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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핫산)용사사외전 제 1장 우에사토 히나타는 무녀다 2화

NARUK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02 22: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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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코오리 치카게와 하나모토 요시카'



하나모토 요시카. 미카가 아니라 요시카.



하지만 나는 친구들에게서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불려본 적이 거의 없다.



유치원 시절, 아이들은 나를 '미카'라고 불렀다.


선생님이 착각해서 미카라고 불렀는데, 그것이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퍼진 것이다.


부모님은 내 이름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요시카라고 정정했지만 아이들에겐 이미 미카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었다.


아이들은 악의 없이, 나를 계속 미카라고 불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나는 계속 미카라고 불렸다.


유치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아이가 계속 미카라고 불렀는데, 그것이 다시 퍼진 것이다.


또한 초등학교에서는 주변에 한자를 읽을 수 있는 아이도 많아졌지만, 나의 '요시카'라는 이름은 결국 평범하게 읽으면 요시카가 아니라 미카였다.



따라서, 나는 계속 '미카'라고 불렸다.



비관적인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앞으로도 쭉 다른 사람에게서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걸까.



이름으로 불리지 못한다.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나 자신의 존재가 없어진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굉장히 슬펐다.




하지만 2015년 7월 30일, 나는 그녀와 만났다.


일본 전국에 버텍스가 나타난 그날 밤. 나는 스스로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충동에 이끌려,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뛰쳐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신탁의 하나였을 지도 모른다.


우리들이 있던 지역에는 우연히도 버텍스가 나타나지 않아서, 어려움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때때로 강한 지진이 일어났지만,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계속 페달을 밟았다.



도착한 곳은 관리하는 사람 없이 방치된 작은 신사.


우리 집도 신사지만, 이렇게 관리자 없이 방치된 신사는 전국에 적잖이 있다.



신사는 지진 때문에 무너져 있었다.


그리고 신사 앞에는 녹슨 날붙이 같은 것을 들고 있는, 나와 비슷한 나이의 소녀가 서있었다.



달빛 아래 서있는 그 흑발의 소녀는, 어째서인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광경은 너무나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젖은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단정한 용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검은 무언가 때문일까.


아니면 녹슨 날붙이를 들고 있는 소녀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 때문일까.



하지만 그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현실의 존재가 아닌 신이나 천사라는 생각이 들어, 목소리를 내는 순간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긴장으로 몸이 굳어서,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내가 넋을 잃고 보고 있는 사이에 그녀는 눈물을 닦고 나를 바라보았다.


"하나모토.....요시카.....?"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걸까?


역시 이 사람은 신이다.


분명 그럴 거야!


사람이 신 앞에 서게 되면, 그 존재에 경외감을 품게 되어 냉정함을 잃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긴장되고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며 숨도 쉬기 힘든 거다.


"요시카, 미카, 요시요시, 미요시.....어떻게 읽는 거야.......? 나는.....요시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신께서 말을 걸어주셨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답했다.



"요, 요시카입니다!! 저는 하나모토 요시카입니다!"


"그렇구나.....나도....요시카가 가장 좋다고 생각해......흔한 이름도 아니고.....너무 이상하지도 않으니까....."



처음만난 상대에게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불린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이런 신과도 같은 사람에게!



그것만으로도, 지금껏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던 괴로움이 싹 다 없어진 느낌이 들었다.



구원받았다.


나는 구원받은 것이다.



"시...신님! 어떻게 제 이름을 아신 건가요!?"


".........어? 신?"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내 자전거의 앞바퀴를 가리켰다.


앞바퀴의 커버에 주인의, 즉 나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거......너의 이름이지.....?"



이름을 맞춘 건 신의 힘이 아니었나보다.


하지만 요시카라고 읽은 것은 역시 신이 가진 기적의 힘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이름을 읽는 법을 아셨나요?"


"나는....내 이름을 제대로 불린 적이 거의 없어......그래서 다른 사람의 이름은 가능한.....틀리지 않으려고 해. 읽는 패턴을 몇 가지 생각하고....너에게 물어봐서 올바른 이름을 안 거야.......하나모토 요시카."




내가 그날 저녁 만난, 신비로운 느낌의 소녀는 코오리 치카게라는 이름으로, 신이 아니라 '용사'라는 특별한 힘을 지닌 인간이었다.



용사인 그녀는 '대사'라고 불리는 조직에 보호되었다.


그리고 나는 용사 코오리 치카게를 찾아낸 '무녀'라는 입장이 되었다.



우리 집은 작은 신사여서, 무녀로서의 몸가짐을 부모로부터 배운 적이 있다.


하지만 대사에서의 무녀는, 신사에서 신관을 보조하거나 춤을 추는 무녀와는 달랐다.


신의 목소리, 즉 신탁을 듣는 힘을 가진 여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내가 코오리 치카게 님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무녀의 힘 덕분이라고 한다.



그다음 나는 무녀로서 대사에 들어오라는 요청을 받았다.


아버지는 내가 대사에 들어갈지 말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게 해주셨다.


혹시라도 대사에 들어가기 싫다면 거절해도 상관없다고 말씀하셨다.



"들어갈게. 대사에"



조금에 망설임도 없었다.


대사에 들어가면, 코오리 님과 조금이라도 가까워 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무녀는 대사 내에 시설에서 지내고, 용사님은 마루가메 성에서 지내도록 되어있었다.


일상생활 중에는 무녀와 용사님 사이에 접점은 없었다.



하지만 무녀로서 용사님들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다섯 용사님들의 프로필이나 성장과정 등을 배울 수는 있었다.


특히, 나는 코오리 님의 무녀라는 입장이여서, 대사가 가지고 있는 코오리 님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성장 환경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심했다.



아버지는 어린애가 덩치만 커진 거 같은 쓰레기로 가족을 전혀 돌보지 않았다.


어머니는 불륜을 저지르고 딸을 버렸다.


그런 가정 상황을 알게 된 주변 어른들은, 코오리 님을 멸시하고, 비웃었으며, 경멸하였다.


학교에서는 심한 괴롭힘을 당해, 몸과 마음 모두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옥이다.


지금까지의 인생이 고통으로 가득했던 만큼, 지금부터라도 코오리 님은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녀가 용사라는 선택받은 존재가 되었으니, 지금부터는 과거의 불행을 잊을 수 있을 정도로 행복해질 권리가 있을 것이다.



먼 옛날부터, 사람들을 이끄는 사람은 학대받는 고통을 아는 사람이었다.


붓다도 예수도 핍박받은 적이 있다.


이제부터 코오리 님은, 용사로서 빛이 가득한 길을 걸어가실 거다.


나는 거기에 힘을 보태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 뒤로 코오리 님을 한 번도 못 뵌 채로.........



3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가버렸다.




"우에사토 짱이 받은 신탁인 '시고쿠의 위기'란 건 아직도 안 오네."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나와 아키 선배가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은 2019년 4월, 벚꽃이 만개할 계절이다.


우에사토가 '얼마 지나지 않아 시고쿠에 위기가 닥친다.' 는 신탁을 받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버텍스의 침공은 한 번도 없었다.



"JK인 나로서는 언제 위기가 올지 몰라서 불안해. 역시 JK라서 여러 가지 생각해야 될 게 많아 JK"



아키 선배의 말끝이 이상하게 되어있다.



"JK라고 말하고 싶은 거뿐이죠 아키 선배....."


"그치만 있는 곳도 그대로고 주변 사람들도 그대로라서 졸업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적어도 여고생이라는 사실 정도는 어필하고 싶다고!!"



4월이 되어 우리들의 학년은 하나씩 올랐다.


나는 중3이 되었으며 아키 선배는 고1이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해서 무언가 바뀌지는 않는다.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무녀로서 수행을 계속할 뿐이다.


교실은 바뀌지 않고, 생활하는 기숙사도 변하지 않고, 새로운 무녀가 들어오지도 않으니 주변 사람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까, 하나모토 짱의 아버지, 대사의 신관이셨던가?"


"네, 맞아요."



우리 집은 작은 신사로, 아버지는 신사에서 가장 높은 신관이셨다.


대사는 신을 섬기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는 조직이여서, 내가 무녀로서 대사에 들어오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아버지에게도 권유가 있었다.



"꽤 중요한 위치에 계신다던가 하진 않아? 뭐니뭐니해도 용사의 무녀의 아버지니까"


"아뇨, 완전 반대에요. 대사의 신관 같은 건 아버지께는 맞지 않으니까요."


"우와, 아빠여도 가차 없이 말하는구나 하나모토 짱."


"아버지가 스스로 하신 말씀이니까요. 아버지는 우수한 신관이세요. 그래서 더더욱 대사에는 맞지 않으신 거죠."



아버지는 신사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었지만, 그 본질은 종교인이라기보다는 경영자였다.


아버지는 자신의 신사를 하나의 회사라고 생각하여, 신사에 종사하는 무녀와 신관들을 사원이라고 불렀다.


하츠모데와 시치고산 같은 연례행사를 성실히 개최하며 횡적인 연결을 강하게 하는 영업방식을 취하여, 기부를 늘리고 제사 등의 일을 받아 이윤을 남겨 사원들을 먹여 살렸다.



그 결과, 위치도 나쁘고 관광지도 아닌 작은 신사를 계속 지켜나갈 수 있었다.


아버지는 신사의 경영자로서 우수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신사란 서비스업을 파는 회사다, 라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부적이나 주술의 효과를 진심으로 믿는 사람은 격감했다.


하지만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연시에는 하츠모데*를 하러 가고 아이가 자라면 시치고산*을 하며, 건물을 세우면 제사를 지낸다.


이러한 행사들은 결혼식이나 생일잔치같이 하나의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즉 우리들은 이벤트 플래너라는 서비스업 종사자라고 할 수 있다. 라는 것이 아버지의 주장이다.


"이벤트 플래너인 우리들에게 외적과의 전투의 지휘를 맡기거나 용사라는 이름의 병사를 서포트하라고 해봤자 잘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현대의 신관들은 신에 관한 전문가이긴 하지만 전쟁에 있어서는 문외한이다.


따라서 아버지는, 자신이 대사의 신관을 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셨다.


하지만 결국 경영자로서 우수한 아버지는 시대에 흐름에 뒤쳐질 수 없다고 판단하여 대사에 들어오게 되었다.



대사는 버텍스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이 있다.


당연한 일이다.


신관들 대부분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전쟁을 위해 무엇을 해야 되는지 전혀 모른 채 갈팡질팡 하고 있을 뿐이니까.



"......왜 아버지에 대해서 묻는 건가요?"


"아니 그게--- 혹시 하나모토 짱의 아빠가 대사의 높으신 분이라면 내가 모르는 정보 좀 알고 있나 해서. 우에사토 짱의 신탁 관련으로 시고쿠에 뭔가 위험한 징조가 있다던가 하는."


"그런 거라면 우에사토에게 직접 물으면 되지."



갑자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와 우리들은 급히 돌아봤다.



거기에는 우연히 옆을 지나가는 중이던, 언제나와 같이 백의를 걸친 카라스마 선생님이 있었다.



"우에사토가 내일 대사에 온다고 하니 말이다. 새로운 신탁이 있었는지, 버텍스와의 싸움에 뭔가 변화가 있는지 물어보는 게 어때? 특히 버텍스와의 전투에 관해서라고 하면 '수해화' 때문에 용사 말고는 모르는 사실도 많아. 용사 가까이서 지내는 우에사토만이 알고 있는 정보도 있겠지."



용사와 버텍스의 전투는 특수한 환경에서 행해진다.



버텍스가 결계를 넘어 시고쿠에 침입하면 시고쿠에 땅과 생물은 식물 같은 재질로 변하게 된다.


이것이 수해화라고 불리는 현상이며, 토지신의 집합체인 신수가 인간을 지키기 위해 일으키는 현상이라고 한다.


수해화가 발동되면 인간이 버텍스의 공격을 받아도 다치지 않는다.



하지만 수해화된 공간을 인식하고 움직일 수 있는 건 용사님과 버텍스 뿐이다.


무녀인 나와 아키 선배, 그리고 우에사토조차도 용사님과 버텍스의 전투가 시작했다는 사실마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에 전투는 끝난다.



용사님과 함께 지내고 있는 우에사토는 용사님으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밖에 모르는 사실은 많이 있으리라.



"우에사토 짱 내일 오는 구나."



아키 선배의 목소리가 밝아진다.


우에사토는 아키 선배뿐만 아니라 무녀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녀가 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아키 선배와는 대조적으로 카라스마 선생님의 표정은 약간 험악해졌다.



"이번 우에사토의 방문은 그다지 기뻐할만한 일이 아닐지도 몰라. 좋지 않은 보고가 있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우에사토가 대사에 도착했다.


우선은 대사의 어른들에게 용사님의 현황보고와 상담을 하고,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저녁이 되서야 겨우 우에사토가 나왔다.



카라스마 선생님의 '좋아할만한 일이 아니다'라는 말이 신경 쓰여 나와 아키 선배를 우에사토의 방을 찾아갔다.



"어서오세요. 아키 씨, 하나모토 씨."



우에사토가 웃는 얼굴로 반겨준다.



"우에사토 짱도 힘들겠네. 아침 일찍 마루가메 성에서 여기까지 와서는 바로 몇 시간 동안 쭉 회의라니 말이야."



아키 선배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우에사토에게 말 한마디 없이 침대에 앉았다.


하지만 우에사토는 뭐라 하기는커녕 온화한 표정을 띄우고 있다.



"후훗, 분명 힘들긴 해요. 하지만 용사 여러분에 관한 것들을 정확하게 대사에 보고해놓지 않으면 여차할 때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조금이라도 용사 여러분의 힘이 될 수 있으면 저 하나의 고생은 큰 문제가 아니랍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우에사토는 나에게 방석을 꺼내주었다.



"하나모토 씨도 앉아계세요. 바로 차를 내올게요."



우에사토는 방에서 나갔다가 찻주전자와 전기포트, 찻잔을 가지고 돌아왔다.



"우에사토, 그런 거는 내가 할께."


"괜찮아요, 하나모토 씨는 앉아계세요. 좋은 카가와 차가 들어와서 선물로 가져왔답니다."



우에사토가 차를 세 잔 우려냈다.



행동거지도 단정하고 분위기도 좋고, 어른스럽기까지 한 우에사토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의 누구와는 너무나도 다르다---같은 생각을 하면서 나는 아키 선배를 바라봤다.


"응?" 아키 선배가 내 시선을 깨닫고는 "어머, 하나모토 짱. JK마스즈의 어른스러운 매력에 넋을 잃은 거니?"


"아뇨, 전혀요."


"넋을 잃었다고 말해--!!"



이런 우리의 대화를 우에사토가 흐뭇하게 바라본다.


우에사토와 지내다보면 역시 나는 그녀를 싫어하게 되는 일은 없을 거다---라고 생각했다.




3년 반하고도 더 전, 무녀가 된 뒤에 나는 대사를 찾아갔다.


코오리 님과 같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에는 불만이 있었지만, 일반인과 용사님들 사이의 거리를 생각해보면 나는 코오리 님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나 말고도 무녀가 몇 명 있는데, 그 중에서도 우에사토는 특별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초등학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침착함과 총명함을 가진 우에사토가 무녀의 중심이 되는 대에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되지 못하는 몹이라고 하면 그녀는 틀림없이 히로인이었다.



대사에 무녀들이 모인 뒤, 신관이 "이 중에서 한 명, 용사들과 같이 생활하게 될 감시역을 뽑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감시역은 무녀 중에서도 능력이 높은 사람, 우에사토, 아키 선배, 나, 카라스마 선생님(당시에는 무녀였다.) 중 하나가 적임이라고 한다.



카라스마 선생님은 "귀찮아. 다른 애로 해줘." 라고 말하며 그 자리에서 거절하고, 아키 선배는 어쩔까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손을 든 사람은 나와 우에사토였다.



우에사토는 용사 노기 와카바와 가족과도 같은 존재니까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나는 나대로, 조금이라도 코오리 님과 가까워지고 싶었다.



며칠 뒤, 결국 우에사토가 감시역으로 뽑혔다.


무녀로서의 능력도 우에사토가 높고, 정신적인 면에서도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나는 분했다.


코오리 님과 가까워질 찬스를 놓친 것이다.



이런 일 때문에, 나는 원래 우에사토를 싫어했다.


열등감을 품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 뒤로 우에사토는 마루가메 성에서 지내게 되었으며 때때로 용사님들에 관한 보고를 하고자 대사를 방문하게 되었다.


내가 우에사토와 만날 수 있는 건 그녀가 대사에 왔을 때의 잠깐 뿐이었다.


하지만 그 잠깐 사이에, 내가 그녀에게 품고 있던 분노와 혐오감은 금방 사라져버렸다.



무녀들이 갓 대사에 모였을 시절, 나이가 제각각이라는 점과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자주 말싸움이 벌어지곤 했다.


하지만 우에사토는 대사에 올 때마다 다른 무녀들의 고민을 듣고, 그녀들 사이에서 일어난 문제들을 차례차례 해결해갔다.



우에사토는 똑똑하니까 금방 해결방안을 찾아낸다.----는 점도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그녀가 중재인으로 뛰어난 이유는 그 태도 때문이었다.


무녀들의 이야기를 똑바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해결방안을 진지하게 생각해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악역을 자청하여 미움을 사거나 독박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으면, 싸우던 무녀들은 자기 자신이 부끄러워져, 싸움을 멈추게 되었다.



우에사토는 굉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느샌가 나는 그녀를 싫어하기는커녕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감시역으로 뽑힌 사람이 우에사토여서 정말 다행이었다.


틀림없이 나보다는 그녀가 용사님들의 도움이 될 것이다.


분명 코오리 님에게도 더 좋을 거다.



"카라스마 선생님이 그랬는데, 그리 좋지 않은 보고가 있다면서?"



우에사토가 우린 차에 귤을 곁들여 먹으면서 아키 선배가 물었다.


귤은 에히메에 있는 아키 선배의 집에서 온 것이다.



우에사토는 잠깐 망설인 뒤에 답했다.



"......오늘 제가 온 것도 그 보고 때문이에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라고 나도 묻는다.


"혹시 전에 받은 신탁인 '시고쿠의 위기'에 관한 거야?"


"아뇨........얼마 전에 행했던 결계 밖 원정 후에 용사들에게서 약간의 변화가 생겼어요."


"변화?"



내가 되묻고, 아키 선배도 우에사토를 바라봤다.



"네. 타마코 씨는 원인 불명의 컨디션 저조를 겪고 있어요. 저조라고 해도 '뭔가 몸에서 이상한 느낌이 든다.'.....라는 애매한 상태로 명확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건 아니에요.....검진 결과도 건강하다고 나왔어요."


".........타마코가......."



아키 선배가 생각에 잠겨, 입을 꼭 닫았다.



"다른 용사님들은 어때? 코오리 님은?"



나는 계속 물어봤다.



"타마코 씨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 분은 없습니다만......치카게 씨는 정신적으로 상당히 약해져있어요."


"정신적으로....라니?"


"말수가 적어지고 험악한 표정을 짓는 일이 많아졌어요. 현재 상황에 불안감을 품고 있는지도 몰라요......분명 결계 밖 원정에서 시고쿠 외부의 상태를 본 탓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들 무녀에게도 저번 원정에서 용사들이 본 시고쿠 외부의 상태는 알려져 있다.



일본 각지가 전부 파괴되어 있으며, 고베와 오사카, 나고야 등의 대도시에서도 생존자를 찾지 못 했다.


작년까지는 생존자가 있던 스와도 철저히 유린되었다고 한다.



"나는" 아키 선배가 불쑥 말했다. "결계 밖 이야기를 듣기만 했을 뿐인데도 엄청 쇼크였어....실제로 본 용사들은 훨씬 절망적일 거야......."



용사님들은 필사적으로 버텍스의 침공을 막아내고 있다.


몸과 마음이 깎여 나가는 괴로운 싸움일 것이다.


그래도 계속 싸워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언젠가는 버텍스로부터 일상과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 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되찾아야 할 세계는 파괴되었으며 살아있는 사람도 없었다.



마음이 꺾여버릴 정도의 충격이었을 거다.



"코오리 짱이나 타마코의 상태는 그때의 쇼크가 원인일지도 모르겠네...."



아키 선배의 말에 우에사토는 약간의 틈을 두고 끄덕였다.



"그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3명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용사님들을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나는 곁에 있을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코오리 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대사는 전쟁에 관해서는 초보자다.


전장에 서는 용사들을 위한 정신적인 서포트가 충분치 못할 가능성이 있다.


나도 전쟁에 관해서는 초보자이긴 하지만, 대사의 어른들 보다는 용사들과 나이가 가까운 만큼 그녀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다.



"용사님들의 정신적인 충격이 컨디션 저조의 원인이라면....무언가 기분전환이 될 만한 건 없을까?"



내가 말하자, 히나타의 표정이 살짝 부드러워졌다.



"결국 그게 가장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번에도 와카바 짱의 제안으로 레크리에이션 삼아 용사 전원이서 모의전을 했었는데 모두들 즐거워보였으니까요."



우에사토가 말하길, 노기 님도 용사님들 사이에 흐르는 어두운 공기를 걷어내기 위해 다 같이 레크리에이션을 하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해낸 레크리에이션이 배틀로얄 방식의 모의전이라니.



"레크리에이션이 배틀로얄......음, 노기 짱 말고는 아무도 생각 못할 거야. 그거 결국 우승은 노기 짱 아냐? 가장 세잖아."


"아뇨, 이긴 건 안즈 씨였어요. 작전의 승리였죠."


"어, 걔가? 무슨 작전을 쓴 거야......."



아키 선배가 의외라는 듯 목소리를 냈다.



이요지마 안즈 님은 싸움에 익숙하지 않아 전력적인 면에서는 용사님들 중 가장 밑이다.


대신 용사님 전체의 지휘를 맡거나 작전을 짜는 등 참모로서 큰 공적을 올리고 있다.



"안즈 씨가 어떤 작전을 썼는지는 비밀이랍니다." 우에사토가 미소 지으며 어째서인지 대답을 피하고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하나모토 씨가 말씀하신 대로 무엇을 하던 간에 기분전환을 하는 편이 가장 좋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걸로 조금이라도 안 좋은 분위기가 가신다면......"



단순한 현실도피 아니냐고 하면, 부정할 수는 없다.


용사님들의 기분전환을 위해 레크리에이션이나 이벤트를 연다고 해도, 버텍스의 침공은 계속 될 것이며 시고쿠 외부의 상황이 바뀌지도 않는다.



그래도----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금을 즐기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에사토는 그 뒤에 바로 마루가메 성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대사에서 묵고 가지 않나보다.


용사님들의 정신 상태에 이상이 보이기 때문에 마루가메 성에서 떨어져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것이리라.



우에사토가 돌아간 뒤, 나와 아키 선배는 방금 말한 '용사들의 기분전환'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얘기했다.



"꽃구경이라던가 어때?" 라고 아키 선배가 제안한다.


"어, 웬일로 제대로 된 말을 하시네요. 저는 분명 또 마작하자고 말할 줄 알았는데요."


"하나모토 짱, 나를 무슨 마작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 아냐!?"



네, 맞아요.



"그건 제쳐 두고, 분명한 건 마루가메 성은 벚꽃으로 유명해요.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던 시절에는 꽃구경하러 가는 사람도 많았다고 들었어요."



나는 고치 출신이지만, 예전에는 매년 4월에 되면 TV에서 마루가메 성 벚꽃의 특별 방송이 나오곤 했다.


그래서 꽃구경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맞다! 용사와 무녀들 다 같이 합동 꽃구경 파티를 열자!"



아키 선배는 자신이 낸 명안에 감탄했다.





나와 아키 선배는 용사와 무녀의 합동 꽃구경 파티에 관해서 카라스마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아--........그거 나쁘지 않은데. 내가 위에 제안해보마. 허가가 나올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다만. 일단 그런 이벤트는 처음이니 말이지."


"벚꽃이 피는 시기는 짧으니까 지기 전에 할 수 있게 부탁드립니다!"



아키 선배가 재차 부탁한다.



"알고 있어. 다 제쳐두고 해줄게. 학회 발표회 때처럼 이론으로 무장하고 다른 사람들을 찍어 눌러서라도 해주마."



나른한 말투였지만 듬직한 말이었다.


언제나 만사 귀찮아하는 카라스마 선생님지만 이번에는 드물게도 의욕이 생겼나보다.


실은 꽃구경을 좋아하는 건가, 아니면 역시 선생님도 타카시마 님이 걱정되는 걸까.



아키 선배가 나를 향해 손바닥을 올렸다.



".......?"



내가 가만히 있자 아키 선배가 말했다.



"이럴 때는 당연히 하이파이브잖아!!"


".....아아, 네."



나와 아키 선배는 손바닥을 마주쳤다.




다음날은 일요일.



일요일은 수업도 무녀 수행도 없는 휴일이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와 같은 시간에 일어났다.


같은 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룸메이트인 아키 선배는 2층 침대의 위층에서 배를 까고 침을 흘리며 자고 있다.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모습이다.



"일어나세요, 아키 선배."



아키 선배는 잠이 덜 깬 듯,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으......으응.....? 뭐야, 하나모토 짱.....? 에히매는.....귤 말고도 키위도 유명해......"


"에히메의 잡지식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거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요."


"그럼 뭐야.....? 오늘은 쉬는 날이니까, 낮까지 잘 거야아........"


"요리 가르쳐 주세요."


"........뭐?"



나와 아키 선배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다음 주방에 들어갔다.


주방의 사용 허가는 이미 받아 뒀다.



"왜 갑자기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한 거야?"



아키 선배가 식당의 요리 도구를 확인하면서 내게 물었다.



"용사님과의 꽃구경 때 모처럼이니 코오리 님께 요리를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죽고 싶어질 정도로 내키지는 않습니다만, 부탁할 사람이 아키 선배 밖에 없으니...."


"죽고 싶어질 정도로 내키지 않는 건 그렇다 치고, 의지할 선배가 나 밖에 없다는 거네? 의지할 수 있는 선배! 멋진 어감이야! 방황하는 후배를 위해 의지할 수 있는 선배가 한 수 가르쳐 줄게!!"



후배에게 부탁받았다는 게 너무나도 기쁜 모양이다.



"......아니 그전에, 생각해보니까 아키 선배 요리 할 줄 아세요? 우에사토가 잘 하는 건 알고 있는데......."


"의지할 수 있는 선배, JK마스즈를 얕보지 말라! 우에사토 짱 정도는 아니더라도 나름 할 수 있다고."



불안하긴 하지만 요리를 전혀 못하는 나보다는 낫겠지.



"그래서, 하나모토 짱은 어떤 음식을 만들고 싶어?"


"가다랑어 요리요."



코오리 님은 나와 같은 고치 출신이다. 가다랑어는 고치의 특산품이자, 고치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코오리 님이 가다랑어를 좋아한다는 건 우에사토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완성되어있는 반찬을 사와도 되겠지만 이번 기회에 요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구경 때 먹을 음식은 당일 아침에 만들겠지만 그때까지는 완벽하게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되고 싶다.


코오리 님이 드실 음식이니 반드시 맛있어야만 한다.



나는 어제 미리 요리 연습용의 가다랑어를 사서 냉장고에 넣어뒀다.



"가다랑어 요리 말이지.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 생각해둔 거 있어?"


"가장 맛있는 건 역시 가다랑어 타타키*라고 생각하지만....아침에 만들어서 가져가야되니 날것은 피하는 편이 좋겠죠."



마루가메 성까지 가는 사이에 상할 가능성이 있다.



"음.....그렇겠지. 하지만 좋은 방법이 있어."



아키 선배가 인터넷에 올라온 레시피들을 보면서 몇 가지 요리를 제안했다.



둘이서 상의한 결과, 가다랑어 타타키의 타츠타아게*와 가다랑어 데리야끼*를 만들기로 했다.




아키 선배가 시범삼아, 먼저 자신이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요리는 말이지, 실은 전혀 어렵지 않아. 레시피대로 만들면 제대로 만들어지니까. 굉장한 요리를 만드는 게 아닌 이상, 몇 번 만들면서 익숙해지면 누구나 간단히 만들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아키 선배는 척척 음식을 만들어 갔다.



미림, 간장, 생강, 설탕 등을 섞은 양념을 두 종류 만들어 둔다.


한 쪽에는 가다랑어 타타키를 일정 시간 절여뒀다가, 녹말가루를 묻힌 뒤 튀긴다.


이걸로 타츠타아게는 완성.



따로 썰어둔 가다랑어에 소금을 뿌리고 후라이펜으로 구우면서, 아까 만들어둔 양념 중 나머지 하나를 발라준다.


이걸로 데리야끼도 완성이다.



뒤이어 나도 따라 만들어 봤다.



보고 있을 때는 간단해 보였지만, 첫 번째 도전에선 실패했다.


타츠타아게는 튀김옷이 제대로 입혀지지 않았고 데리야끼는 태워버렸다.


두 번째 도전에서는 녹말을 묻히는 법과 굽는 시간을 신경 쓰며 요리했다.



"그러고보니 하나모토 짱, 코오리 짱하고는 자주 만나?"



내가 요리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키 선배가 물었다.



"버텍스가 나타난 날에는 만났어요."


"그 다음에는?"


".......한 번도 만나 뵙지 못했어요."


"그렇구나" 아키 선배는 딱히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이었다.


"왜 안 만나는 거야? 하나모토 짱, 코오리 짱 좋아하잖아."


"아키 선배,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코오리 님을 향한 저의 감정은 '좋아한다' 라기보다는 최대한의 '경애'에요. 무녀가 용사님을 경애하는 건 당연한 거죠."


"그건 그렇다 치고, 왜 안 만나는 거야?"


".........."



용사와 무녀가 살고 있는 곳은 떨어져 있지만 전혀 만날 수 없는 건 아니다.


대사의 허가만 나오면 연휴 같은 때에 약속을 잡고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아키 선배는 1년에 한 번은 도이 님, 이요지마 님과 만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버텍스가 나타난 날 이후로 한 번도 코오리 님과 만나지 않았다.


처음엔 용사님들의 감시역이 되어서라도 곁에 있고 싶었는데.



어째서일까.........?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저는 코오리 님의 연락처를 몰라서 약속을 잡을 수도 없고....."


"우에사토 짱에게 부탁하면 잡아주지 않을까?"



아키 선배의 말대로다.


방금 내가 한 말은 나중에 갖다 붙인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이유는-----



"......용기가, 나지 않아서 일지도요."


"용기?"


"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요리를 하던 손이 멈췄다.



"......제가 코오리 님을 찾아낸 무녀이긴 하지만, 우에사토와 노기 님 처럼 예전부터 알던 사이가 아니에요. 버텍스가 나타난 날에 처음 만나, 아주 잠깐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죠. 제게 있어 코오리 님은 특별한 존재여도, 분명 코오리 님에게 있어서 저는 어디에나 있는, 기억에도 남지 않을 정도의 사람일 거에요.....그 사실과 실제로 마주하게 되는 게 무서워서 일지도 몰라요....."


"........"


"저는 우에사토처럼 무녀의 힘이 강하지도, 성격이 좋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인간이에요. 만나면 저를 싫어하게 되실 지도 모르고....."



용사님의 감시역이 되고자 힘썼을 때, 나는 자신이 무녀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고 으스대고 있었다.


흥분해있어서 냉정하게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다.


하지만 감시역으로 뽑히지 못하고, 자신은 결국 범재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만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언제 코오리 님과 만나도 얘깃거리가 끊기지 않기 위해 우에사토로부터 코오리 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코오리 님의 하시는 게임을 해보기도 했지만......그 지식이 도움이 될 일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 머리 한구석으로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정보 수집을 계속했다.



아키 선배는 내 등을 탁하고 두들겼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이제부터라도 만나면 되잖아. 이번 꽃구경을 시작으로 말이야. 괜찮아, 연습해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가면 분명 잘 될 거야. 사람은 맛있는 걸 먹여주면 호감을 품게 되는 법이라구."


"그런가요...."


"내가 보증할게!"



아키 선배는 아무런 증거도 없는 사실을 자신있게 단언했다.


하지만 그 말은 내게, 아주 조금이지만, 긍정적인 생각과 용기를 주었다.




참고로 나는 아키 선배와 얘기한 탓에 두 번째 도전도 완벽하게 실패했다.



하지만 세 번째 도전에선 무사히 성공.


앞서 실패한 요리는 나와 아키 선배 둘이서 제대로 먹어버렸다.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남은 건 합동 꽃구경 파티의 허가가 떨어지는 것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날 저녁, 나와 아키 선배를 포함한 몇 명의 무녀가 꿈에서 신탁을 받았다.


마루가메 성의 우에사토에게도 신탁이 내렸다고 한다.



내가 본 건, 밤하늘에 별이 한대 모여, 말도 안 되는 크기로 성장하는 꿈.


무녀들이 본 꿈을 각각 내용이 달랐지만, 곧 버텍스의 침공이 시작되고, 전례 없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대사는 결론지었다.



전투는 언제 일어나는가, 정확한 날은 모른다.


한 시간 뒤일지도 모르고 며칠 뒤일지도 모른다.



혹시 그 전투에서 용사님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꽃놀이 같은 걸 하고 있을 때가 아니게 된다.



싸움이 일어나지 않기를.



코오리 님이 무사하시기를.



부디-------




며칠 뒤 저녁, 나와 아키 선배는 카라스마 선생님의 방으로 불려갔다.



"오늘 오후에 용사와 무녀의 합동 꽃구경 파티의 허가가 나왔다."



카라스마 선생님은 이상할 정도로 담담하게 그렇게 전했다.



"정말요!?"



아키 선배가 기쁜 나머지 몸을 쑥 내밀었다.



"어. 마침 용사 쪽에서도 꽃구경을 하고 싶다는 얘기가 나온 모양이여서, 그게 결정타였지. 이요지마와 도이가, 마루가메 성의 벚꽃이 유명하니까 보고 싶다고 했었나보다."


"타마코하고 안즈 짱이! 나하고 같은 생각을 하다니, 역시 우리들은 통하는 구석이 있다니까"



꽃구경이 결정 되서 아키 선배는 굉장히 기쁜가보다.



카라스마 선생님은 무표정인 채로 담담히 계속 말했다.



"하지만, 방금 막, 꽃구경은 중지하기로 변경됐다."


"네!? 왜요!?" 아키 선배가 되물었다.



나는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선생님의 말투도 표정도, 뭔가 이상한 느낌이-------



선생님은 계속 말했다.



"오늘 저녁, 버텍스와 용사들의 전투가 있었다." 용사님들의 전투는 용사님만이 인식할 수 있다.


"쳐들어온 버텍스의 수는 저번 마루가메 성 전투보다 적었다." 무녀들조차도 인식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출현한적 없던, 강력한 힘을 가진 대형 버텍스가 출현했다."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에 전투가 시작되고, 모르는 사이에 끝난다.


"용사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고, 그 결과"


그래서----------




"도이 타마코와 이요지마 안즈가 전사했다."




우리들은 용사님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




용사사외전 제 1장 제 2화 완




*하츠모데: 덕들이라면 다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새해에 처음으로 신사에 참배가는 행사.

지역마다 날자가 조금씩 다른 경우도 있다지만 중요한 건 새해 초에 신사에 가면 ㅈ된다는 사실.


*시치고산: 남자아이라면 3, 5 살이 되는 해의, 여자아이라면 3, 7살이 되는 해의 11월 15일에 신사에 데려가서 참배하는 거.

우리나라의 돌잔치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어린 나이에 죽지 않고 잘 넘겨서 다행이다 같은 느낌으로 생각하면 됨.


*가다랑어 타타키: 가다랑어 회를 표면만 익히고 식힌 뒤 양념장을 뿌려 먹는 것. 맛있다.


*타츠타아게: 일본식 튀김의 일종. 튀김 재료에 밑간을 한 뒤 녹말가루 등을 입혀서 튀긴 음식.

밑간 때문에 튀김이 거무튀튀해지는 것이 특징. 가라아게와의 차이는 밑간의 여부.


*데리야끼: 일본의 조리법으로 달콤한 간장 소스를 발라가면서 굽는 것. 단짠단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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