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knights Lore 부분은 게임프레스 사이트의 여러 읽을 칼럼 거리를 번역해서 올리는 코너입니다.
*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을 위해 직역하지 않고 역자가 의역합니다. 추가로 역자 주로 몇가지 필요한 설명을 넣었습니다.
* 역자 주 처리 하지않았어도 떄에 따라 이름이라던가 혼동이 되는 경우, 한자와 중국어 병음, 영문을 병기하여 혼동을 피했습니다.
* 가벼운 커뮤니티 글인 만큼 엄격한 퇴고 과정이 없어서 때로 글쓴 사람도 오타내거나
가끔 자기가 써놓고 뒤에서 잘못 쓰는 경우 (e.g., 전자 말하고 있으면서 뒤에선 후자로 쓴다던가) 도 있어서
이런 부분은 저가 맞게 고칩니다.
* 물론 저도 쓰고 퇴고 안하니까 이상하게 쓰여있거나 할 수도 있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원래 잘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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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깊은 밤, 한 아이가 태어났다.
항상 변화하는 환경에서 그녀는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그녀는 용병이며, 위선자이자, 비열한 자
‘뿌리 없는’ 자, 살카즈다”
흑야의 회고록 이전, 카즈델 내전은 많은 살카즈 오퍼레이터들의 기록에서 언급되는 사건이였으나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흑야의 회고록이 이 내전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말해주고 있지만, 흑야의 회고록은 근본적으로 W에 대한 이야기죠. 따라서 저는 이번에는 W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며 살카즈 내전에 대한 것은 나중으로 미루어 두겠습니다.
대부분의 픽션들과 마찬가지로 이 글은 W라는 캐릭터에 대한 저만의 해석일 뿐입니다. 또한 이 글에는 흑야의 회고록에 대한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시작해봅시다.
카즈델 내전은 테레시아의 모티브로 보이는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의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을 모델로 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내전의 배경 속에서 우리는 흑야의 회고록을 통해 당시 아직 어린 소녀였던 W를 볼 수 있습니다. W는 ‘이전 W’의 소지품을 얻은 후 외드레르를 따라갔고 외드레르는 그녀의 잠재력을 보고 W를 그의 용병단에 받아들여줍니다. W는 그녀의 왕이라 할 수 있는 테레시아를 만나기 전까지 외드레르, 이네스와 함께 살카즈 용병으로서 생활하죠.
흥미로운 점은 이 글 처음에 인용한 단락은 흑야의 회고록 인트로 부분인데요, W를 ‘아이’로 언급한 유일한 텍스트입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흑야의 회고록 스토리는 W가 아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W이며 전사이고 살카즈 용병이며 바벨의 일원입니다. 전장에서 나이는 무관합니다. 에피소드 7에서 오퍼레이터 로즈몬티스가 적들은 그녀나 아미야를 어린아이로 보지 않는다고 한 것 처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W를 아직 어린 아이라고 봅니다. 그녀를 움직이는 이상은 ‘순진’하고, 그녀의 행동은 미친 듯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유치합니다.
그녀의 외모와는 달리, W는 정서적인 면에서 아직 아이입니다. 그녀는 전쟁터에서 자란 아이입니다. 부모를 대신할 가장 가까운 사람은 그녀를 노리고 있다고 의심했던 두 명의 용병뿐이죠.
그리고 그녀는 테레시아를 만납니다.
전쟁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불안, 냉소적 태도, 폭력적인 성향, 후에 우울증이 발병하는 것은 무력 분쟁의 희생자들 사이에서 흔한 일입니다. 또한 현실 세계에도 전 세계 80여 개국에 걸쳐 약 30만명의 소년병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가족 없이 자라며 전쟁의 트라우마 외에도 부모나 돌 봐주는 사람과의 애착의 부재(the lack of attachment)로 인한 정서적인 문제를 겪습니다.
W에게 있어서 내전 중의 카즈델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즐거운 경험일 수 없었을 겁니다. W의 친부모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으며 테레시아가 후에 W에게 이름을 물었을 때 그녀가 대답할 수 없었던 것을 보면 그녀의 부모가 그녀에게 이름을 줄 기회가 없었거나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할 만한 나이가 되기 전 부모와 헤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차피 잊어버릴 거, 누군가의 이름을 외우는 데 공을 들이는 건 비효율적인 일이야”
(DM-3 작전 전)
그러나 이름은 사람을 가장 잘 정의하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이름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우리는 이름이 있는 것과 더 친숙해지기 쉽다는 걸 압니다. 이름이 잊혀지고 무시되는 것이라면, 이름 외의 식별표시 없는 것과는 친숙해지기가 어렵겠죠.
위에서 ‘애착(attach)’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의도적인 것입니다. 애착이론(attachment theory)은 인간 사이의 관계, 특히 어린이와 보호자 간의 관계를 다루는 심리학 이론입니다. 간단히 말해, 유아들은 사회적, 정서적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어른과 애착(attach)을 형성합니다. 이러한 종류의 애착관계는 어린 아이만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존재하며, 보호자와의 강한 애착관계를 갖는 청소년들은 마약이나 알코올 같은 불법적이고 위험한 행동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W는 외드레르와 이네스에게 “양육”되었습니다. 외드레르와 이네스는 W를 친구이자 동료로 보고 있었지만, 그것이 그들과 W 사이 관계의 한계였죠: 전우. 그들은 W에게 물질적인 필요를 제공해주었지만 W에게는 여전히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존경할 수 있는, 그녀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테레시아를 만나기 전 까지는요.
“카즈델의 운명이 정해질 때까지…. 네가 ‘W’로 살지 않아도 될 때가 온다면, 분명 우리가 다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오겠지”
“어쩌면 너 같은 살카즈에게 잘 어울리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될지도 몰라”
(DM-3 작전 전)
초기 심리학에서는 자녀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이의 발달에 좋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는 어머니가 영양을 제공하기 때문에 아기가 어머니에게 애착을 가진다는 믿음이 있었고, 애정을 표현하면 아이가 감정적으로 약해질 우려가 있다고 여겼습니다.
심리학이 발달한 현대에는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초창기의 심리학은 태동단계로서 그제야 정립되고 있는 새로운 과학의 분야였습니다. 물론 아이가 어머니에게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단순히 영양을 제공하기 때문이 아니며 애정과 보살핌 때문이라는 이론을 제시한 스위스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칼 융(Carl Jung)과 같은 학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성과 유아의 정신 건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심리학자 존 볼비(John Bowlby)가 애착이론(attachment theory)를 정립하고, 해리 할로우(Harry Harlow)가 ‘할로우의 원숭이 실험’의 결과를 발표하고 나서야 부모의 사랑과 애정표현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할로우의 가짜 원숭이 실험은 어린 붉은 털 원숭이를 태어나자 마자 엄마 원숭이와 격리시킨 후, 천을 덮은 가짜 엄마 원숭이와 철사로 감아 놓은 가짜 엄마 원숭이를 제시하여 관찰한 실험입니다. 이때 먹이를 제공하는 장치가 천을 덮은 가짜 원숭이에 있건, 혹은 철사를 감아놓은 가짜 원숭이에 있건 간에 상관없이 어린 붉은 털 원숭이는, 촉감이 진짜 원숭이와 비슷한 천을 덮은 가짜 원숭이를 자신의 부모처럼 여기고 선호했습니다. (역자 주1)
* 역자 주1: 먼 실험인가 자세히 찾아보니까, 처음에는 이게 그냥 온도 차이인가 싶어서 철사 원숭이에다가 전구 놓고 온도를 천으로 덮은 가짜 원숭이와 온도를 비슷하게 맞춰줬는데도 역시 촉감이 진짜 원숭이와 비슷한 헝겊 가짜 원숭이한테만 달려가서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을 보임. 이를 통해 동물의 애착관계 형성은 먹이를 주는 것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밝힘. 물론 둘 다 가짜 원숭이니까 상호작용 같은 건 당연히 전혀 없었음. 계속 관찰해보니 이 아기 원숭이는 여러 면에서 정상적인 원숭이에 비해 발달이 느렸으며 나중에 원숭이 무리에 넣어보니까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모습을 보임. 이를 통해 부모가 아이에게 피부를 맞대는 등의 애정 표현이 유아의 정상적인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였음. 근데 문제는 저 실험과정에서 아기 원숭이가 어떤 가짜 원숭이에게 애정을 느끼는 가를 볼려고 아기 원숭이에게 냉수를 붓거나 찌르거나 하는 등의 행위로 공포심을 유발했어서, 매우 기념비 적인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비윤리적인 실험 중 하나로 뽑히고 있다고 합니다.
외드레르와 이네스는, W에게 있어서 할로우 가짜 원숭이 실험의 철사 원숭이와 같습니다. 둘 은 W를 양육하였으나, 용병의 삶의 스타일로 인해 애착의 형성은 부족하죠. 물론 외드레르와 이네스도 W를 아끼는 것을 확인할 수는 있습니다. 특히 용병단이 위기로부터 테레시아에게 구출되기 전, 이네스가 W를 구하려 했다는 점, 그리고 목숨을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했던 점 등을 통해서요.
아무튼 W를 바꾼 것은 테레시아의 등장 부터죠.
테레시아는 군주입니다. 살카즈의 왕이었죠. 테레시아의 이상과 동기는 W의 이해를 초월한 것이였고 W가 바벨에서 하는 일은 용병 생활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테레시아는 W에게 그녀의 이름을 물어봤습니다. 외드레르가 주었던, ‘W’라는 이전 W에게도 물려 받은 이름이 아니라 그녀를 나타내는 진짜 이름을 말이죠. W에게 ‘죽거나 죽이거나’라는 법칙을 가르치는 세상에서, 죽은 자에 대한 기억도 그들의 이름만큼이나 빠르게 잊혀지는 세계에서 W는, 사람들의 이름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하며 그녀에게 ‘이름’을 가지라고 말하는 사람, 테레시아를 만났습니다. 테레시아는 W를 용병이 아니라 정체성을 가진 한 명의 살카즈로 봐주었습니다.
W는 갑작스럽게 용병 외의 새로운 목적을 가지게 되었죠.
“만약…. 내가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풍경을 보게 될까?”
(DM-3 작전 전)
W가 바벨에서 지내는 동안 정확히 어떤 일들이 벌어졌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W가 테레시아에게 매우 큰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테레시아의 ‘죽음’은 W를 광기와 복수의 길로 이끌었죠. W가 테레시아에게 일종의 집착을 보였다 말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켈시에게 들킬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테레시아의 사진을 몰래 찍으려고 시도한다던가, 박사를 싫어하면서도 박사가 테레시아를 지켜주길 원한다던가 말이죠.
저는 심리학자가 아니며 DSM-5 사본도 없어요. (역자 주 2)
* 역자 주 2: 미국 정신의학협회에서 발간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제5판’ (DSM-5)
따라서 W의 행동을 애착이론이라던가 정신병리로 해석하기보다는 심리학과 덜 관련된 오컬트 적인 걸로 해석해보고자 합니다.
W의 2정예화 일러스트 배경에는 오른쪽 중앙 상단에 양의 뿔과 비슷한 긴 곡선 모양을 가진 머리가 그려져 있습니다.
양의 뿔을 가진 악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바포메트를 빼놓을 수 없죠
“이튿날 새벽, 우리가 마음속으로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는 동안 그들이 바포메트의 이름을 크게 부르기에 그들을 성 밖으로 내쫓았다”
(십자군 리베몽의 Anselm, 1098년 편지 중)
현대의 역사학자들은 ‘바포메트’라는 이름이 이슬람의 선지자 ‘무함마드’의 이름을 왜곡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14세기 초, 프랑스의 국왕 필립은 ‘템플 기사단이 없어진다면 그들에게 빌린 돈을 안 갚아도 되잖아’라는 생각으로 많은 템플 기사단을 체포하였는데 (역자 주 2),
이 (고문) 과정에서 여러 템플 기사단원들이 ‘바포메트’라는 이름을 자백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정부는 템플 기사단이 바포메트를 숭배했다고 주장했으나 템플 기사단은 이를 부인했고 고문으로 인한 거짓 자백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템플 기사단의 문서에도 바포메트에 대한 언급은 없었죠.
19세기에 들어서는 바포메트라는 이름이 오컬트 적인 요소를 갖게 됩니다. 19세기의 유명한 오컬트 신봉자인 엘리파스 레비는 바포메트에 대한 그 자신만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려냈습니다. 염소의 머리를 한 암수를 구분하기 어려운 인간과 같은 모습에 뿔 사이에는 횃불이 놓여있고 검은 깃털의 날개를 가지며 다리 사이에는 카두세우스가 그려진 형태였죠. 이 그림은 바포메트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되었습니다 (다만 체포된 템플 기사단이 고문과정에서 자백한 것과는 많이 다르지만요). 이 바포메트의 모습은 타로 카드에서 악마를 상징하는 그림과 닮아있기 때문에, 타로 카드를 이용한 점술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Rider-Waite 타로 카드 덱에서 악마 카드의 출처로서도 사용되었습니다.
타로 카드에서 악마 카드는 행동, 습관, 생각등의 어두운 면을 나타냅니다. 갇힘, 속박, 노예화 및 유혹을 의미할 수도 있죠. 이게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긍정적인 면으로 보자면 악마카드는 두 사람 사이의 강한 유대를 나타낸다 할 수 있죠. 물론 그 의존이 너무 심해진다면 건강하지 못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지만요.
W와 테레시아의 관계처럼요.
살카즈의 왕에 대한 감정에 묶인 채로, W는 복수의 길에 나섰습니다. ‘악마’가 그녀를 잡아놓았고 W는 이미 사라진 사람을 쫓으며 집착에 빠져 길을 잃었습니다.
흑야의 회고록 끝 부분에서 W는 두 아이를 만납니다. 두 아이 중 한 명은 다른 아이를 구해준 아이죠. 예전 카즈델 전장에서 테레시아가 W를 구해준 것 처럼요. 구해진 아이는 구해준 아이를 따르는데 이는 W가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깨어난 후 테레시아를 따르는 것을 생각나게 합니다. 하지만 구해준 아이는 테레시아와 다르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고귀한 인물은 아니죠. 그리고 구해진 아이 역시도 W와 다르게 자신을 구해준 아이를 도울 기회가 있습니다.
구해진 아이는 선택을 했습니다. 자신이 구해졌다는 것은 그 역시도 구해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믿겠다. 그리고 구해준 아이 역시도 구해진 아이를 믿기로 했죠, W가 옆에서 무슨 소리를 하건 간에요.
이 두아이들은 모두 선택의 기로에서 결정을 했고 그들의 선택이 이끄는 길을 따를 것입니다. W가 말한 대로, 사람의 생각과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의 정도가 그들을 나아가게 하는 것이죠.
이 두아이들처럼 W도 처음 테레시아를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만났을 때 선택을 했습니다.
“불길에 뛰어나는 불나방처럼, 구덩이를 파는 벌레처럼.
그렇다면 대가를 치르더라도, 항상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거야”
(DM-ST-1)
written by Lauli
번역은 명일방주 마이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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