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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핫산)용사사외전 제 1장 우에사토 히나타는 무녀다 4화

NARUK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03 22:37:22
조회 1032 추천 16 댓글 5
														

4화 '재회'



나는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붉은 꽃밭 한 가운데에 있었다.



피안화*.


그 사람이 싸울 때 몸에 걸치고 있는 꽃이다.


타오르듯이 붉고, 그 몸에 독을 품고 있지만, 어딘가 무른-----아름다운 꽃이다.



나는 주변을 가득 매운 피안화의 꽃밭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나의 품 안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평온한 얼굴로 자고 있다.



이것이 행복한 광경인가.



아니면 슬픈 광경인가.



나는 알 수 없었다.




눈을 떠보니, 천장이 보였다.



평소에는 자신의 방에 있는 2층 침대의 아래층에서 자기 때문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위층 침대의 바닥이다.


그 건너편에서는 아키 선배의 숨소리나 때때로는 코고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하지만 최근 며칠간은 쭉 눈을 떴을 때 천장이 보이고 있다.


1층만 있는 침대에서 자고 있기 때문이다.


아키 선배의 숨소리나 코고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며칠 전부터 평소에 생활하는 기숙사의 방이 아닌, 별관의 방에서 지내고 있다.


이유는, 내가 대사에서 무단으로 빠져나가려했기 때문이다.


대사는 그 이유를 캐묻기 위하여, 나를 이 방에 가둬놓고 있다.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여니 아침식사를 가져온 카라스마 선생님이 들어왔다.


"어떠냐 하나모토, 슬슬 도망치려했던 이유를 불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 싶어지지 않았나? 여기서 혼자 지내는 것도 힘들잖아. 아키하고도 못 많아서 쓸쓸하겠고."


"아뇨, 그건 정말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라고 나는 즉답했다. "혼자서 생활하다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귀찮은 무녀의 수행을 안 해도 되니 오히려 예전보다 쾌적하네요."


구금되어있다고 해도, 내가 있는 방은 감옥이 아니다.


에어컨도 있고 식사도 꼬박꼬박 제공된다.


신관을 대동해야 하긴 하지만 밖에 나갈 수도 있고 목욕도 할 수 있다.


유일하게 불편한 점이 있다면 티비가 없다는 점 정도다.


"하아.........."


카라스마 선생님이 한숨을 내쉬었다.


'고집하나는 알아준다니까' 라는 생각이 담긴, 어이없다는 한숨이 아닌 '똑같은 걸 몇 번이나 물어봐야 되는 거냐 귀찮게 시리'라는 지겨워 죽겠다는 한 숨이리라.


"신관하고 싸운 거 때문에 대사가 싫어져서 빠져 나가려고 했던 거냐?"


카라스마 선생님의 물음에 나는 답하지 않고 담담히 아침식사를 먹기 시작했다.


"아니겠지. 너는 그 정도로 어린애는 아니니까. 게다가 대사에 반항하려고 한다면 반대로 목소리를 냈겠지. 반항은 주장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윤리학에서는" 나는 밥을 먹던 젓가락을 멈추고 말했다. "광차문제라는 실험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 유명하지. 고장 나서 멈추지 못하게 된 광차가 있고, 선로 상에는 작업 중인 인부 5명이 있습니다. 그대로 두면 인부 5명을 치어 죽이게 되지만, 선로를 바꾸면 5명은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꾼 선로에도 한 명의 인부가 있어서 선로를 바꾸게 되면 그 사람은 치어 죽게 됩니다. 자, 그럼, 당신은 선로를 바꾸시겠습니까?------라는 문제."


"선로를 바꾸지 않으면 5명은 어디까지 사고사입니다. 살릴 수 있었는데도 내버려 둔 것이니 잠자리가 사나워지긴 하겠지만요. 하지만 선로를 바꾸면 사망자는 한 명으로 줄지만, 명백한 살인이에요. 그 한 명이 죽도록 만든 거니까요."


"............."


"대사는 '선로를 바꾼다'라고 생각한 거죠. 용사님들을-------코오리 님을 희생하여 보다 많은 인간을 살리겠다는 거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그 문제에서, 바꾸기 전의 선로에 있는 5명을 제가 먼저 죽인다면? 구해야 할 사람이 없어지니 선로를 바꿀 필요도 없어지겠죠."


"그건" 카라스마 선생님이 담담히 말한다. "문제의 전제를 무시한 결론이다만 그건 됐고, 너는 그걸 위해서 대사를 빠져 나간 거냐?"


내가 한 말을 꾸짖는 것이 아닌, 그저 사실을 확인하겠다는 어조였다.


"아뇨, 그저 선택지중 하나로는 있을 법하다는 거예요."


내가 그렇게 답하니, 카라스마 선생님은 어째서인지 살짝 웃었다.


"그런 생각, 나는 싫어하지 않아. 다른 신관들에게선 너에게 말하지 말라고 들었지만, 역시 전해두는 게 좋겠군------코오리 치카게가 범죄을 저질렀다고 한다."


"범죄.....?"


"고향에서, 용사의 힘을 써서 일반 시민을 덮쳤다. 말리려던 노기도 죽을 뻔했다는군."


그 말을 들은 순간, 머리에 피가 쏠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카라스마 선생님에게 달려들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니까 코오리 님을 고향으로 보내는 거에 반대했던 거야!!"


하지만 다음 순간, 나는 선생님께 팔을 잡히고 관절이 꺾인 다음 벽에 쳐 박혔다.


관절이 꺾인 채로 벽에 눌리고 있어서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으윽.......!"


호신술이라도 배웠던 걸까.


무술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의 움직임이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니까'라는 건 무슨 소리냐"


붙잡은 채로 담담하게 말하는 여신관에게, 나는 짜증을 내며 답했다.


".........나는 코오리 님의 집과 주변 환경을 당신들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어. 코오리 님의 주변 아이들에 관해서도, 학교의 성적, 휴일을 지내는 곳, 용돈의 액수, 부모의 직장, 연봉, 다니는 병원, 지병에 관해서도."


"......어떻게?"


카라스마 선생님이 처음으로 살짝 동요한 표정을 띠었다.


"내가 우에사토에게서 코오리 님의 정보를 모으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


"그래. 무녀도 신관도 알고 있던 사실이지. 하지만 우에사토가 알고 있던 사실은 마루가메 성에서의 정보뿐이고 코오리의 고향의 상황까지는 모를 텐데."


"나는" 자조하며 말했다. "작은 신사라고는 하지만 그 주인의 딸이야. 내가 부탁하면 움직여주는 사람이 꽤 있어."


".........."


"나는 대사에 들어오기 전에 사이가 좋았던 신사의 직원들하고는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어. 그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코오리 님의 마을에 가서, 마을 사람들로부터 얘기를 듣고 정보를 모아주고 있어. 그 밖에도 내 초등학교 시절 친구에게도 연락을 해서 코오리 님의 마을에 관한 얘기를 듣고 있고. 우리 집에서 코오리 님의 마을까지는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니까 이런 정보 수집도 가능하지. 게다가 나나 코오리 님이 살던 작은 마을에서는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잘 알고 있어. 안으로 들어가기만 한다면, 놀랄 정도로 자세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어."


"......대사로써는 불가능한 방법이군. 직접 가서 얻은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는 천지차이지."


카라스마 선생님은 질렸다는 투로 말하고는 붙잡고 있던 내 팔을 놓아줬다.


풀려나긴 했지만 팔의 아픔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 마을에선 코오리 님을 규탄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있어. 코오리 님의 가족은 애초부터 그 동네에서 배척당하고 있었지. 코오리 님이 용사가 된 뒤로는 가족까지 떠받들어지게 되었지만 용사가 아니게 된다면 원래대로 돌아갈 거야."



지금의 전황은 결코 좋지 않다.


도이 님과 이요지마 님이 돌아가셨으며, 시코쿠의 피해도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용사 님을 규탄하기 시작했다.



코오리 님의 마을에서도 용사를 떠받드는 목소리가 사라지고, 코오리 님을 '쓸모없는 것', '무능' 이라며 비난하는, 듣기만 해도 화가 나는 소리가 가득했다.


배척받는 집안인 코오리 가가 잘나가는 것이 내심 불편하던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인지, 그 반동으로 코오리 가는 이전보다도 배척당하게 돼버렸다.



아니, 배척당하고 있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코오리 가는 마을 사람들이 가진 불만의 배출구가 되어, 괴롭힘들 당하고 있는 거다.



작고 폐쇄적인 집단 안에서, 강한 스트레스를 가진 사람들이 '공격해도 되는 상대'를 찾게 되면-----그 공격 방식은 상식의 궤도를 벗어나게 된다.


인간이 가진 이성과 상식이 사라지고, 짐승과도 같이 상대를 물어뜯는다.


떨어져서 보면 이상을 느끼지만, 집단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선 그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죄악감마저 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작은 시골마을이라는 폐쇄적인 환경.



전시라는 불안과 불만에서 나오는 강한 스트레스를 가진 주민들.



그리고 애초부터 배척당하던 코오리 가와, '시코쿠와 사람들을 지킨다'는 역할을 가졌으면서 그것을 수행해내지 못한 용사의 존재.



불행히도, 너무나도 불행하게도, 조건이 갖춰져버렸다.



"대사는 코오리 님의 집이 그 마을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모르지? 그러니까 집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소리가 나오는 거야! 저 마을에 있으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코오리 님이 무엇을 하셔도 이상하지 않아!!"


"....분명 코오리의 집안에 관한 대사의 인식은 물렀다."


"나는 코오리 님의 집안이 처한 상황을 신관들에게 전했어. 하지만 믿어주지 않았지. 그런 마을 단위의 괴롭힘은 옛날이라면 모를까 지금 시대에 일어날리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뿐이었어.....!"



심각한 따돌림은, 실제로 그것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그것을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집단의 특성과 사회의 분위기가 나쁜 형태로 맞아 떨어지게 되면, 그것은 너무나도 쉽게 생겨난다.



"나는 코오리 님이 고향에 돌아가시기 전에 먼저 가서 상황을 조금이라도 좋게 만드려고.....!"



마을에 가서 주민들의 코오리 가에 대한 악의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움직이려고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코오리 님을 비방하는 자를 제거하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 대사를 빠져나가려 했던 것이다.


".....코오리에 관해서는 변명의 여지도 없는 우리들의 실수다."


나는 카라스마 선생님을 노려보았지만-----정말로 선생님을 원망하고 있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코오리 님의 집안에 관한 정보를 신관 전원에게 얘기하지는 않았다.


카라스마 선생님은 일이 있어 언제나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얘기하지 못했다.



나는......좀 더 많은 사람에게 코오리 님의 집안에 관한 얘기를 했어야 됐던 걸까.



그 정보는 코오리 님의 사생활과 너무나도 밀접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기가 꺼려졌다.



게다가 내가 정보를 얻은 방법은 결코 칭찬받을 만한 방법이 아니다.


남에게 말하면 나를 도와 정보를 모아준 사람들에게도 영향이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했더라면, 다른 결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더 이상, 코오리 님을 힘들게 하지 말아주세요......코오리 님을 가족하고 떨어트리고, 전선에서도 물러나게 해주세요......부탁이에요......"



나는 카라스마 선생님의 옷자락을 붙잡은 채 탄원했다.



코오리 님이 뭘 잘못했다고 하는 거야?



왜 코오리 님만 괴로워해야 되는 거야?



태어날 때부터 상처입고, 배척당하고-----



"이번 사건의 조치로 코오리는 용사 시스템을 몰수당했다. 더 이상 전선에 나갈 일은 없어."


"그렇군요.......다행이야....."


나는 카라스마 선생님의 말을 듣고 안심했다.


이제 코오리 님은 싸우지 않아도 된다.


"코오리가 지낼 곳에 관해서도, 그 마을에서 살게 할 수는 없으니 어떡할지를 대사에서 검토 중이야."


카라스마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다.


비가 내릴지도 모르겠다.



"하나모토.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뭔가요?"


"공표하지 않았을 터인 도이와 이요지마가 전사했다는 정보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어. 이건 너가 한 거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가 했을 지는 상상이 간다.


"퍼트린 건 아마 무녀 중 누군가겠죠. 대사에 대한 반항이라는 걸 거예요. 뭐, 아키 선배는 아니겠죠. 그 사람은 도이 님과 이요지마 님의 죽음을 반항하기 위한 도구로 쓰려고 하진 않을 테니."


".......보기보다는 아키를 믿고 있군."


"그 사람은 조잡해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섬세하고 착해빠졌으니까요. 하지만----무녀가 멋대로 대사의 정보를 흘리고, 반항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어갈 일은 아니에요. 도이 님과 이요지마 님의 죽음을 숨기지 않는 편이 좋았을 텐데. 한 번 숨기고 나니 무녀들은 자신들의 존재도 묻혀버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거고, 조금이라도 반항하고 싶어지겠죠. 이제 대사는 무녀들조차 제대로 통솔하지 못해요."


"정말 너 말대로 일지도 모르겠어."


카라스마 선생님이 깨끗하게 인정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별동에서 원래 지내던 방으로 돌아왔다.


"아---하나모토 짱이 돌아와 버렸어. 혼자서 넓은 방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다시 좁아져버렸잖아. 그래도 뭐 일단은,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뭐에요, 그 만들다 만 츤데레 캐릭터 같은 느낌은.....하나도 안 어울려요."


"후배가 돌아오자마자 날 디스하고 있어! 우우.....진짜로 걱정했다니까."


"솔직한 건 그거 나름대로 기분 나쁘네요."


"어쩌란겨!?"



오랜만에 만났지만, 나와 아키 선배의 사이는 여전했다.



코오리 님은 전선에서 물러나셨다.



이제 더 이상 코오리 님이 상처받을 일은 없겠지.



코오리 님이 지낼 장소가 정해지면 이번에야말로 만나러 가자.



용사의 자격이 박탈당했지만 코오리 님을 향한 나의 경애심은 변치 않는다.


코오리 님의 곁에서 코오리 님의 무녀로써 있는 것.


그것이 나의 전부니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코오리 님이 전사하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날은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대사에 와있는 우에사토의 방에 있었다.


"최근 시코쿠에서 발생하고 있는 재해는" 우에사토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 "버텍스의 침공에 의한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요. 버텍스 중 일부가 수해를 침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수해가 침식당하면 사고나 재해라는 형태로 시코쿠의 땅에 영향을 끼친다는 모양이에요."


분명 시코쿠에는 최근 지진이나 소용돌이 등의 재해가 몇 번이고 발생하고 있다.


그것이 버텍스의 영향이라는 건가.


".......그럼 어제부터 계속되고 있는 이 폭우도?"


"그럴지도 몰라요......"


짧은 대화가 끝나고, 깊은 침묵이 방을 가득 매웠다.



우에사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가 보다.



침묵을 깬 것은 나.



"어째서.......코오리 님은 전사하신 거야? 코오리 님은 용사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전선에서 물러나셨잖아......"


"......치카게 씨로부터, 전선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말이 나왔어요.....와카바 짱 혼자서는 전력 부족이여서, 대사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 하고......용사로써 복귀하는 것을 허가했다고 해요......"


"..........우우우우우우우우우아아아아악!!"


나는 고함을 지르면서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쳤다.


몇 번이고 계속해서.


"어째서! 어째서 허락한 거야!! 웃기지 마! 웃기지 말라고!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누구야! 허가한 건 누구야! 죽일 거야! 그녀석을 죽여버리겠어!! 아아아아아악!!"



눈물이 흘러 넘쳐, 바닥에 떨어진다.



내가 아무리 한탄해도, 화를 내도, 코오리 님이 돌아오시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분노를 어디에 부딪치면 좋을지 모르겠다.



울고 있는 나를, 우에사토가 껴안았다.



"우에사토......"



고개를 들어보니, 우에사토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있었다.



"죄송해요....제가 옆에서.....더 열심히 도와드렸어야 됐는데......."


"........우에사토는 잘못하지 않았어.....나야말로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서......미안......"


"괜찮아요. 더 우세요. 하나모토 씨는, 치카게 씨의 무녀니까요......."


"웃........으으으......!"


계속 울고 있는 나의 머리를, 우에사토는 상냥하게 쓰다듬어줬다.



그 손의 체온만이, 지금의 나에겐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얼마나 울고 있었을까.



원 없이 울고 나서야 나는 겨우 침착함을 되찾았다.



나는 눈물을 닦고 우에사토를 보았다.



지금부터 꺼낼 말은 대사를 향한 저주이자 복수다.


나는 대사를 밑바닥부터 뒤집어엎을 씨앗을 심어둘 거다.


싹을 틔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에사토.....나는 대사가 뒤틀린 조직이라고 생각해. 그 이유는 부외자이자 문외한인 자들이 위에 서서 조직을 움직이기 때문이야."


"문외한......인가요."


"그래. 대사의 신관들은 신수로부터 신탁을 받는 인간이 아니야. 스스로 버텍스와 싸우는 인간도 아니야. 그걸 하고 있는 건 무녀와 용사님이지. 신관들 중 대부분은 신직에 있었던-----신에 대한 지식을 조금 알고 있을 뿐인 일반인이야. 특수한 능력도, 전쟁 경험도, 통솔자의 자질도 없는 사람들이 태반이지. 그 사람들 중에서도 성가신 일을 떠맡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지 않을까. 완전히 문외한인 자기가 어째서 전쟁의 지휘를 해야 되는 거지----하고 말이야."


신관을 하다가 대사의 일원이 된 자들 중에서는 그리 생각하는 사람이 적잖이 있을 것이다.


나의 아버지가 그러하였듯이.


"그건....."


우에사토는 곤란하다는 듯이 말을 삼킨다.


"그리고 그런 문외한인 인간들이 용사님의 목숨을 쥐고 있어. 이게 문제야. 대사의 톱에는 버텍스와의 싸움의 당사자----용사의 리더인 노기 님이나 신수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무녀인 우에사토 중 누군가가 앉아야 돼. 노기 님은 이런 일에 적합하지 않으실테니 우에사토가 적임이겠지."


우에사토가 놀란듯이 답했다.


"제가요......?"


"원래 같았으면" 나는 우에사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처음부터 그랬어야 돼. 신이 부활하고 신의 사자가 하늘에서 내려와 인류를 멸망시키려 하고 있는 지금, 이 세계는 신화의 시대로 돌아간 거나 마찬가지야. 신화로 전해지는 고대에는, 인간을 이끄는 사람은 신에게 사랑받고, 신과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 이 시코쿠에서, 그 위치에 있는 사람은 우에사토야."


"저에게는, 조직을 꾸려 가는 능력 같은 건 없어요......"


"분명 그럴지도 몰라. 우리 같은 애들이 조직의 꼭대기에 서는 건 어려울 거라 생각해. 하지만-----무녀이자 용사님과 함께 지내온 우에사토라면, 부외자이자 문외한인 대사의 인간들보다도, 용사님을 생각한 판단이 가능할 거야. 조직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건 대사의 인간들이나 애들인 우리들이나 마찬가지. 그렇다면, 용사님을 지키기 위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우에사토가 더 적임이야."


우에사토는 고개를 내린 채 침묵한다.


"......결국, 우에사토는 할 수 밖에 없을 거야."


"네.....?"


"하지 않으면, 노기 님을 지킬 수 없을 테니까. 이대로라면 언젠가 노기 님은 대사의 판단 실수 때문에 돌아가시게 되겠지. 코오리 님처럼. 코오리 님이 돌아가신 지금, 나는 이제 용사님도, 대사도, 이 세계도, 뭐가 어찌되던 상관없어. 하지만 우에사토는 그렇지 않잖아? 소중한 사람이 아직 살아있으니까."


"..............."


우에사토는 언제나 자신보다 남을 우선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조직의 정점에 서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상상도 하지 않겠지.



하지만----지금 우에사토의 안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선택지가 생겨났다.



그 선택지를 고를지 말지는 우에사토가 하기 나름이다.


우에사토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내가 제시한 선택지를 고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0은 아니다.



나는, 0이었던 가능성을 1퍼센트로 만들었을 뿐이다.




우에사토가 마루가메 성으로 돌아간 뒤, 나는 카라스마 선생님의 방으로 불려갔다.



"코오리 치카게의 장례식은 대사에서 치루지 않기로 했다. 코오리를 용사로써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사의 결론이랜다. 노기와 일반 시민들을 공격했던 것이 그 이유겠지."


"그렇습니까."


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더 이상 대사가 무슨 판단을 내리던 상관없다.


코오리 님이 용사였다는 사실을, 나만이 알고 있으면 그걸로 됐다.



카라스마 선생님은 마루가메 시에 속하는 주소 하나를 나에게 전해줬다.



"----그곳이 코오리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이다. 고향에 살지 못하게 된 뒤, 마루가메 시로 이사하고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지."


결국 마지막까지, 코오리 님은 부모와 함께 지내기를 강요받았던 건가.


대사에서 발언력을 가진 인간 중 '자식은 부모와 같이 사는 것이 행복', '부모가 자식을 다치게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멍청이가 있는 거겠지.


대사는 코오리 님을 생각하기는커녕, 고정관념과 일반론으로 코오리 님을 내몬 것이다.


"코오리 님의 유체는요?"


"대사에서 장례를 치루지 않게 되었으니 친족에게 인도했다. 장례식은 코오리 가에서 치루겠지."


"......알겠습니다."


나는 무표정인 채로 대답했다.




방에 돌아가 나는 움직이기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호주머니에 휴대전화와 지갑을 넣었다.



아키 선배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어? 어디 나가?"


"네"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 위험하다구."


"지금 당장 가봐야 돼요."



지금이라면 아직 대중교통이 운행하고 있을 것이다.


호우로 인하여 운행이 취소되기라도 한다면 이동수단이 없어진다.



"......그래?"



아키 선배는 더는 나를 말리지 않았다.


어디 가는 지도 묻지 않았다.


나의 말과 분위기에서 눈치를 챘는지도 모른다.



방안에 놓여있는 우산을 챙긴 순간, 아키 선배가 말했다.



"잠깐, 이런 빗속에서 우산 같은 건 도움이 안 돼. 이거 쓰렴."



아직 새것인듯한 우비와 레인 부츠를 내게 건냈다.



"아키 선배, 이런 것도 가지고 있었나요?"


"예전에 친구가 준 거야." 아키 선배가 쓸쓸하다는 듯이 말한다. "아웃도어 용품에 빠삭한 애였으니까, 성능은 좋을 거야."



그것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았기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저녁 먹을 때까지는 돌아올 거야?"


"아뇨,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그래? 그럼 한동안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줄 테니까 그 틈에 가. 하지만 무리는 하지 말 것. 알겠어?"


"........네."


"그렇담 오케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4년간 같은 방에서 지냈던 선배는, 웃는 얼굴로 내 어깨를 두들겼다.



"아키 선배, 우쭐거리면 짜증나니까 한 번도 말한 적은 없지만....선배는 정말 좋은 선배였어요. 저는 성격이 이러니까, 아키 선배하고 만나지 못했더라면 분명 무녀안에서도 혼자였을 거예요."


"그렇지 않아. 하나모토 짱 착한 아이잖아." 아키 선배가 웃어준다. "하지만 하나모토 짱이 좋은 선배라고 해준 건 기쁘네. 그럼 난 기숙사에 있는 무녀하고 신관들을 식당으로 모아둘 테니까 식당 앞은 피해서 가야 한다?"


아키 선배는 그리 말하고는 휴대전화로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아키 선배는 무녀들을 식당에 불러 모으고는, 갑자기 내일까지 일은 때려치누고 마작대회를 열자고 말했다.


곤란해 하는 무녀, 찬성하는 무녀, 화를 내는 무녀가 제각기 소리를 내며 식당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그 소동에 신관들도 식당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아키 선배는 식당에서 마작의 굉장함을 열변했고, 멋대로 규칙 강의까지 시작하더니, 어느새 기숙사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식당으로 모였다.



나는 그 틈에, 식당 근처를 통하지 않는 루트를 골라 기숙사를 빠져나왔다.




강한 빗줄기가 몸을 때렸다.


확실히 이런 비라면 우산은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리라.


우비와 레인 부츠를 빌려준 아키 선배와, 그 친구 분께 감사했다.



대사의 기숙사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 정거장까지 상당히 떨어져있다.



"하아......하아......"



빗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점점 떨어져갔다.


애초에 나는 체력에 자신이 없는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야만 한다.



지금, 만나러가지 않으면------나는 두 번 다시 코오리 님을 뵐 수 없다.


"으.......읏......!"


폭우 속을 해쳐나가며 눈물을 흘렸다.



적어도-------적어도 마지막으로 한 번, 코오리 님을 만나고 싶다.




날씨가 나쁜 탓에 하루 종일 어두웠지만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밤의 어둠으로 바뀐 뒤였다.



"하아.....하아......"



6월이 되어 기온이 따뜻해진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한겨울이었으면 여기까지 오기 전에 얼어 죽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버스 정거장의 시간표를 확인했다.



운행 편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이미 마지막 버스가 떠난 뒤였다.



"여기에서 역까지 걸어가는 건.....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역은 멀리 떨어져 있기에 걸어간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만약 걸어서 역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환승이나 막차 시간을 생각해보면 마루가메 시까지 오늘 중으로 도착하는 건 어렵다.



대사의 눈을 언제까지고 속일 수 있을지 모르니, 가능한 빨리 움직이고 싶다.


딱 맞게 숙소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이 빗속에서 야영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비상금은 가지고 있다.


무녀로써 기숙사 안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돈을 쓸 일이 거의 없기에 설날에 받았던 세뱃돈이 아직 남아있었다.



스마트폰으로 현재 위치에서 마루가메 성까지 가는 택시 요금을 알아봤다.


지금 있는 돈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했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려고 했을 때-----우비의 안주머니에 종이 같은 것이 몇 장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꺼내보니 메모용지와 지폐였다.


메모용지에는 '선배가 주는 용돈. 잘 쓰거라. 마스즈' 라고 쓰여 있었다.



나, 선배한테 언제나 도움만 받는 구나.....



택시 회사에 전화해서 택시를 불렀다.


이런 밤중에 어린애가 혼자서 택시를 타고 먼 거리를 가는 사실에 운전수가 노골적으로 수상쩍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시간에 뭐하는 거냐고 물었다.



나는 돈을 보여주어,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는 되든 안 되든 말했다.



"저는 대사의 무녀입니다. 급하게 용사님이 계시는 마루가메 시에 가야만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의심스러우시다면 나중에 대사에 확인해보셔도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 시가 급합니다. 서둘러 마루가메 시로 가주세요."



용사님이 마루가메 시에 있다는 것도, 무녀들이 소녀라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마루가메 시에 가야되는 이유도 일단 말은 된다.



혹시 정말로 대사에 연락을 취한다면 나는 여기서 끝이다.


하지만 운 좋게도 운전수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나를 태워줬다.


대사와 관련된 일에 너무 깊게 파고들면 귀찮아진다고 생각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택시에 타고 마루가메 시로 향한다.



걸어오면서 쌓인 피로 때문인지 나는 차안에서 푹 잠들어버렸다.





눈을 뜨니 택시는 멈춰있었다.



차안의 시계를 보니 이미 심야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어느새 비도 그쳐있었다.


"어째서 멈춰있는 건가요? 무슨 일 있나요?"


따지듯이 물어보니, 운전수가 곤란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운전수가 말하길, 마루가메 시 가까이까지 왔지만 시내에 홍수가 발생해서 들어갈 수가 없다는 모양이다.



코오리 가의 주소를 얘기했더니, 그 주변은 침수 지역의 한가운데라 갈 수 없다고 한다.


마루가메 시에 흐르는 강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침수되었다고 한다.



요금미터기를 보니, 금액이 아키 선배로 부터 받은 돈을 합쳐도 아슬아슬한 정도까지 올라있었다.


갈 수 있는 길을 찾아가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여기서 내려주세요."



나는 택시에서 내린 다음, 스마트폰으로 코오리 가의 주소를 확인하며 나아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발이 멈췄다.



길이 잠겨 갈 수 없었다.


운전수가 말했던 침수지역까지 온 모양이다.


"다른 길은.....?"


지도를 보며 다른 길을 찾았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물에 잠긴 길을 앞에 두고 발만 구르고 있었다.



지도를 보며 코오리 가로 가는 길을 닥치는대로 찾아가봤지만 전부 잠겨있었다.


코오리 가는 강으로 둘러 쌓인 지역에 있기에 그곳으로 가는 길이 전부 침수지역으로 지정된 것이었다.


"......어떡하지........"


절망적인 기분이었다.



물이 빠지길 기다릴까?


비가 그쳤으니까 기다리다보면 물이 빠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얼마나 걸릴지 모르고 다시 비가 올지도 모른다.



더 멀리까지 가서 다른 길을 찾아볼까?


아니, 침수지역에 둘러 쌓여있는 이상 막히지 않은 길이 있을 가능성이 낮고 도보로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는 건 불가능하다.



코오리 님이 계신 곳까지 앞으로 조금인데 방법이 없다.



방법이 없다.



"읏......!"



.........나는 단 하나뿐인------현실적인 방법에서 눈을 돌리고 있다.


어려운 방법이 아니다.


나 말고는 다들 가능한 방법이다.



물을 해치고 나아간다.......는 방법.



뉴스에서 홍수가 난 지역의 사람들이 물을 해치고 나아가는 모습이 비춰지곤 했다.


허리까지 잠겨도 걸어 다니는 사람도 있다.


"하아......하아......"


지금은 비도 멎었고 물살도 잠잠하다.


풀장 안에서 걸어 다니는 것과 큰 차이 없다.


조심해서 나아가면 분명 갈 수 있을 거다.



하지만-----난 수영장에 가본 적조차 없다.


물 공포증 때문에 무릎 높이보다 깊은 물에 들어가지 못한다.



"으..........!"



나는 물에 발을 담가봤다.


지옥의 불가마에 발을 담그기라도 하는 양, 아주 천천히.



물높이는 겨우 발목까지 올라온 정도였다.


이 정도라면 아직은 괜찮다.



"후우......후우......"



천천히, 한 발씩, 나아간다.



나아갈 때마다 물이 서서히 깊어져갔다.


지면이 평평하지 않고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모양이다.



"후우, 후우......"



물은 금방 정강이를 넘어, 더욱 올라왔다.



이윽고 무릎까지 잠겨버렸다.


이 앞에서는 더 깊게 잠기리라.



"허억, 허억, 허억, 허억"



다리가 후들거린다.



무리다.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아.



"으으으으으읏.....!"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코오리 님과 만나기 위해서는 이 물을 해쳐갈 수밖에 없다.



"으으으으으으으으읏......!"



괜찮아. 여기까지 왔어.


이다음도 문제없이 나아갈 수 있을 거야.


예전에 빠졌던 바다와 다르게 물살도 약하고 수심도 겨우 무릎까지 오는 정도로 바다와는 비교도 안 되게 얕아.


발을 앞으로 뻗기만 한다면, 나아갈 수 있어.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웃....!"



발을 앞으로 뻗기만 한다면.


뻗기만 한다면!


뻗기만 한다면.....!!



"우우웃, 히끅, 훌쩍, 우우....."



눈에서 줄줄 눈물이 났다.


나는 물속에 선채로 혼자서 울기 시작했다.



안 돼.


무서워.


무서워죽겠어.


한 발짝도 못 가겠어.


발밑을 조심하면서 천천히 나아가면 갈 수 있으리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몸이 떨려서 움직일 수 없다.



"죄송해요, 코오리 님....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히끅.......더는.......더는 못 가겠어요.....훌쩍.......죄송해요죄송해요.......!"



역시 무리다.


더 이상은 못가겠다.



돌아갈 수밖에 없다.



나는 돌아가기 위해 발을 돌렸다.



코오리 님에게서 등을 돌렸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것만은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코오리 님에게 등을 돌리면 대사의 인간들과 다를 바 없다.


코오리 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그저 비난했던 인간들과 다를 바 없다.


나는------나는 절대로 등을 돌리지 않아!



"나는, 코오리 님의 무녀니까.......! 코오리 님을 섬기는 사람이니까......!"



코오리 님은 용사에서 제명당했다.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고, 죽었으니 더 이상 필요 없다 는양 버려졌다.



대사, 코오리 님의 부모, 코오리 님께 지켜져 왔던 시민들



그 중에서 코오리 님의 죽음을 슬퍼하는 인간은 얼마나 있지!?


코오리 님의 헌신과 공적을 인정하고, 그 삶을 생각해주는 인간은 얼마나 있지!?



적어도 한 명은!


나만큼은!



코오리 님은 훌륭히 활약하셨다고, 용사로써 칭송받을만한 삶이었다고, 곁에 가서 말씀드려야만 해!



나는 다시 코오리 가를 향해 나아갔다.



한 발 내딛는다.



그것만으로도 무서워 죽을 거 같다.


차라리 죽자!


죽으면 코오리 님 곁으로 갈 수 있을 텐데 뭐가 무서운 거지!?



"우......웨엑......"



나는 구토했다.


뇌가 나의 몸을 멈추려 하고 있다.


알게 뭐야.


토하든 죽든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



지금까지 쭉 코오리 님을 만나는 것을 주저해왔다.


결국 마지막까지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전부 내가 겁쟁이인 탓이다.


나는 사람을 대하는 게 서투니까, 코오리 님이 나를 싫어하게 될지도 몰라.....하고.


그렇게 넘겨짚고는 만나러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주저하지 않아.




코오리 님의 유체는 꾀죄죄한 이불에 아무렇게나 놓여있었다.


침낭 같은 자루에 넣어진 채로 얼굴만 보이게 되어있다.


화장이 되어있고, 사후 이틀밖에 지나지 않아 얼굴은 깨끗한 상태였다.



그리고 유체가 놓여있는 방에는 남자가 술에 취한 채 테이블에 엎드려 있었다.



문이 잠겨있지 않아서 손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테이블에서 자고 있던 남자는 내 기척에 놀라 눈을 떴다.


이 남자가 코오리 님의 아버지겠지.



"어.......? 너 누구야?"


"허억.......허억........"



나는 물속을 걸어온 탓에 허리 밑으로는 홀딱 젖었다.


바닥에 물방울을 뚝뚝 흘리면서 누워계신 코오리 님께 다가갔다.



"누구냐고 묻잖아!!"



남자가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무시했다.



코오리 님 옆에 정좌하고는, 깊이 머리를 숙였다.



"만나 뵈러 오는 것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코오리 님. 단정하지 못한 모습입니다만 용서해주십시오."


"야, 뭐하는 거냐!"


"코오리 님의 활약은 대사에서 익히 들었습니다. 코오리 님이 용사로써 싸워주신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공적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입니다. 부디, 편히 쉬시기를------"


"어이!"


"닥쳐." 나는 남자를 쏘아봤다. "쉬고 계신 코오리 님 옆에서 큰 소리를 내다니 무례하기 짝이 없군. 그리고 코오리 님의 장례식은 어떻게 된 거지?"



방안을 둘러보니 마시고 남은 맥주 캔과 술병, 그리고 쓰레기들이 널려 있을 뿐 장례를 위한 제단조차 보이지 않는다.



"뭐? 몰라 그딴 거!" 하고 남자는 짜증내며 말했다.


".....듣던 거 이상의 쓰레기네."



장례를 치룰 생각은 없다는 말인가.


살아서는 상처받으면서 괴물과 싸우고, 죽어서는 장례조차 치러주지 않는다..........코오리 님을 향한, 이 이상 없는 능멸이다.



나는 코오리 님을, 쌓여있는 꾸러미 채로 들어올렸다.


들어 올렸을 때 든 팔의 감촉으로, 코오리 님의 팔 부근이 없다는 것을 깨딸았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코오리 님의 유체는 제가 거둬가겠습니다. 제가 장례식을 치룰 테니"



그 순간, 나는 남자에게 맞았다.



순간 의식이 날아가고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남자는 내 위에 올라타 "너는 대사의 인간이냐!", "늬들 때문이다!", "이 꼬맹이가 용사 같은 게 되버린 탓에!" 같은 소리를 하면서 나를 계속 때렸다.



맞은 것에 대한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코오리 님께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할 따름이다.



나는 맞으면서 가까이에 있는 술병을 집어 들고는 남자의 머리를 때렸다.



남자가 신음을 내며 쓰러졌다.



고통에 신음하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의 모습은 죽기 전에 몸부림치는 애벌레와도 같았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는 코오리 님의 유체를 앉아들었다.



".......내가 당신 입장이었다면 모든 것이 달랐을 텐데......."



나는 바닥에 누워있는 남자에게 침을 뱉어주고, 코오리 님과 함께 집을 나섰다.




집에서 나온 건 좋았으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가 문제였다.



일단 코오리 님을 앉은 채로 긴 거리를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순간, 밝은 빛이 내 눈을 찔렀다.



차의 전조등이었다.



내 앞에 붉은 자동차가 멈추고, 차에서 카라스마 선생님이 내렸다.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다고. 침수되지 않은 길을 찾느라 고생 좀 했지."


".......저를 끌고 가려고 오신 건가요?"


"아니" 카라스마 선생님이 담담하게 말했다. "발이 필요하지? 가고 싶은 곳까지 데려다주마."





나는 코오리 님과 함께 카라스마 선생님이 운전하는 차의 뒷자석에 탔다.



코오리 님의 몸은 넘어지지 않도록 안전밸트로 고정시켜 놨다.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차가 달리는 중에는 내가 손으로 코오리 님을 지지했다.



"저는 코오리 님의 장례를 치룬 뒤에도 대사로 돌아갈 생각은 없어요."



운전석에 있는 카라스마 선생님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선생님은 놀라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러냐. 딱히 상관없어. 마음대로 해라. 나는 너를 데려가려고 온 게 아냐. 대사로부터 지시받은 건 없다. 아니 애초에, 다른 신관들이 잠들고 나면 내가 너를 코오리의 집까지 데려다줄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멋대로 뛰쳐나가기는."



카라스마 선생님이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힘들었지? 혼자서 코오리를 데려오다니 굉장한걸. 역시 코오리 치카게의 무녀구나."


"네........"



카라스마 선생님의 말에, 나는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나는 마지막으로----코오리 님을 도와드릴 수 있었던 걸까.



이미, 전부 늦어버린 다음이여도.



"선생님은......어째서 저를 보내주신 건가요?"


"재밌으니까지" 카라스마 선생님은 어딘가 놀리는 느낌으로 "내일 아침, 너가 대사에서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된 신관들의 눈이 돌아간 모습을 상상해봐라. 웃기지?"


"......저는 4년간 선생님과 같이 대사에서 지냈지만 아직도 선생님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선생님은 즐거운듯이 웃었다.



"훗, 그러냐. 뭐, 나도 4년간 같이 지내면서 너를 이해하지는 못했어. 왜 너가 그렇게까지 코오리에게 집착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거의 만난 적도 없고, 얘기한 적도 없는 인간에게, 어떡해야 그렇게까지 애정을 품을 수 있는지 말이야."


".....이유, 말인가요." 코오리 님의 뺨을 만지면서 대답한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왜 그 사람을 좋아하는지를 물었을 때 나오는 이유 따위는, 전부 나중에 붙인 변명일 뿐이라고요. 상냥해서라던가, 멋있으니까라던가, 그런 이유는 전부, 좋아하게 된 다음에 자신의 감정에 합리적인 이유를 붙이기 위해 억지로 생각해낸 변명이에요. 누군가를 정말로 좋아하게 된 이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요."


"과연. 그 말인즉슨, 한눈에 반했다는 소리인가."



카라스마 선생님은 그렇게 단언하고는,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옛날생각 나는 구나~" 선생님은 노래를 멈추더니 중얼거렸다. "유우나를 태우고, 이렇게 달렸던 적이 있지."



거기까지만 말하고는 카라스마 선생님은 다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아아, 생각났다.


이 노래는 드보르작의 '집에 가는 길'*이다.





그리고 나는 우리 집에서 운영하는 신사에 있다.



신사의 한 편에는, 내가 심었던 무수한 피안화의 붉은 꽃이 가득했다.



붉은 피안화 사이에 하나만 하얀 피안화를 심었다.


그 밑에 코오리 님을 모셔뒀다.



"저는 언제까지나 코오리 님 편이에요. 그건 영원히 변치 않아요."





용사사외전 제 1장 제 4화 완





*피안화: 우리나라 말로는 석산이지만 씹덕계에서는 걍 피안화가 더 유명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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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꽃.




*드보르작의 '집에 가는 길': 안토닌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E단조'신세계로부터'의 제 2악장. 을 제자가 편곡하고 가사와 제목을 붙인 것이 '집에 가는 길'.

즉 드보르작은 '집에 가는 길(Goin' Home)' 같은 제목을 붙인적이 없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되게 좋아하는 곡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교향곡 9번의 4악장이 훨씬 유명하다. 들으면 누구나가 알만한 노래. 유튜브 링크




아키 센빠이 그저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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