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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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러움과 땀에 끈적끈적한 피부로 아침부터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어요.

강가에서 멱을 감을까 했지만 이제는 끄트머리의 하류라 물도 너무 더러워 포기하고 커피나 마셨습니다.

설거지도 할 수 없어 해탈한 친구

다행으로 물리치료 테이핑, 근육통 연고에 아킬레스 보호대까지 차고 달리니 발목은 매 아프긴 하나 한결 가벼웠습니다.

울툴불퉁한 그래블 길을 달려 이제는 루와르 계곡을 벗어납니다.

물 주는지 알고 달려드는, 노상방뇨 중인 우리 앞에 놓인 수십 개의 눈들

프랑스에는 아무리 작은 마을에도 오래된 성당이 하나씩 있어요.

다음 마을, 다음 성당

또 다른 성당

또 또 다른 성당을 지나면

눈앞에

짙푸른 대서양의 파도가 밀려옵니다.

일주일 넘도록 숲길만 달리다 마주한 바다는 너무 눈부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지나가는 분께 부탁해 기념사진을 찍고

자전거를 제방 옆에 숨긴 뒤 바다로 뛰쳐 들어가 해수욕을 즐겼습니다.

집에 둔 걱정이나 뒤에 남긴 그 어떤 생각도 잊은 채 정신없이 헤엄치다 보니 벌써 7시

해는 지는데 아직 텐트 칠 장소도 찾지를 못했어요.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프랑스에선 텐트나 비박 위치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대륙의 서편으로 저무는 땅거미에 젖은 머리를 말리고

갑자기 라이온 킹

수영을 너무 한 터라 전신이 무거운데 탁 트인 해변가에선 몸을 숨길만 한 곳을 찾기가 힘들었어요.

밤이 다 되어서야 가장 가깝던 오성급 유료 캠핑장을 찾아 늦은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돈을 내고 잠든 9일째 밤

다음 날 아침,

예정에 없던 캠핑장에서의 큰 지출과 그럼에도 너무 늦게 도착해 전혀 즐길 수 없었던 오성급 부대시설에 뼈아프게 텐트를 정리하는데

관리인 누나가 아침 식사에 저희를 불렀습니다.

어제는 어두워 몰랐지만 사실 저희 외에 손님이 한 명도 없던 텅텅 빈 캠핑장이었어요.

관리소 겸 누나가 거주하는 방갈로에서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목적지 없이 바다를 달리는 중이라 하니

싱긋 웃으며 급하지 않다면 하루 더 머물러도 좋다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영화 호스텔이 잠시 뇌리에 스쳤으나 무료래잖아요.

조금 떨어진 마을에서 보급품을 조달한 뒤 캠핑장에 돌아와 다음 날들을 위한 충전 시간을 가졌습니다.

산책로 앞으로 부서지던 노을

-6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