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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문대회 심사평 공개]-얼어붙은 이방인

2020여름문학대회총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14 00:33:15
조회 504 추천 26 댓글 11
														

*작품도 읽지 않고 심사평부터 보시다가 천벌받아도 우리는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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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1

이번 여문대회에는 한 인물이 죽고 그 인물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쓴 작품이 여럿 있습니다. 이 작품도 그중 하나입니다. 비욘이라는 인물의 쓰임이 흥미로웠습니다. 그의 존재는 엘사가 아토할란으로의 모험을 하도록 이끌어줍니다. 그와 그의 딸을 통해서 시간의 흐름도 짐작할 수 있게 되죠. 자매들은 서로의 동의하에 엘사의 기억을 지우지만, 서로가 각각 지운 후를 대비하여 여러 준비를 해놓습니다. 서로에 대한 지울 수 없는 애정이 느껴져서 그 점이 엄청 귀엽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현대의 자유로운 엘사부터 숨겨졌던 이야기까지 모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심사평2

안나의 명령으로 동생에 대한 추억을 지웠지만 다시 그 기억을 하나하나 되찾아가기 위해 아토할란의 심연으로 뛰어드는 엘사에 대한 작품입니다. 나중에는 기억을 찾을 것이라는 걸 알고 시간대 하나하나에 함정을 파놓은 눈의 여왕, 그리고 평생을 눈의 여왕 전령으로 산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정교하게 구축한 세계는 물론이고 찬란하게 수놓은 이야기 진행이 치밀하지만 매끈한 문장으로 느껴집니다. 엘사와 함께 아렌델의 시간을 여행을 하면서 하나씩 회수되는 떡밥들은 아, 이래서 이런 장면이 있었구나 싶어 소름이 돋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엘사 모습으로 랄프2의 엘사의 모습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작가의 상상력과 재치가 돋보였습니다. 아직 엘사에게 안나와의 추억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심사평3

소위 '수명물'은 인간의 시간을 초월한 존재 (이하 "불멸자") 그리고 유한한 존재 (이하 "필멸자") 사이에서 맺어진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수명물은 엘프 같은 상상의 존재와 인간 사이의 로맨스를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런데 겨울왕국의 경우는 두 가지 면에서 특이하다. 첫째, 엘사는 필멸자로 태어나 불멸자가 되었다. 둘째, 불멸자 엘사와 필멸자 안나는 혈육이다. 여기에 더해 본 작품에서 돋보이는 점은 불멸자 엘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다. 위 세 가지의 특성으로 인해 본 작품은 겨울왕국 수명물로써 고유의 어려움이 있다. 바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난이도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독자가 공감을 하려면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 또는 어려움에 대해 연결지점이 있어야 한다. 독자의 경험이나 감정과 겹치는 지점이 많을수록 공감과 감정이입은 더 깊어진다. 태생으로 타고난 마법 때문에 억압받았던 엘사가 일순간 이를 해방시키는 카타르시스에 공감하는 관객이 있었기에 Let it go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그 외에도 다른 요소들도 있지만). 그런데 Let it go 당시의 엘사와 아토할란에서 각성한 이후의 엘사는 처한 상황이 사뭇 다르다. 인간을 넘어선 힘을 지녔지만 인간적인 감정은 지닌 상태다. 반신반인(demigoddess)이라고 해야 할까. 만약 본 작품이 필멸자인 안나의 입장을 서술했다면 독자들의 엘사의 입장보다는 공감을 이끌어내기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필멸자고 안나는 마법이 없는 필멸자이기 때문에 공감하거나 감정이입할 요소가 엘사보다는 많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불멸자인 나는 나보다 어린 혈육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리고 그 이후에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언뜻 떠오르는 이야기는 안나를 잃은 슬픔에 영원히 고통 받는 엘사를 떠올릴 수 있겠다. 이는 이야기 중반의 아토할란의 심연에서 벌어지는 안나 기억 따라가기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홀로남아 영원히 고통받을 엘사를 위해 임의로 딱딱한 사실을 제외한 감정이 엮인 기억을 배제시킨다. 그리고 삭제된 기억을 다시 찾기 위해 안나의 66년 기억을 하나씩 실시간으로 경험해보기로 한다. 하지만 아토할란이 보여주는 기억은 뒤죽박죽 섞여버린다. 실제 사람의 기억이 작용하는 방식과 유사하여 감탄했다.

필자는 본 작품을 엘사와 안나가 이별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처음 작품을 몇 페이지 넘겼을 때는 과연 내가 엘사의 심정에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엘사가 불멸자인 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건 사랑하는 사람과 작별인사를 하기위한 과정이다. 우리는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때 (그것이 이성, 가족, 친구, 반려동물 등 관계없이) 상대방과 추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 상대방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이제는 그 상대방이 지금 여기에 없음을 수용한다. 엘사가 기억에 집중하면 할수록 수용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급기야는 자기 자신과 대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마침내 엘사가 중요한 것은 안나의 기억이 아니라 안나는 자신이 행복하길 바란다는 사실을 깨닫고 제대로 된 이별을 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이별이란 기억을 지워 회피하는 대신 정면으로 마주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덕분에 엘사는 오롯이 안나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고 자신의 행복을 선택할 수 있었다.

여운이 남아 다시 읽는 과정에서 인터스텔라와 그래비티가 떠올랐다. 무한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미지가 겹쳤기 때문이리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엘사가 경험하는 세계는 그야말로 무한대의 우주같지 않을까. 엘사가 지난 세월을 한 발짝 떨어져서 안나와 자신의 삶을 살펴보고 애쓰는 모습이 먹먹하다.

한 때 엘사가 자기의 마법을 저주했던 것처럼 영생은 또 다른 저주가 될 뻔했다. 무한한 아토할란의 기억 미로 속에서 헤메일 뻔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엘사가 스스로를 구원했다. Let it go. 마지막 문단에서 2편의 엔딩이 겹쳐보인다. 엘사가 진정한 행복을 찾았음을 축하한다.

행복을 스스로 쟁취한 엘사의 이야기를 들려준 작가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심사평4

한줄평 :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존재론적 성찰의 향유, 하지만 과도한 장치가 아쉬워

정령이 되어 나이를 먹지 않고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가며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보여주면서 영원한 존재란 무엇인가,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별을 대비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 작품이다. 불멸자와 필멸자간의 관계는 많은 작품 속에서도 다루어 졌던 소재이다. 그들 사이의 사랑, 행복했던 순간이 필멸자의 죽음으로 깨어지게 되고 어떻게 대처하는 이야기는 흔히 볼 수 있다. 이 작품도 그러하지만 독창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로 과거의 기억을 왜곡시키는 존재의 등장이었다. 아토할란의 자아가 기억회복을 방해하면서 주인공이 온갖 고난에 처해지게 되고 이 방해가 알고보니 주인공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기제로 밝혀지게 된다. 작품은 이를 뛰어넘어 방어기제를 극복하여 진정한 이별

의 의미를 찾고 미래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작품과는 다른 차별성을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하였다. 기존 작품들은 필멸자와의 이별에 대해 통속적인 슬픔을 구구절절히 펼치는 것에 치중하였지만 이 작품은 미래로 나아가는 원동력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새 지평을 여는 것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의미를 개척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과도한 장치설정으로 인해 작품 속으로 몰입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이 살짝 아쉬웠다. 카뮈의 이방인을 오마주한 첫 문장에 따라 카뮈식 특유의 간결하고 쉬운 전개를 기대하였으나 가독성에서 크게 점수주기 어려운 것이 아쉬웠다. 전개 중 후반 아토할란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서 왜 기억을 왜곡시켰는지 이유를 말해주기 전까지 왜 기억왜곡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조금의 실마리도 주어지지 않았기에 그 부분까지 읽으면서 텍스트를 몇 번이나 앞을 펼쳐가며 읽어봐야 했다. 또한 가끔씩 나오는 1인칭 가 지칭하는 부분이 아무런 언질 없이 변하는 부분에서 조금의 위화감을 느끼곤 했다.

출품된 다른 작품들과 가장 대비되는 특징인 철학적 사유를 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작품의 깊이를 한 층 더 배가시켜 주었다. 내가 영원의 존재라면 어땠을까란 고찰을 한 번 해주게 한 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러한 존재론적 의미를 살리면서 작품 초반의 장치설정만 선명하게 해주어 가독성을 높인다면 보기 드문 걸작이 될 것이다.


심사평5

읽고 나서 제일 처음 들었던 생각은 문학계의 크리스토퍼 놀란이 등장한 것 같다는 점입니다. '안나 사망' 초반 임팩트는 놀라웠고, 작가가 만들어낸 제3의 인물이 겨울왕국 문학과 이렇게 잘 어우러지는게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시간이 가는 줄 몰랐으며, 도중 기억에 올라프가 없다는 이야기에 소름 돋아 정신 못 차리다가 랄프 엘사의 등장으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설정을 이렇게 풀어쓸 수 있구나 느꼈습니다. 어찌 보면 불행할 수 있는 내용을 오히려 행복한 내용이라 느껴지는 이야기, 재미와 감동을 다 잡은 작품이라 생각되어 느낀 점이 크고 제본으로 다시 읽을 기대감이 큰 작품입니다. JUST LET IT GO.


심사평6

어떻게 읽어야 할 지 잘 몰랐던 글이었다. 시간여행을 하는 엘사의 시점을 따라서 일단 읽고는 있는데 몰입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은 건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일단 엘사가 머무는 시간대가 너무 짧다. 몰입이 되려하면 계속 흐름이 끊어지기 일쑤라 이전에는 뭘 읽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의식의 흐름대로 따라 읽다보니 어느새 글이 끝나있었다. 결말에 와선 결국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는, 30개의 시간대를 거쳤지만 굳이 이 때를 방문해야했을까 싶은 의미가 없는 부분들도 많았다. 분량을 채우시려다 보니 동어반복, 자가 복제성 글이 군데군데 있었다. 그러니까 딱히 스토리 진행에 영향을 주는 내용들이 아니라 엘사와 안나의 아련한 추억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세뇌시키는 느낌을 받았다. 적은 분량도 아니기에 큰 떡밥이나 반전없이 같은 내용만 반복하면 독자들이 피로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이방인을 오마주한 첫 문단의 의도나, 인물 활용에서의 비효율성이나...짚고 싶은 문제점도 많지만...설정 자체는 깊이 있게 만드신 게 눈에 보여서 수고하셨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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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7

첫 문단부터 안나 사망

딸 이렌느가 선위를 받은 듯, 엘사는 그대로,..

노환, 나이가 들어 죽었다는 건데 엘사는 그대로인가보군

날짜를 자꾸 헷갈리네 -> 오래 살았다는 연출인 것 같다.

문체 상으로는 도치를 자주 사용하고, 엘사를 화자로 사용하여 전개하고 있다. 다소 담담하게 적어 내려가는데, 도치를 통해 시간을 헷갈려 하는 연출, 그리고 쉼표 후 단문으로 호흡 조절하는 게 번역된 이방인 문체를 상당히 많이 참고한 것 같다 ㅋㅋㅋㅋㅋ

왠지 불어 제목으로 시작하더라니

까뮈의 이방인을 조금 읽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가족의 죽음에 무신경해진 화자의 심경을 연출을 의미심장하게 변주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말하려는 바가 좀 달랐으면 좋겠는데

여기서는 장수의 부작용의 영향으로 바라보는 것 같군.

완전히 엘사는 죽지 않는 존재이구나. 그래서 그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크리스토프는 장례식에 더 이상 참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힘겹게 털어놓는다.

장례식에서 슬프지 않냐고 묻던 비욘은 커서 엘사에게 찾아갔군. 그 동안 아주 십덕질을 즐기며 눈의 여왕에 대한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군

비욘은 알고보니 기억을 스스로 지우기 전 엘사의 부탁을 받고 평생을 눈의 여왕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바쳤고, 66년 후 딸 이리스가 엘사를 아토할란에서 깨우기로 약속했다. 그리곤 엘사는 아토할란 심연 속으로 안나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찾으러 떠나지만 그 순간 비욘은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달은 듯 다급히 그녀를 불러세운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아토할란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아토할란의 기억속에서는 사건이 비슷하게 진행되는 듯 하다가, 중간에 아렌델 성이 엘사의 나이가 21이 되기 전, 18, 즉 단절된 지 10년 지난 때에 갑자기 해일로 붕괴하고 그 속에서 안나는 죽고 만다.

비욘의 희생으로 생애에서 원하는 기억을 쭉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엘사, 처음에는 프1 대관식 때 기억으로 돌아가지만 프2 시간대의 사건이 겹쳐 일어나면서 제대로 위기를 수습할 수 없었던 자매는 그만 비극적 최후를 맞게 된다.

그리고는 올벤져 시간대로 가네? 올벤져에서 깜짝 생일파티를 벌인다고 하면서 노닥거리는 평화로운 모습, 엘사는 여기에 크게 감동하지만 여기에서도 거짓 기억으로 흐트러지는군,,, 동시에 아토할란은 엘사에게 말을 걸어 밖에 있는 이리스와 비욘은 역사 속에서 죽어 버렸음을 알린다. 하나 아쉬운 건, 이차 세계대전을 19세기 사람이 알 수 없을 텐데큰 전쟁 정도로 해서 오히려 신화적 표현으로 은유 했으면 어떨까 싶었는데…… 신화 속 이야기에서 좀 깨는 키워드였음

2편의 사건을 따라가면서 우리가 아는 모든 기억을 되찾았지만, 그녀를 구해줄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안나와 평화로운 시절을 보내던 기억까지 도달한 엘사, 하지만 문득 올라프는 어떻게 계속 이 모험에 동반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올라프가 만들어진 시간대로 이동한다.

갔다가 랄2 엘사를 만나고 안나에 대한 기억에 대해 알 수 없는 조언을 듣는다.

이러고 다시 장례식으로 돌아오네. 장례식에선 엘사가 알 수 없는 눈이 내렸는데, 그것이 사실 타임워프를 한 엘사가 뿌린 눈이었나! (아닌듯)

기억을 지우기로 결정한 자매, 기억을 지우고 무미건조한 감정만을 남긴 엘사를 보고 안나는 절규한다. 이를 보고 모든 기억을 갖게 된 엘사도 슬퍼하며 밤새 안나의 곁을 지키려 하지만, 그 순간 안나가 마치 엘사가 앞에 있는 것 같이 허공에 대고 엘사가 있을 법한 자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건넨다. 그리고 안나는 엘사에게 자신이 준비한 비밀 선물을 공개한다.

사실 아토할란을 통해 기억을 찾아올 수 있다는 걸 알고 안나는 홀로 연극을 한다. 마치 싱크가 맞을 것 같이. 하지만 엘사는 여기에서 기억의 진실을 찾는 태도를 포기하고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조하기 시작한다.

순수하게 언니를 위해 수십번을 반복한 안나의 연극을 즐기던 엘사는 이제 과거에서 빠져나오기로 결심한다. 과거에 했어야 할 사실, 온전한 기억을 갖춘 채로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혈육의 죽음을 그대로 목도하는 것이다.

온전히 아토할란에서 탈출하게 된 엘사, 그녀는 이제 자신에게 주어진 영생의 힘을 가지고 그대로 기억을 진 채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작품의 불어 제목에서부터 설마 하며 읽었는데, 첫 문단부터 명작에 대한 오마쥬가 짙게 드러난다. 가족의 죽음에 무신경해진 엘사, 그 원인은 처음에는 다른 인물들의 묘사와 대비되는 외형 묘사에서 드러나는 불사 때문으로 여겨지나 실은 안나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렸던 데에서 그 실마리는 풀린다.

오마쥬 한 원작 '이방인'과 처음의 문단을 제외하고도 공통점을 찾으라면 주인공이 극 중 특별한 사건을 통해 무감각한 현실을 타파하고 오직 진실에 대해 다가가면서 자신의 삶을 진정 생동감 넘치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엘사는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으로 대표되는 세간의 인식, 영생하고 신화적인 비인격적 존재에서 벗어나려 한다. 자신의 삶에서 짧은 시간동안 존재했지만 태양 만큼이나 강렬한 존재인 안나에 대한 기억을 되찾는 과정을 통해서 말이다.

이를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살아있기 위해서, 얼어붙은 자신을 깨트리기 위해서는 자신을 진정으로 아껴준 동생의 죽음을 그녀와 함께한 추억을 온전히 가진 채로 받아들여야 함을 깨닫는다.

특히 두 자매가 서로 상이한 수명을 부여받은 것을 깨닫고 서로를 위해 기억을 지우게 부탁해놓고도 안나는 언니를 위해 수십 번이나 그녀를 위한 1인극을 벌이는 장면이 이 작품의 백미이다.

또한 안나의 희생뿐만이 아니라 엉켜버린 기억의 실타래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나서는 비욘과 올라프의 존재가 빛난다. 엘사만을 위해 희생하는 평면적 인간인 것이 아쉽지만, 그녀가 잃지 않은 인간성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하면 그들의 존재는 충분히 가치를 갖는다.

그들의 충심어린 동행 덕분에 엘사는 작중 프로즌 1, 올벤져, 2, 심지어는 랄프2 에 등장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면서 잃어버린 기억에 다가선다. 오히려 왜곡된 기억을 통해 독자의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서스펜스와 반전을 체험하며 정해진 결말에 다가가는 과정을 겪는다.

끝으로 결말에서 나타나는 대담한 현실 개변이 빛난다. 영생하는 사람을 다루는 작품에서 맞닥뜨리는 클리셰, 삶을 살아갈수록 인간성과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주인공의 비극적 운명을 언제나 그녀의 기억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동생 안나가 구원한 것이다.


심사평8

안나에 대한 기억이 없는 엘사를 이방인으로 표현한 것은 참으로 적절하다고 느꼈습니다. 단순히 원작의 세계문학을 모방한 게 아닌, 겨울왕국 식으로 아예 탈바꿈되어 있었죠. 외화는 그런 축이었지만 제가 이 작품에서 감동한 부분은 오히려 빈틈없는 서사에 있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영생이라는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엘사, 그리고 언니를 해방해 주려고 하는 안나. 소름 돋을 정도로 특출난 소재를 작가는 펼쳐 보이고 있었습니다. 스토리텔링은 또 어떠했나요. 가령, 요르겐비요르겐이나 신들의 전령인 이리스를 활용한 인물 묘사. 시간을 거슬러 가는 엘사끼리의 만남.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빛나는 조명을 받는 자매애. 초반부터 무덤덤하게 쌓아 올린 슬픔이 완전히 해소되는 에필로그에서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네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서술의 매끄러움입니다. 단어와 문장의 배열, 적절하게 치고 들어오는 대사와 사건들은 긴 글을 읽어야 하는 저에게 굉장히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내용이 담고 있는 감정을 제외하고도 이 부분에서 저는 정말 높게 평가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심사평9

총평: 많은 작가들이 아토할란과 정령 엘사의 설정을 채택해서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 주었는데, 이 작품은 한층 더 과감한 상상력을 펼쳐줍니다. 시간이 가면서도 변치 않는 애틋한 자매애를 다루면서도 추리물의 느낌도 가미되어 긴 작품이지만 읽는 내내 재미있었습니다. 자기 자신의 행동을 예측하는 만큼이나 상대방의 행동도 예측하는 자매가 보는 내내 아련하면서, 안나 못지않게 절대적인 신뢰관계를 쌓은 믿음직한 전령 비욘과 조력자 올라프, 미래라고 해야할지 현재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 시점의 엘사 모두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연출됩니다.

작중의 엘사 시점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진실과 거짓이 섞여서 진행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안나의 손바닥 안에서 하나뿐인 동생이 남긴 흔적을 착실하게 따라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멋지게 처음의 대사의 숨겨진 의미를 드러내주며, 적어도 작품 내적으로는 주인공들의 행동이 모두 조화롭게 어울리며 잘 설명됩니다. 시간 흐름을 섞으며 이렇게 해 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1)기억을 읽고 변형된 엘사의 성격과, 그 상태에서 만나는 비욘의 스토리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변형된 모습마저도 후반부에 설명이 되면서 감동을 더해줍니다.

2)시간을 넘나들며 조금씩 추리해나가는 엘사의 모습도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또 쉽사리 예측할만한 방향이 아니게끔 사건을 변형시키고 외부의 개입을 더하며 흥미를 더욱 올려주었습니다.

3)결국엔 언니의 모든 것을 마지막 순간까지 예측하는 안나, 너무나도 믿음직스러우면서도 유쾌한 조력자 비욘, 과감하게 현대 시점까지 전개하는 후반부 등 독창적인 포인트가 많습니다.


1)사건의 과정은 흥미롭지만, 결국 안나의 연극을 다시 찾아가는 특성상 추리물로서의 가치가 후반부에 많이 희석됩니다. 다만 그 대신 초반의 복선을 회수하면서 감동적인 연출이 이루어져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뒷부분을 더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이방인에서 따온 첫 문장은 처음에는 그냥 임팩트를 주기 위한 장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것도 중요한 장치였습니다. 설마 엘사의 성격을 가지고 떡밥으로 사용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예측하던 것과 너무 다른 엘사의 성격으로 시작하는데, 초반부 아렌델에서의 모습이 적응이 안 되어서 그렇지, 그 이후에 보여주는 성격은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그렇다고 완전 180도 뒤집혀버린 건 또 아니고 살짝 바뀐 성격인데 이걸 표현하려면 대사 하나 하나에 힘을 기울여야 했을 텐데 작가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또 가히 이 작품의 신스틸러라 할 만한 비욘도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약간 바뀐 엘사와도 죽이 잘 맞으며 한편으로는 딸도 잘 돌보고 또 굉장히 열정적이죠. 이런 조력자 캐릭터가 오리지널 겨울왕국 시리즈에서는 말 못하는 스벤 정도 밖에는 없는데 두고두고 참 기억에 많이 남는 캐릭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비욘이 등장하는 장면은 그리 많지도 않은데도 자꾸 떠오르는 캐릭터입니다.

또 다른 조력자로 올라프가 등장하는데, 일단 예측을 벗어나는 부분에서 등장해서는 이방인 신세로 기억속을 여행하는 엘사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비욘에 비하면 좀 덜 끌리는 조력자이지만, 그래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작품의 분위기도 좀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여기서 만큼은 비욘만큼은 못해서 그렇지 진짜 사랑 눈사람이네요.

매력적인 주연과 조연이 이제 준비되었고, 흥미로운 전개만 있으면 되는데, 일단 전개에 있어서는 작품 전체가 두개의 파트로 나뉘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누구라도 쉽게 잊지 못할 인상적인 장면, 코카콜라와 현대의 엘사가 등장하는 장면을 기점으로 추리물로서의 전개를 가지고 달려오던 내용은 기억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밝혀지며 감동적인 파트로 넘어갑니다.

이번 대회는 기본적으로 중-장편을 대상으로 한 만큼, 소재나 묘사뿐 아니라, 캐릭터가 겪는 변화 그 자체가 어떻게 다루어지느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사실 그 변화라는 포인트가 단편과 중-장편을 가르는 차이점이 될 텐데, 다른 작품들도 모두 변화에 대해서 각자의 방법으로 잘 표현했지만 이 작품의 경우 엘사의 성격을 변화의 포인트로 잡았다는 점이 독창적이면서도 감동적입니다.

일단 작중 시점이 약간 꼬여있지만 작중 챕터마다 나오는 절대 시간대를 기준으로 보면, 19세기의 엘사 20세기의 엘사, 21세기의 엘사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셋 모두가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보이고 있는데, 단 한번의 녹화본과 같은 안나와의 기억이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따라가고 있는 20세기의 엘사는 처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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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겨울왕국 갤러리 이용 안내 [200185/10] 운영자 14.01.17 128879598 3817
5489199 중딩들 체육대회하네 ㅇㅇ(223.39) 11:16 8 0
5489198 밤가워요 ㅇㅇ(221.152) 05:44 19 0
5489197 근데 가끔 아저씨들이 쳐다보고 약간 웃으시는 거 [5] 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5 54 0
5489196 엘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3 0
5489195 대 엘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3 0
5489194 1억내고 30%확률로 10억받기 (도전기회 단 한번) vs 그냥 살기 [3]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3 42 1
5489193 전 힙플 있는디ㅎ [2] ㅇㅇ(221.152) 05.13 34 0
5489192 진짜 ㅇㅇ(222.107) 05.13 22 0
5489191 스탠리 텀블러 사구싶다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3 38 0
5489190 돼지갈비가 먹고싶은 밤 이네요 ㅇㅇ(223.39) 05.13 21 0
5489189 대관시 ㅇㅇ(118.235) 05.13 16 0
5489188 저녁 혼밥은 육개장 ㅇㅇ(118.235) 05.13 19 0
5489187 안-시 ㅇㅇ(118.235) 05.13 17 0
5489186 앙시이이이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3 16 1
5489185 엘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시 [1]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3 31 3
5489184 엘-시 [1] ㅇㅇ(118.235) 05.13 30 1
5489183 인스타에 김하루 이 분은 존함부터 이쁘신 [3] ㅇㅇ(221.152) 05.13 90 0
5489182 지각 엘-시 [1] ㅇㅇ(183.107) 05.13 36 0
5489181 인생이 영화네요 [1] 프로프갤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3 33 0
5489180 내 인생을 어떡하면 좋겠냐?.txt [2] ㅇㅇ(106.101) 05.13 79 2
5489179 방금 사바하 봤다 큰일이다 [1] ㅇㅇ(118.235) 05.12 47 0
5489178 전손블루 맨들맨들 광빨 뒤진다에~~~ [1] Froz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5 0
5489177 오늘 2연패하고 걍 끔 [1] ㅇㅇ(221.152) 05.12 43 0
5489176 코성탈출 ㅅㅂ 좆도 내용도 없는 프롤로그 ㅈㄴ 오래보여줌 ㅋㅋ Froz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41 0
548917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ㅇㅇ(118.235) 05.12 36 0
5489174 제가 저런걸 쓰겠나요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45 0
5489173 안진짜 ㅇㅇ(222.107) 05.12 32 0
5489172 늦 안-시 ㅇㅇ(183.107) 05.12 29 0
5489171 안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27 0
5489170 대 안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23 0
5489169 이새끼 천효식아님 ㅅㅂ? [7]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99 0
5489168 이겼삼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5]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51 0
5489167 코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7 0
5489166 엘-시 엘-시 ㅇㅇ(118.235) 05.12 30 0
5489165 엘-시 엘-시 엘-시 ㅇㅇ(118.235) 05.12 28 0
5489164 와씹 AI 접으려고 하니까 시비타이 개선되네 [2] ㅇㅇ(222.107) 05.12 83 0
5489163 대 안 시 [1]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43 1
5489162 안시ㅋㅋㅋㅋ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0 1
5489161 퀸 안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0 1
5489160 목말라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50 0
5489159 잠이 안온다 푸갤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4 0
5489158 가짜 [1] ㅇㅇ(121.158) 05.12 58 0
5489157 진짜 [2] ㅇㅇ(222.107) 05.12 71 0
5489156 대 엘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3 1
5489155 엘-시 ㅇㅇ(183.107) 05.12 34 0
5489154 엘시이이이이이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46 1
5489153 피어노 [3] ldun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58 0
5489152 6974분 뒤에 삭제 Moday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63 0
5489148 이겼삼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2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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