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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핫산)용사사외전 제 2장 후요우 유우나는 용사가 아니다 제 4화

NARUK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31 19:34:46
조회 443 추천 13 댓글 1
														

의역 이빠이. 오탈자 많을 지도?



용사사외전 제 2장 후요우 유우나는 용사가 아니다


제 4화 Every man is the architect of his own fortune



나는 직사각형 코트 안에 서 있었다.


코트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신이 나아갈 루트를 상정한다.

루트의 끝에 있는 것은 키보다 훨씬 높은 농구 골대.

팀 맴버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은 공을 돌리며 공격의 흐름을 짜는 것이 아닌, 정확한 슛으로 득점을 만드는 것.


동료가 나에게 패스했다.

단단한 감촉의 공을 양손으로 받았다.

드리블을 하며 골대 앞까지의 루트를 따라 달려나간다.

상대팀이 제빨리 막아섰다.

페인트로 상대팀을 제치며 나는 계속 나아갔다.


농구 코트는 그렇게까지 넓지 않다.

공을 받고 골대 앞까지 멈추지 않고 달려가면 몇초만에 갈 수 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코트 위의 플레이어들도, 코트 밖의 관객들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나와 공에 주목한다.

이 순간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 전속력으로 골대로 달려간다.


골대 앞에 도착한 나는 달리던 기세를 살린 레이업 슛으로 공을 골대 안으로 집어 넣었다.



여름방학이 끝나, 2학기가 시작됐다.


지금은 여자 농구부에서 도우미 활동을 하고 있다.

대전 상대는 다른 학교의 농구팀.

대회가 아닌 단순한 교류시합이지만, 농구부 부장이 라이벌시하고 있는 팀이여서 반드시 이기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나에게 도우미를 부탁하게 되었다.


내가 득점하자마자 시합 종류의 휘슬이 울렸다.



"고마워 유즈 짱, 덕분에 이겼어-"


시합이 끝난 뒤, 부장이 다가와서는 내 등을 두들겼다.


"저 없었어도 이겼을 거 같은데요"


"겸손은~ 우리 득점 중 절반 가까이 유즈 짱이 넣었으면서"


"그건 제 포지션이 어택커여서일 뿐이에요. 넣을 수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저에게 볼을 돌려줘서--"


부장과 얘기하던 도중, 체육관의 2층 통로에 있는 작은 소녀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다른 관중과 섞여있지만, 그녀의 특징적인 모습은 눈에 띄었다.


"죄송합니다. 일이 있어서, 다음에 뵈요"


나는 부장과의 대화를 끊고 체육관에서 나간 소녀-----리리에게로 향했다.



계단을 빠른 걸음으로 올라갔다.


시합이 끝나고 관객과 응원하러 왔던 학생들은 하나 둘 1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리리만은 난간을 잡은 채, 멍하니 코트를 내려다보고 있다.


리리와 만나는 건 3주만이려나.


8월에 아리아케 해변에서 '땟목 제작'을 하려고 했던 때 이후로 나는 리리를 만난 적이 없다.

여름 방학이 시작된 뒤로는 매일같이 하고 있던 '용사부'의 활동도 없어졌다.

리리에게 몇 번이고 문자를 보내봤지만 답신은 없었다.


내가 리리의 옆에 서자, 리리가 이쪽을 바라봤다.


"오랬만이네 유즈키 군!"


리리는 평소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냈다.


"어, 여름방학 끝나고 처음 보내"


여름방학 중, 마지막으로 만난 리리의 모습이 내 머리속에 떠올랐다.

증오를 드러낸, 평소의 밝고 순수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리리의 모습.

그것이 리리의 본모습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밝은 어투와 표정은 전부 만들어진 모습이라는 것이 된다.


내가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리리는 계속해서 얘기했다.


"농구 경기에선 그야말로 삼면육비와도 같은 활약이었어. 유즈키 군의 배구나 테니스 경기도 보고싶어지는 걸"


"...........그런 건 아무래도 좋잖아. 그것보다도 왜 문자에 답신 안 한 거야? 용사부 활동은 어떻게 된 거야"


"으-음, 유즈키 군과 아리아케 해변에서 만난 뒤로는 활동하지 않았어. 벽을 넘기 위한 작전들을 재검토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말이지. 답신하지 않은 것도 작전이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아서 뭐라 하면 좋을 지 모르겠어서 못 한 거야. 완전히 사면초가. 방법을 찾을 때까지 한동안 용사부 활동은 쉬려고 하고 있어"


"그래...."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조금 있지만, 리리가 용사부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그 활동 때문에 리리는 학교에서 괴짜 취급을 받고 있는 대다가 방학 중에는 아버지와 싸우기까지 했으니까.


"그럼 이제부터는 평범하게 지내겠다는 거지?"


"..........뭐, 그럴 거야"


리리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하여, 용사부 활동이 없어졌다.


나는 리리와 만나기 전의 생활로 돌아갔다.

몇몇 부활동의 도우미 활동을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분명 이전과 같은 일상일텐데 어딘가가 허전했다.


리리와 나는 다른 반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리리를 만날 일은 거의 없다.

리리와의 접점은, 그 '용사부'라는 이상한 부활동 뿐이었다는 것을 이제와서 깨달았다.


그래도,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다보니 때때로 복도에서 마주치는 경우는 있다.

그럴 때는 가볍에 인사를 나눈다.

하지만 , 그것 뿐이다.


생각해보면 나와 리리는 용사부 활동을 빼면 화제거리도 없다.

여름 방학 직전의 그날, 류오우 신사에서 만나기 전까지는 나와 리리는 일절 관계가 없었다.

7월부터 8월까지의, 매일 만나고 있던 시기가 이상한 거다.



9월도 절반이 지난 어느날의 방과후, 나는 우연히 리리의 반에 들렸다.

2학기가 되어 배구부의 부장이 2학년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부장이 도우미 활동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우연히도 그 부장은 리리와 같은 반이었다.


부장이 하고 싶다던 말은, 단순한 입부 권유였다.

도우미가 아닌 정식 부원이 되어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나는 거절했다.


나의 실력은 현내 톱클래스와는 동떨어져있고, 시코쿠 전체에서 보면 기껏해야 중상 정도일터.

농구도 배구도 테니스도, 앞으로 계속한다고 하더라도 분명 나의 '힘'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아쉬운걸, 유즈키라면 바로 1군일텐데"


배구부 부장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미안"


"아냐, 사과받을 일이 아닌 걸. 유즈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니까"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교실을 둘러봤다.

리리의 모습은 없었다.


"리리........후요우는 없어?"


"어? 유즈키 리리하고 친했어?"


"어....뭐, 그렇지"


"리리 짱, 2학기 들어서 수업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버려. 애초에 반 애들하고 별로 어울리지 않아서 아무도 신경쓰지는 않지만"


평소 벌이던 기행 때문에 친구도 별로 없는 거겠지.

그래서 방과후에 바로 돌아가도 아무도 신경 안 쓴다는 건가.


"그러고보니, 리리 짱 낚시라도 하는 거야?"


"어? 아니, 그런 말은 들어본적 없는데"


"얼마 전에 애들한테 부모가 어부인 사람은 없는지, 집에 고기잡이 배나 보트 가진 사람은 없는지 묻고 다녀서"


배.


보트.


여름방학 중에 리리에게서 벽을 넘는 방법에 대해서 들어왔던 덕분에 그것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바로 알았다.

아무래도 걔는 아직 바다를 건너 벽을 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나보다.



그로부터 2주일이 지나, 9월말이 되었다.


더위도 한풀 꺾였을 무렵, 나는 병원의 대합실에 있었다.

오늘은 농구부 시합 중 손가락을 삐어 양호실에 갔더니, 만일을 위해 병원가서 진찰을 받고 오라고 들었다.


굳이 병원까지 안 가도 될 거 같은데-라고 생각했다.

아픔도 거의 가셨지만, 양호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농구하다가 손가락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는 일이 자주 있다고 한다.


나의 진찰은 별 일 없이 끝났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뼈에 이상은 없고, 붓기도 아픔도 없으므로 문제 없음이라고 한다.


진찰실에서 나와 진료비 계산을 위해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중, 작은 몸집의 금발 소녀----리리의 모습을 발견했다.


쟤 여기에는 무슨 일이지?


"야, 리리!"


내가 부르자 리리가 이쪽을 돌아봤다.

나를 본 리리의 표정이 급변했다.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보였다.


리리는 나를 못 본척 하고는 그대로 병원에서 나가려고 했다.


내 다리라면 금방이지.


바로 리리를 쫓아가, 입구 자동문 앞에서 붙잡는데 성공했다.


".........여,여어, 유즈키 군,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지금 도망가려 했지?"


"아니아니그럴리가. 너가 있는지 몰랐을 뿐이야"


"눈이 딱 마주쳤는데 그런 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해?"


"그, 그게----........."


리리가 우물쭈물하던 중, 카운터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내 순번이 되었나보다.


"돈 내고 올 테니까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라고 리리에게 말했다.


"응, 기다릴게"


하고 리리가 순순히 끄덕였다.


나는 카운터로 향했다.


바로 리리 쪽을 돌아 봤다.


리리는 또 도망가려 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따라가서 붙잡았다.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미미미미미미안해! 진짜로 기다리고 있을 게!"



나는 금방 진료비의 지불을 마치고 리리와 같이 병원을 나섰다.


우리는 집으로 향하면서 얘기했다.


"유즈키 군 화나면 위압감이 굉장한걸. 내가 전력으로 연기해도 그 압력은 못 낼 거야"


"단순히 몸집 차이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야"


"그 렇 구 나. 아 하 하. 그 럼 내 일 보 자!"


리리가 또다시 도망치려 했다.


"좀 있어보라니까. 너 병원엔 왜 왔던 거야?"


".............지병인 요통 때문에"


누가 봐도 뻥이다.


리리는 연기력은 뛰어나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서의 애드립 실력은 없나보다.

변명이 너무 조잡하다.


내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리리는 입을 굳게 다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대답할 생각이 없나보다.


".........바다를 건너서 벽을 넘으려는 거 아직 포기 안 한 모양이던데. 보트나 배 가지고 있는 반 애들을 찾았다면서"


내 말에, 리리는 눈에 띄게 동요했다.


"어, 어떻게 안 거야!?"


"너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나름대로 정보망이란 게 있다는 거지. 너 말야, 위험한 짓 좀 그만 하라고. 벽을 넘게다는 생각은 포기해"


"..............."


리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같은 애들이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어른들도 못하는데. 대사의 높으신 인간이라면 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너는 음모론을 믿고서는 되도 않는 짓을 하려고 하고 있어. 그런 쓸 때 없는 짓을 하기 보다는 좀 더 의미 있는 걸 하라고"


"........의미?"


"그래. 너는.........나와는 다르게 특별한 힘이 있잖아. 텔런트나 연기자로 활약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머리도 아마 시코쿠 톱클래스고. 예능계에서 성공할 수도, 공부해서 어느 분야에서 업적을 남길 수도 있어. 그러니까---제대로 된 것을 하는 게 나아"


나는 리리가 벽을 넘으려는 것을 막고 싶다.


할 수 있을 리 없고, 리리가 계속 이상한 짓을 해서 주변과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지 걱정된다.

하지만, 그 뿐만이 아니라-------나는 얘가 제대로 살아가줬으면 한다.


리리에겐 '힘'이 있다.

나 정도의, 중학교 부활동에서 활약하는 정도의 '함'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통할 수 있는, 어른들에게도 통할 정도의 '힘'이다.


그런데, 리리는 그것을 살리려하지 않고, 무의미한 짓을 하고 있다.


나는 리리의 '힘'이 부러웠다.


동시에, 그것을 살리려고 하지 않는 그녀에게 화가 났다.


만약 내게 리리 같은 '힘'이 있었다면, 그것을 더더욱 살리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힘'이 없다.


리리는 한동한 침묵했다.


우리들은 어느샌가 집 근처에 있는 강까지 와있었다.


강변길을 걸으며 리리가 말했다.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건 저번에 말했었지"


"어? 어, 들었는데...."


왜 리리가 갑자기 화제를 바꾼 거지?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유는 병 때문이었어. 발병한 건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이고. 순환기 계통의 병이었지. 발병한 다음에는 운동도 못하게 되었고, 밖에도 거의 나갈 수 없게 되었어. 아버지나 나로써는 어머니의 간병을 하기가 어려워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일이 많았어. 아버지도 생활비와 병원비를 벌기 위해 일해야만 했고 아버지가 일하러 나가시고 나면 어머니 옆에 있던 건 나 혼자"


나는 아무말 없이 리리의 얘기를 들었다.


"내가 예능계에서 일했던 건 어머니의 병원비를 조금이라도 벌기 위해서였지만, 어머니의 병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안 다음부터는 어머니와 조금이라도 더 있기 위해서 활동을 그만뒀어. 학교도 등교 일수를 생각해서 필요 최소한으로 갔고. 가능한 어머니 곁에 있으려 했어. 곁에 있어도 아무것도 못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결국 어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셨지"


"............"


"내가 오늘 병원에 간 것도 정기검진을 위해서야. 어머니의 병은 유전병이여서 내게도 같은 병이 생길 수 있는 유전자가 있다고 해. 반드시 걸리는 건 아니지만. 또, 흔히 있는 비극의 히로인처럼, 걸리면 반드시 죽는 병도 아니지만. 뭐.....죽을 지도 모르지만"


리리는 빛이 난반사되는 강의 수면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어머니는 39세에 돌아가셨어. 나도 비슷한 나이에 죽게 될지도 몰라. 사람의 수명이 90살 정도라고 치면, 그의 절반 이하이지. 그렇다면 나는 불기분방,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살아갈 뿐이야"


리리의 얘기를 듣고 나는------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통나무배를 만들고 있어"


".......통나무배?"


내가 그대로 되묻자 리리는 평소와 같은, 거북함 없이 쓸 때 없이 자신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응. 처음에는 땟목을 만드려고 했지만 그것 보다도 통나무로 배를 만드는 편이 강도도 있고 확실해. 삼만년 전, 일본인은 통나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이 땅으로 왔다는 설도 있어. 건넌 거리만 2백킬로 이상이라고 해. 이거라면 분명 세토 내해를 건널 수 있을 거야!"


리리는 그리 말하여 스마트폰으로 통나무배를 검색하여 사진을 내게 보여줬다.

큰 나무 기둥의 안을 파내어 보트처럼 만들어 사람이 탈 수 있게 한 것이다.


"지금은 아직 만드는 도중이지만 배가 완성되면 벽으로 갈 거야"



결국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리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로 쭉 방 안에서 멍하니 있었다.


리리는 역시 멍청이다.


머리가 좋지만 멍청하다.


땟목이던 통나무배던 배를 다뤄본 적 없는 생초짜가 바다를 건널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지금까지는 다리를 건넌다던가 해엄쳐서 건넌다던가 해서 벽에 가려던 건 상관 없지만, 정말로 배로 바다를 건너려고 한다면 무사히 끝날리 없다.


바다 위에서 표류라도 하는 날에는 목숨이 위험하다.


어떻게든 리리를 말려야 한다.


걔의 무모한 행동을 멈추게 해야 한다.


하지만, 리리의 폭주를 멈출 수 있는 말을 나는 모른다.

리리의 행동은, 어머니의 죽음과 자신의 목숨을 원동력으로 하고 있다.

죽음과 목숨의 무게는 너무나도 무거우며, 그것을 말미암아 행동하는 사람을 멈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리리의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셨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꿈꾸었지만, 그것을 이루지 못한 채 벽 안에서 일생을 마쳤다.


얼마나 비통하였을까.


"........우리 아버지도 내가 어렸을 적에 돌아가셨지"


리리의 어머니의 일을 생각하고 있자니, 평소에는 거의 의식하지 않던 아버지에 대해서 떠올랐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건 내가 아직 어렸을 무렵이다.

나는 아버지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리리의 어머니와 마찬가지고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어쩌다 돌아가신 거지.

리리의 어머니와 같이 병이었던가?

엄마는 언젠가 내가 어른이 되면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를 알려주겠다고 하였다.


물어보자.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를.



방에서 나와 엄마가 일하는 방으로 갔다.


"엄마, 들어가도 돼?"


방에 들어가보니, 엄마는 컴퓨터를 보고 있었다.


"응, 왜그러니?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던가?"


"아니, 밥은 아직인데.......좀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


".....뭔데?"


내 분위기가 살짝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 건지, 어머니는 나를 향해 고쳐 앉았다.


"아빠는, 어쩌다가 돌아가신 거야?"


어머니는 생각에 잠겼는지 한동안 말이 없다가


"그러고보니 아직 얘기 안 해줬구나. 말할 계기가 없다보니 쭉 말을 안 했네. 유우나도 벌써 중학생이니 말해줘도 되려나.....유우나, 너는 네 편이 되어줄 사람이 있니?"


".......내 편?"


"으음....어려운 얘기가 아니란다. 너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 힘이 되어줄 사람. 너가 풀죽어 있으면 격려해주고 도와주는 사람. 너가 괴로워 할 때 함께 있어줄 사람. 너가 잘못을 저지르면 막아줄 사람........물론 엄마는 어느 때라도 너의 편이란다. 하지만 엄마 말고 그런 사람 있니?"


엄마에게서 그 말을 들었을 때.


내가 떠올린 사람은------리리였다.


'너에게 힘이 있던 없던, 너가 어떤 이름이던, 너가 어떤 사람이던, 나는 유즈키 군의 편이야'


걔는 그런 말을 했었으니까


".....있어"


나의 대답을 듣고 엄마는 끄덕였다.


"그러니, 그러면 말해줄게. 너의 아빠는 말이지, 자살했단다"


자살.


한순간,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바로 깨달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얼마 전에 '천공'----천공공포증후군에 대해서 말했지? 아빠도 말이지, 천공이었단다. 아빠는 시코쿠 밖에서 건너온 피난민이었어. 별먼지의 습격에서 겨우겨우 벽 안으로 피난해온 사람들 중 한 명.........아빠는 그 때 아직 어렸어서 그런지, 별먼지에게 습격 당했을 때의 공포심이 강하게 남았다고 생각해. 그게 천공공포증후군이 돼서.....하지만 말이지, 거의 다 나았었단다"


아빠가 돌아가실 때까지의 일을 엄마는 전부 얘기해줬다.


아버지는 초등학생 시절, 별먼지로부터 도망쳐 시코쿠 안으로 피난해왔다.

그 때 '천공'-----천공공포증후군에 걸려, 하늘을 무서워하고 밖에 나갈 수도 없게 되었다.


연호가 신세기로 바뀌고, 버텍스와 별먼지가 시코쿠를 침공하는 일이 없어진 다음, 대사의 우에사토 히나타 님의 방침에 따라 천공 환자의 치료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천공 환자은 대부분 회복하였으며, 아버지의 상태도 좋아졌다고 한다.

성인이 되었을 무렵에는 밖에 나갈 수도 있게 되었으며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실제로, 어머니도 결혼하고 함께 살게 된 이후로 천공환자라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극히 드물게도, 돌연 버텍스에게 습격당했을 때의 기억에 사로잡혀 패닉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그 때문에 하나의 직장에서 오래 일하기가 힘들었다.

갑자기 패닉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사회생활에 있어 큰 리스크이며, 천공 환자에 대한 편견도 뿌리 깊게 퍼져있었다.


마음의 병이라고 의학자가 말해도 '천공은 전염된다'는 소문에 속아넘어가 천공환자를 혐오하는 사람도 있었고, 천공환자와 벽 밖에서의 피난민을 헐뜯는 자들도 많았다고 한다.


"아빠와 살았을 무렵에는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서 험한 소리를 많이 들었어. 당신 남편에게서 천공이 옮으면 어쩔 거야같은.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 집을 알아볼 때는 많이 거절당하기도 했단다"


엄마는 힘없이 웃었다.

당시 상황에 대한 분노와 체념이 겹쳐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아버지는 여러 직장을 전전하게 되고, 주변으로부터 혐오와 비난의 눈초리를 받아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갔다.


"그러다, 너가 태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왜......지금까지 가르쳐주지 않은 거야?"


"아빠의 유언장에 써있었단다. 자기에 관한 건 유우나에게 알리지 말아달라고. 아버지가 시코쿠 밖에서 왔다는 것, 천공이었다는 걸 숨겨달라고. 그러면 나와 유우나가 주변 사람에게서 손가락질 당할 일은 없을 거라고 말이야. 아마.......아빠는 너와 나를 지키려고 했던 걸 거야. 자신의 존재를 없애는 것으로 유우나와 내가 나쁜 소리를 듣지 않게 하려고.....바보같은 방법이지만. 하지만, 혹시라도 유우나가 누군가에게서 상처받을 만한 짓을 당하더라도, 지금은 유우나의 편을 들어줄 사람이 있잖니? 그렇다면 슬슬 말해줘도 괜찮지 않을까하고 생각한 거란다"


엄마는 살짝이나마 미소지었다.


내가 살아가는 시대는, 버텍스, 별먼지와의 전쟁이 끝나고 약 30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전쟁전의 세계를 모르고, 전쟁 그 자체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절에 일어난 일들은 분명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30년.


내가 태어나고 살아온 시간의 약 두 배의 시간.


나에게 있어서는 긴, 길고도 긴 시간이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분명 인류 역사 전체에서 보면 지극히 짧은 시간이리라.


나는 구세기의 전쟁에 아직도 사로잡혀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리리도.



리리로부터 '통나무 배가 완성됐어. 내일 밤에 출항해!'라는 메일이 온 건 9월 하순의 토요일이었다.


결국 나는 리리를 멈출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다.


다음날, 일요일의 저녁-----------나와 리리는 요산선의 타쿠마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타쿠마역은 칸온지 시 옆 미토요 시에 있다.


우리들은 역 앞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쇼나이 반도로 들어섰다.

중간에 버스를 한 번 갈아탄 다음 니로 해변에 도착했다.


미토요 시는 칸온지의 옆인지라 거리적으로 그렇게 멀진 않지만 쇼나이 반도에 온 건 처음이었다.


"여긴 왜 온 거야?"


내가 묻자, 리리는 언제나와 같은 밝은 모습으로 대답했다.


"쇼나이 반도는 세토 내해를 향해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벽에 더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배를 만들려면 사람이 없는 곳이 좋으니까. 벽에 가까우면서 인기가 없을 것....이 조건을 만족하는 장소를 찾았지!"


의기양양한 대답이다.

하지만, 얘는 지금부터 자신이 하려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는 알고 있을까.


"이 주변은 '미사키 순회로'라고 불리는 등산 코스의 일부야. 이 코스를 따라 걸어가면 사누키미사키 등대에 도착해. 그 도중에 있는 세키노우라라고 하는 곳이 목적지야"


"알겠어. 하지만 나는 너가 하려는 짓에는 반대야. 여차하면....."


"힘으로 막겠어, 이려나? 그렇다면 나는 너가 없을 때 갈 뿐이야"


리리가 힘을 담아 말했다.


이번에 리리가 바다에 나가려는 것을 내게 말한 것은, 단순히 의리 때문이다.

만약 자신의 행동을 방해하려고 한다면, 리리는 내게 말하지 않고 가버리리라.


리리가 스스로 의지를 꺾지 않는 한, 결국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리리는 내게서 돌아서서, 길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로부터 산길을 따라 2~30분 정도 걸었을까.


도중에 있던 안내판에는 '세키노우라 0.2km'라고 써있었다.

그 안내판이 가르키는 방형으로 나아갔다.


세키노우라까지 향하는 길은 아마도 하이킹 코스에서 벗어난 길이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왔던 길과는 다르게 지면이 고르지 않아 불안정했다.


길을 따라 걸어간 끝에 작은 모래사장이 나타났다.

해수욕을 하러 사람이 올 만한 곳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벌써 9월 말이여서 해도 짧아졌다.

곧있으면 완전히 어두워지리라.


하지만, 리리는 어두워지기를 바라고 있다.


"혹시 바다에 경비대가 있다고 해도, 어두운 밤중에 작은 배를 발견하는 것은 무리난제! 그렇기때문에 벽까지 도달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지! 그러면, 가장 중요한 배를 내오도록 하지"


모래사장에는 흘러들어온 것으로 보이는 나무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그 나무 사이에 커다란 통나무가 있었다.


그 통나무 아래에는 널빤지와 돌이 놓여있었다.


"으랏챠---!"


리리가 모든 체중을 실어서 널빤지를 밟자, 지렛대의 원리로 통나무가 들여올려지더니, 그대로 뒤집어졌다.

통나무를 잘 보니, 안쪽이 파여있어 마치 배 같은 형태가 되어있었다.

배 안에는 전기톱이 들어있었다.


"후우......어때?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통나무 배는 뒤집어 놓으면 단순한 통나무처럼 보이고, 주변에 있는 떠내려온 나무들 때문에 눈에 띄지도 않지!"


"이 나무는 대체 어디서 가져온거냐...?"


주변을 둘러봐도 이정도로 큰 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리리는 배 안에 있던 전기톱을 쥐어들었다.


"찾느라 고생했어. 이 주변 숲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큰 나무를 찾아 이 톱으로 싹둑했지. 그걸 여기까지 끌고 온 다음 조금씩 안쪽을 파내서.....여름방학부터 매일같이 작ㅇ업했는데 결국 한 달 이상 걸려버렸어"


범죄가 살짝 섞여있지 않냐.......?


하지만, 일부러 전기톱을 가져와서 나무를 자르고 파냈다면 엄청난 수고였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벽에 가고 싶다는 건가.


"에------잇!"


리리는 그 작은 몸으로 있는 힘껏 힘을 들여 배를 바다쪽으로 밀었다.


이윽고 배는 바다에 떠올랐고, 리리는 노(제대로된 형태였으므로 어디서인가 구입한 것으로 생각된다)를 들고 배에 올랐다.


"가는 건 나 혼자서 할게. 벽을 넘으려는 건 내가 멋대로 시작한 일이야. 유즈키 군까지 바보같은 행동에 어울릴 필요는 없어"


리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리리의 너무나도 무모한 행동을 억지로라도 멈췄어야 했던 걸까.

얘가 하려고 하는 짓은 완전히 자살행위다.


속도는 느리지만, 리리는 서서히 해변에서 멀어져갔다.


말려도 소용없었겠지만, 지금 멈추지 않으면 리리는 분명 표류하리라----


".......리리! 역시 그만 두는----"



그 순간, 리리의 배가 빙글 뒤집혔다.



"우왓-------! 빠진다-------사람 살려!!!!!!!"


바다로 던져진 리리는, 해수면에서 첨벙첨벙 날뛰기 시작했다.


멈출 필요도 없었군.


"진정해! 지금 구하러 갈테니까!"


나는 서둘러 바다로 들어가, 리리를 데리고 해변으로 돌아왔다.


"콜록, 콜록.............우우우"


리리는 기침을 하며 모래사장에 널부러졌다.


"왠지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이치노미야 해수욕장에서 빠졌을 때하고 같은 상황인가.


진짜배기 멍청이다, 얘는...........


바다쪽을 보니, 방금 뒤집힌 배도 파도에 밀려 돌아와 있었다.


나는 그 배를 보며, 한 가지를 떠올렸다.


"........그러면 되겠군"


리리를 설득하지 않아도 멈출 방법이 있지 않은가.


나는 해변에 방치되어 있던 전기톱을 들었다.

전원을 켜보니, 아직 배터리가 남아 있었는지 칼날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어.......유, 유즈키 군? 뭐하려고?"


나는 전기톱을 손에 들고 통나무 배에 다가갔다.

그리고 회전하는 칼날로 배를 내려쳤다.


나무가 갈려나가는 불길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팔에 힘을 넣어 선체를 절단해간다.

이윽고 배가 두동강이 났고, 나는 그제서야 전기톱을 멈췄다.


".............."


리리는 무참한 모습이 되버린 자작배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다리에 힘이 풀린 것 처럼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이 배를 못 쓰게 된다면 더 이상 무모한 출항은 못하게 된다.

새롭게 만든다고 해도 앞으로 한 달 반은 걸릴 것이다.


"우......훌쩍, 히끅, 우아아아아아!, 우아아아아앙!!"


리리가 성대하게 울기 시작했다.


한 달 반이나 걸려 만든 배가 순식간에 박살난 것이다.

울음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리리의 바보짓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최선이다.


리리는 젖은 눈을 소매로 닦았다.


".......배는, 부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안 그러면 너 또 바다로 나가려고 했을 거잖아. 내가 없을 때 아까처럼 바다에서 배가 뒤집히면 어쩔 건데"


"..............."


리리는 무릎을 끌어안고 앉은 채 약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유즈키 군이 없을 때......바다로 가거나 하진 않아. 나는, 너가 분명 구해줄 거라고 생각하니까.....너의 존재를 보험으로 삼고 있으니까 무모한 짓을 할 수 있는 거야, 유즈키 군이 없다면.....나는 고소공포증 때문에 쿠루시마 해협 대교도 못 건넜을 거고, 수영 못하니까 바다에 들어가려하지도 않을 거고, 혼자라면 무서워서 출항도 못했을 거야........"


".........뭐?"


"나는 겁쟁이니까....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학교에 제대로 다니기 시작했을 때도....용사부 같은 부활동을 만들었지만, 유즈키 군이 오기 전까지는 결국 활동다운 활동도 못했고......."


그러고보니, 내가 처음으로 용사부에 도우미로 갔을 때 리리는 '제1회 용사부활동'이라고 했다.


"산에서 처음 만났을 때..........유즈키 군이 나를 구해줬으니까.......유즈키 군이 있어주면 왠지 안심이 되서.....무서운 일이라도 할 수 있었어......."


리리는 어른에게 혼나는 아이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말은 즉슨.


리리는 내가 있으니까----내가 협력해주니가 바보짓을 계속 했다는 건가?

얘가 무모한 짓을 벌이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나란 말인가?


"..........나는 예전부터 그랬어. 겁쟁이라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해. 내게 '힘'이 있다고? 그런 건 없어! 나에겐 아무런 힘도 없어! 엄마가 살아계셨을 때도 그랬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어머니의 병 말이야? 너는 의사도 아니니까 어쩔 수 없잖아"


"아니야!"


리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노을진 작은 해변에 울려퍼졌다.


"병 뿐만이 아니야. 그 이전에도......내가 태어나기 전 부터 어머니는 쭉 괴로워하셨어. 전부 저 벽 때문이야"


".......무슨 소리야"


"어머니는 벽 밖에서 온 피난민이야. 내가 태어나기 전----저 벽이 생겼을 때 시코쿠 밖에서 온 피난민은 결코 환영받지 못했어."


피난민은 환영받지 못했다----엄마도 그런 말씀을 하셨었지.


"당시에는 벽에 둘러쌓인 세계여서 사회적 자원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데다가, 피난민이 들어오면 자신들의 생활이 변할 거라고 싫어하는 현지주민들도 있었어. 게다가 벽 밖에서 들어온 인간 중에는 천공공포증후군이라는 미지의 병에 결린 사람들도 많았다고 해. 그 때문에 밖에서 들어온 사람들은....배척받는 사람이었어.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들어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지"


리리는 바다를 바라봤다.

수평선이 밤의 암적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머니는 병에 걸렸어......어머니가 병에 결렸다는 사실을 알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어------'저게 버텍스의 저주다', '벽 밖에서 버텍스가 내뿜는 독소, 아니면 미지의 세균에 감염된 거야' 라고"


"나는-----할 말을 잃었다.


"모두가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지만, 그런 미신을 믿는 사람은 많이 있었어. 어머니의 병은 난치병이긴 했지만 전례가 있는 병이었고, 의학적으로도 원인은 밝혀져 있었지. 저주같은 비과학적인 게 아니야! 세균도 바이러스도 아니야! 하지만 다들 의학적이고 합리적인 설명보다도 되먹잖은 소문을 믿고서는 엄마에게 심한 말을 했어! 엄마가 벽 밖에서 온 피난민이라서 엄마를 헐뜯고 욕했어.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쭉 지켜봤어........"


리리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엄마는 벽 밖에서 온 사람이었고, 친척도 없는 사람이었어. 거기에 병이 겹친 탓에 입지가 더 좁아지게 돼서 이사를 반복했지. 병이 더 악화되서 병원 밖으로 거의 못 나오게 되기 전까지는 같은 곳에서 지낸 적이 없었어."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나는 리리의 이야기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심한 말을 듣는 어머니의 곁에 있었는데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시덥잖은 중상모략으로 어머니를 괴롭힌 어른들을 때려줄 수도 없었어. 말을 되받아치지도 못했어. 무서웠으니까. 나보다 훨씬 크고 나이도 많은 어른들이. 초등학생이었던 나로써는 힘으로도 말로도 어른들을 당해낼 수 없었어! 예능활동으로 돈을 벌어도 어머니의 병을 고치지 못 했어. 필사적으로 공부해서 지식을 쌓아도 어른들의 편견을 고칠 수 없었어. 어머니가 비난받아도,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었어. 내겐 아무런 힘도 없으니까!"


리리는 바다 건너편을 노려봤다.


"저 벽이 싫어. 버텍스와 별먼지가 싫어. 생각없이 사람을 상처입히는 인간이 싫어! 아무것도 못하는 나도 싫어.......! 엄마를 상처입힌 녀석들은 엄마의 병에 대해서도 버텍스의 존재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말도 안 되는 소문만이 머리속에 가득했지. 나는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 녀석들을 부정해주겠어. 버텍스도 별먼지도, 그런 미신은 부정해주겠어. 미신을 믿는 녀석들도 부정해주겠어!"


리리는 '자신이 본 거 말고는 믿지 않는다'라고 했었다.

우리들 세대는, 버텍스도 별먼지도 용사들의 활약도 본 적이 없다.

버텍스도 전쟁도, 그저 어른들이 '있었다'고 할 뿐이다.


그게 미신과 다를 게 있을까.


나는 버텍스의 존재도 용사의 힘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

당시의 전투의 사진이나 영상도 없다.

그저 주변 사람들이 '그건 있었다'도 하니까 나는 그 존재를 믿고 있다.


미신을 믿는 자들과 마찬가지 아닌가


해가 지고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져, 눈 앞의 바다는 타르와도 같은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버텍스.

용사.

벽.

전공공포증후군.

신세기----------30년 전에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생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하지만, 버텍스도 용사도 우리들의 삶에 직접 나타난 적은 없다.


존재감은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현대는........굉장히 어중간한다.


나는 리리의 말을 음모론이라고 부정해왔다.

하지만, 버텍스의 존재를 긍정하는 것도, 부정하는 것도 똑같이 미신이다.

왜냐하면, 나는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했으니까.


중요한 것은 확인하는 것.


긍정하던 부정하던, 스스로 생각하고, 확인하고, 진실을 찾아야만 한다.


"------그래, 좋아, 리리"


주저앉아있는 리리의 양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리리의 젖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미신을 버리자.

진실을 확인하자.

그렇지 않으면 너를 멈추는 건 불가능하겠지.

지금은 나도 같은 기분이다.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내가 너에게 벽 밖을 보여주겠어"



이하 리리 일기------------------------------------------


진실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확인하는 것.


사고하고, 노력하고, 확인하고자하는 의지를 지니는 것.


그 의지야말로, 어머니를 상처입힌 자들의 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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