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이 넘은 지금, 진혁 캐릭터가 좀더 정비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거라고 생각해요. 전에도 한번 진혁 캐릭에 대해 따로 간단한 리뷰를 쓴적이 있고 그때 한드 닥터진의 진혁이 일드의 미나가타진과는 매우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았는데요, 진혁이 진혁만의 새로운 캐릭을 갖고 있어서 워낙 평가가 좋았던 일드진의 그림자에서 금방 벗어날 수 있었다고는 보지만 일드진의 캐릭터들이 굉장히 공감을 얻었다는 점, 일드진 자체가 수작으로 꼽힌다는 점을 생각해 볼때, 좋은점들, 필요한 부분들은 조금 참고를 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을합니다.

일드진에서 주인공인 미나가타진의 캐릭이 공감을 얻었던 이유는 1.갑작스럽게 과거로 떨어진데서 오는 혼란, 2.그런 혼란에도 불구하고 아프고 죽어가는 사람을 반드시 어떤 어려움을 딛고라도 살리겠다는 소명의식, 3.자신의 개입으로 역사가 바뀌어지고 때로는 더 안좋은 쪽으로 흘러간다는데서 오는 갈등, 4.사키(일드 주인공)에 대한 고마움과 호감, 5.사키에 대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현세에 남겨진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그녀에게 돌아가고 싶은 갈망, 6.자신의 연인을 닮은 노카제에 대한 호감과 노카제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믿음, 7.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개입으로 노카제의 운명이 바뀌면 현세에 남겨진 연인이 사라지거나 죽게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갈등, 8.그렇게 자신을 믿어주는 노카제가 유방암에 걸렸음에도 노카제의 운명이 바뀌어 현세의 애인에 문제가 생길까 유방암 진단을 포기하기도 하고 9.그렇지만 자신의 의사라는 본분과 인간애 때문에 노카제를 진료하기로 마음먹기까지의 그런 고민과 갈등 등입니다.

이중에 몇 부분은 일드의 노카제, 사키, 미키의 관계설정과 한드의 관계 설정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끌어낼 수 없는 부분이 되었죠. 처음 닥터진 리메이크 소식을 듣고 정보를 찾아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이부분이었어요. 하지만 이미 그건 지나간 일이고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다른 부분에서 진혁의 갈등과 고민들을 잘 살려내야합니다.

특히 진혁의 갈등의 주축이 되는것은 의사로서의 본분,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역사에의 개입으로 인한 역사의 뒤바뀜입니다. 진혁이 오히려 역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바꾸는것은 어떠하냐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위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먼저 진혁이 필요한 인물들을 살려낸다고해서 역사가 더 좋은쪽으로 간다는 보장이 없죠. 일드에서도 미나가타진은 료마의 암살을 막으려 하지만 그 결과로 암살 시기가 더 빨라지는 등 걷잡을 수 없는 변화에 더욱 갈등이 깊어집니다. 물론 그렇다면 한드에서는 진혁의 개입으로 역사가 아예 좋은쪽으로 바뀌는것을 생각해 볼수도 있습니다만 그렇게 가는것은 정말 고민의 부재가 될거라고 생각해요. 한사람으로 인해 우울했던 우리의 역사가 바뀐다. 실제라면 좋겠지만 드라마에서 이렇게 간다면 흔한 영웅물에 지나지 않는 너무 쉬운 선택이 될것이고 이때문에 진혁의 캐릭터는 지금보다도 더 갈등과 고민이 부재한 캐릭터가 될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진혁은 여러 딜레마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역사와 인간에 대해 지금보다 더 깊이있게 생각하는 캐릭터가 돼야합니다.

그리고 영래나 미나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예요. 사실 아직까지도 영래와 미나가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습니다. 동일인물일까, 조상일까, 환생일까 여러 생각을 해봤지만 어느 경우라도 진혁은 영래에 대한 마음, 그리고 영래와의 관계때문에 현세의 미나가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그래서 영래와의 관계에서 갈등해야합니다. 설사 평행우주론이란 개념을 가져와 영래와 미나가 동일 인물이라는 설정을 한다해도 그저 동일 인물이니까 괜찮아 라고 해버리는건 정말로 무책임한 일입니다. 평행우주론이 사실 단지 그런 개념도 아니구요.(여기서 평행이론을 길게 말하긴 그러니 생략하겠습니다) 영래와 미나가 같은 인물이라고 해도 진짜 같은 인물은 아니예요. 그건 진혁을 보면 알수있죠. 진혁은 현세의 진혁이 그대로 타임슬립해서 과거로 온겁니다. 춘홍은 과거의 인물이 현세를 잠시 경험해본거구요. 영래와 미나는 어떤 개념을 끌어오더라도 엄연히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독립적인 인물입니다. 그래서 진혁은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때도 쉽게 결정을 내리면 안됩니다. 한드진의 진혁이 일드진의 미나가타진보다 거침없는 캐릭터라는 점은 맘에 들지만 이러한 상황들에 대해선 고민하고 주저하고 힘들어하고 망설이고 하는 모습이 더 보여져야한다는거예요.

한드진을 논하면서 일드진을 끌어와 얘기하는것이 꼭 필요하냐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일드진이 워낙 잘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갈피를 잡기 어려울땐 다소 참고 정도 해도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