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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48일 여행] 17일 - 성훈형과 작별

킴KI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10.25 22:57:03
조회 4090 추천 2 댓글 5




2009. 11. 19. 목요일



전날 형이랑 술 먹고 새벽까지 돌아다니다가 푹 자고 점심때쯤 나와서 먹을거 찾으러 다녔었어

항구 쪽에 중국식당 하나가 있어서 거기서 면 요리 시켜먹었어, 오랜만에 젓가락질 하면서


그리고 배를 알아봤는데 오늘 밤 9시에 출발해서 다음날 새벽 6시에 도착하는 배가 있더라

Flying Horse라고 관광객들이 저렴하게 많이 타는 배였어


20불 정도였는데 하루 숙박비 아낄 수 있으니까 그냥 이 배로 표 끊었어


그리고 오후에는 형이랑 떨어져서 스톤타운을 혼자 좀 돌아다녔어

항구에서 숙소까지가 걸어다니기에는 좀 먼 거리였는데 내가 숙소에서 내 짐을 챙겨와야 했었거든


일단 난 배낭을 찾아 오면서 그림도 그리고 할테니까 형이랑은 저녁때쯤 어제 야시장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어









몸바사, 라무, 잔지바,

나이로비에서 윌리엄과 제루샤가 말해줬듯이 다 비슷비슷한 곳들이야




내가 이틀 동안 있던곳은 Zanzibar Town과 Stone Town 뿐이야

잔지바 섬엔 버스 몇시간 거리로 가볼만한 곳이 많이 있어


괌 같이 완전히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라 호텔도 많고 편의시설도 많고

무엇보다 길거리에서 거지짓 하는 사람이 없어


당연히 범죄도 별로 없을테고 가족이나 연인끼리도 가볼만할거야






형이랑 떨어져 있으니 스톤타운에서 그림 하나 그렸어

역시나 꼬마애들이 제일 구경 많이 오더라




해질녘쯤 야시장으로 가서 성훈이형 만났어








정말 이쁘지?


우리 숙소는 걸어서 30분이었지만서도 이 주변에 호텔들이 좍 깔려있거든

밤에 방에서 나와서 저렇게 바닷가 바라보며 해산물 꼬치들 먹으면 술맛이 절로 날거야


꼬치가 생각보다 싸지는 않어, 3천, 5천, 7천원 단위거든

대충 집어먹어도 1~2만원이 그냥 나오거든



여기서 술은 안 팔어

근데 물어보면 맥주 한병당 3천원에 자기들이 사오겠다고 그래


걸어서 5~10분쯤 가면 나름 분위기 괜찮은 맥주집 하나가 있고

거기서 골목으로 더 들어가면 더 싼 맥주집이 있거든


싸다곤 해도 섬이라 한 병에 2천원이야

그거 말고 Konyagi라고 팩에 담긴 진이 있는데 그게 1,300원이야, 형이랑은 그걸 주로 먹었어




재밌는 일 하나가 있었는데 중간에 똥 매려운데 화장실이 없더라..

그래서 가까이 있는 호텔에 들어가서 로비에서 화장실 물어보는데 내가 딴 얘기한것도 아니고 Toilet 한 마디 했는데

로비에 앉아 책 읽던 백인 할망구가 Hey! 하면서 그런 얘기는 왜 하냐는 식으로 혐오스런 표정 짓더라..


왕비의 궁에는 화장실도 안 놓는 민족이니.. 이해해야겠지만 참 이해 안 가더라


첨 보는 사람한테 화장실 물어보는거 가지고 뭐라할 정도로 똥이 싫으면 링거 꼽고 살던가..



어쨌든 이런 일들이 있어서 여행이 재밌는거 같어

인종이나 문화는 달라도 같은 사람 같다가도 가끔은 전혀 딴 세상 사람 같거든




여태까지 술을 적게 먹고다닌건 아니지만 그래도 고생했던 형이랑 작별하는 날인데

딴 날보다 더 열심히 마셨던거 같어


한국에서는 소주잔 기울이면 형님 동생 하면서 진한 얘기가 오가잖아

근데 여행지라 그런지 아니면 토종 숫놈 둘이 만난거라 그런지 몰라도

반가워도 안 반가운척, 아쉬워도 안 아쉬운척 쿨하게 되더라

같이 찍은 사진 하나 없어


배에서 날짜를 세어보니까 잠깐인거 같은데 열흘이나 형이랑 같이 있었었어


남쪽으로 내려가다보면 언젠가 만나겠지, 아니면 한국에서 보자는 식으로 작별하고 나는 배로 출발했어

형은 잔지바 섬에서 몇일 더 있을거였고





Flying Horse

이름 만큼이나 배 옆에 달리는 말 하나가 그려져 있더라

근데 이 배가 올때 타고 왔던 배랑은 비교도 안 될 만큼 좋더라..


자리를 찾으려 보니까 3층으로 안내하는거야

아.. 표가 VIP더라..

관광객은 무조건 VIP만 사게 되어있고 1층 2층에는 현지인들이 복도에까지 수두룩하게 차더라


관광객이 나랑 독일에서 온 중년, 그렇게 둘 밖에 없었어

30평 남짓한 커다란 공간에 큰 TV가 있고, 길고 푹신한 소파에 전망도 좋고 에어컨까지..

진짜 미치겠더라 좋아서 ㅋㅋㅋ

아침 6시까지 9시간동안 여기서 에어컨 바람 맞으면서 삐댈 수 있는 거였어


는 개뿔 배 출발하고 나니까 현지인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라 ㅋㅋㅋ

환불을 막으려는 건지 관광객들 낚으려는 건지 출발전에는 확실히 통제하던거 같더니..


나중엔 바닥에 복도, 계단까지 꽉 차서 화장실 가려면 한참을 고생해야 했는데 별로 불만은 없었어, 

이미 잠자기 좋은 자리도 차지했었고 사람들과 떨어져서 혼자만 다른 공간에 있는게 처음부터 어색했었거든




배 타면서 쓴 이 날 일기에는 성훈이형에 대한 생각들이 써져있네

그렇게 일기 쓰다가 얼마 없는 밧데리 아끼며 ipod로 노래도 듣고 시원하게 실컷 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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