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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월뷰] 미완임에도 읽었으면 하는 만화 '그링고'

ㅇㅇ(211.227) 2021.11.23 20:03:38
조회 1671 추천 43 댓글 25
														


주인공 히모토 히토시(이름을 한자로 쓰면 日本人이 된다)는 에도상사의 사원으로서

요즘말로 하면 라인을 잘 잡아서 출세가도를 달리는 청년이다

특유의 추진력으로 몇개의 거래를 성공시켰다고는 하나

그 사소한 성공해 비해 남미지부의 지사장이라는 높은 지위를

젊은 나이에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실권을 잡고 있는 전무의 충실한 앞잡이이었다는 것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던 것이다

만화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 히모토가 가상의 남미국가 카니바리아에 입국하면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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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한 히모토는 재빨리 인수인계를 마치고 서둘러 사업의 준비를 시작한다

사실 히모토가 남미지사로 발령받은 이유는 이 나라에 막대한 지하자원이 잠들어 있고

그 지하자원이 잠들어 있는 땅의 소유주인 알바레스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기때문에

서둘러 그 땅을 헐값에 사들여서 막대한 이득을 얻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다 히모토가 근무하는 에도상사 정확히 말하면

에도상사의 전무가 땅의 소유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거래를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는 비책을 준비해 주었기 때문에

히모토는 더더욱 자신만만하다

즉 히모토가 이곳으로 온 이유는 어려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무의 파벌에 속하지 않는 이전 지부장이 아닌 전무의 파벌인 히모토에게

막대한 실적을 안겨주어 회사 내에서 전무의 영향력을 더 키우려는

일종의 실적 몰아주기였던 것이다

모든 상황은 순조로웠다

전 지사장은 파벌이 다르단 이유만으로 노력해온 자신을 내치는 거냐는 말을 했지만

그런 늙은이의 신세타령은 한귀로 듣고 가볍게 흘려넘겼다

전무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를 써서 거래를 성공시키면 자신의 지위도 더욱 올라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런 남미의 지부장이 아닌 일본이나 미국 유럽같은

흔히 말하는 좋은 나라의 지부장이 되는 것도 그리 먼일이 아닐 것이다

모든 상황이 그야말로 히모토에겐 꽃길만 비추어주는 것 같던 그때

한 여자가 히모토의 집으로 찾아오면서 모든게 뒤틀리기 시작한다

그 여자는 전 지부장의 현지애인이며 해임당한 그가 일본으로 돌아갈때

더 이상 필요없는 가구들을 버리면서 같이 버려지듯이 이혼당했다며 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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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히모토의 아내인 엘렌, 캐나다 국적의 프랑스인 그녀를 보며 부럽다는 듯이 말한다

일본인들은 백인여자들에겐 마치 귀중한 보물을 다루는 것처럼 친절하지만

자기같은 못사는 나라의 여자들은 현지에서 쓰고 버리는 물건쯤으로 여긴다고

전 지부장이라는 개인이 아닌 일본 남자들은 다 그런 식이라는 이 대사는 어찌보면

주인공 히모토에게 너도 아내가 백인이니까 이런 타국까지 데리고 다니는거 아니냐는 비꼼으로 들릴수도 있으나

아직까지 히모토는 거기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개발도상국의 못사는 여자가 하는 질투따위에 일일히 반응할 정도로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기보다 못났다고 여기는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가진 나쁜 버릇이 아니던가

위에서 내려다 보는 자세로 어디까지나 자기가 자선을 베푸는 것마냥

전 지부장과 이야기해서 도와주겠다고 하던 히모토가

그녀가 전 지부장을 다툼 끝에 죽이고 왔다는 것을 알자마자

경찰에 넘기고 아내에겐 절대찾아가지 말라고 엄중히 말한 것도

그것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동정이 아닌

우월감에 기인하는 자선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였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젠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 된 전 지부장의 일을 뒤로하고 회사로 가던 히모토는

한 무리의 반정부시위를 하던 폭도들과 마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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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자신들의 나라에 들어와 단물만 빼먹고 사업을 정리해서

일자리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히모토같은 일본인 자본가는 눈에 거슬리는 존재가 아닐 수 없었으나

동시에 히모토에게도 그런 무리들은 눈에 거슬리는 존재였다

흙이나 퍼먹고 살던 너희들을 우리 일본이 이렇게 빌딩도 세우고

도로도 깔릴만큼 잘살게 해주었는데 실로 괘씸한 놈들이 아닌가!

우리가 만든 가전제품으로 편하게 살수있게 됐으면서 오히려 화를 내다니

정말이지 은혜도 모르는 녀석들이 아닌가!

히모토가 생각하기에 일본인은 성실하게 일하고 그 대가로

돈을 엄청나게 벌어서 그들에게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들인데도

그런 일본인의 좋은 면을 보지 않고

그것을 이상하게 왜곡해서 돈벌이밖에 모른다느니

냉혹하다느니 소리를 듣는 원한의 대상이 되는 것이 이해할수도 없고 불쾌했다

이래서 후진국 녀석들은 구제불능인거다-그렇게 생각하며

회사에 간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자신의 뒷배가 되어주던

전무가 여자문제로 스캔들이 터져서 사퇴했다는 소식이었다

히모토의 지위는 말하자면 전무가 실적을 몰아주기 위해 억지로 앉혀놓은 것

그것을 바꿔말하면 이제 전무를 몰아낸 상무가 자기 파벌의 사람을

지부장으로 앉혀서 그 실적을 자기 사람에게 몰아줄거란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히모토는 지부장의 자리에서 쫓겨나기 전에

그 실적을 자기것으로 만들어서 설사 반대파벌이라고 해도

실적이 대단해서 쫓아내지 못하는 지위를 얻고자 하였지만

그를위해 방문한 알바레스의 저택에서 히모토는 또 다시

일본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 맞닥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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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라면 거래는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가면서 겉으로나마 오해를 푸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내일 당장이라도 상무파의 후임자가 날아와서 실적을 가로챌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히모토는

거래를 하기보다는 예의 비밀병기를 사용해서 단숨에 결판을 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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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직원들도 그건 완전히 공갈협박 아니냐면서 꺼려하던 비밀병기

그것은 토지의 소유주 알바레스가 과거 나치 독일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자료였고

반강제적으로 토지의 매매를 성사시키고야 만다

알바레스가 말한 돈벌이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짓이라도 하는 일본인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히모토는 지하자원의 이익이라는 돈벌이와

실적을 올려서 자기 지위를 지키려는 사리사욕을 위해서는 어떤짓이라도 한다는

일본인을 훌륭하게 증명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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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은 그렇게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다

히모토는 납치를 당해서 가족은 인질로 토지계약서를 넘길것을 요구받았고

가족이 아닌 자신의 지위를 생각하며 거부하던 히모토는

최후에 아내와 딸이 험한꼴을 당할 상황이 되어서야

겨우 서류를 넘겨줄 결심을 하게된다

결국 상무파에게 밀리고 회사의 서류를 마음대로 넘겼다는 죄명으로

남미의 다른 나라로 좌천당한 히모토는

그 유괴마저 상무파의 자작극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너무 늦어서 가족과 산타루나로 가는 것 외의 선택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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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로 가는 도중 지금 가는 곳은 어떤 나라냐는 딸아이의 질문에

히모토는 가난하고 전쟁을 하는 나라라고 대답한다


잠깐 이야기를 돌려서 생각해보자


만약 사업에 실패한 부모가 자식과 함께 시골로 내려간다고 할때

아이가 거긴 어떤곳이냐고 물으면 냇가가 있고 산도 있어서

뛰어놀 공간이 많고 공기도 좋은 곳이라고 대답을 할까

아니면 전기도 가스도 제대로 안들어오고 슈퍼에 가려면

30분 정도 차를 타야하는 낙후된 곳이라고 대답을 할까

이 부분은 데즈카 오사무가 히모토를 통해서

순수함을 존중하기 보다는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하던

당시의 일본인의 모습을 보여주려던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도쿄의 부동산을 모두 팔면 뉴욕도 살 수 있다며 자랑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일본의 버블시기

너도나도 누구의 돈이 더 많은가에만 신경쓰느라

아이의 동심으로 표현된 많은 감성적인 것들을 잃어버린 모습을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에게 가난한 나라라 집도 먹을것도 없지만

우린 부자나라 국민이라 안전할 거라고 말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서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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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내적으로는 이 산타루나라는 나라로 가면서부터가 본격적으로 주제를 다루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비행기 안에서 이전 도시에서 카바레를 경영하던 여주인을 만난 히모토는

저런 음지에서 일을 하는 놈들은 자기같은 양지에서 일하는 사람에겐 집적거리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아내는 당신은 매번 거래계약을 할때마다 그런 술집에 갔으니까

지금 가는 나라에서도 그런 술집이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본다

그 말에 히모토는 처음으로 일본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어째서 일본인은 계약을 할때 술집같은데에 모여서 하는 걸까? 하고

산타루나에 도착한 히모토는 자신에 대한, 정확히는 일본인에 대한

입국심사관이나 택시기사의 노골적인 혐오를 접하고는 당황한다

이전에 있던 후진국에서의 국민들이 가지던 질투에 기반한 원망

부자나라의 국민인 자신에 대한 부러움이 숨어있는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명백한 적의

이전에 있던 나라보다도 훨씬 더 가난한 나라인 주제에

부자국민인 자신에 대한 그 노골적인 태도가 히모토에겐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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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에게 15년 전 일본에서 이주해온 현지직원인 오니카부토는

지금의 일본이 부자인것이 이 나라와 무슨 상관이 있냐며

여기서 당신은 그저 잡으면 돈이 나오는 지갑같은 거니까 조심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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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든 해당 국가에선 상류층에 속하는 대사를 만나러 대사관에 갔으나

일본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도 없고 진출한 기업도 외교관계도 아무것도 없는 탓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채 그저 임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무기력한 일본대사는 심지어 에이즈까지 걸린 상태

히모토는 여기에 이르러서야 전무의 앞잡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후 매달려왔던

부자나라의 국민이라는 정체성마저 잃어버렸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대체 무엇인가?

그 의문에 히모토가 선택한 길은 부자나라의 국민이라는 일본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이 나라에서 무언가 큰 거래를 잡아서 많은 돈을 벌고

전무의 실각으로 잃어버렸던 자신의 회사 안에서의 지위도 되찾고

현지인들에게 개발이라는 이름의 은혜를 베풀어서

부자나라의 국민이라는 존경을 되찾는 것

그것이 히모토가 당면한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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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아직 남아있었던 건지

히모토는 과거 이 나라의 유일한 수출품이었던 석탄을 채굴하는 광산이었으나

지금은 반정부 게릴라들이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오래된 폐광산지대에서

몇 가지의 희소금속이 발견되었었다는 기록을 찾아낸다

과거엔 석탄보다도 가치가 없었으나 지금은 석탄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고가에 거래되는 천연자원들

이것만 손에 넣는다면 다시금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히모토가

반정부 게릴라의 리더 호세 가르시아와 만나겠다고 하자

오니카부토는 현실적인 경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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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일본인이건 다른 나라의 국민이건

여기서 당신은 어디까지나 이방인에 불과하니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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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으로 향하던 히모토는 반정부 게릴라와 대치중인

정부군의 검문소에서 다시금 이 나라에 입국할때 받았던 일본인에 대한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이 일본인임을 입증해주리라 믿었던 여권을 제시했음에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

오히려 일본인이라면 게릴라와 뭔가 뒷거래라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된다

엄밀히 따지자면 반정부 게릴라와 광산채굴의 계약을 하려는 것이니 장기적으론 게릴라를 지원하는 셈이 되겠으나

히모토에게 있어 그것은 어디까지나 거래일 뿐이고

거기서 얻는 이익은 반정부자금이 아닌 이 나라를 개발하고 은혜를 베풀어주는 일종의 기부금인 셈으로

자신은 결백하며 그저 열심히 일하려 하고 있을 뿐인데

상대방이 그저 이방인에 대한 편견

그중에서도 일본인에 대한 악감정으로 트집을 잡고 있을 뿐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은 좀 덜해졌겠으나 이 만화가 연재되던 당시에 만연하던

일본인은 일에만 미쳐있다 돈벌이밖에 모른다고 하는 일본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상대가 게릴라건 테러리스트건 상관안하고 돈만 벌 수 있다면 거래하려는

히모토의 모습을 통해서 표현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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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살에 처할뻔할 위기를 몇번이나 겪었음에도

그저 큰 거래를 성사시키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히모토는

반정부 게릴라의 리더 호세 가르시아와 희소금속의 채굴계약에 성공한다

이전에 있던 지부에서 추진하던 알바레스의 토지계약건이 서류누락으로 무산되고

남미에서 유일하게 천연자원 채취계약을 성공시킨 실력자로 등극한 히모토는

자신이 되찾고자했던 것들을 모두 되찾을 수 있었다

회사의 명운을 가를 정도로 큰 거래를 성공시킨 수완가로서

몰락한 전무의 끄나풀이었건 현재 실권을 잡은 상무와 대립하는 위치에 있건

회사의 어느 누구도 끌어내릴 수 없는 부동의 입지를 손에 넣었고

막대한 돈을 펑펑 쓰며 현지 경제에 은혜를 베풀어주는

부자나라 일본의 국민이라는 사회적 지위까지 되찾았다

예약한 레스토랑에서 형편없는 예약석을 주며 모욕하던 자들이

집에서 연 파티에 줄줄히 찾아와서 인사를 하는 모습은

히모토에게 그래봤자 니들이 돈앞에 벌벌떠는 가난한 거지들이지 하는 우월감을 심어주었다

그는 마침내 일본인이 마땅히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던 대우를 받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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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진짜 일본인의 모습이라며 만족하는 히모토에게

현지에서 고급창부로 일하며 반정부 게릴라 리더 호세 가르시아의 정부인


한 일본여인이 찾아온다

업무상으로도 사적으로도 몇번이나 히모토와 만났던 그녀는

지금 당신은 돈많은 일본인으로서 존경과 부러움을 받고 있지만

이런 이국만리에서 속마음까지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은 자기같은 같은 일본인 뿐이지 않냐는 말을 건넨다

프랑스계 캐나다인인 백인아내같은 것은 어차피 남들에게

나는 백인여자를 아내로 데리고 있는 성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훈장 같은 것

하지만 진정으로 서로를 위로해줄 수 있는 것은 같은 일본인 뿐이라는 그녀의 말은

그런 장식물은 필요없을 정도로 사회적 지위를 얻었으니 이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자신과 결혼하자는 일종의 도발이었고

히모토의 아내 엘렌은 거기에 대응해 침착하게 일본전통복을 차려입고 차를 대접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아내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내란 남편을 사랑으로 뒤에서 묵묵히 지탱해주는 존재

요즘 젊은이들은 그런 사랑이나 헌신이 아닌 돈이나 사회적 지위를 중요시하며

상대가 유부남이건 뭐건 신경쓰지도 않는 절조없는 것들이 늘어났다고

한마디로 일본인인 너보다 백인인 내가 더 일본인이 생각하는 일본인 아내의 모습에 어울리는 거 아닌가

라는 대답을 돌려준 것이다

생물학적으로는 일본인이지만 마음은 일본인이 아닌 여자와

생물학적으로는 일본인이 아니지만 마음은 일본인인 여자

그렇다면 어느쪽이 더 일본인다운가라는 문제의식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부인만이 아니라 히모토에게까지 확대된다

천연자원의 존재가 알려지자 시작된 미국의 본격적인 개입과 반정부 게릴라의 패배

사리사욕을 위해 게릴라와 거래했던 히모토처럼

사리사욕을 위해 과거 자신의 부하였던 히모토의 정보를 경쟁사에 팔아넘기고

경쟁사에서 다시금 돈과 사회적 지위를 얻은 상무

결국 히모토는 자원의 채굴권을 잃어버리고 반정부 테러리스트라는 죄인이 되어

콜롬비아로 망명을 시작하게 된다

동행하던 몇 명이 죽는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히모토와 일행은 정글에서

문명과 동떨어진 한 원시 부락에 도착하게 된다

문명이라고는 전기는 커녕 안경조차 악령이 씌웠다며 용납하지 않는 원시민족

그들에게서 성대한 그러나 문명인의 기준으론 미개하다고 여겨지는 환대를 받는 도중

히모토의 딸 루네가 갑작스러운 고열로 쓰러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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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딸을 앞에 두고 아무리 도움을 요청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마을의 여인들

그걸 보면 역시 이곳은 구제할 수 없는 미개한 원시인들이라 분개하는 히모토에게

엘렌은 뜻밖의 말로 그를 위로한다

이렇게 외지인을 경시하는 사람들을 보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느냐는 말에

이 정도는 일본에서 겪었던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이겨낼 수 있다고

히모토는 그 말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벌레를 먹고 옷도 제대로 입지 않고 문명이라곤 하나도 없는 미개한 원시인들이

세계인에게 대접받는 부유하고 진보된 일본인과 똑같다니 아니 원시인들보다 더 심하게 이상하다니

더 묻고 싶었지만 마침 부족의 남자가 약을 가져다 주었기에

그 이유를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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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문에 대한 답은 다음날 엘렌의 설명을 듣고서야 비로소 해결된다

철저한 가부장제 사회였기 때문에 남편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인들

히모토는 그 말을 듣곤 그런 낡은 풍습이 남아있다니-하며 내심 우스워한다

자신은 그런 낡고 미개한 풍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현대인이라고 하는 듯이

우습게도 그 모습은 잠시 후 그 약을 먹고 에이즈도 치료했다고 하는 부족 남자의 말로 곧바로 실체가 폭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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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환자가 넘쳐흐르는 마을에서 서둘러서 빠져가려던 히모토는

어젯밤의 약으로 에이즈를 고쳤다는 남자의 말에 발걸음을 멈춘다

그게 진짜라면 그건 엄청난 대발견이고 천연자원따위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막대한 부와 명예 권력을 가져다 줄거라고

아내와 딸에게 에이즈가 옮을까 걱정하며 서둘러 빠져나가자고 하던 조금전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참다못해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그런거 내버려두고 빨리 가자는 아내에게

히모토는 이렇게 말한다

어디 여자가 남자가 하는 일에 끼어들어 남편이 하자고 하면 예 하고 조용히 따라오면 되는거야

남편의 허락이 없어서 자신의 딸을 도와주지 않던 여인들을 바보취급하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엘렌이 말한 일본은 여기보다 더 이상한 나라였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생명이 걸린 피난 중에 에이즈라는 위험까지 만나고도 부와 명예에 집착하는 모습이야말로 일본인의 모습인 것인가?

함께 피난하던 일본인 기자는 그 모습에 아무런 위화감이나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 채

자기도 그 부와 명예에 끼워달라는 말을 하고 있다

정말로 당시 다른 나라 사람들이 비웃던 것처럼

일본인이란 돈벌이에만 환장해서 가족도 버리는 민족이란 말인가?

그에 대해 질책이라도 하듯이 오니카부토의 입을 빌려서 데즈카 오사무는 히모토에게

그리고 이것을 보고 있을 당시의 일본인들에게 말한다

부인이 가엽지는 않냐고

그런 돈벌이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게 있는거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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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히모토 히토시는 그 이름을 日本人으로 정한 값을 하듯이

여기서 후회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당시 일본인에 대한 고정관념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의 가정에 신경쓰지 마라 그렇게 말하고 너 혼자 이 부와 명예를 독차지할 셈이지 하고

오니카부토의 직접적인 질책에도 약의 레시피를 포기하지 못하던 히모토는

그 약이 죽은자의 시체를 빻아서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에이즈에 감염될지도 모르는 가족을 위해서가 아닌 미개인들과는 어울릴 수 없다는


문명인의 판단으로 미개한 부족을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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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피난길에 오른 히모토가 맞닥트린 것은 남미 한복판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

아직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전의 일본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오래된 일본마을이었다

먼 이국에서 갑작스럽게 만난 고향의 풍경을 바라보며 노스탤지어에 감싸인 히모토는

돈과 명예를 위해서 가족조차 에이즈 환자가 우글거리는 곳에 방치하려던 조금 전의 자신을 나무라듯이

이제 자기는 돈이나 명예같은게 아니라 아내와 딸을 지키기 위해서 살겠다고 다짐한다

어느 나라건 나이든 어른들은 흔히 옛날엔 가난해도 정이 있었지 하는 이야기를 그립다는듯이 하곤 한다

흔히 말하는 물질적으로는 빈곤했으나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웠던 시기

정말로 그랬는지는 여기선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그저 돈보다 가족과 친구를 중요하게 여기던 시기였다는 그 인식이라는 장치로 인해 주인공 히모토가

돈을 숭배하는 현대의 일본인의 모습을 대표하며 보여주던 히모토가

이젠 가족과 공동체를 소중히하던 과거의 일본인의 모습을 대표하는 케릭터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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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과거로 돌아간것만 같은 이국의 일본마을에서 마치 동향사람을 만난듯한 반가움을 느끼던 히모토는

아이러니하게도 마을사람들에게 체포되어 심문을 받게 된다

과거 2차 세계대전때에 해외에 나와서 그대로 현지에 정착하게 된 마을사람들에게

자신도 같은 일본인이라고 주장하지만

마을사람들의 반응은 너같은 녀석은 일본인이 아니라며 감옥에 가둔다

같은 나라 출신인데도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데도 어째서 같은 동포라는 것을 믿어주지 않느냐는

히모토의 의문은 식사로 나온 된장국과 절임을 먹으면서 더욱 깊어진다

이렇게나 같은 음식을 먹는데도 어째서 같은 일본인이라고 해주지 않는건가

그렇다면 도대체 일본인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소니와 도요타같은 거대기업이 세계에 진출해있고 각지에서 돈을 엄청나게 벌어들이는 부자국민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들에게 보여주는 일본인의 모습이다

막대한 부와 세계적인 기업을 보여주거나 그를 바탕으로 쌓아올린 국격의 상징 여권을 보여준다면

외국인들은 언제나 자신을 일본인이라고 인정해주었다

그렇다면 같은 일본인끼리는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어야 같은 일본인이라고 증명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거야말로 일본인이다 하고 설명할 수 있는게 대체 뭐란 말인가

더 이상 문명도 생물학적 인종도 통용되지 않는 곳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일본인이란 대체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도달했지만

그 심오한 문제에 대해서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아내가 촌장의 집에 끌려갔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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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구하기 위해 학창시절 배웠던 스모로 촌장의 부하들을 날려버리는 히모토

그 모습을 본 마을사람들은 한순간에 히모토가 일본인임을 인정한다

그 어떤 말도 믿어주지 않았던 사람들이 일본의 전통 무술인 스모를 보자마자 일본인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스모를 할 줄 알아야 진짜 일본인인가?

일본의 전통에 관련된 무언가를 다루거나 할 줄 알아야 일본인인가?

일본인이 레슬링이나 펜싱을 한다면 일본인이 아니게 되는건가?

만약 외국인이 상투를 틀고 기모노를 즐겨 입으며 초밥을 먹고 스모를 한다면

그는 일본인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건가?

원숭이에게 기모노를 입혀서 세워놓는다면 일본의 전통복을 입었으니까 일본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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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답은 아니다 였다

히모토의 부인 엘렌은 캐나다 국적의 프랑스계 백인이지만

히모토와 결혼하고 일본의 국적을 취득한 여인이다

히모토의 부하직원이었던 오니카부토도 엘렌의 남편에 대한 헌신과

조신한 모습을 보며 부인은 어떤 일본인 여자보다 훨씬 일본인 여자답다고 했으며

일본인 창부도 엘렌에게서 자신에게는 없는 일본여인의 모습을 보고 패배감을 맛보아야 했을 정도로

그녀는 전형적인 일본인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피부가 하얗고 머리가 금발이기 때문에

그녀는 일본인이 아니므로 마을에 머무를 수 없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히모토가 스모라는 지극히 일본인스러운 행위를 통해서 자신이 일본인임을 증명했던 것처럼

엘렌도 남편을 내조하는 부인의 지극히 일본인스러운 모습을 통해서 일본인임이 증명되어야 할테지만

마을사람들은 그녀를 일본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겉모습으로 일본인인지 아닌지가 결정된다면

왜 자신은 스모로 난동을 부릴때까지 일본인으로 인정을 못받았는가?

히모토는 점차 이 마을이 이해할 수 없게 되었고

같은 일본인들인지도 의심스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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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히모토는 아내와 함께 이 마을을 나가서 당초 목적지였던 콜롬비아로 향한다

콜롬비아까지 뚫린 길을 걸으면서 히모토는 자신들이 다시금 문명의 세계로 빠져나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남편의 허락이 없이는 병든 아이조차 내버려두는 미개한 원시부족

외모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현대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낡은 촌동네

그런 비문명의 세계를 지나 다시금 서류상에 기록된 국적과 지갑의 두꺼움으로

일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현대의 상식이 통하는 문명세계로 돌아가는 길을

히모토는 아내와 딸과 함께 걸어간다

하지만 그 길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문명의 검문소는 냉혹한 것이었다

한 장의 서류

여태까진 아무리 제시해도 일본인임을 인정받지 못했던 쓸모없는 그 여권이 없어서

그들은 자신들이 일본인임을 증명하지 못하고 난민으로 대접받지도 못하게 된다

가지고 있을 때에는 일본인임을 증명하는데 쓰이지 못하던 것이

가지고 있지 않게 되자 일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되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해야할지

결국 내키지 않지만 다시 마을로 돌아가야 하는 히모토

같은 일본인이라는 것을 공감할 수 없는 그 마을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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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돌아온 히모토는 함께 피난하던 신문기자 고도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이 마을은 2차세계대전때 일본이 패망하지 않았고

지금도 미국과 세계를 상대로 싸워서 승리해가고 있다는 것을 믿는

승자측의 인간들이 모여서 만든 마을이라는 것을

과연 그런 망상을 40년넘게 믿고있는 구시대적 인간들이었기에

같은 일본인이라는 것을 공감할 수 없었던 거라고 납득하는 히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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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루일과를 마치는 의식인

전쟁에서 전사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나팔소리를 듣자

그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만다

40년 동안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이 정신병자들과

현대인인 자신은 사고방식도 가치관도 다 다를텐데도

어째서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인가

왜 자신도 저 정신병자들처럼 전쟁으로 죽은걸로 되어있는 이들을 슬퍼하는 마음이 드는 것인가

결국 나도 저 사람들과 같은 일본인이라는 것인가?

도대체 일본인이란 뭔가?


안타깝게도 독자인 우리들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알 수가 없다

데즈카 오사무가 죽기 전까지 집필하던 이 그링고는 루드비히B, 네오파우스트와 함께

마무리를 짓지 못한 유작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 만화가 여기서 칼같이 끝난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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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돌아왔으나 백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히모토의 가족들과

스모대회에서 10연승을 해서 마을의 영웅이 되고 가족들을 차별에서 지키려는 히모토

계속해서 전쟁기사를 써보나 비국민이나 할 표현이라는 말을 듣는 신문기자 고도

부락에서 약을 훔치고 도망간뒤로 등장하지 않은 오니카부토

반정부 리더 호세와 함께 도중에 헤어졌으나 살아남았을거라 여겨지는 일본인 창부

40년간 이어진 마을에 의문을 가지고 진실을 알고자 하는 촌장의 아들

그들의 이야기가 몇몇은 언급도 되지 않은 채 몇몇은 조금 언급되는 연재분이 더 있지만

그 부분들은 이 만화의 큰 주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소개하지 않았다


굳이 미완으로 남은 이 만화를 소개하기로 생각한 것은

이 만화가 다루는 주제가 40년이 지난 지금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만화가 마지막까지 마무리를 지었다면

적어도 불새처럼 마무리는 짓지 못해서 거의 마무리에 근접했었더라면

난 이 그링고를 키리히토 찬가나 불새와 묶어서 데즈카 오사무의 철학 3부작이라고 감히 부르고 싶다

몽구병을 통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물어본 키리히토 찬가

영생을 통해서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물어본 불새

그리고 외지에 나간 일본인들을 통해서 일본인이란 무엇인가를 물어본 그링고

삶과 생명에 대한 의문보다는 가벼워 보이지만 내 정체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결코 피해갈 수 없는 통과의례라고도 할 수 있다


내 친구중엔 건설사에 취직해서 중동으로 파견갔다오는 녀석이 있다

보통 친구와 만나면 일하면서 겪은 일들을 서로 자랑이라도 하는것마냥 푸념하는게 일상인데

그 녀석이랑은 항상 어딘가 찝찝한 기분이 남고야 마는 것이었다

옛날에야 한국인들이 가서 철강을 세운다던지 시멘트를 옮긴다던지 하는 일을 했지만

지금은 한국인들은 관리감독을 하고 직접적인 노동은 주로 인도나 동남아 같은 제3국의 사람들이 한다고 한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할지 한국인은 나름 그 나라에선 지위가 높은 감독관들에

돈도 제법 많이 쓰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가게에서 알게모르게 서비스도 나오고 입국심사때도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검사하는 경우가 있다고도 한다

내가 신경이 쓰인 부분은 그런 한국인이 알게모르게 받는 특혜보단

친구가 말하는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였다

외지에 나와서 힘든일을 하는 만큼 아무래도 같은 지역 출신의 노동자들끼리

뭉쳐서 다니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특정 종교의 경우엔 규범에 따라서 일을 안하기도 하고 밥을 안먹기도 해도

그렇게 관리하는게 더 편하다는 측면도 있어서 딱히 터치할 필요성을 못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히 그 녀석도 어느 나라 출신들은 음흉해서 꼭 물건을 슬쩍한다

어느 나라 출신들은 친해지면 의리가있어서 고향에서 온 선물도 나눠주려고 한다

어느 나라 출신들은, 어느나라 출신들은

하고 그 사람들이 아닌 그 나라사람들로 지칭하며 말했는데

난 아직까지도 그게 찝찝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만약 어느 대학 사학과에서 사고를 쳤는데 그게

어느대학놈들 이번에 또 사고쳤다며로 사람들이 말한다면

그 대학의 다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좀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만약 인도출신의 노동자 10명 중 9명은 사고안치고 일하는데

단 한 명이 일하는 도중 술을 마셔서 사고를 쳤다고 하자

그런데 그것을 인도놈들은 맨날 일하는데 술먹고 사고나 치고 더럽다니까 라고 말한다면

다른 인도인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나쁜 일이 아닐까

혹시 한국인은 그 나라에서 돈을 많이 쓰는 부자들이라 특혜를받는게 당연하고

험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서

이렇게 아무런 거리낌없이 차별적인 발언을 하는걸까 하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유쾌한 기분이 될수가 없다


내가 자란 시골은 어느 곳이나 다 그렇듯이 일할 사람이 없어서

외부에서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일을 시키곤 했다

그 구성은 대부분은 외국인들로 당연하다면 당연하달지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고

동남아나 조선족 중동같은 데에서 온 흔히 말하는

후진국의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있으면 어른들은 나에게 말하곤 했다

너도 공부 안하면 저렇게 힘든 일 해야 한다고

농사라는게 힘든 일이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농사가 가난해서 힘든일임에도 억지로 하는 일은 아닐게 아닌가


최근엔 다문화 가정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장가도 못가서 신부를 돈으로 샀다고 수근댄다

물론 당사자 앞에서는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외국인 아내를 얻은 집안은 어디 결혼할 사람도 못구해서

저런 외국인따위를 하고 말하지만 그런 건 모두

동유럽이나 중동 동남아 같은 나라에서 신부가 왔을때 뿐이었다

누구네 자식놈이 미국에서 여자친구 사귀어서 결혼했다더라는 소식이 동네에 돌았을땐

아무도 어디 여자를 못구해서 미국인 따위와 하고 수근대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돈주고 사온 외국인 신부가 정말 어느 한국인 며느리 부럽지 않게

시부모에게 극진하고 집안일 농사일 가리지 않고 야무지고

주변 이웃들에게 인사도 하고 먹을것도 돌리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외국 여자주제 제법 잘한다고

그렇게 잘하던 사람이 어쩌다 한번 큰 실수를 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역시 못사는 나라에서 온 년들은 어쩔 수 없다고

일하러 오는 외국인들을 제외하면 외국인은 커녕 한국인조차

거의 발길을 들리지 않는 시골마을에서

특정 국가의 외국인에 대한 이 노골적인 경멸은

도대체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이 그링고라는 만화를 읽으면서 처음엔

일본인이 무엇인가라는 정체성을 찾는 만화이니

별로 공감할 수 없는 소재겠거니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른 개발도상국의 사람들을 거지라고 비웃으며

자신은 선진국의 국민이니 그에 따른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주인공과 주변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째서인지 자꾸 그 친구나 어릴적 주변 어른들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선진국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평등한 친구가 되지만

후진국에 대해서는 한없이 권위적이고 친구가 아닌 주종관계로 올라타려는 사람들

한 개인의 가치는 그 사람이 어느 나라의 속해있는지

그 나라가 어느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일까?


그 개인이 어떤 인간인지는 중요치 않은 것일까?


만화는 그 물음을 향해 나아가는 도중에 끝나버렸지만

그 제시된 물음만으로도 한번쯤 돌이켜볼 가치가 있다고 보기에


고인의 많은 만화들 중에서 이 만화를 소개하기로 한 것이다


아무래도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만화이기에


스토리를 함께 설명하느라 앞뒤없고 장황한 글이 된것은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참고로 이 만화의 제목이기도 한 그링고는


일종의 속어로 외부에서 온 녀석을 현지인들이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자신들과는 다른 이방인이라는 차별적 용어로 쓰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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