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겨문참가/감성글] 회상

ㅇㅇ(115.136) 2021.01.29 00:31:10
조회 561 추천 20 댓글 7
														






viewimage.php?id=2bafdf3ce0dc&no=24b0d769e1d32ca73fec82fa11d028313f7ca0229f7ff0a914a04ad5fd539e1828e7424da2cddafc8d0c96a9e49601760e769ff22dac545d1a669d15d6fbf9b05a






회상








한 마디로 나의 1년을 말하자면,


환상적이었다.



***



여느 대부분의 프붕이들이 그랬듯이, 일반인 시절 때는 <겨울왕국>을 단순히 아동들이 보는 만화영화로만 생각했었던 것 같다. 지금 이렇게까지 진성 팬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깐. 하지만 ‘오, 이게 2편이 나오네? 무슨 내용일까? 재밌을 것 같은데?’ 라는 작은 호기심이 현재의 나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나의 1회차는 <겨울왕국 2>가 개봉한 주말인 11월 24일 토요일이었다. 식구들과 같이 보러갔는데, 당시엔 그렇게 고평가를 하지 않았다. “Some Things Never Change”는 엘사와 안나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때 당시 일반인이었던 나의 귀를 끌진 못했다. “Into the Unknown”을 보며 ‘갑자기 전개가 이렇게 된다고?’ 란 생각도 들었었고, 크리스토프의 “Lost in the Woods“를 보면서 ‘이걸 도대체 왜 넣었지?’ 란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Show Yourself” 중 엘사가 머리를 푸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게 참 인상이 깊었다. 갑자기 심장에 비수를 푹 찌르는 느낌이랄까? 엔딩에선 엘사와 안나가 다시 만나고, 아토할란으로 달려가며 자유를 만끽하는 엘사를 보여주며 영화는 막을 내렸다.


관람 후 귀가하는 길에서 ‘괜찮은 영화다.’ 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그 다음 날부터 겨울왕국에 대한 애정이 무럭무럭 자나났으며, 그 마음을 표출할 공간을 찾다가 우연히 ‘겨울왕국 갤러리’를 발견하였고, 겨울왕국을 사랑하는 한 프붕이가 되었으며, 결국 얼어붙은 목소리 편집자로 있는 지금의 필자를 있게 만들었다.


*참고로 필자의 디시인사이드 이용 경험은 프갤이 처음이다.


처음엔 조용히 개념글 눈팅만 하며 엘사, 안나 사진이나 포토티켓 전용 짤을 주웠었다. 당시엔 고닉, 유동, 프붕이, 프갤러 같은 기본적인 용어도 아예 모르던 시기라 단어를 이해하는 데 있어 좀 애먹었었던 게 기억이 난다. 개념글이 재밌어서 11월 치 글까지 정주행 하다가 전체글로 눈을 돌리고, 유동으로 댓글을 조금씩 달다가 계정을 생성하고 본격적으로 갤질을 시작하였다.


프갤에서 돌아다닌 지 일주일 쯤 되고, 프갤 문화는 대체적으로 어떠한지,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대략 감을 잡았다. 그리고 내가 놀랐던 건 이곳은 사람들이 매우 북적인다는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이용해봤던 커뮤니티들은 이용자들이 글을 쓰면 조회수가 0에서 머물다가 10분 정도 지나야 1-3회 정도로 오르곤 하였다. 조회수가 백 몇 회나 하는 글은 매우 찾아보기 힘들었던 곳들이었는데, 프갤은 글을 쓴지 1분도 안 되어 조회수가 10회 이상이 찍힌다는 게 참 놀라웠다.(19년 12월 기준) 사람이 많다는 것, 그게 아마 지금까지 남아있게 한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흥미로운 점은 인구 수 외에도 또 있었다. 나는 프갤에 오기 전 이용했던 곳들에서 2차 창작을 소비하고, 나 또한 창작하며 재미를 느끼곤 했는데, 프갤은 그야말로 창작물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양으로 보나 질적으로 보나,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것과는 비교도 못 할 정도였다. 개념글에 있던 그림, 문학, 짤툰, 영상, 합성 등 여러 가지 창작물의 파도가 나를 덮쳤고, 그걸 또 다 읽어본 나는 ‘더 없나?’ 하며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과거의 창작물”로 눈을 돌렸다. 나무위키의 ‘겨울왕국 갤러리’ 문서에서 ‘프갤은 2014년에 개설되었다’는 사실이 내 머리를 스쳤고, 곧바로 나는 그 문서를 뒤져서 창작물 링크모음 글을 발견하였다.


창작물 모음 글에 이어 ‘프갤위키’ 를 발견한 후 나는 과거 14갤번들의 창작물들을 몇 주에 거쳐서 쭉 둘러보았다. 여러 장르 중 문학을 가장 많이 찾아봤었다. 그림이나 합성은 몇 개 보다가 그만두었는데, 너무 많기도 하고, 무엇보다 FANDOM사이트의 느린 로딩시간 때문에 찾아보기 꺼려졌기 때문이다.


거기다 모바일로 보니까 로딩 시간도 컴퓨터에 비해 길고, 그 글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적은 그림이나 합성은 찾아보기 불편한 점도 한 몫 했다. 아무튼 그렇게 오래된 문학들을 끌리는 걸로 몇 개 골라서 읽어봤었다.


지금은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작품명이 기억이 난다 해도 대부분은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다―밤늦게까지 문학을 읽어 내려가며 그 문학 고유의 스토리를 머릿속으로 받아들이며 재미를 느꼈었다. 슬픈 문학은 며칠 동안 마음을 울적하게 만들기도 하였고, 흥미로운 내용의 문학은 하루 종일 그 스토리를 생각나게 하였다.


하지만 옛날 것만 봤나? 그건 아니다. 개념글 리젠이 엄청 많던 시기여서, 따끈따끈한 단편/장편문학이 자주 올라왔었다.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건 한 번씩 읽어봤고, 어떤 작품은 다시 여러 번 읽어보기도 했다. 한 달을 못 가 갤에서 작가 프붕이가 더 이상 안 보이는 작품도 여럿 있었다. 현생에 치여 키보드에서 손을 뗀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재밌게 문학을 탐색하며 읽었던 시절이 있었다.





***



보는 사람이 많다는 건 창작자 입장에선 신나서 어깨춤을 출 일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지금까지 작은 우물에서 놀다가 큰 호수인 프갤에 간 나에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프갤에 적응이 됐을 때, 나도 어울려서 창작을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1월 초엔 창작열이 솟아올라 여러 가지의 창작물들을 만들고, 갤에 글을 쓰고, 프붕이들의 개추와 따뜻한 댓글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던 것이 기억난다. 기존 팬덤과는 비교도 못 할 정도의 반응과 댓글을 보며 뿌듯해했던 게 기억이 난다. 그게 너무 좋아서 더욱 열심히 창작을 하고 싶었다. 더 좋은 퀄리티와 더 다양한 창작물을 들고 갤러리에 오고 싶었다.


그러다 1월 중순, 개념글에 있는 프갤라디오 관련 글을 보게 되고, 그때부터 이 얼어붙은 목소리 편집자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



1월 22일 새벽, 념글에

「현재 프갤라디오 사연신청 및 영상편집능력자를 구인하고있습니다.」 라는 글이 올라왔었다.


그 이전에 프갤라디오 계획 및 구상 글을 읽어 봤었던 나는 구인 글에서 라디오드라마를 만들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하였다. 어느 정도는 영상편집을 할 수 있었기도 해서 흥미가 생겼기도 하고. 하지만 그때는 지금과는 달리 영상편집에 대해 그리 많이 알고 있던 시기가 아니었다. 사용 가능한 편집기는 모바일 전용 편집기인 키네마스터 뿐이었고, 있는 컴퓨터라고는 오래된 노트북뿐이었으니까.


여러 번 고심하다 잠들고, 이른 아침에 일어난 후 괜히 긴장을 태우며 조심스레 메일 보내기를 눌렀다. 그냥 안 보낼 수도 있었지만, 프갤라디오라는 컨텐츠가 재밌게 잘 풀렸으면 좋겠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다만 내 스마트폰이 그리 좋은 기기도 아니고, 무엇보다 모바일 편집기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내가 참여해서 라디오 영상물의 퀄리티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날 밤 답장이 왔고, 답신 내용 중 라디오 총대님(이하 진행자님)은 영상이 주가 아닌, 성우 분들의 목소리와 자막에 포커스가 맞춰질 것이라 하셔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 날까지 필자 포함 총 3명의 프붕이가 영상편집에 참여한다고 메일을 보냈고 다음 날 진행자님의 영상편집 오픈톡방에 모이게 되었다. 거기서 먼저 어느 분이 라디오드라마 편집을 맡을지 정하고, 라디오드라마 1화 솔의눈과 데자와 대본을 받아 각자 테스트 영상을 만들어보고 진행자님과 대본 작가님, 편집자끼리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프갤라디오 2회 송출 후 성우 분들을 몇 분만 뽑을 건지, 로테이션으로 돌릴 건지 서로 이야기를 나눴고, 모든 분들을 받고 로테이션으로 녹음하기로 결론이 지어졌다.


그리고 라디오드라마 1화는 편집자1님이 맡게 되었는데 짤막한 3-4초 인트로부터 퀄리티가 헉 소리 날 정도였다. 따로 만드신 20초짜리 등장인물 소개 영상도 있었는데, 쓰이진 않았지만 그것도 영상미가 뛰어났다. 나는 월드타워 대관 광고를 맡게 되었고, 편집자2님은 패비의 마법처리원 광고를 맡아 편집을 시작하였다.


여기서 잠시 광고나 라디오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자면, 먼저 광고의 경우 프붕 광고주가 진행자님의 이메일로 광고 요청을 보내면, 작가님이 그 광고에 맞는 대본을 쓰고, 그것을 성우님들께 넘겨주고, 대본 녹음을 마치면 편집자가 받아서 영상편집을 하고, 드라이브에 올려서 진행자님과 다른 편집자분들의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면 완성이다. 라디오드라마의 경우는 광고주 부분이 없는 것 말곤 딱히 차이가 없다.


그렇게 몇 주 뒤 라디오드라마 1화와 광고 2개가 모두 편집이 끝나게 되었고, 3개 모두 프갤라디오 4회 때 송출된 걸로 기억한다. 내가 맡은 월타대관 광고는 사용된 영상소스 화질이 나쁘기도 하고, 라디오에 들어와서 편집한 영상이 처음 송출되는 것이기도 하니 다른 영상과 비교되진 않을까 내심 걱정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나도 도움이 되는구나.’ 하며 안도하였다.


그 다음으로는 편집자1님은 라디오드라마 2화를, 나는 릴레이소설 광고를 맡게 되었다. 다만 현생으로 인해 편집자1님은 라디오드라마 2화 상편을 끝으로 사실상 하차하시게 되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릴레이소설을 어떻게 편집할지 고민하다가 대화 상황에 맞는 엘사, 안나, 크리스토프의 누끼 사진을 나열하는, 쉽게 말해 일종의 ‘짤툰’ 형식으로 편집해보기로 했다. 프붕이들의 반응은 뭔데 고퀄이냐, 진화된 짤툰이다, 짤툰 2.0이다, 대박이다, 편집 너무 잘해주셨다 등 호평일색이었다. 반응들을 보며 웃음이 한동안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고, 다시보기를 몇 번이나 돌려보면서 뿌듯해했던 게 기억이 난다.


이 때 이후로 송출되는 영상의 퀄리티를 조금이라도 높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프갤라디오를 봐주는 프붕이들, 열심히 녹음해주시는 성우 분들, 대본을 써주시는 작가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라디오 진행자님에게 보답하고자 그런 것도 있고, 내 스스로가 영상의 퀄리티를 높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맡은 건 라디오드라마 3화였다. 편집자2님은 닫힌 문 오디오북 프로젝트를 맡으셨지만 아쉽게도 중단되었다. 진행자님이 닫힌 문 내레이션을 맡으셨는데, 1화 녹음 후 진행자님께서 내레이션은 자신이 하면 안 되겠다고 했었나? 그래서 잠정적으로 중단되었을 것이다. 이건 자료가 안 남아있어서 내 기억에 의존해 쓴 거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아무튼 라디오드라마 3화를, 그 긴 9분짜리를, 세상에. 컴퓨터도 아닌 폰으로 편집을 하였다. 거기다 심지어 각 자막마다 일일이 폰트 설정하고, 일일이 자막바와 자막에 페이드인/아웃 효과를 넣고, 일일이 자막을 하드웨어 키보드도 아닌 폰 키보드로 쓰고… 효과음이나 번개 효과 같은 건 그렇다 쳐도 자막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실제로 자막을 몇 시간동안 계속 쓰다가 눈에 경미한 통증이 느껴져서 ‘아, 오늘은 그만해야겠다.’ 하고 잤던 게 기억이 난다 ㅋㅋㅋ


이때 ‘긴 영상은 모바일로 편집하면 안 되겠구나’ 라는 교훈을 강하게 느꼈다. 지금 돌아보니까 진짜 어떻게 해낸 건지…

그렇게 약 3주가 지나고, 4월 후반에 라디오드라마 4화 일거리가 들어왔다. 전에 느꼈던 강렬한 교훈을 바탕으로 하여 3월에 새로 산 데스크톱으로 편집해보는 시도를 하게 되었다. 컴퓨터 편집은 아예 처음이었는지라 구글링하며 이리저리 둘러보다 무료 편집 프로그램인 ‘다빈치 리졸브’를 설치하여 편집을 시작하게 된다. 이것저것 만져보다가 기본적인 편집의 틀은 키네마스터와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걸 알게 되고 금방 적응해서 라디오드라마 4화를 완성하게 된다. 시간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데스크톱으로 나온 결과물이 모바일보다 우수하다는 걸 태어나서 처음으로 몸소 느껴보았다.


덧붙이자면, 라디오드라마 4화는 정말 편집하면서 재미있었다. 술에 취해 서로의 흑역사를 들쑤시는 정령님과 여왕님이라니! 어떻게 하면 이 부분을 살릴 수 있을까 생각하다 흑역사가 나오는 OST 뮤비 영상을 띄운 뒤, 정령님/여왕님 얼굴 위에 ???표시를 덮어씌우는 걸로 결정했다. 실시간으로 볼 때 프붕이들도 다들 웃어서 스스로 만족했다.


다만 그 이후는 편집자2님도 현생 때문에 사실상 하차하시게 되어서 영상편집 인력이 필자 말고는 없는 상태가 되었다. 또한 진행자님도 현생이 바빠짐에 따라 영상 제작 프로젝트에 신경을 못 쓰시게 되어 5월 10일 청주대관 시즌 2 광고를 마지막으로 나는 2달의 공백기간을 가졌다.


그리고 7월 9일, 진행자님께선 자신이 바빠서 더 이상 영상제작 프로젝트에 신경을 못 쓰기에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은 마무리 짓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하여 프로젝트는 그렇게 중단되었다. 아쉬움이 뒤를 장식했다.

그렇게 영상편집자로서의 일은 완전히 끝나는 줄 알았는데, 7월 14일 진행자님이


『 저녁시간 편안히 보내고 계신가요?

혹시 저 대신에 드라마프로젝트를 총괄하시는 분이 새로 생긴다면 편집에 계속 참여하실 의향이 있으실까요? 』


라고 하셨고, 필자는 의향이 있다고 답하였다. 아쉽게도 다른 두 분은 현생으로 인해 힘들 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게 다음 날 프로젝트 총괄님의 오픈톡방에 들어갔고, 며칠 뒤 프갤라디오 영상편집 오픈톡방은 정리되었다. 막상 정리되니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넘어간 뒤로는 여름문학대회 광고가 들어와 편집을 마치고 프갤라디오 25회에 송출되었다. 릴레이소설 광고처럼 대화 상황에 맞는 짤을 사용하는 방식에다 페페를 조금 써봤는데, 노렸던 웃음 포인트에서 프붕이들의 웃음이 빵빵 터졌다.


다음 일거리는 라디오드라마 5화였다. 16분이나 되는 긴 분량이여서 좀 부담스럽기도 해서 작업하다가 중간에 멈추고, 문학 읽어주기 - 회색 아렌델 프로젝트 중 1화가 녹음이 완료되어서 그것 먼저 작업했다.


회색 아렌델 같은 오디오북은 라디오드라마나 광고에 비해 훨씬 편집하기 쉬워서 부담이 덜했다. 작업 과정은 기존 영상들처럼 녹음 파일 여러 개를 편집기 오디오트랙(오디오를 편집하는 작업 공간)에 불러오고, 대사 실수나 타이밍 놓친 부분이 있으면 잘라주고, 여러 녹음파일의 중복되는 부분 중 잘 녹음된 대사를 살리고, 잘 안 들리는 부분이 있다면 볼륨 조절도 해준다. 여기다 배경음악을 깔아주고, 이미지 슬라이드 쇼 형식으로 상황에 맞게 사진들을 배치하면 완성이다.


다만 여기서 “얼어붙은 목소리에서 송출되었을 땐 오디오만 나오지 않았나요?” 라고 의문을 품을 수 있는데 저작권이 우려된다고 하셔서 그냥 오디오만 송출하기로 했다. 편집하기 더 편하기도 해서 그런 것도 있고.

아무튼 그렇게 회색 아렌델 1화가 완성되어 프갤라디오 27회에 송출되는 듯 했으나 진행자님 집의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해지는 바람에 방송 송출이 반복적으로 끊겨서 아쉽게도 연기되었다.


게다가 진행자님의 현생이 심각하게 바빠지게 되어 결국 8월은 휴방을 하게 된다. 필자 또한 8월 8일을 마지막으로 공백기간을 가지게 된다. 8월 26일, 갤에 진행자님의 생존신고 글이 올라왔고, 각혈과 코피가 날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프갤라디오는 1월 25일 1회부터 시작해 9월 5일 28회를 마지막으로 225일의 대장정을 끝맺는다.


막방 때는 프갤라디오가 끝나서 아쉬운 마음보단 진행자님이 빨리 쉬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다. 라디오보단 건강이 우선이니깐.


그 뒤로는 총괄님과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며 얼어붙은 목소리 첫방(10월 3일) 전까지 라디오드라마 5화와 회색 아렌델 1, 2, 3화를 비축해두었다.


이후 얼어붙은 목소리 편집자(이하 얼목편집자)로 지내면서, 프갤라디오에 있던 때보다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종류의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 중 하나는 믹싱인데, 살면서 믹싱이란 걸 해본 적이 없었던 나에겐 신선한 경험이었다. 믹싱 첫 타자는 “변치 않는 건” 합창이었고 언제 한번 믹싱 같은 것을 해보고 싶었기도 해서 MR파일과 원곡파일을 갖다놓고 열심히 싱크를 맞춰봤다. 완성하고 들어보니 정말 편집자일을 계속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믹싱하던 시간이 늦은 밤이어서 약간 졸리고 그랬는데, 싱크가 잘 맞나 테스트 해볼 겸 “이 땅에 영원한 행복과 함께/또 넘치는 사랑과 함께” 부분을 들어봤는데 갑자기 감동이 몰려오면서(소름도 같이 돋았다) 잠이 확 달아나는 것이다! 눈에서 땀도 나고, 프뽕이 풀차지되었다. 거기에 이어서 "Color Coded Lyrics"라 불리는 형식의 영상편집까지 추가적으로 진행하였다. 컬러코드는 총괄님께서 요청한 것은 아니고 내가 해보고 싶어서 한 것인데, 무작정 뛰어든 거라 편집 진행이 잘 안됐었다. 이리저리 갈팡질팡 방황하다가 어찌어찌 완성했는데 반응도 좋고, 무엇보다 완성한 결과물이 참으로 맘에 들었다. 어느새 표정엔 웃음이 걸려있었고, 프뽕도 재충전되었다. 정말 좋았다!


이후엔 “우리 함께라면” 합창, “사랑에 대해서” 커버, The Other Side 프로즌 버전 등 여러 가지 인상 깊고 기억에 남는 커버 곡들을 믹싱했었다. 다만 각 곡마다 상세히 설명하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여기서 마무리하겠다.


만약 중간에 자의든 타의든 편집자일을 그만두게 되었다면 이런 건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거리는 홍대장 인터뷰인데, 인터뷰 대상인 홍대장님을 총괄님께서 인터뷰했다는 것도 충분히 인상 깊지만 그때 나는 내가 얼마나 깔끔하게 편집할 수 있을지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다빈치 리졸브의 퓨전 탭(모션 그래픽 등의 CG 작업 툴)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결과는 내가 생각하기에 아주 깔끔한 결과물이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릴레이소설 광고와 홍대장 인터뷰를 비교해보면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짤막한 프로즌 보이스 인트로도 만들어봤는데, 눈치가 빠르다면 이미 짐작했겠지만 유튜브 오리지널 인트로를 패러디한 것이다. 2시간동안 여기 저기 찾아보면서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것이라 더욱 보람찼었다.


앞으로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계속해서 얼목 구성원들과 함께 창작물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프붕 여러분들도 부디 함께 봐주셨으면 좋겠다. 보는 이들이 있어야 만드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니까.



***



편집자로 있으면서 지금까지 만든, 그러니까 편집한 작업물 개수를 합산해보면


월드타워 대관 광고, 릴레이소설 광고, 청주대관 시즌 2 광고, 2020 여름문학대회 광고

라디오드라마 3~5

회색 아렌델 1~7

안풍커플 신혼일기 2~3

홍대장 인터뷰

엘사의 랭동공화국 여행기

암벽등반 더빙 영상

변치 않는 건 영상


(이하는 믹싱)

변치 않는 건 합창

우리 함께라면 합창

Home 개사

사랑에 대해서(What Do You Know About Love?) 개사

The Other Side 프로즌 버전

Life's Too Short (rep.) 개사

Life's Too Short 개사

Crossing The Line 프로즌 버전


총 28개이다.

1년 동안 프갤라디오, 얼어붙은 목소리 구성원들과 함께하면서 같이 만들어 낸 영상, 음원들이다. 숫자만 보면 적게 보일 수도 있지만, 영상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팀도 아니고, 단지 좋아서 시간을 내서 만드는 것이라는 걸 감안하면 적은 편은 아니다.


게다가 이건 돈 받고 하는 것도 아닌, 다른 이들과 협력하며 창작물을 만들어가는 게 좋아서 한 것이기에 더욱 많은 걸 이뤄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프갤라디오 진행자 분께서 우리를 모으고, 얼어붙은 목소리 총괄님이 우리를 계속해서 이끌었고, 성우 분들도 계속해서 함께하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필자도 현생이 바빠져서 하차하게 되었다면, 아니면 필자나 성우 분들이 그냥 한 명의 라디오 시청자로만 남아있게 되었다면, 아무래도 컨텐츠를 제작하는 데 있어 일이 수월하게 흘러가진 않았을 것이다. 우연의 우연이 겹쳐 지금의 얼목이 만들어진 걸까. 싶다.


얼목이 언제까지 이어나갈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필자는 끝까지 남아 있고 싶다. 서로 협력하며 창작물을 만드는 것은, 혼자 만드는 것보다 몇 배는 즐겁고, 신나고, 퀄리티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얼어붙은 목소리를 있게 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진행자, 총괄, 성우, 편집자, 대본작가, 시청자 등 얼목에 기여한 모든 분께.



***



참 이상한 인연이다. 원래 친한 관계도 아닌데다, 서로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데. 거의 1년 동안 같이 협력해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녹음하고, 편집하고, 송출한 것이다. 물론 많은 요소와 우연이 겹쳤겠지만, 어쩌면 겨울왕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작은 하나의 공통점 때문에, 지금 이 순간까지 온 것이 아닐까?








작가의 말


글쓰기에 딱히 소질이 없는 저는 이번 겨울문학대회도 단순히 독자로 남아 있으려 했는데, 사람도 줄어가고 이번 아니면 언제 또 문학대회에 참가해보겠냐는 생각이 저를 겨울문학대회로 이끈 것 같습니다. 언젠가 한번 문학대회에 참가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마침 감성글이란 장르가 생겼기도 해서 무슨 이야기를 쓰면 좋을까 하다, 제목 그대로 저의 지난 1년을 돌이켜보는 감성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옛 자료들을 찾아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머릿속에 떠오르더라고요. 여러분도 무언가 기록을 남겨서 훗날 다시 열어보게 된다면 추억에 심취하며 과거를 곱씹어보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기억이 담긴 글을 완성했다는 것에 의의를 둘까 합니다. 동영상, 사진으로 과거의 기억을 남기곤 했는데, 글로써는 처음이거든요. 거기다 단순한 일기와는 달리 제가 스스로 시간을 내서 열심히 쓴 것이니까요.

5년, 10년 뒤 책장 한구석에 조용히 기억을 담고 있는 겨울문학대회 제본책의 먼지를 털고, 첫 페이지를 열면서 그때 그 시절의 감정과 기억이 여러분과 제 머릿속에 그려지기를 기대하며, 짧지만 넓은 글을 프붕이들과 제 스스로에게 바칩니다.



2020.01.29.

프붕빵댕이 씀

추천 비추천

20

고정닉 15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경제관념 부족해서 돈 막 쓸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13 - -
공지 겨울왕국 갤러리 이용 안내 [200185/10] 운영자 14.01.17 128879586 3817
5489198 밤가워요 ㅇㅇ(221.152) 05:44 8 0
5489197 근데 가끔 아저씨들이 쳐다보고 약간 웃으시는 거 [4] 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5 40 0
5489196 엘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1 0
5489195 대 엘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0 0
5489194 1억내고 30%확률로 10억받기 (도전기회 단 한번) vs 그냥 살기 [3]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3 37 1
5489193 전 힙플 있는디ㅎ [2] ㅇㅇ(221.152) 05.13 29 0
5489192 진짜 ㅇㅇ(222.107) 05.13 18 0
5489191 스탠리 텀블러 사구싶다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3 31 0
5489190 돼지갈비가 먹고싶은 밤 이네요 ㅇㅇ(223.39) 05.13 18 0
5489189 대관시 ㅇㅇ(118.235) 05.13 13 0
5489188 저녁 혼밥은 육개장 ㅇㅇ(118.235) 05.13 14 0
5489187 안-시 ㅇㅇ(118.235) 05.13 15 0
5489186 앙시이이이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3 13 1
5489185 엘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시 [1]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3 28 3
5489184 엘-시 [1] ㅇㅇ(118.235) 05.13 27 1
5489183 인스타에 김하루 이 분은 존함부터 이쁘신 [3] ㅇㅇ(221.152) 05.13 83 0
5489182 지각 엘-시 [1] ㅇㅇ(183.107) 05.13 32 0
5489181 인생이 영화네요 [1] 프로프갤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3 30 0
5489180 내 인생을 어떡하면 좋겠냐?.txt [2] ㅇㅇ(106.101) 05.13 74 2
5489179 방금 사바하 봤다 큰일이다 [1] ㅇㅇ(118.235) 05.12 42 0
5489178 전손블루 맨들맨들 광빨 뒤진다에~~~ [1] Froz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2 0
5489177 오늘 2연패하고 걍 끔 [1] ㅇㅇ(221.152) 05.12 39 0
5489176 코성탈출 ㅅㅂ 좆도 내용도 없는 프롤로그 ㅈㄴ 오래보여줌 ㅋㅋ Froz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8 0
548917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ㅇㅇ(118.235) 05.12 33 0
5489174 제가 저런걸 쓰겠나요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42 0
5489173 안진짜 ㅇㅇ(222.107) 05.12 30 0
5489172 늦 안-시 ㅇㅇ(183.107) 05.12 27 0
5489171 안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23 0
5489170 대 안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20 0
5489169 이새끼 천효식아님 ㅅㅂ? [7]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95 0
5489168 이겼삼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5]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46 0
5489167 코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2 0
5489166 엘-시 엘-시 ㅇㅇ(118.235) 05.12 28 0
5489165 엘-시 엘-시 엘-시 ㅇㅇ(118.235) 05.12 25 0
5489164 와씹 AI 접으려고 하니까 시비타이 개선되네 [2] ㅇㅇ(222.107) 05.12 78 0
5489163 대 안 시 [1]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8 1
5489162 안시ㅋㅋㅋㅋ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27 1
5489161 퀸 안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26 1
5489160 목말라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46 0
5489159 잠이 안온다 푸갤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0 0
5489158 가짜 [1] ㅇㅇ(121.158) 05.12 53 0
5489157 진짜 [2] ㅇㅇ(222.107) 05.12 67 0
5489156 대 엘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30 1
5489155 엘-시 ㅇㅇ(183.107) 05.12 31 0
5489154 엘시이이이이이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2 42 1
5489153 피어노 [3] ldun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53 0
5489152 6974분 뒤에 삭제 Moday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60 0
5489148 이겼삼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27 0
5489147 블루아카이브는 좀 패야하는게 맞음 [3] ㅇㅇ(175.199) 05.11 6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