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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씨의 음주생활 1모바일에서 작성

공돌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6.20 06:52:59
조회 5120 추천 52 댓글 16


상쾌한 월요일 아침이야
주말에 다들 신나게 달렸나 들
난 부모님 모시고 사촌동생의 결혼식장에 가느라고 장거리로 10시간을 달렸네
한남대교 건너서 강변북로를 따라서 쭉 달리는데 뷰가 좋은곳에 서있는 멋진 아파트와 고급 빌라들을 보면서 저집에는 분명 마시고싶은 위스키가 진열장에 즐비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런 주정뱅이같으니라고 하며 자조섞인 웃음이 지어지더라고

얼만큼의 내공이 쌓여야만 내가가진것에 자족하고 행복을 느낄수 있는사람이 될까?(내가 결코 간만의 서울 나들이에 주류상가를 들리지 못해 억울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긴 무슨. . .)


그럼 주저씨의 음주생활 1편 시작합니다.


술은 감수성을 극대화시키지 우리처럼 혼술을 종종 하는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술맛을 잘 알기도 하거니와 왁자지껄 하게 마시는걸 좋아하는 사람에 비해서 취함의 상태를 오롯이 방해받지 않고 즐기려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해

자기의 감정을 좀더 극대화 시키고 잘 느껴보고자 하는 방법이라고 할까?

본인의 취기를 오롯이 즐기고자 혼술하는 사람들이 득시글 거리는 주갤이 디씨에서 상당히 클린갤 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도 방해받지 않고 방해하지 않는 혼술족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오늘도 혼술하면서 떠오른 옜날예기 하나 풀고가려고

쭉 이야기 한것같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은 스카치이지만 그 외의 주류를 마시지 않는건 아냐

모든 술은 각국의 음식문화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이루면서 아무리 호불호가 갈린다해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음식과의 궁합

술과 빠질수 없는 논쟁 아니겠어?

치킨에 맥주,  얼큰한 국물엔 소주, 싱싱한 석화엔 탈리스커, 우리네 산과 들에서 나온 나물과 푸성귀로 상큼하고 맛깔스럽게 무친 겉절이,  봄나물과는 소곡주

그리고
탕수육과 짬뽕국물엔 역시 빼갈

집에 떨어지지않게 항상 구비하고 있는 술중 하나가 오늘 이야기할 빼갈이야
즐겨마시는 품목은 노주노교 이곡하고 공부가주

가끔 탕수육이 땡길때 이놈들만큼 찰떡궁합인게 또 없드라고

들큰한 녹말소스에 바삭하게 튀겨진 돼지고기튀김 한점이 식도를 코팅하면 인위적이지만 그 어느나라의 술에서도 느낄 수 없는 상쾌한 파인에플향 딸기맛 쭈쭈바향에이은 인절미처럼 구수함과 마지막으로 한달을 열심히 일하고 월급날이 되어 밤늦게 퇴근하고 동료들과 얼큰하게  취해서 들어오신 아버지의 손에 들려있던 영양센타 전기구이 통닭을 온 식구가 앉아서 맛소금에 찍어 하하호호 먹을때 작은 방에서 풍기는 닭고기 냄새에 가려져있다가 양은상다리 밑에서 슬쩍 올라오던 아버지의 발냄새처럼 그리 역겹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정도의 꼬릿한 냄새 그리고 그 냄새를 잊게하는 얼큰한 짬뽕국물 한숟가락

점점 허리띠의 구멍이 뒤로 후퇴하는건 조금있다가 폭풍 다이어트로 만회할거라는 기약없는 약속마저 때려치게 만드는 이 절묘한 하모니

엊그제같은데 벌써 오래전의 일이 되어버린 대학때 일이야

원하는대학에 떨어지고 후기에 별수없이 들어가게된 지잡대
맨날 데모만 하느라고 단과대 지하실엔 먹고난 소주병에 신나와 휘발유를 담아놓은 화염병

말이좋아 동아리이지 NL  이니PD니 하는 운동권 하부조직들

학교앞 소주방에 모여있는 대가리엔 오로지 떡만들어있는 발정난 남녀들

학자의 자세라곤 눈을씻고 찾아봐도 찾을수 없는 무사안일에 빠진 교수들 공부라곤 담쌓은 놈들을 끌고가겠다고 졸고있는 꼴통들을 데리고 지성을 이야기하던 전임강사들도 결국 한학기가 지나고 나면 20대 초반의 여대생이 따라주는 소줏잔에 학점을 팔아넘기는

어느것 하나 맘에드는것이 없는 불만대폭발의 대학생활에 유일한 낙은 도서관학과의 그녀 때문이었어

160도 안되는 작은키에 하얀 백설기보다 더 하예서 멀리서 보면 가부키 배우화장을 한것처럼 보이는 순백색의 피부, 그 살결에 대비되는 까만 머리카락 요즘 중고생들처럼 틴트를 바른것같은 새빨간 입술

다소 촌스러운 옷차림, 미용실에 간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웨이브진 머리카락 수줍은 소녀다운 하얀색 리본머리끈

지금생각해보면 촌스럽기 그지없는 그 모습이 콩깍지가 쓰인 내 눈에는 사랑스럽기 그지없음은 물론이려니와  광채가 비추는것같았어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100미터거리에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측면으로 지나가도 난 본능적으로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어
어두운곳에서 빛은 먼곳에서도 찾을수 있는거 아니겠어?

처음엔 반딧불같은 불빛이 촛불이 되고 촛불은 밤을 비추는 만월이 되어 어둡기만한 내 대학생활을 비추었지

동아리에서 만난 그녀는 피아노를 잘 치는 아이였어 기타가 주를 이루는 노래패에 건반을 쓰는 여자는 귀했지

객괸적으로 봤을때 그다지 미인은 이니었기에 선배들이나 동기들에게 인기를 한몸에 받는 여대생은 아니었지만 어쩌겠어 제눈에 안경인것을

클레식과 오페라아리아 그중 조수미의 열열한 펜이었던 그녀와 대화의 코드를 맞추기 위해서 그동안 발매된 조수미 레이블을 다 사서 밤세도록 듣고 마치 나도 클레식을 좋아하는것처럼 포장하기위해 바로크 음악만 중점적으로 들었어 그애가좋아하는  모짜르트는 대충 들었다간 분명 뽀록날테니 다른시대 다른 음악가를 좋아하는걸로 포장해야 대화하는데 더 막힘이 없을것 같아서말이지

모든강의가 끝나고 어두침침해지는 빈 강의실에서 이번 조수미의 데카 레이블은 에라토 레이블에 비해 너무 대중성을 추구해서 깊이가 없다느니 피아노의 둔탁한 소리보다는 합시코드의 가느다랗고 섬세한 선율이 더 좋다느니 관리가 까다로운 민감한 현에서 울리는 까탈스러운 아가씨의 노랫소리같다느니 올해 서울시향의 연주회 실황에서 제2  바이올린이 조금버벅대는게 아직 우리 고전음악의 수준이 멀었다느니

도대체 내가 하고있으면서도 무슨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 모를소리들을 방언터진듯 술술 이야기하는걸 보니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한거야

정말 좋아했어
잠들면 꿈속에 나와서 항상 설래였고 눈뜨면 그녀를 볼 수 있는 아침이 왔다는게 행복했지

그러나

짝사랑 이었어

어느날 더이상 내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사랑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고 해가 저문 빈 강의실에서 그앨 안았지

순간 돌덩어리처럼 굳어 아무런 말도 하지못하는 그녀의 입술을 훔치고서 고백했지만 졸라 보기좋게 까였다

넌 정말 좋은애야 너한테 상처주는 내가 나도 너무 싫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게 좋은 친구와 사랑하는사람과는 다른거잖아

젠장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던거지
그것도 아는놈이였어
머가리속에 어떻게하면 여자를 따먹을 수 있을까 하며 매일밤 클럽을 전전하던놈

근데 그놈 눈이 너무 선해보여서 좋단다 미쳐버리겠드라

서툴렀지
이제 스무살이된 햇병아리가 여자맘을 어떻게 돌리냐
내가 별짓을 해도 안돌아오더라고

그애와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던날 난 말했어
난 이렇게 억지로라도 널 보고 이야기하는게 행복하지만 내가 너에게 계속 붙어있는게 괴로울것같아 이제 그만할께 난 니가 그애때문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니가 생각한것처럼 선힌 애가 아니기 때문에 니가 유리처럼 깨져버릴까봐 겁나지만 그래도 그만할께 울지않는 사랑을 하길 기도할께

남자에게 따로 이야기했어
내가 부탁하나만 하자 그애 울리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함부로 대해도 좋은사람 아니다고 난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이뤄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도 사랑한다고 더이상 방해하지 않겠다고

가슴이 찢어지드라

내가 시원하게 차인 소식은 친구들과 선후배에게 빠르게 퍼졌어

낮술의 향연이였지
도저히 맨정신으로 있을수가 없더라고

새우깡에 진로소주
와 진짜 글라스에 따라서 두병을 원샷때리기를 일주일간했는데 아무리 젊고 실연으로 맘이 허하다고 해도 그정도까지 하니까 더이상은 안들어가드라

나중에 보다못한 형들이 너 그러다간 뒈진다고 안주나 재대로  먹으라고 어느날은 학교앞 중국집에서 탕수육에 짬뽕국물하고 빼갈을 사줬는데
일주일을 깡소주만 마시다가 기름진 안주를 먹으니 먹을땐 맛있었는데 오지게 체해서 드러누어버렸다

나중에 친구에게 전해들었는데 그 남자애가 나한테 많이 미안해했다고 하더라고

본인은 심심풀이 였는데 난 진짜 사랑한 사람이라고
도저히 옷을 벗길수가 없었다고 전해들었어

덕분에 난 단대 최고의 로멘티스트라고 소문이 났고 새로운 사랑도 시작할 수 있었지

내 손가락에 끼여져있는 커플링을 보고 그애가 잘됬다고 다행이다고 어깨를 토닥이는데 씨익 하고 웃음이 나면서도 가슴한편이 허전했어

젊은날의 열병같았던 사랑
그 열병에 끙끙앓고있던 한 젊은이
그런 사랑을 했다는게 믿을수 없는데
그런 열정도 식어버린지 오래인데
그때먹었던 탕수육과 빼갈이 더 기억에 남으니
사랑보다 식욕인건가?

오늘저녁 메뉴는 오랜만에 탕수육과 짬뽕에 백주한잔 어때?




오늘의 교훈

탕수육은 부먹이 진리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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