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울고 있느냐

-인싸가 되는 꿈을 꾸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꿈인거 아는데 왜 아직도 상처를 받느냐

- 이번 꿈은 특별히 더 달콤했기 때문입니다....

타카마츠 미사키, 스킵과 로퍼(2018~)

애니화도 예정된 인기만화 "스킵과 로퍼"는 고구마같이 생긴 깡촌 흔녀 미츠미의 고교생활기록이다

똑부러지고 공부도 잘하지만

촌티가 좔좔흐르고 애매한 찐내, 눈새, 허당끼마저 있는 이 여고생의 도쿄 데뷔는 험난하기 그지없다

모두 앞에서 거하게 쪽을 팔고 은근 잘나가는듯한 일진녀그룹틱한 애한테 묘하게 찍히고 촌찐따답게 어버버하다가 먹버특화알파메일의 계략대로 넘어가

마치 와타모테와 같은 찐따 트라우마 소프트 버전이라도 될듯 싶었지만...

아니다

이 만화는 지나치게 포근한 "인싸판타지"이다

이 만화에 나쁜 사람은, 악역이란 없다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나 시ㅍ다

물론 걍 좆같은 사람이야 있지만 그런 사람이 정말 내 인생이라는 드라마의 존나 쩌는 주연캐릭터로 매회 등장하며

매번 어두운 계략을 꾸미고 비극적인 갈등이 빚어지고 거기에 맞서싸우는 그런 드라마보다는

그냥 각자의 고민, 힘든점을 안고, 걍 알아서 사는대로 살며, 그래 너도 힘든가보구나 하지 않던가

이 만화에 눈에 띠는 엄청난 대립, 눈물쏟는 갈등해결,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권선징악은 없다

다만 미츠미 주변에 몰려드는....

존나.... 착하고... 예쁘고.... 재밌고.... 너무너무...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와

그런 소소하지만 행복하고, 각자가 감당할수있는 정도의 힘든일이 주어지고,

그걸 같이 나누고, 돕고, 웃고, 토닥토닥하고, 응원하고 조잘대는....

그런 나날들이 이어지는...

그렇다, 이것은 학원일상 청춘순정 만화의 탈을 쓴 판타지이다

이렇게 행복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학창생활이 어떻게 현실에 있을수가 있겠는가

만화라는 것이 대리만족을 위한 것이라면

이만큼 복에 겨운 인싸판타지는 정말 드물 것이다

많은 만알못들이 오해한다

1. 이거 존잘남이 존못녀한테 반한다는 보르노네

2. 초반에 일찐들이 보적보하는 찐따 괴롭히는 분위기 좆같음

우선 미츠미는 존못이 아니라 누구나 친구하고 싶을만한 귀요미라는 점을 밝혀두고 1,2 전부 다 틀렸다

차라리 갈등이 너무 약하고 사건이 적은 힐링물이 싫다고 하면 그렇다고 할텐데

이건 찐따도, 이미 충분히 적당히 만족스러운 인싸도, 학창생활을 해봤던 남녀노소 누구라도 꿈꿔봤을 법한

더 낫고 더 즐겁고 더 보람차고 더 설레는 인싸판타지의 끝판왕인 것이다

만화를 덮고나면 어차피 다시 돌아가지도 못하는 급식시절이 떠오른다

미츠미는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길래 저런 도내 최상위 S급 인싸멋쟁이친구들이 꼬이는가

하지만 생각해보면 항상 먼저 움직였던건 미츠미였고 사람들은 그거에 몰려들었던 것일뿐

결국 인싸판타지는 또다시 "내가 먼저 남들이 사귀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잔인한 교훈을 남긴다

나는 또 다른 만화로 도망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