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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문참가/순수문학] 광휘의 제국(2/2)

서리나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1 22: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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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휘의 제국 통합 ebook으로 읽기



광휘의 제국





04.


오우, 엘사, 아니 상왕 폐하. 아편을 해 보신 적 있으셔요? 처음 연기를 훅 들이마셨을 땐 무슨 평범한 담배를 피는 것 같기도 하고, 머릿속이 일순 잠깐 맑아진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공장에서 솟구친 매연을 맡은 건지 기분 좋은 웃음 가스를 마신 건지 분간이 잘 되지 않쵸. 그런데 10분만, 딱 10분만 사우나에서 솟구치는 증기 같은 그 연기를 계속 들이마시노라면 참으로 기묘한 기분이 들곤 한단 말이에요우. 몸은 무거운 듯 가벼워지고, 세상에 못 할 일이 없을 것처럼 느껴지곤 하죠.



노덜드라 아이들과 놀아주는 내 앞에 바짝 엎드려 오큰은 고주망태로 중얼거렸다. 몇 주는 찌든 듯한 퀴퀴한 악취가 그의 몸에서 진동했고 아이들은 질색하며 내 뒤로 후다닥 달아났다. 노덜드라가 해방되고 일 년쯤 더 지난 시점에서였다. 옐레나와 라이더는 이 냄새나는 외지인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십중팔구는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하는 그였기에 당연한 일이었고 그들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나는 왠지 오큰이 측은하게 여겨졌다.



오우, 하하, 오우. 저라고 좋아서 아편에 손을 댄 줄 아세요우? 삶이 너무 힘들어서 그럽디다, 삶이요우. 아렌델에 돌아가면 사람들에게 무어라 말한단 말이에요? 돌아가신 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다구요, 면목이.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무역사무소를, 괜한 판을 키우려다 한순간에 다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는데. 모든 희망이 사라졌어요, 희망이 없다구요! 결국 저는 취하지 않고서는 살아가지 못하게 되었습죠.



꿈꾸듯 중얼거리고 있었으나 그가 빠져 있는 것은 악몽에 불과했다. 노덜드라에서 출발하여 아렌델을 거쳐 서던과 코로나로 향하던 상선이 검은 해수와 푸른 남쪽의 해류가 섞이는 지점에서 풍랑을 만나 전복되고 말았던 것이다. 성난 폭풍 속에서 빠져나온 자는 오직 그뿐 배에 탄 모든 것들은 바다 아래 모조리 수장되고 말았다. 녹크의 발굽에 떠밀려 다크 씨의 해안까지 밀려 온 그를 발견하곤 나는 녹크를 가만히 흘겨보았으나 그는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펄쩍 뛰었다.



위즐튼의 홍등가에서 처음 아편을 접했지요. 제게 처음 아편을 권한 형은 한 번 그 맛을 보면 헤어나오지 못할 거라고 경고했죠. 그런데 뭐, 연기를 몇 번 들이마셨는데 아무렇지도 않더라는 거예요우. 별 것 아니네? 하며 그렇게 비틀비틀 아편굴을 나서는데, 문득 비탈면 저 아래를 내려다보자 왠지 저 아래로 몸을 가볍게 던지기만 하면 푸드덕, 하고 두둥실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겠어요? 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처럼요.



이쯤 되자 나는 그저 아이들이 들을 법한 내용이 아니라는 생각이 뒤늦게 일어, 라이더에게 아이들을 데려가라 이르고는 쏘아붙이듯 물었다.



“그래서 몸을 던졌나요?”



입술을 발작적으로 부르르 떨다 오큰은 내뱉듯 단어들을 하나 둘씩 토해냈다.



“오우, 하하. 그럼요, 그럼요. 던졌지요, 던졌어. 공중에 머무르는 그 짧은 순간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아 저는 마치 하늘을 나는 것만 같았어요우. 천국에 온 것 같았죠. 팔다리가 한 쪽씩 부러져서 병원 신세를 져야 하긴 했지만요.”



정신을 잃고 쓰러진 그를 내려다보며 한숨짓다 나는 게일을 시켜 그를 움막 안으로 옮겼다. 사람들은 그와 어울리기를 꺼려했으므로 아무도 그 움막에 접근하지 않았다.



적의를 품은 것보다야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 오히려 마음 편했으므로 나는 다행이라 여겼다. 세상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었다. 당시 일은 가물가물하여 대부분이 기억의 책방에서 소실되고 없었지만, 아렌델 사람들이 내게 적대적으로 돌아섰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마법으로 그들은 행복해했지만 결국 마음 속 뿌리 깊은 곳에는 마법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들을 이해했다, 아니, 돌이켜보면 그들의 마음을 최대한 헤아리려 노력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터였다. 3년간 나 때문에, 심장에서부터 몸 전체를 잠식하고 넘어서는 미지의 힘을 감히 감당하지 못한 나 때문에 삶의 터전이 두 번이나 망가지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 누가 두려움을 품지 않겠는가. 느닷없이 이 땅을 휩쓰는 마법 때문에 누군가는 집을 잃었고 누군가는 피 땀 흘려 기른 농작물을 잃었으며 누군가는 가족을 잃었다. 두려움을 먹고 자라난 시위는 그 칼끝을 왕실에게 돌렸다.



부윰한 동이 터 올 때부터 이 새벽이 끝나는 때까지 안나는 동분서주했다. 크리스토프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최선을 다 했음’과 ‘최고의 결과’는 결코 같은 말이 아니었다. ‘방향’과 ‘목적지’가 항상 같지 않듯 모두의 행복과 안녕을 그리며 나아갔지만 우리는 결코 우리가 그리는 이상에 다다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폐하는 무엇에 취해 살아가시나요?



오큰의 말은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어 듣는 이를 당황하게 만들곤 했다. 마침내 몸이 모두 회복되고 노덜드라를 떠날 때 나는 노덜드라와 아렌델 사이 깊어진 갈등의 골을 회복하는 데 골몰해 있었다. 허락 없이 내 움막으로 불쑥 들어선 그에게 브루니가 때 아닌 적의를 드러냈다. 브루니는 오큰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모두가 당신처럼 무언가에 취해 살아가는 건 아니에요.”



노덜드라에 지내는 동안 술이나 아편은 입에도 대지 않았기에 그는 퍽 맨정신인 것처럼 보였다. 엄지와 검지를 비벼 만든 눈꽃 파편이 브루니의 살갗 위에 내려앉자 파편은 높은 비명을 뽑아내며 수증기로 사그라들었다. 날카로운 눈매로 그 모양새를 가만히 바라보다 오큰은 입맛을 다시며 내게 말했다. 그 꼴이 퍽 보기 좋지만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에 취해야만 살아갈 수 있어요우. 제 아버지는 아일랜드 출신으로 대륙에 왔는데, 이방인이라는 이유에서 귀족적이지 못하다면서 어딜 가든 무시를 당했죠. 때문에 아버지는 항상 돈을 버는 것으로 그 부족함을 채웠고, 돈으로 신분마저 사려 들었어요우.”



잠깐 숨을 고르고 그는 말을 이었다.



“무역사무소를 운영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더라구요. 누군가는 돈에 굶주려 있고, 누군가는 술에, 누군가는 가족에 취해 살아가더라구요. 또 혹자는 복수에 눈이 멀었고, 혹자는 부모님의 사랑을 갈망하죠.”

“당신이 갈망하는 것도 그들 중에 있나요?”



낙엽이 깃든 그의 얼굴은 몹시 쓸쓸해 보였다. 그 사건 이후 오큰은 매사 음울해졌다. 망설이듯 입을 달싹이다 침음한 끝에 그는 겨우 한 마디 읊조렸다.



“돌아가신 아버지랑 유가족들을 뵐 면목이 없네요.”



그로부터 몇 주 뒤 나는 호수를 다시 찾았다. 시위대는 마법으로 인해 발생한 재해의 보상을 요구했고, 왕실과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분을 이기지 못한 시위대가 노덜드라를 습격했기 때문이었다. 불이 엉겨 붙고 찢어져 잿더미가 되어버린 야영지는 오늘따라 유독 넓어 보였다. 내 속을 잠식한 공허만큼 텅 빈 눈물이 수면에 무색무취의 파동을 만들었다. 얼음으로 불타오르는 세계와, 내 힘에 따르는 책임과 비극을 그러안고 슬피 울다 나는 녹크를 몰고 아토할란으로 내달렸다. 심장과 뇌를 연결하는 가느다란 실이 툭 끊어졌다. 아토할란은 그날부터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마법을 포기했다.






05.


며칠이 지나도 눈보라는 쉬이 잦아들지 않았다. 무스펠헤임은 별장이라기보다는 산맥의 바다에 고립된 감옥 같았다. 오큰은 티타임 때마다 체스를 두자며 나를 초대하면서 비축해 두었던 홍차며 사우나에 쓸 땔나무가 바닥을 보인다며 불만스러운 기색을 넌지시 내비쳤다. 평범한 갈색 머리 소녀가 된 나로서 눈보라는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으나 그는 나를 은근하게 책망하는 투였다.



흰색 눈구름이 햇빛마저 모조리 잡아먹은 별장은 마치 시간이 멈춘 공간 같았다. 낮과 밤이 구분되지 않아 사람들은 시종 사내가 주기적으로 감아 두는 태엽 시계나 배꼽시계에 의존하여 시간을 어림짐작하곤 했다.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방은 시설 좋은 감옥이나 진배없었지만 나는 단 한 순간도 심심하지 않았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저택에 있는 책을 찾아 읽거나, 일기를 쓰거나, 혹은 읽은 책들을 정리하여 짤막한 토막글을 쓰는 데 몰두하노라면 금세 몇 시간이 훌쩍 흘러가곤 했으니까. 오큰은 책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으나 적당히 교양 있는 척을 위해 이름난 고서를 몇 권 소장하고 있었다. 나는 그 ‘있는 척’ 구는 행위가 그의 아일랜드인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리라 짐작했다. 그는 제 아버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으나 오히려 그에게 굶주려 있었던 것이다.



“제가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침침한 등불에 의존하여 침대 위에 웅크리고 앉아 책을 읽다 문득 가슴팍을 찌르는 음성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음침한 잿빛 그림자 속에서 시종 사내가 서슬 퍼런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서 있었다. 무스펠헤임 저택에 오기 전부터 면식이 있었던 사내임은 확실했으나 나는 그를 어디서 보았는지 도통 기억나는 바가 없었다. 바보처럼 순진무구한 내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다 사내는 볼멘소리와 함께 깊은 한숨을 빼었다.



“제게 그런 일을 당하시고도 제가 기억나지 않는다니.”



사내의 얼굴에 서린 허무감에 나는 그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나는 사내가 그저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 아닌 내가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었다. 인생을 하나의 극으로 치부한다면 스러진 기억 속 등장인물은 스쳐 지나간 엑스트라에 불과하게 되었으니. 마법을 포기하고 아토할란이 무너짐과 동시에 기억의 성채에서 으스러진 얼음만큼이나 내 기억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했다. 얼음이 녹으며 바닥에 질펀하게 스며 나오는 물처럼, 단단히 얼어 있던 기억은 그렇게 내게서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데자뷰처럼 사내에게서는 어렴풋한 기시감만 떠오를 뿐, 아무리 그의 얼굴을 들여다봐도 그에게서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잃어버린 제 기억은 언제 찾을 수 있는 건가요?”

“호수에 관해 말씀하신 내용은 흥미로웠습니다.”



사내는 콧방귀처럼 차갑게 내뱉었다.



“저도 언젠가 다시 그 호수에 가 보고 싶었거든요.”

“혹시 그 호수에 제 기억을 찾을 실마리도 있을까요?”



그러다 문득 머릿속을 얄따랗게 가로지르는 의문이 있었다.



“당신은 언제부터 호수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거죠?”



시종은 말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다 대꾸했다.



“부서진 것들을 원래대로 복구시키는 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기대 마십시오.”



식은 음식을 데워 주겠노라며 시종은 쟁반을 내어갔다. 읽던 책을 덮고 나는 삶을 곰곰이 돌이켜 보았으나 수십 번을 톺아보아도 그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나는 그가 내 생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자라고 스스로 결론지었다. 중요한 사실들, 이를테면 내 동생의 이름이 안나라는 것이나, 내게 마법이 있었다는 것이라든가, 노덜드라가 해방된 이후 아렌델의 여론은 마법에 부정적으로 돌아섰다든가 하는 요소는 내가 어떤 방식으로든 기억하려 용쓰고 있었으니까. 더는 옛 기억을 잃지 않게 된 지금도 습관적으로 끼적이는 일기라든가, 낡은 은팔찌에 새긴 동생의 이름이라든가, 낙인처럼 팔뚝에 새긴 몇몇 문구라든가 하는 요소들이 나를 삶에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



“그 소문 들었어? 이곳 시종장이 한 때 이름난 범죄자였다면서.”

“맞아, 코로나에서 추방되어 길바닥에 버려져 있던 걸 오큰 행수께서 데려왔다고 들었어.”

“어쩐지, 얼굴에 난 그 흉터자국이며 인상 험악한 것부터 난 진즉 알아봤지.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고.”

“그런데 다리도 한 쪽 없는데 어떻게 강도짓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낸들 알아.”

“모르는 소리, 사람이 의지만 있으면 뭐든 하게 돼 있는 법이라고. 하여튼 오큰 행수님은 마음씨도 좋아, 왜 그런 범죄자를 시종장으로 뽑은 거야?”



무스펠헤임의 사용인들 사이에서는 그 시종 사내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앞뒤로 나돌았다. 코로나의 유진 피츠허버트처럼 마법 물품만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이름난 강도였다는 소문도 있었고, 왕을 시해하려다 실패했다는 루머도 있었으며, 과장된 이야기 중에는 한 나라를 전복시키고 왕위를 찬탈하려다 실패했다는 것도 있었다. 오큰은 사용인들의 그런 루머에는 휘둘리지 않는 모양새였으나, 나는 왠지 시종장이 가련하게 여겨졌다.



바다 건너 대륙에는 서던이나 코로나뿐 아니라 각양각색의 나라들이 알록달록한 문화를 꽃피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특히 로윰(Rayaume)의 빈민가의 마법사들과 예술가들은 특유의 독특한 화풍으로 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나 역시 마법과 자아를 잃고 방랑자로서 그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의 소탈한 문화에 물들기 시작한 참이었다. 대륙에서 잡무를 처리하거나 따뜻한 남쪽에서 휴가를 즐기고 싶을 때를 위해 오큰은 로윰 외곽에 ‘차가운 여름’이라는 의미의 에테파르드 저택을 사들였는데, 내가 시종 사내를 알게 된 건 빈민가에서 생활을 청산하고 저택에서 머물며 오큰의 상단 일을 도와 주던 때부터였다.



“거의 거지나 다름없었죠.”



대륙에서 오큰의 상단은 희귀한 고서와 마법 물품의 조달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다. 시종 사내와의 첫 만남을 오큰은 그렇게 요약했다.



“강 상류 쪽이었을 거예요. 코로나 외곽 황무지로 이어지는 계곡에서, 다 죽어가는 거지꼴로 엎어져 있더군요. 경계심이 만만찮았어요우. 눈에는 독기가 서려 있고, 고집은 또 얼마나 세던지. 먹을 걸 줘도 의심의 눈초리로 노려보고, 거기 쓰러져 있는 이유를 묻기라도 하면 발작을 하며 달려드는데, 어휴, 그 성질이 만만찮았다구요우.”

“그런데 어떻게 시종으로까지 삼게 되었죠?”



망각의 지팡이, 사람을 새로 만드는 찻잔, 마법을 봉인하는 비단실, 그 무엇으로도 찢을 수 없는 거미줄, 정령의 힘을 없앤다는 얼음꽃....... 오큰이 내민 마법 재료의 명단을 주르륵 훑다 의구심이 일어 나는 문득 고개를 들고 물었다. 퉁퉁한 볼살을 슬쩍 구기며 오큰은 씁쓸하게 웃었다.



“오우, 하하. 전 상인이니까요우. 쓸모만 있고 제게 이득만 되면 누구든 제 편으로 삼지요우. 저는 그걸 ‘길들인다’고 표현하죠.”

“‘길들인다?’”

“오우, 오우, 그건 관계를 맺는 걸 뜻해요. 서로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친구가 되죠. 저는 그를 나름의 방식으로 길들였고, 그는 저를 나름의 방식으로 길들였어요우.”

“어감이 영 좋지는 않은데요.”



아렌델이 아무리 교역 강국이라 한들 오큰은 외지인이었으므로 나는 그의 단어 선택을 예민하게 지적하고 싶진 않았다.



“성격이 좀 괴팍하긴 해도 녀석은 연금술이며 증기기관에 관한 지식이 해박했어요.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재료를 갖다 준대도 녀석은 그 쓰임새를 척척 찾아내곤 했죠.”



나는 오큰과 함께 기상천외한 기계를 고안해 내는 사내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도검을 닮아 위쪽으로 바짝 날이 선 눈매를 도구 삼아 기계를 제작하고 정비하는 모습을. 내친 김에 조그마한 실마리라도 찾아 나서는 기분으로 나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방법을 사내가 알고 있지 않겠느냐며 오큰에게 도움을 청했다. 존재의 의미를 잃어 산화하여 소멸해버린 다른 정령들과 다르게 정령 여왕인 나는 산산조각나 한 줌 재로 사라지는 일은 면했던 것이다. 다만 마법을 포기하고 아토할란이 무너지며 증발한 몇몇 기억들은 되찾지 못했고, 아렌델에서 추방된 이후 어딘가 텅 빈 듯 공허한 기분에 사로잡혀 이따금씩 잠을 설치곤 했다.



소멸을 멸하게 된 것은 사랑하는 이들이 내게 건 축복이었을까, 혹은 큰 힘에 책임감을 갖지 않은 과거를 후회하고 속죄하라는 저주나 천벌에 가까울까. 가장 강력한 마법이 사랑이라는 이야기는 동화 속 천진난만한 낭설에 불과하다며 나는 나 자신을 비관했다. 세상만물을 얼리고 또 녹일 수 있었지만 정작 나는 나 자신을 녹이지 못했다.

내게 외로움은 친구 같은 감정이었다. 며칠 전 아침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며 이부자리 정리를 도와줘도 되겠느냐고 묻던 시종 사내는 별안간 문간에서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시선의 끝에는 내 어린 시절을 책임졌던 인형이 있었다. 장갑 안에 솜을 넣고 끝을 묶어 만든 펭귄 인형 요르겐비요르겐 경과, 새하얀 설원을 담은 작은 헝겊 곰인형이 나란히 앉아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 그래요?”



빗장처럼 사내의 얼굴을 비스듬히 그은 흉터가 미세하게 떨렸다. 흉터에서 나는 분노와 경악을 동시에 읽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내게 덤벼들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저기, 저기요? 무슨 일 있어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목울대 밑으로 뜨거운 응어리를 삼키다 사내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 어두운 침묵이 너무도 무겁고 무서웠다.



이따금씩 호수에 가서 나는 그 소년을 떠올려보곤 했다. 군인이 된다던 그 소년은 내가 아렌델에서 지내던 그 오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왕성에서 만난 적 없었으니. 그의 행방이 궁금했다. 호수에 갈 때마다 나는 그 소년을 떠올렸다. 그가 떨어뜨리고 간 곰인형을 만지작거렸다. 툭, 하고 떨어진 곰인형과 자박거리며 멀어진 소년의 발자국을 삼켜버린 눈밭을 원망했다.



그리고 호수, 호수. 아토할란이 녹은 잔해인 그 호수를 들여다보았다.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호수에 빠져버렸다던 나르키소스처럼 나 역시 호수가 만든 환상에 흠뻑 빠져 있었다. 호수가 만든 세계는 가상의 세계였다. 현실보다 더 달콤한 가상의 세계, 불행이란 온데간데없이 행복만이 가득한 세계. 내 속에서 무언가 빠진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어 나는 오히려 그 호수에 더욱 빠져들었다. 호숫가에 서 있노라면 호수가 나를 삼켰고 나는 호수에 녹아 버렸다.



나는 호수였다. 고인 채 썩어가는 물이었다. 세상에 남은 마지막 마법의 파편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게 내재된 문제를 회피하고 있었다. 모른 체 굴고 있었다. 호수에 떠오른 안나의 상은 그저 겉모습뿐이었다. 팔찌에 동생의 이름을 새기고 그녀를 잊지 않으려 무진 용쓰고 있었지만 요르겐비요르겐 경이나 곰인형처럼 내 상상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안나의 모습을 바라보다 호수에 시퍼렇게 퍼져나가는 가련한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끅끅 울었다. 뒤늦은 깨달음이 뇌리를 덮친다. 내가 기억하는 안나는 그저 껍데기뿐, 나는 안나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06.


다음날 새벽 일찍 나는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번쩍 눈을 떴다. 돌벽 틈에 난 두꺼운 창문으로부터 창백한 햇살이 사선으로 방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었다. 사방이 눈 천지였고 햇빛을 머금은 설산은 몹시 따가웠다. 시종 사내가 나를 찾아와 행수께서 오늘 호수로 출발하겠다고 결정하였음을 알렸다. 알겠노라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필요한 짐들을 골라 담았다. 문틈 새로 몰아닥치는 돌풍에 문이 경첩에서부터 기이한 비명을 지르며 열렸다. 별장을 관리하는 사용인들이 두껍게 쌓인 눈을 쓸고 모래를 뿌리고 있었다. 모래와 엉긴 눈은 내가 살아왔고 또 살아갈 세상처럼 몹시 더럽고 지저분했다.



호수는 별장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산봉우리를 나선형으로 타고 돌아 완만한 협곡을 내려가기가 무섭게 널리 펼쳐진 고원이 나타났고, 준비된 마차를 타고 고원을 건넌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짙은 땅거미가 드리운 침엽수림이 호수로 향하는 대문이라도 되는 양 음험한 입을 벌리고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오큰은 가는 길 내내 말이 없었다. 희미한 기대로 물든 눈으로 그저 열심히 마차만 몰 뿐. 오큰을 오래 보아 온 사이로서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나는 그가 낯설게 느껴졌다. 마차 바퀴가 덜컹이며 골이 울렸다. 약한 멀미가 이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또 누가 이 호수의 존재를 알죠?”

“나를 처음으로 호수로 안내했던 한 소년, 내 동생 안나, 그리고 오큰, 당신.”

“오우, 다른 사람들은 그럼 아무도 이 호수의 존재를 모르나요?”



입맛을 다시다 오큰은 털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수레를 몰았다.



사람을 시켜 내가 남몰래 호수에 드나듦을 오큰이 알게 된 이후 나는 그가 호수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호수를 통해 그가 추구하는 것은 금전적 이득 따위가 아니었다.



“돈은 중간 매개체일 뿐이에요우. 도구. 저는 그 도구를 이용해서 제가 원하는 걸 쟁취하죠. 오, 물론 부를 모으는 것만이 목적이 될지도 몰라요우. 그런 사람도 있죠. 하지만 제가 돈을 버는 건, 아렌델 안에서 뿐 아니라 바깥에서도 수많은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목적은 따로 있어요우. 제 아버지의 유언 때문이죠.”

“그게 뭐죠?”

“어딜 가든 무시당하지 말고 살라고 하셨어요. 하하, 오우. 뭐, 아버지께서 평생을 앓으신 문제이자 제게 유산처럼 남긴 문제이기도 하죠. 다른 사람의 인정, 그게 제 목적이겠죠.”

“.......-겠죠? 그 말은, 오큰 당신도 자신의 꿈에 대해 확신이 없다는 뜻인가요?”




폐하는 그 호수가 자신의 욕망을 비추어 준다고 하셨죠.


현재 자신이 가장 크게 생각하는 욕망을.



“확인해야겠어요. 제가 가진 이 꿈이 제 순수한 것인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세뇌와도 비슷한 욕망인지, 혹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도 결국 하나의 수단일 뿐, 제겐 더 원대한 욕망이 있는 것인지를요. 오우, 아버지는 돈이 곧 행복이라 생각하는 분이셨지만 돈을 위해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으신다는 이유에서 사기꾼이라는 욕도 많이 먹었고 장사치라고 업신여겨졌어요우. 저 역시 마찬가지였죠.”



나는 문득 크리스토프가 오큰을 만날 때마다 늘어놓는 볼멘소리를 떠올렸다. 고작 사기꾼이라는 소리에 그런 과민반응을 보여 아직도 꺾인 허리가 시큰거린다고 그는 매사 투정을 늘어놓았었다.



“결국 저는 호수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이 꿈이 과거에 매인 족쇄인지, 혹은 미래로 나아갈 계단인지 궁금했던 거예요.”



호숫가에 바짝 엎드려 금방이라도 그 우주에 빨려 들어갈 기세로 수면을 들여다보는 오큰이 나는 몹시 측은하게 느껴졌다. 돈이나 아편과 마찬가지로 그는 혼동의 끝자락에서 항상 누군가의 노예로 살아왔던 것이다. 나는 호수에 슬쩍 눈길을 던졌다가 시선을 얼른 다른 곳으로 돌렸다. 호수의 변덕에 휘둘리기 싫었다. 같은 날, 같은 시간이더라도 호수는 수없이 많은 나의 상을 담았고, 깨진 거울처럼 각기 다른 모습을 담은 물방울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결국 하루를 의미 없이 떠나보낸 적이 많았다. 깨진 노른자처럼 탁한 오큰의 눈동자는 이미 호수에 무아지경으로 취해 있었다. 인사불성인 그의 모습에 나는 아편에 취해 있던 그의 젊은 시절 모습을 떠올렸다. 수면에 일렁일 환상이 지레 두려워 나는 물가에 발조차 담그지 못했다.



겨울을 잃은 갈색 머리칼을 바람의 흐름에 가만히 맡기다 나는 문득 일행 중 시종 사내가 사라져 있음을 깨닫고 황망히 시선을 옮겼다. 사내는 눈이 녹아 군데군데 흉한 흙바닥이 드러난 언덕 위에 서 있었다. 군녹색 군모를 쓴 곰인형이 순간 그의 흉측한 얼굴 위에 겹쳐 보였다. 환상에 빠져 허우적대는 오큰은 없는 이나 마찬가지였으므로 어색함을 풀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으나 선뜻 먼저 말을 걸진 못했다.



“오큰, 어쩌다 저 사내랑 친해지게 된 거죠?”



호수로 떠날 적당한 때를 기다리며 무스펠헤임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오랫동안 담아 두었던 물음을 드디어 꺼냈다. 체스판에서 다음 수를 계산하던 오큰은 마치 언젠가는 들어오길 예상했던 질문이라는 듯 놀라워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녀석은 제 이야기를 잘 하려 들질 않아요우. 저도 녀석과 친해지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룩을 옮겨 백색 퀸을 견제하며 오큰은 차례를 기다렸다.



“녀석이 본격적으로 속내를 털어놓은 건 몇 개월 되지 않았어요우. 무스펠헤임에 오고 나서야 저는 녀석이 아렌델 출신임을 알았죠. 아렌델어를 잘 한다 싶더니, 이곳 토박이었던 거예요우. 녀석이 그러더군요, 이 근방에 자신의 고향이 있다고. 산맥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빙하호가 인근에 있고, 그 호숫가를 둘러싼 침엽수의 바다를 건너면 가파른 절벽 아래 자신의 집이 있었다고.”

“그럼 왜 아렌델을 떠나 대륙에 간 거죠?”



씁쓸한 미소가 대답에 묻어났다.



“녀석의 가족은 모두 사고로 죽었거든요.”

“이제 저는 군인이 되지 못합니다.”



급작스레 바뀐 계절에 잔가지를 주으며 내게 꿈을 자랑하던 소년은 이제 거친 세상에 체념한 사내가 되어 있었다. 깔끔하게 잘린 고관절에서부터 헐렁한 바지가 나라 잃은 깃발처럼 이리저리 흔들린다.



“수 년 전 여름날, 느닷없이 바다가 얼고 눈보라가 불어닥쳤던 그 해, 갑작스레 지반이 얼었다 녹으며 불안정한 암석 지대에 균열이 일었지 뭐예요. 거대한 낙석이 녀석의 집을 덮쳤죠.”



어두운 눈동자로 오큰은 폰을 움직여 백색 퀸을 잡았다. 킹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나는 퀸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가시 같은 단어들이 가슴을 시리게 파고들어 나는 도저히 다음 수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



내게 얼굴조차 보여 주지 않고 사내가 가만히 읊조린다.



“저도 한 때 이 호수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폐하는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저는 한 때 복수에 눈이 멀었던 적이 있습니다. 가족이 죽고 제 다리가 고관절 아래 잘린 이후, 매일같이 이 호수에 오며 폐하에게 검을 꽂아 놓는 제 모습을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사내의 손에는 녹색 군모를 쓴 곰인형이 들려 있었다. 시린 숨을 삼키고 잠시 망설이다 그는, 별안간 무언가 결심한 듯 곰인형을 호수 저 멀리 던져 버렸다. 포물선을 그리며, 태양이 떠오르는 곳으로 떨어지는, 작은 곰인형. 살얼음처럼 창백한 뺨을 흐르는 둥근 물방울을 시작으로 눈물이 속절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호수가 인형을 삼킨 자리 주위로 공허한 파문이 긴 여운을 끌며 남았다.



수 년 전 내게 군인이 될 거라 당차게 말하고 떠났던 소년. 그 소년을 닮은 사내가 소년이 떠난 자취를 따라 절뚝거리며 수풀 사이로 멀어진다.



호수는 내 삶을 가리키는 길이 아니었다. 길이 될 수도 없었다. 수면에 담긴 것들은 새벽과 함께 물러나는 물안개에 불과했으니까. 정령 여왕으로서 안나와 평화에 대해 논의하고, 아렌델의 국정 업무를 돕고, 휴식 시간에는 카드 게임이며 체스, 제스처 게임을 했던 행복한 시간은 오직 과거의 세계였다. 잃어버린 파편들을 주워 담아 붙인들 그것은 같은 도자기일 수 없었고, 진즉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어떻게든 운명에서 벗어나고파 진리를 외면하고 부정했다. 강을 거스르는 연어는 언뜻 운명에 반항적인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 자연의 이치를 온전히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흘러가는 것들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 했다. 흘러가는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고 그 의미에 새로운 이름을 붙일 줄 알아야 했다. 법봉이 내 추방을 선고하던 그 날, 안타까운 눈으로 날 바라보던 크리스토프, 스벤, 카이, 매티어스, 그리고 터진 슬픔을 이기지 못해 날 돌아선 안나, 안나. 그녀를 바라보던 내 어리둥절한 눈망울. 나는 그녀를 잊었고, 그녀는 나를 잃었다. 우리는 우리를 새로이 길들여야 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인정하고 새로운 것들을 이루어야만 했다.



아토할란은 기억의 강, 세상만물의 시간을 담은 기억의 성채. 이름 모를 이 호수는 빙하의 유해. 마법을 포기함은 전혀 아깝지 않았으나 어쩌면 나는 추억의 상실이 너무도 안타까워 달콤한 수심에 중독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자작나무 숲을 뚫고 드나드는 광휘가 새벽이 끝났음을 알리고 있었다. 동에서 서로 기다란 그러데이션을 담은 호수를 등지고, 모든 의문과 회한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두고.



새벽 물안개를 뚫고 쏟아지는 이 눈부신 광휘의 제국에서.



평생을 걸어도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이 제국의 끝자락으로 나아간다. 그 찬란한 세상을 향해, 작은 걸음일지라도 나아가고 또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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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은 제본에서 확인을.....


독립적인 작품으로 읽어도 이해가 가능하도록 썼지만, 다음 두 작품을 읽으셨다면 좀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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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된 세계관을 좋아해서....... 얼음꽃은 완결을 못 냈는데 언젠가 내보고 싶은 생각도 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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