지는 못하더라도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을 포함해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새로운 모습과 의문점에 "눈을 뜨게" 된다.

이를 통해 자각하게 된 악몽과 현실의 충돌은, 실은 그 자신이 믿어온 현실이 찰나에 불과한 또 다른 꿈이자 이전에 겪었던 현실이 악몽보다 더 두려울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그를 내몬다.

점점 더 진실에 다가갈수록 그는 판과 거래를 통해 점차 눈을 뜨지만, 그럴수록 아늑한 현실은 독초의 습격으로 무너지고 친한 친구도 잃어버리고 쫒기우게 된다.

그러한 그가 깨달은 것은 그가 있던 현실은 지극히 잔인하며, 여기서 도망치기 위해 악몽에게 협조할 수 있다는 것과 그렇지 않고 불안한 현실로 돌아가는 것 두 가지의 선택지를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인공 크리스토프는 자신을 돕기 위해 생의 경계에서 온 숲의 나비 엘사와 죽음의 경계를 넘어간 안나의 사랑으로 다시금 삶으로 돌아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작품은 선택지가 갖는 쾌락의 척도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선택일지라도,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사랑을 믿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을 다루고 있다. 능수능란하게 신화적 상징과 장엄한 묘사 기법을 통해 뒤얽힌 생사의 기로에서 빠져나오는 사람과 그를 구원하기 위한 희생적 사랑을 다루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겨울왕국 속 등장하는 가장 핵심 주제 자매애에 기반한 희생에서 조금 비껴간 것이 되겠다.

몽환적인 사후세계 속 퍼즐을 장엄한 문체 아래 서스펜스를 즐겨가며 읽고 싶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심사평8

사실 이 작품을 읽자마자 제 마음속의 우승작은 정해졌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서 느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며, 또 감히 제가 평가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겉으로는 영화 '판의 미로'가 연상되지만, 내화는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가 떠올랐지요. 정말 대단스러운 점은 이러한 설정이나 모티프가 느껴지긴 하지만, 거기에 기대지는 않았고 완전히 새로운 서사를 끌어냈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매끄러운 문체와 여구가 정말 좋아요. 작가가 정말 작정하고 공을 들여 글을 썼다는 것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방황하는 사내, 그리고 그를 둘러싼 아름답고 소중한 가족들. 부모님의 죽음처럼 안나와 크리스토프에게 주어진 비극적인 결말은 프갤러라면 마땅히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사기적인 소재라고 생각됩니다. 애인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는 안나의 모습은 영화 '타이타닉'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안나가 떠나면서 여러 가지 색의 장미를 건네는데, 저는 나중에 따로 푸른 장미의 꽃말을 알아보았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둘의 사랑을 너무 잘 느껴졌어요.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심사평9

총평: 시련 속에서의 사랑이 더욱 빛나는 것처럼, 죽음까지 끌여 들인 작가의 세계에서 바라본 크리스토프와 안나의 사랑은 더욱 눈부십니다. 이 작품이 펼쳐지고 있는 죽음 이후 거치는 세계의 정체는 초반에 드러나지 않으며, 후반부에도 그 정체나 목적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대신 후반부로 진행하면서 주인공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서로가 서로에게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서 점점 더 드러납니다. 마치 사계절 그 자체의 과학적인 원리를 설명하지 않아도, 그 모든 계절의 변화 가운데도 변치 않는 사랑을 노래하는 시가 시 로서의 의미가 있듯이, 작품 내의 봄과 여름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설정으로 남기고, 삶과 죽음의 경계, 그 속 계절 사이의 위험한 경계를 기꺼이 넘어서 사랑하는 이를 구해내고 기다리는 그 과정을 중점적으로 그려내 주는 작품으로, 마지막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읽는이의 기억에 강하게 남을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1)초반부 앞이 보이지 않는 모습에도 살아가는 모습이 굉장히 색다를 분위기를 자아내며, 읽는이가 계속해서 다음 순간을 기대하도록 잘 연출해 주었습니다.

2)다양한 공간의 활용이 돋보입니다. 작품 진행에 따라 다양한 공간을 옮겨 다니고, 공간 자체도 변화하며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3)안나와의 사랑에 다시 한번 빠지는 과정이 너무 애틋하고, 이 과정이 후반부의 설정이 드러나면서 더욱 배가되며, 다시 안나의 입장에서 기다린다는 중심 스토리 진행이 정말 좋았습니다.


1)연옥 세계관은 전반적으로 사랑을 드러내는 소재로서만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읽는이가 가질만한 궁금증을 좀더 해소시켜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이질적인 공간에서 가장 독특한 방향으로 펼쳐지는 작품입니다. 시작부터가 범상치 않습니다. 철저히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조금씩 조금씩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하며 실마리를 찾아가는데, 가히 충격적인 전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공간의 활용입니다. 기본적인 주 무대, 연옥에도 계절간의 경계가 있고 크리스토프는 오랜 경험이 있음에도 경계를 쉬이 넘어가진 못합니다. 비로소 안나가 등장하고 나서야 여름의 경계로 넘어가며 본격적인 사건이 펼쳐집니다.

이 작품 내에서 커다란 대립구도가 판과 엘사로 구성되어 있지만 결정적인 힘싸움에서 안나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사실 처음부터 이 사계절의 공간보다는 크리스토프 마음 속이 훨씬 더 중요한 무대입니다.

안나는 크리스토프를 만난 그 순간부터 어떤 심정이었을지 감히 짐작조차 되지 않지만, 사랑하는 이를 살리겠다는 의지 덕인지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함께하며 나아갑니다. 딱 한번, 여름의 경계로 넘어가는 부분에선 절박함과 급박함이 약간 드러나지만요.

안나의 이런 접근방식은 판의 접근과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비록 판의 세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함에도, 점점 더 크리스토프의 운명은 삶쪽으로 기울어갑니다.

판은 크리스토프의 기억을 가지고 놀며 시각과 같은 근본적인 욕망을 건드립니다. 하지만 막상 보면, 이미 질기고 질긴 연옥의 삶에 아무런 미련이 없는 크리스토프는 딱히 더 잃을 것도 없었죠.

하지만 안나는, 혹여나 잘못될까봐인지, 크리스토프를 믿어서인지, 둘 다인지, 기억을 함부로 꺼내지 않고 그저 함께해주며 결국 어둠속에 묻힌 크리스토프의 기억보다도 더 깊은데 잠자고 있던 사랑을 깨워냅니다.

결국 강력한 판의 세력 안에 균열을 끄집어내어 파고들고, 기억도 찾은 크리스토프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랑 때문에 머뭇거립니다. 그 때는, 연옥 안에서 거대한 두 축을 주도하던 판도 엘사도 이제 중요하지 않고, 삶을 택하는 것과 죽음을 택하는 것중 무엇이 더 안나에게 가까울지를 고민했을 크리스토프에게 안나는 스스로를 희생하며 결국엔 자기의 흔적을 안고 살아가는게 자신을 위한 것임을 일러줍니다.

이 부분까지 오는데에 정말 많은 공간과 사건과 위기를 거쳐왔습니다. 읽는 내내 그 다양한 공간에서의 위협을 숨죽이며 바라보았는데 결국, 모든것을 결판짓는 것은 또 한번 안나가 보여준 진정한 사람의 행동이었습니다.

커다란 블록버스터 같은 연출과, 그러면서도 겨울왕국 본연의 주제로 돌아가는 메세지, 그리고 그 과정에 보여준 다양한 공간의 연출이 모두 돋보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어느 정도 2회차를 해야 비로소 숨은 감동이 느껴질 포인트가 제법 있다는 점이랑 연옥이라는 부분에 대해 설명이 애매하게 남아있다는 부분입니다.

사실 연옥 이야기는 작가가 아예 설명을 안 해도 좋습니다. 그저 그런 세상이 있고, 그 안에서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만 설명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숲의 나비와 판의 대립은 연옥 설정과는 또 다른 문제라 생각합니다. 왜 판에게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는지, 혹시 삶의 영역에서 넘어오면서 페널티는 없었는지, 서로가 대립할때 약점이나 강점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 설명했더라면, 전반적으로 압도적인 판의 세계에서 피리는 어떻게 넘어갔고 마지막 장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득력을 더해주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사실 다른 작품에서도 왜 엘사나 안나나 한쪽 설명이 적으면 그 부분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했는데, 어쩌면 작가의 의도를 못 읽고 자꾸 주인공 설정에 집착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한 명의 독자로서 가볍게 표현하는 아쉬움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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