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샹, 그중에서도 개선문상 코스 공략은

다른 해외 경마장에 비해 압---------도적으로 일본 쪽 글 수가 많다.

일본 경마 전체에 씌인 개선문상의 망령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날 수준.

대충 구글링해도 이런저런 자료가 수두룩빡빡하니 나와서 굳이 쓸 필요가 있나 싶지만

그 구글링조차도 귀찮아하는 '해줘'들을 위해 간단히 적어본다.

(구글뷰로보는 롱샹 전경. 스탠드 뒤편으로 세느 강이, 반대쪽으로 불로뉴 숲이 있는 아늑한 위치다)

이뽀드홈 드 파리롱샹Hippodrome de ParisLongchamp

프랑스 파리 서부 세느강변, 불로뉴숲을 끼고 있는 위치에 있는 경마장이다.

에투알 개선문에서는 불과 5km 거리라 개선문상 이름의 근원이 되기도 했다.

1857년 나폴레옹 3세와 외제니 황후가 친림한 가운데 첫 경주를 치르면서 역사가 시작된 경마장.

거기에 1차 대전후 재오픈, 프랑스 경마 재부흥의 기념으로 1920년에 시작한 개선문상은 터프 경마 최고 권위를 갖고 있다.

롱샹은 개선문상을 포함해 프랑스 GI 중 18개를 도맡아서 여는 프랑스 경마의 상징 같은 존재다.

메인 스탠드의 노후 문제로 2015년 개선문상을 치른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시행,

2016/2017년 2년간 개선문상을 샹티로 옮겨서 치른 적이 있다.

꽃의 도시 파리에 어울리는 컨셉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황금색 메인 스탠드는...

멋있긴 한데 1억4천만유로나 들여놓고는 화장실 갯수를 설계에 너무 적게 잡는 실수를 저질러

2018년 개선문상 때 무려 남자 화장실에 신사들이 다급한 표정으로 줄서서 대기하는 추태를 연출,

트립어드바이저에 악플이 줄줄이 달리며 과천경마장도 비웃을 흑역사를 찍었다. 과연 프랑스...

그렇게 돈을 많이 들여놓고도 이 경마장의 난이도를 높이는 근본 문제는 해결이 안되었다는게 또 걸작.

리노베이션 후에도 코스의 기본 구조는 변한게 거의 없다.

일단 기본 구조도를 보면

총 3개의 순환형 코스와 2개의 편도 코스를 합쳐 5개의 코스가 병존하는 구조다.

그랑데 피스테Grande Piste(대형 코스) - 2750m

모옌 피스테Moyenne Piste(중간 코스) - 2500m

쁘띠 피스테Petite Piste(소형 코스) - 2150m

누벨 피스테Nouvelle Piste(신형 코스) - 1400m

리뉴 드루아트Ligne Droite(직선 코스) - 1000m

이 다섯 코스와 3개의 위닝 포스트(리뉴 드루아트쪽 1개, 메인 스탠드쪽 2개)를 조합해 

이론적으로 1000m~4000m까지의 46종류의 경주를 치를수 있다.

개선문상이 열리는 코스는 이 중 회전반경이 가장 넓은 그랑데 피스테를 쓴다.

1. 쁘띠 피스테에서 살짝 벗어난 위치, 롱샹의 명물인 풍차 부근에서 스타트, 초반 400m는 평탄한 직선을 달려간다. 초반 자리차지를 위한 눈치싸움이 제법 치열하지만 지나치게 속도를 내지 않는다. 그 이유는

2. 오른쪽에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리뉴 드루아트와 처음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언덕이 시작된다. 

약 500m를 가는 동안 10m의 오르막. 엡섬이 워낙 하드해서 만만해 보이지만 이것도 나카야마 전체 고저차의 두배다.

프랑스 기수들의 증언으로는 여기서 앞으로 무빙하거나 황급하게 움직이는건 비추.

3. 코스 오른쪽으로 다시한번 나무를 지나치는 순간 언덕이 끝나고 내리막과 함께 500m의 기나긴 코너가 시작된다.

올라온 만큼 다시 내려가는 고저차 10m의 내리막. 당연히 속도가 저절로 붙기 쉽지만 천천히, 천천히 내려가야 한다.

결승선까지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 

4. 최종직선처럼 보이지만 아직 코너의 연장인 펄스 스트레이트(가짜 직선). 아직도 참고 있는게 좋다.

가짜 직선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개선문상쯤 오면 이 가짜 직선에 속는 인마 콤비는 좀처럼 없다.

여기서 섣부르게 힘을 썼다가는 골 직전에서 일찍 힘을 써버린 청구서가 돌아오기 때문.

2006년에 펄스 스트레이트가 끝나기도 전, 기수 신호도 없는데 시동이 걸려 버린 모 약쟁이가 있긴 한데...

5. 평탄하지만 길이는 도쿄의 그것에 필적하는 최종 직선. 본격적으로 전력을 쏟아내야 하는 시기.

리노베이션 이후 이전과 가장 달라진 점이 이 최종직선의 오픈 스트레치다.

직선에 들어서는 순간 안쪽으로 6m 가량이 급격히 넓어진다.

거대한 우회전 반경 때문에 아웃코스는 대체로 불리하지만 인코스도 마군에 싸먹혀서 망하는 케이스가 제법 있었기 때문에

이 오픈 스트레치의 설치는 '마군 염려없이 공평한 능력 승부가 가능하다 vs 인코스 혜택이 너무 크다' 등으로 의견이 분분했지만

정작 설치후의 경주 전개는 힘 다쓴 페이스메이커가 뒤로 빠져주는 용도로 더 많이 쓰일뿐,

인을 파고들어서 회심의 돌파를 노리는 경우는 아직까진 잘 안 보인다.

포인트별로 갈라서 써 놨지만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진리는 '천천히 달리면서 힘을 모았다가 직선 요이땅'

앞선에 설 수록 유리하지만 대체로 유력마들은 앞에 바람막이 페이스메이커 세워놓고 한발 뒤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마군 선두에서 서는 도주마의 승리는 정말 드물다.

그 드문 도주 승리의 예시. 1996년 개선문상의 엘리시오. 올리비에 페리에는 '이기기 위한 도주를 일본 기승 때 배웠다'라고 했다.

그리고 힘과 스태미너가 많이 필요한 중마장 특성상 바닥추입도 타율이 극히 낮다. 낮은데...

그걸 해내면 댄싱 브레이브가 되는 겁니다

롱샹은 무엇 때문에 중마장인가?

예전에는 압도적으로 긴 잔디 기장이라는 설이 있었지만 

일본 기자들이 개선문상 주간에 가서 재본 결과 10cm 이내.

양잔디 쓰는 홋카이도보다도 오히려 짧은 걸 확인 후 격파된 설.

다만 3종류의 양잔디(켄터키 블루 그래스, 톨페스큐, 라이 그래스)를 섞어 쓰는 JRA의 양잔디와는 달리

다년생인 라이 그래스만을 쓴다는 차이점이 있다.

라이 그래스는 땅속에서 서로 얽혀 있는 지하경(땅속줄기)이 없어 땅을 디뎠을때의 반발력이 적고 푹푹 빠진다.

지하경이 있는 켄터키 블루 그래스와 톨페스큐가 섞여 있는 홋카이도의 양잔디보다 쿠셔닝이 떨어지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개선문상 개최 시기의 날씨.

10월의 파리 날씨는 '변덕'이라는 두 글자로 요약될 정도로 변화무쌍이라

아침에 맑다가도 오후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등의 변수가 많다.

그리고 이 롱샹 경마장의 노반은 비만 좀 왔다하면 급격히 부드러워지는 바람에

(리노베이션 공사로 그렇데 돈을 쳐들였는데도 이쪽은 개선 효과가 거의 없었다)

이정도의 GI 중에서는 독보적으로 Soft 이하의 마장 컨디션에서 치러지는 빈도가 높다.

(Heavy - Very Soft - Soft - Good to Soft - Good - Good to Firm - Firm - Hard 순)

그래서 Good 정도면 일본보다 몇초 안느린 2분 25~27초대를 찍을수 있는가 하면

일단 물먹고 마장 컨디션이 곱창나면 2020년처럼 2분 39초대도 찍을 정도로 물렁해지게 된다.

도쿄 경마장에서라면 마장 불량 떠봐야 태풍이라도 불지 않는 이상 끽해야 3~4초 느려지는데...

샹티에서의 대체 개최를 빼면 가장 빨랐던 기록은 2011년.

이상고온으로 줄창 30도 언저리를 찍으며 땅이 굳은 덕에 데인드림이 찍은 2분 24초 49.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롱샹에서 치러진 10번(샹티 두번 제외)의 개선문상 중

Good 컨디션으로 치른 경우는 불과 네번.

Soft 한번.

Very Soft가 세번,

심지어 최악 조건인 Heavy도 두번 있다.

마장이 물을 먹었냐 안먹었냐에 따라 경주 전개와 요구되는 파워, 스태미너가 천차만별이기때문에

직전 빤쓰런을 부끄럽지 않게 여기는 유럽 조교사들은 전날까지 일기예보를 체크하다 아니다 싶으면 쿨하게 출주취소하는 편.

특히 스트라이드가 넓어서 중마장에 불리한 주법인 경주마들이 이런 빤스런을 잘 친다.

하지만 비싼 원정비용 들이고 날아간 일본 말들은 일본에서 전혀 경험해본 적 없는 중마장을 맞이하더라도 나설수밖에 없다.

그리고 화려하게 꼴아박고 돌아오는 것.

그렇다면 일본 조교마들이 격전끝에 아쉽게 우승을 놓쳤을 때의 마장 상태는 어떨까?

1999년 엘 콘도르 파사(우승 몬쥬) - Heavy / 우승 타임 2분 38초 5

2010년 나카야마 페스타(우승 워크포스) - Very Soft / 우승 타임 2분 35초 3

2012년 오르페브르(우승 솔레미아) - Heavy / 우승 타임 2분 37초 68

...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