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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장편] 얼음꽃 (5)

서리나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19 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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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링크] 얼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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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꽃




(5)






7. 엘사 / 발데로스 산장(Vardaros Mountains)



고원의 하늘은 무척 낮았다. 능선으로부터 몰려온 탁한 구름이 하늘을 스멀스멀 갉아먹고 있었다. 톱니처럼 뾰족하고 울퉁불퉁한 설산을 향해 엘사는 끝없이 걷고 또 걸었다. 호른처럼 낮고 굵게 울리는 우레에 이따금씩 깜짝 놀라면서도 엘사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언덕의 정상을 넘어 비탈길에 비스듬하게 세워진 산장이 태양이 저물듯 언덕 아래로 보이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그녀는 발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힘이 몸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그녀는 걷는 내내 비틀거렸다. 길이 이리도 험한데 넘어지지 않은 게 용한 일이었다.



‘브루니, 어디 있어?’



손나팔을 하고 함성을 지르듯 엘사는 친숙한 이름을 불러 보았다. 무의식의 바다 저 까마득한 기저에는 분명 그의 기운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기이한 것은 브루니와 함께 대륙으로 건너온 기억이 분명히 있음에도 이별에 대한 기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크리스토프나 바리안, 심지어 카산드라라고 자신을 소개한 흑단발 소녀에게도 엘사는 그의 행방을 물었으나 셋은 브루니라는 이름이 나오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어 버렸다.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엘사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일행의 침통한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녀는 더 이상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굳이 사람의 입에서 부고를 확인하고 싶지 않은 마음일지도 몰랐다. 대륙으로 건너 온 이후의 기억은 없을지라도 정령의 힘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그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머리가 기억하지 못한다면 몸의 반응으로라도 추론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성난 바람이 살갗에 이는 둔탁한 마비를 재차 일깨우고 되새기고 있었으니까. 마취제를 한 통 들이부은 듯 딱딱한 감각, 이 끔찍한 감촉이 엘사는 왠지 낯설지 않았다.



익숙해서는 안 될 감각이 익숙해져 버렸다는 것은 이미 이 상태가 지속된 지 한참이 지났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동안 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크리스토프를 침실로 불러 물었을 때 그는 한참 대답을 고민하다 이렇게 답했더란다.



“대륙으로 건너온 이후 1년간의 삶을 기록한 일기가 있다고 했어요. 카산드라가 그 일기를 읽고 있고요.”


“1년간 기억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말이에요? 아니, 그것보다 카산드라는 대체 누군데 내 일기를 엿보고 있는 거죠?”


“엿본 게 아니에요.”



문가에 비딱하게 서 있는 카산드라를 그녀는 두려움에 질린 눈빛으로 꼬나보았다. 괄괄하게 생긴 인상과는 달리 카산드라의 눈가는 침울함으로 젖어 있었다. 침대 가까이로 바짝 다가와 자신을 들여다보는 회녹색 눈동자를 엘사는 어리둥절하게 마주보았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그리움을 품은 눈망울이었으나 엘사는 왠지 그 눈동자가 자신을 끝도 없이 끈적끈적하게 끌어들이는 늪으로 여겨졌다.



“속셈이 뭐죠? 발데마르 왕이 날 잡아오라고 당신을 고용하던가요?”


“엘사, 진정해요.”


“아니면 누구죠? 한스인가요? 대체 왜 내 일기를 훔쳐보고 있는 거예요? 거기 무슨 중요한 단서가 적혀 있을 줄 알고-”


“그런 게 아니에요, 엘사. 그런 게 아니에요.......”



모든 게 혼란스러워 엘사는 그들이 잠깐 바깥에 나간 사이 슬그머니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들판의 맑은 공기가 가슴을 깨끗하게 씻어 내리자 그제야 이성이 격양되었던 감정을 서서히 몰아낸다. 이슬이 앉은 잔디처럼 투명한 녹색 눈동자가 머릿속에 질척한 여운을 끌며 남았다. 끝없이 깊은 동공에서 엘사는 그녀와 자신이 무형의 실로 엮인 존재임을 느꼈다. 하지만 엘사는 대관절 그 실이 어떠한 것인지 여전히 알지 못했다.



설산은 분명 눈앞에 선명한 풍경이건만 왜인지 엘사는 아무리 걸음을 놀려도 그곳에 결코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녹크, 거기 있어?’



손끝에 남은 마력을 끌어 모으다 엘사는 문득 입술을 벌려 또 다른 이름을 외쳐보았다. 브루니에 이어 작은 연못에 다가가 녹크를 불러 보기도 했고,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바람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쳐보기도 했다.



‘게일, 게일!’



자연은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름 모를 들꽃이 핀 너른 벌판을 넘어다보다 엘사는 문득 아득한 공포에 사로잡혀 털썩 무너져 내렸다. 광활한 세상이 그녀를 둘러싸고 낯선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삶을 지탱하던 기둥이 하나씩 빠지는 순간이었다. 광막함의 무게를 홀로 견디지 못해 엘사는 외로이 몸부림쳤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헛구역질이 거듭되고 목에서 자꾸만 쓴맛이 일었다. 투명한 하늘색이었던 감정의 색채는 이미 혼탁하게 뒤섞여 있었다. 거친 숨을 뱉으며 엘사는 산장으로 발을 돌렸다. 생경하게 살결을 할퀴는 세계를 도무지 견딜 수 없었던 탓이다.



기나긴 꿈의 농간에 오랜 시간 희롱당할 적에 수없이 뒤틀리고 사라진 꿈들 사이에서 희붐하게나마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천장과 바닥, 하늘과 땅이 백색으로 뭉뚱그려진 광막한 공간에 엘사는 홀로 버려져 있었다.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 황망한 걸음으로 엘사는 공간을 샅샅이 톺아보기 시작했다. 백의 우주에서 색채를 띤 존재를 찾아 애달픈 탐색을 벌였다. 사방에서 백색 광채가 쏟아진다면 분명 눈이 시리도록 아려야 할 터인데 그녀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무뎌진 감각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이곳이 몽환의 피조물인지 현실의 그림자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저기요!”



지평선이라 여겨질 정도로 까마득한 곳에서 푸른 실루엣이 일렁인다. 그림자 하나 없는 세계를 내딛어 엘사는 실루엣으로 천천히 다가섰다. 백색 땅은 하얀 백사장처럼 보드라웠으나 발에 닿는 자취마다 움푹 패며 작은 알갱이로 부서졌다. 순간을 담아낼 뿐인 그림처럼 실타래처럼 기다란 기억은 이곳저곳이 소실되고 끊겨 있었다. 오랜 몽상이 겹쳐지고 거듭된 끝에 엘사는 마침내 인영의 실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얼음처럼 새파란 옷을 입고 옹송그린 갈색 머리 소녀였다.



“저기,”



하지만 무어라 말을 걸려 입을 뗄 때마다 엘사는 거대한 손아귀가 자신의 목을 틀어쥔 듯 말을 차마 더 잇지 못했다. 딱딱한 돌멩이가 목울대에 걸린 듯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문장은 좀처럼 입술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불쾌한 기시감과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아련함이 그녀를 벙어리로 만들고 있었다. 폐부에 고인 모순된 감정의 뿌리를 더듬어 엘사는 성난 바다처럼 넘실거리는 내면을 다스리려 애썼다. 소녀에 대한 같잖은 연민일지도, 어쭙잖은 동정심이나 혹은 원인 모를 기시감에서 비롯된 반발심일지도 몰랐다. 분명한 것은 엘사가 소녀를 살피려 몸을 굽히는 순간마다 우주가 비틀리며 그녀는 그 균열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갔다는 사실이었다.



기괴한 장르에 뻔한 레퍼토리가 반복되면 그 이야기가 질릴 법도 하건만 엘사는 소녀에 대한 호기심을 좀체 놓질 못했다. 백색 이계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처럼 광막하면서도 백광으로 꽉 막혀 있었다. 호기심이 놓은 것이 덫임을 알면서도 엘사는 스스로 그 덫에 갇혀 버린 셈이었다. 그러나 호기심은 다만 미몽에만 남은 잔상일 뿐, 살갗이 마비되어 바스라지는 현재에 발붙인 이상 그녀는 다만 그 궁금증에만 매몰되어 있지는 못했다.



언덕 아래에서 별안간 잿빛 비둘기가 창공을 향해 솟구친다. 실눈을 뜨고 비둘기를 가만히 올려다보다 엘사는 입술을 꽉 짓이겼다. 온 세상이 내 것인 양,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그 어디서도 이방인이지 않은 작은 새가 너무도 부러워, 붉은 꽃잎에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지도록 꼭 짓이겼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엘사는 새의 날갯짓이 자유가 아닌 공포로부터 도망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거기 누구야?”



산장에 묵는 사람을 제외하면 인적이 드물어야 할 벌판에 웬 그림자가 사방에서 올가미처럼 그녀를 좁혀오고 있었다. 뒷목의 털이 삐죽 솟는가 싶더니 뾰족한 화살이 뺨을 스친다. 본능적으로 엘사는 낮은 곳으로 몸을 던졌다. 산맥으로 둘러싸인 이 고원에는 불행히도 몸을 숨길 만 한 커다란 바위, 나무 하나 없었다. 몸을 둥글게 말고 엘사는 데굴데굴 굴렀다. 화살이 장대비처럼 빗발치고 총성이 높은 하늘을 가른다. 산장이 아닌 억새밭으로 그녀는 달렸다. 어깨가 뜨끈하게 달아오른다 싶더니 후드가 삽시간에 핏빛으로 물들어간다. 문득 뒤를 돌다 엘사는 낯익은 인영을 발견했다.



“엘사 여왕.”



피 칠갑이 된 흰 제복에 노을처럼 새빨간 망토를 걸친 풍채 좋은 중년인이 넘실거리는 햇살을 타고 그녀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세상 만물을 발아래 둔 군주처럼 언덕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그를 엘사는 똑똑히 알아보았다. 둥근 얼굴에 기다란 갈색 구레나룻, 단정히 빗어 올린 머리칼에서 느껴지는 우아한 위엄은 사내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단박에 꿰뚫어볼 수 있는 증거였으니까.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사내의 눈에서 역한 기시감이 일어, 슬며시 뒷걸음질 치며 엘사는 손아귀에 푸르스름한 기운을 모았다.



“오랜만이구려.”



백장미처럼 고결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천둥처럼 그녀를 짓눌렀다. 팔을 뻗어 엘사는 사내를 겨눴으나 병사 하나를 꿰고 쇄도한 광선은 투명한 벽에 곧장 막혀 버렸다. 얼음 조각이 무형의 장벽에 부서지길 수차례, 그 어떠한 미동도 없이 평온한 사내의 얼굴과 마법을 쓸 때마다 비명을 호소하는 제 몸뚱이를 번갈아 살피다 엘사는 문득 뒤돌아 허둥지둥 내달리기 시작했다. 번뜩이는 섬광이 사내를 중심으로 옅은 물결을 만들고 있었다. 얕은 진폭의 물결이건만 엘사는 그 광막한 면적에 짓눌리고 말았다. 그러나 가슴과 공명하는 그 파동이 비단 공포에 그치지 않음을 엘사는 또렷이 알고 있었다. 마력의 잔흔이었다.



“일전에 만났을 때 그대는 어린 소녀였지. 옛적 이야기이건만 내겐 마치 어제 일처럼 똑똑히 기억나는구려.”


“엘사!”



미로처럼 복잡한 억새밭에서 문득 커다란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흠칫 놀라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섰으나 엘사는 이내 그 주인이 크리스토프임을 알아차렸다. 촉감이 메마른 피부에서는 크리스토프의 억센 손길도 살벌한 바람의 선득함도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그녀를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도록 잡아끄는 건 다급하고 낯익은 음성이었다. 황망한 삶의 손길과는 달리 죽음의 무게는 너무도 근엄하고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언젠가 그녀가 이를 수밖에 없는 종착지라도 되는 양 여유로운 태도. 둘은 그 여유를 피해 이 미로를 헤매고 있었다. 출구는 좀처럼 보이질 않았고 죽음의 향기는 사방에서 그들을 옥죄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요?”


“바리안이 시선을 끈댔어요.”



장대 같은 억새 사이에서 병사 하나가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놈의 목을 잡고 비틀어 내팽겨 치곤 크리스토프는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너른 벌판에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섬뜩하게 속삭이며 앞길을 온통 가로막는 이 억새밭에 과연 출구란 있는 것일까. 엘사는 혼란스러웠다. 막막한 공허함이 거대한 아가리를 벌려 그녀를 집어삼키려 들고 있었다. 생의 크기에서 오는 막막함이었다. 어지럼증이 머릿속을 휘젓고 속이 뒤틀린다. 선명한 광휘가 갈색 숲에 커다란 파도를 일으켰다. 파도를 넘어 스벤이 겅중거리며 그들에게 뛰어오고 있었다.



“산장이 포위됐어요.”



엘사가 스벤에 오르도록 손을 내밀며 크리스토프는 그렇게 읊조렸다.



“막시무스와 바리안이 퀘이사리움으로 놈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지만, 오래 가진 못할 거예요.”



얼굴에 티는 내지 않았지만 손의 가느다란 떨림으로 엘사는 그가 두려움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유진과 카산드라는요?”


“유진은 발데로스로 전서구를 날리러 갔고, 카산드라는.......”



크리스토프는 삽시간에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산장에 잠깐 샤워하러 갔다가.......”


“그 안에 있겠군요.”


“산장으로 돌아갈 생각은 아니겠죠? 엘사, 발데마르는 당신을 노리는 거예요. 당신만 도망치면 되는 거라고요!”



그 순간 푸른 군복이 크리스토프를 덮쳤고 둘은 젖은 흙바닥 위에서 엎치락뒤치락 엉켰다. 마침내 크리스토프가 놈의 턱을 날려 기절시켰을 때 엘사는 눈덩이를 뭉쳐 다른 병사 하나를 더 쓰러뜨리고 있었다.



“마법을 최대한 쓰지 말고,”



시퍼런 한기가 만개한 엘사의 손을 꼭 부여잡고 크리스토프는 말을 이었다.



“제 허리만 꽉 붙잡아요.”



억새의 숲을 가로질러 스벤은 폭풍처럼 내달렸다. 탄흔이 벌어진 크리스토프의 가슴팍은 검은 핏물로 서서히 젖어오고 있었다. 갈색 가죽옷 위에 만개한 피가 창백한 손을 질척하게 적신다. 아픔을 참기라도 하듯 크리스토프는 이를 꽉 악물었다.



엘사는 이 모든 이들이 왜 이토록 발버둥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고작 자신 하나를 위해 목숨을 내던진다면 자기 하나만 희생하면 모든 게 끝날 일이었다. 수많은 이들과 연결된 실이 자신 때문에 오히려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도구로 사용된다면 실을 끊어내는 것이 도리에 맞는 행동이라 생각했다. 함께 아토할란에 가겠다고 우기는 동생을 얼음배에 태워 내쫓아 버린 것이나, 자신을 홀로 얼음성에 고립시키는 선택을 한 것도 모두 그러한 생각의 끝에서 연유된 행동이었다. 마법을 얻고 버린 데서 비롯된 이 모든 문제는 엘사, 그 자신의 운명이지 타인과 함께 짊어질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억새밭을 뚫고 마침내 바깥에 이르렀을 때 바리안은 2시 방향에서 퀘이사리움을 들고 병사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섬광이 일 때마다 대지가 갈려나가고 흙더미가 병사들을 짓누른다. 막시무스는 코로나 문양이 그려진 프라이팬을 입에 물고 가까이 다가오는 놈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리고 있었는데, 어찌나 자유자재로 프라이팬을 다루는지 이미 열댓 명의 병사들이 주위에 쓰러져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다 크리스토프는 황급히 머리를 돌렸다.



“스벤, 화살비 협곡으로 가자.”



하지만 미처 출발하기도 전에 스벤은 느닷없이 고꾸라지고 말았다. 축축한 흙바닥을 수차례 뒹굴다 엘사는 고개를 들어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예고 없는 충격에 놀란 탓인지 눈알이 정신없이 떨리고 안개라도 낀 듯 앞이 부옇게 잘 보이지 않았다. 인근에 매복해 있던 병사들이 우후죽순 뛰쳐나와 저항하는 스벤을 그물로 포박하고 있었다. 늠름한 뿔을 팽팽히 잡고 당기는 그물을 엘사는 망연히 바라보았다. 왕관처럼 그토록 장엄했던 뿔은 그를 옭아매는 그물 앞에서 그저 거치적거리는 장애물에 불과했다. 크리스토프는 좀처럼 일어서질 못했다. 열차에서 난 탄흔이 그의 발을 묶었다.



“아무래도 우리 사이엔 대화가 필요한가 보오.”



때 하나 묻지 않은 고결한 목소리가 그들을 붉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삽시간에 핏기가 가셨다. 분명 언덕 위에서 세상 모든 것을 관망하던 그림자가 이젠 코앞에서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발데마르.”


“오랜만이구려. 마지막으로 보았던 때가 짐이 왕자일 적 아렌델에서 였던 것 같은데.”



장미처럼 붉은 망토 아래서 지팡이로 엘사를 가리키며 발데마르는 말을 이었다.



“머리를 땋은 그 모습도 몹시 아름답군. 장갑을 더 이상 끼지 않아도 되는 건가?”



엘사는 대꾸 없이 핏기가 가시도록 입술만 꾹 짓이겼다.



“하긴, 마법을 잃고 있는 와중에 구태여 장갑을 낄 까닭은 없겠구려.”


“엘사, 멍하니 서 있지 말고 도망쳐요!”



가소롭다는 눈빛으로 크리스토프를 가만히 응시하다 발데마르는 그를 밀어 치우듯 손가락을 가볍게 까닥거렸다. 반지에서 작은 광휘가 일더니 크리스토프는 맥없이 억새밭으로 처박히고 말았다.



“출신도 모르는 무지렁이 부마라 대화 예절을 모르는구나. 내가 네게 말을 건 것이 아니지 않느냐?”


“손가락에 낀 그것, 퀘이사리움이구나.”



발데마르는 아리송한 표정이었다.



“아렌델에 당신을 돕는 조력자가 있었어.”


“아, 땅의 정령석이라고 불리는 이것을 말하는 것인가.”


“당신이 직접 아렌델에 온 적은 없으니, 아렌델에 있는 누군가가 당신에게 퀘이사리움을 전달해 주었구나.”



엘사의 물음에 발데마르는 조금 뜻밖이라는 듯 웃었다.



“엘사, 당신은 알고 있을 줄 알았거늘 조금 의외이구려.”



파리한 입술을 꽉 짓이기며 엘사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버텼다.



“내 조력자는 어디에나 있지. 왕벌이 수많은 일벌을 거느리듯.”


“호아킴은 널 배신했던데.”


“무리를 떠나간 일벌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라오.”


“도망쳐.......엘사.......”



섬광이 한 번 더 번뜩였으나 엘사는 빙벽을 솟구쳐 광휘를 받아쳤다. 탐욕에 번들거리는 눈알로 광휘에 부서지는 얼음 가루를 좇다 발데마르는 뺨을 실룩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짐이 이곳에 온 목적을, 엘사 당신이라면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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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한 혐오가 일어 엘사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지만 곧이어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선명한 광채가 반지에서 번쩍이려는 찰나, 대각선 뒤쪽에서 느닷없이 검은 실루엣이 발데마르를 덮쳤던 것이다. 목표를 잃은 섬광이 헛손질을 거듭하고 둘은 채 마르지 않은 흙탕물 위에서 이리저리 뒤엉켰다. 마침내 싸움이 멎고 승자가 명확히 갈렸을 때 엘사는 그토록 위엄 있던 군주를 깔고 앉은 소녀를 똑똑히 보았다. 빛을 잃은 흑요석을 닮은 검은 단발 소녀가 손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뾰족한 칼끝을 놈의 목덜미에 들이밀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만 해 봐. 이 장검을 쇠꼬챙이로 당신을 소시지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8. 카산드라 / 발데로스 산장(Vardaros Mountains)




“숙녀께서 입이 험하시군.”



능글맞게 입가에 떠오른 미소는 한스를 꼭 닮아 있었다. 아니, 한스가 발데마르를 닮았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순서인지도 몰랐다. 실핏줄이 터지고 안막이 마르도록 카산드라는 눈을 부라렸다. 눈에 힘을 주고 그 가증스러운 얼굴을 짓밟을 기세로 똑바로 그를 꿰뚫었다. 흥분이 등허리를 타고 얼굴을 시뻘겋게 달군다. 패배의 굴욕보다는 가소로운 쾌락을 담은 그 낯짝을 보자 분노는 끝도 모르고 치밀었다. 그러나 뼛속까지 스민 그 여유가 어디에서 비롯된 건지 몰라 가슴 깊숙이 잠들어 있던 위화감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음을 카산드라는 똑똑히 느꼈다.



“웨스터가드 가문 인간들은 다 하나 같이 싹퉁 바가지가 없나 보지?”



눈썹을 까닥이며 발데마르는 목례하듯 고개를 슬쩍 숙였다.



“왕가의 법도를 제대로 배웠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소. 그나저나 짐은 그대를 잘 모르는데, 그대는 짐을 아는 것을 보아 내 소문이 벌써 전 대륙에 파다하게 퍼졌나보오?”


“그럼. 혈육을 제 손으로 직접 모두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서던 제도의 새 왕에 대한 소문은 세상물정에 통 관심 없다는 로윰의 빈민들도 다 알고 있을 거라고. 그렇죠, 엘사?”



하고 눈알만 슬쩍 굴려 엘사를 올려다보다 카산드라는 순간 엘사가 대륙에서 쌓아 온 기억을 모조리 잃었다는 사실을 깜박했음을 깨닫고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엘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숙녀분의 이름은?”



대답하지 않으려 했으나 발데마르에게는 상대를 압도하는 굵직한 힘이 있었다.



“.......카산드라.”


“카산드라, 그대는 대사막의 피라미드를 본 적 있는가?”



나긋나긋하게 새어나오는 목소리마다 피 묻은 백장미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뜬구름 잡는 말의 의미를 파악하려 카산드라가 헛손질만 반복하는 사이 손아귀에서 새어나온 옅은 광채가 그녀를 강타했다. 해일처럼 불어 닥치는 파동에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허공으로 맥없이 날아간 몸뚱이는 진흙탕에 처박히고 말았다. 메슥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헛구역질만 거듭하는 카산드라의 앞에 묵직한 군화가 노기 서린 걸음을 딛었다.



“피라미드는 그 기단이 매우 넓고 위로 갈수록 한 점으로 모이는 형상을 이루고 있지. 꼭대기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노라면 한쪽에는 드넓은 사막의 금빛 융단이 지평선까지 펼쳐져 있고, 반대편에는 야자수가 듬성듬성 난 작은 마을과 나일 강으로 흐르는 지류가 아름다운 풍경을 형성하고 있다오.”



거대한 후광이 무릎을 꿇린다. 자신을 짓누르는 백광이 머릿속을 새하얗게 닦아내며 카산드라는 저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바닥에 바짝 짓눌리고 말았다. 딱딱한 숨이 목구멍에 걸리고 눈앞이 샛노랗게 변하더니 어지럼증이 와류처럼 제멋대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황토색 땅바닥만 내려다보며 헐떡이다 문득 턱을 어루만지는 서늘한 감촉에 카산드라는 고개를 들었다. 볼품없는 장난감을 다루듯 발데마르가 금속 지팡이 끝으로 그녀의 턱을 치켜올리고 있었다.



“소싯적에 세상을 여행하며 수많은 곳을 가 보았지만 그 풍경만큼은 아직도 내 머릿속을 떠나질 않더군. 세상 모든 것이 내 것이 되는 기분, 손을 펼치면 세상이 그 손 하나에 담기고, 모든 세상을 마음껏 주무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하얀 손을 쥐었다 펴며 그는 몽롱히 중얼거렸다.



“그런 기분을 난,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았네.”


“요점만 말해, 이 개새끼야.”



고개를 기웃거리며 핏발을 세우고 몸부림치는 카산드라를 내려다보다 문득 발데마르는 입 꼬리를 비틀고 웃었다.



“우리 단발머리 숙녀께서는 성미가 급하시군.”


“그놈의 숙녀, 숙-”



고개가 오른쪽으로 꺾인다 싶더니 카산드라는 뺨을 감싸 쥐고 무너졌다. 맞은 자리가 순식간에 퉁퉁 부어올랐다.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걸 바치는 눈물겨운 희생이라니.”



굽혔던 허리를 펴고 그는 카산드라의 손을 꾹 짓밟았다. 구둣발이 상처를 벌리며 뜨끈한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아렌델에 엘사를 데려가겠다고 들었다.”



섬뜩한 광휘의 물결이 관절을 비틀고 근육을 쥐어짜낸다. 손가락 마디가 꺾이고 다리가 비틀리자 카산드라는 이내 고통에 굴복하고 말았다. 병자처럼 침이 뺨을 타고 질질 흐르고 입술 끝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피어오른다. 혀를 타고 새어나오는 비명은 이제 성대의 불협화음인지 바람을 만난 억새밭의 진혼곡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짐이 직접 나선 것은 이 모든 사태를 그저 일벌들에게 맡긴 채 방관함만으로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예진 눈으로 카산드라는 몸을 둥글게 말고 엘사를 바라보았다. 시퍼런 입자가 손아귀에 모인다 싶더니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푸른 겨울과 백색 대지가 공중에서 얽힌다. 발데마르는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힘이 부치는 쪽은 엘사였다. 다리를 후들거리며 위태롭게 버티던 엘사는 낯빛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더니 명이 다한 꽃처럼 꺾이고 말았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그만한 모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었지.”


“개새끼야, 그러고도 네가 일국의 왕이냐?”



주먹만한 돌멩이가 크리스토프의 뺨에 작렬했다. 그 무엇도 발데마르의 앞에서는 무용했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소용없다.”



중력처럼 자신을 끝없이 끌어당기는 힘으로부터 벗어날 의지조차 상실한 채 카산드라는 발데마르의 말이 옳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무쇠처럼 가슴을 묵직하게 짓누르는 무기력감이 무한한 손길을 뻗어 공황의 늪 깊숙한 곳으로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었으니까. 무거운 육신은 마지막 남은 의지조차 앗아버렸다. 숨 가쁘게 내뱉는 호흡마다 겨우 붙들던 기력도 함께 새어나가고 있었다.



현상금 사냥꾼 일을 하며 맞선 괴물이나 도적들은 자신의 노력과 의지로 언젠가 정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발데마르는 그 자그마한 희망조차 그림자 하나 들지 않는 무저갱 속에 처박아 버렸다. 그에게서 터져 나오는 것은 환한 백광이건만 카산드라가 본 것은 짙은 암흑뿐이었다. 끝없는 어둠의 왕좌에 앉아 발데마르는 세상 만물을 가벼이 다루고 있었다.



“엘사, 당신이 아렌델로 가려는 이유, 결국 아렌델이 당신의 집이어서 그런 것 아닌가.”



한기를 잃은 얼음에는 구심점이 없었다.



“나는.......”


“하지만 당신의 집에는 더 이상 당신을 반기는 식구들이 없을 텐데.”



검은 보석 틈새로 흘러나오는 백광이 관절을 잡고 비틀었다. 고통스러운 비명이 메마른 대기에 부서진다. 육신과 뇌가 서로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이 고통은 현실이 아니라고, 환각이나 악몽에 불과하다고 연거푸 자신을 속이고 가라앉혀 봤지만 뼛속까지 치미는 고통을 육신은 도무지 견디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세상 그 누구도 당신을 반기지 않을 테요. 범인(凡人)에게 당신은 그저 강대한 힘을 가진 두려움일 뿐, 우리에겐 다만 힘의 도구로서 노릴 가치가 있는 물건이니 말이오.”


“결국 당신은.......”



장난기 많은 어린아이처럼 발데마르는 고혹적인 미소를 띠고 엘사에게 다가섰다. 손을 더듬어 카산드라는 단검을 쥐었지만 곧이어 병사의 군화에 짓밟히고 말았다.



“당신은, 당신은 그저 약자들을 잡아먹을 생각에 신이 난 포악한 맹수에 불과하구나.”


“위즐튼, 로윰, 솔스타드, 자리아, 심지어 최근에는 코로나와 엘도라까지. 약자가 강자를 잡아먹는 건 당연한 자연의 섭리요.”


“우, 우린 짐승과는 달라.”


“오, 수십 년간 힘을 독점하고 호의호식하던 당신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되지 않소?”



재미있다는 눈빛이 발데마르의 탁한 눈동자에 어른거린다. 사파이어처럼 새파란 빙염으로 엘사는 그를 똑바로 꿰뚫었다.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면서 거대한 바위를 견뎌낼 수 있을 리 없건만, 마치 그게 최후의 반항이라도 되듯 파란 실핏줄이 드러나도록 얇은 인상을 구겨 그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엘사가 저항하면 할수록 발데마르의 안막을 물들이는 건 달콤한 즐거움이었다. 덫에 걸린 쥐를 갖고 노는 고양이마냥 발데마르는 발악을 즐기고 있었다. 젖 먹듯 짜낸 힘의 한계가 어디까지 되는지 시험하기라도 하듯, 손목을 잡고 엘사를 질질 끌고 가며 그녀의 발버둥을 아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엘사, 당신은 나와 함께 갈 것이오.”



대지를 뚫고 날카로운 얼음 송곳이 솟구쳤으나 발데마르는 간단히 손을 내저어 얼음의 군세를 꺾어 버렸다.



“반항은 무용함을 이젠 당신도 느꼈겠지. 더는 정령이 아니게 된 당신의 힘은 한계가 명확하오. 내게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



하찮은 벌레를 보듯 카산드라와 크리스토프를 슥 둘러보다 발데마르는 가벼운 명령을 뱉었다.



“처리해.”



차가운 머스킷 총구가 뒤통수에 들이밀어지고, 공이치기가 서슬 퍼런 마찰음을 내며 당겨지고. 끌려가지 않으려 제 손목을 잡은 발데마르의 팔을 내리치는 엘사의 모습을 카산드라는 그저 무력하게 바라보며 자신을 향해 스멀스멀 다가오는 죽음의 악취를 감내할 따름이었다. 검지가 방아쇠에 얹히고, 금속의 비릿함을 느끼며 카산드라는 지옥의 쇳소리가 두개골을 부술 때를 망연히 기다렸다.



여기서 끝이구나.


이토록 허무하게.



흑과 백으로 양분된 십자의 세계 끝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건 허기진 희망에 대한 두뇌의 마지막 소망일까. 이제 단지 시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저 주제넘은 날뜀에 불과했나. 삶의 낭떠러지에서 용을 쓰고 버틴 건 그저 단말마의 발악이었던 걸까.



하아.



카산드라는 신중하게 마지막 숨결을 뱉고는 눈을 꼭 감았다. 높은 총성이 고원을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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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라푼젤 tva 노래 한 곡 소개할게.




Ready as I'll ever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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