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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핫산)용사사외전 제 2장 후요우 유우나는 용사가 아니다 제 5화(완)

NARUK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03 19:30:37
조회 618 추천 17 댓글 6
														

의역이 이빠이이며 오타가 많을 수 있습니다.




용사사외전 제 2장 후요우 유우나는 용사가 아니다


제 5화 The first step is always the hardest.



나는 집에 돌아와서,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곳에는 지금까지 용사부 도우미 활동으로 받은 돈이 들어있었다.

리리에게서 받는 돈은 언젠가 돌려주려고 했기 때문에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뒀다.


총액 15만 2천엔.

용사부 도우미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저금해둔 돈까지 합치면 20만엔을 넘는다.


이것이 자금으로 충분한지는 모른다.


하지만, 일단은 첫 발을 내딛자.

우선은 움직이자.



나는 준비를 시작했다.


배로 바다를 건너려는 작전이 실패한 뒤로, 리리가 활동하고 있다는 낌새는 느끼지 못했다.

물론,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또다시 뭔가 하고 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본격적으로 벽을 넘으려고 한다면 그 준비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틈에, 내가 먼저 벽을 넘어버리면 된다.


어찌되었건, 내 계획 역시 겨울이 오기 전에는 실행에 옮겨야만 한다.


시간적 여유는 많지 않다.


나는 시간이 남을 때마다 준비를 진행했다.

농구, 배구, 테니스 부의 도우미 의뢰는 전부 거절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9월을 지나, 가을의 추위가 시작된 10월을 거쳐, 겨울이 보이기 시작하는 11월.


이 이상 늦어지면 추위 때문에 실행이 어려워 질 지도 모른다.


준비가 충분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나는 작전을 실행하기로 하였다.



그 날 저녁, 나는 스마트폰으로 리리에게 문자는 보내, 아리아케 해변으로 불러냈다.


11월 해가 질 무렵은 나름 춥다.

리리는 작은 몸에 코트를 걸친 모습으로 나타났다.


"무슨 일이니 유즈키 군. 이런 시간에 불러내다니. 아니, 그 가방은 뭐야?"


리리는 내가 매고 있는 커다란 가방을 보고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벽을 넘는 방법은 찾았어?"


내가 묻자, 리리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토붕와해, 천보간난이야. 배는 너가 부숴버렸고, 날씨도 추워져서 해엄쳐 갈 수도 없게 됐고"


리리는 원망의 눈초리를 내게 보냈다.


배를 박살낸 일 때문에 아직 감정이 남아있나 보다.


"애초에, 너가 협력해주지 않으면 나는 아무 것도 못해. 최근 한 달 정도 나를 피해 다녔잖니? 벽 밖을 보여준다길래 내 행동에 더 적극적으로 협력해줄 줄 알았는데"


"피했다닌 게 아니라 준비하느라 바빴던 거야. 벽 밖을 보여주겠다는 말은 진심이야. 겨우 최소한의 준비가 가춰졌어"


"준비......?"


"지금부터 벅을 넘으러 간다"



우리들은 전차로 하시하마 역까지 이동한 다음, 시마나미 해도를 따라 걸어갔다.


"처음 용사부 활동을 했던 곳이 여기였지. 시코쿠와 혼슈를 잇는 세 다리를 확인하려 했던가"


그 때는 자전거로 이 길을 지나갔지만 이번에는 도보다.


"그랬었지. 근데 시마나미 해도를 통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 때 확인 했었는데........"


리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내 뒤를 따라왔다.


7월에 자전거로 왔을 때에 비해, 상당히 긴 시간을 들여 우리든은 통로를 봉쇄하고 있는 팬스 앞에 도착했다.


이미 심야라고 해도 될 정도의 시간이다.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막차는 옛적에 떠났으리라.


나는 엄마에게 오늘은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해뒀다.

리리는 오늘 안에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음에도 신경쓰는 기색은 없다.

통나무 배를 만들던 때부터 외박은 일상다반사일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벽으로 이어지는 길을 막고 있는 팬스를 올려다봤다.


"유즈키 군. 역시 이 앞으로는 더 못 가"


"아니, 갈 수 있어"


나는 매고 온 가방에서 소형 전동톱을 꺼내들었다.


"어, 저기.......?"


망설이는 리리를 내버려두고 나는 전동톱으로 펜스를 잘라 사람이 통과할 수 있을 만한 구멍을 뚫었다.


"이러면 갈 수 있지?"


"아니잠깐저기요!? 지나갈 수 있게 된건 맞긴 한데.........이런 짓 해도 되려나"


"벽 넘으려는 주제에 이제와서 무슨 소리야. 펜스 부수는 것 보다도 벽을 넘으려는게 훨씬 더 나쁜 짓이라고"


"그, 그건 그렇지만......너는 나보다도 막나가는구나........"


"빨리 가자"


나는 움츠려있는 리리의 손을 잡고는 펜스의 구멍을 지나 나아갔다.


여기서부터는 시간과의 승부다.


내가 펜스 너머로 침입했다는 사실은 경비원이 펜스를 보면 금방 들킬 것이다.

그렇기에, 가능한 빨리 끝내야만한다.


시마나미 해도의 위를 나아가, 이윽고 벽 앞에 도착했다.


우리들이 지금 서 있는 다리는 도중부터 신수의 벽에 파묻혀 있었다.

벽이 없었더라면 이 앞으로도 쭉 길이 이어져 혼슈까지 닿았으리라.


식물의 뿌리, 넝쿨 같은 것들이 얽혀 만들어진 벽.

우리들의 머리 위로 쭉 뻗어있는 벽의 정상은, 어둠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신수의 벽.........."


코앞에서 보는 벽의 거대함에 리리는 압도 당했다.


나도 그 위압감에 저도모르게 침을 삼겼다.

하지만, 공포도 주저도, 의지의 힘으로 억눌렀다.


매고온 가방을 내려놓고, 나는 가져온 도구들을 꺼내어 장비했다.


"유즈키 군, 뭐 하는 거야?"


"지금부터 이 벽을 오를 거야"


"오, 오른다고? 제정신이니?"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제정신이지. 잡념 하나 없는 제정신."


"협산초해야! 이 벽의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기나 해!?"


"어, 알고 있어.. 이 한 달 반 사이에 나도 너가 했던 거 처럼 레이저 거리계를 써서 높이를 알아 뒀지. 지금 우리들이 서있는 다리는 해상에서 수십미터 높이에 위치해있어. 그리고 다리 위에서 벽 정상까지는 200미터도 되지 않아. 겨우 200미터만 올라가면 이 벽을 넘을 수 있어."


"겨우가 아니잖아! 우다츠의 골드 타워보다도 높은데!? 그런 걸 오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리리. 구세기 인간의 암벽등반 기록을 알고 있어? 아이거 북벽이라고 하는 1800미터 높이의 벽을 오른 인간이 있어. 아무런 도구도 쓰지 않고, 맨손으로만 1000미터 가까운 높이의 절벽을 오른 사람도 있어. 이 신수의 벽의 높이는 아이거 북벽의 10분의 1 정도야. 인류의 암벽등반 역사를 보면 이 정도의 벽은 전혀 문제될 게 없어."


여름부터 지금까지 암벽등반을 배우러 다니고, 등산용품점 등에서 가능한 준비를 해왔다.

용사부 도우미 비용과 내가 지금까지 모아왔던 돈은 전부 암벽등반 교실 비용과 등산용품비로 썼다.


하니스, 로프, 카라비너, 캠, 패시브 프로텍션, 솔로 클라이밍 용 빌레이, 램프 달린 헬맷, 장갑, 그 외 다양한 기어.....기본적인 도구에 더해 타입 T 아이스 액스, 쟁이 12개 달린 아이젠도 준비했다.

아이그 액스와 아이젠은 벽이 식물조직으로 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해서 준비했다.

식물조직이라면, 바위보다도 잘 박힐 것이다.

신발에 아이젠을 달고, 손에 도끼를 쥐고, 아이젠의 쟁을 박으며 등벽.

그렇게 하면 맨손보다도 훨씬 난이도가 내려간다.


식물조직의 벽에는 요철과 틈이 많아 앵커 포인트를 쉽게 구축할 수 있을 터다.

빌레이는 암벽보다도 쉬우리라 생각한다.


준비, 각오, 기술.


그것들이 갖춰지면-----벽 너머를 보는 것도 가능하리라.


나는 하니스, 로프 등의 장착을 마치고 멍하니 있는 리리에게 말했다.


"다 오르면,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 걸어서 벽 밖을 보여줄게"


(이하 리리 일기)------------------------------------------------

11월 X일


그 다음부터 일어난 일은, 마치 마법같았다.


유즈키 군은 손에 쥔 아이스 액스와, 예리한 쟁이 무수히 박힌 신발과, 허리에 두른 다양한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하여 벽을 올랐다.


벽을 올라간다.

인간이 수직으로 올라간다.

그것은 마치 물리법칙을 거스르는 현상처럼 보였다.


유즈키 군은, 허리에 두른 다양한 도구를 한 손으로 사용하며, 로프로 생명줄을 이어가면서(자세히는 모르지만 빌레이라고 부르는 행동이라고 한다), 벽을 올라갔다.

하지만, 일직선으로 오르기만 하는 것이 아닌, 어느 정도 오르면 내려와서, 도구를 갖추고, 다시 올랐다.

오르락내리락, 오르락내리락........그것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올라갔다.


허리에 있는 도구를 다루는 모습은, 일반인은 모르는 마법에 도구를 다루는 것 같았다.


오른 뒤 내려온다는, 어딘가 이해하기 힘든 반복행위는 비술의 의식 같았다.


그래서 그녀가 하고 있는 행동은, 어딘가 마법같이 느껴졌다.


늦은 밤이라서, 빛이라고는 달과 별과 유즈키 군의 헬멧에서 나오는 빛 말고는 없다.


벽을 올라, 지상에서 멀어짐과 동시에, 유즈키 군의 모습은 어둠속에 녹아들어갔다.


램프의 빛 덕분에 그녀가 어디 있는지는 가까스로 알 수 있었다.


유즈키 군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되자, 말할 수 없는 불안감이 나를 덮쳤다.


그녀가 어딘가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지지 않을까.


나는 어둠 속에서 보이는 램프의 빛을 향해 외쳤다.


떨어지면 어쩌려그래, 위험하니까 내려와, 라고.


그녀에게서 대답이 돌아왔다.


빌레이 하고 있으니까 떨어져도 안 죽어, 뼈가 부러질지도 모르지만.


이제 됐어. 그만해, 나는 유즈키 군이 다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리리, 이건 너가 시작한 일이야, 너가 했던 짓은 이런 거야, 배나 수영으로 바다를 건너려던 건 벽을 오른 것 보다도 훨씬 위험해.


알겠으니까, 사과할테니까, 부탁이야, 이제 그만해.


멀어져서 무슨소리 하는지 잘 안들리고, 집중해야 되니까 이제 대답 안 한다. 정상에 도착하면 전화 할테니까 거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그 이후로 유즈키 군의 대답이 없어졌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대답하지 않았다.


램프의 빛이 점점 작아져 갔다.


나는 무슨 짓을 했던 걸까.


내가 지금 유즈키 군을 걱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의 지금까지의 행동을 보며 유즈키 군은 걱정했겠구나.


유즈키 군이 이런 위험한 짓을 하는 건 나 때문이다.


벽 밖을 보는 것


진실을 찾는 것.


그건 친구에게 민폐를 끼쳐서라도, 위험에 처하게 만들어서라도 해야만 하는 것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내게 있어 벽 밖의 진실을 보는 것은.........


----------------------------------------------------------------------------------


그리고 나는 벽에 도전했다.


왼발 아이젠의 쟁을 벽에 박았다.


양발의 쟁이 확실히 벽에 박혀, 체중을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액스를 쥔 손에 힘을 넣어 몸을 끌어 올렸다.


어둠 때문에, 아래에 펼쳐진 세토 내해의 해면은 보이지 않았다.


아까까지는 리리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지금은 그것도 들리지 않았다.


어둠 한복판에 오로지 나만이 있었다.


벽을 올라, 앵커 포인트를 구축하고, 빌레이하고, 내려와서 기어와 로프를 회수, 다시 올라 앵커를 구축.....그것을 반복하여 벽을 올랐다.


오직 혼자서, 등반작업을 반복했다.


원래 솔로 등반은 몇년에 걸쳐 기술을 익히고 나서야 겨우 시도해보는 것이다.

아마 나는 솔로 등반을 해도 될만한 기술은 전혀 갖추지 못한 상태일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암벽등반은 둘 이상의 팀으로 한다.

솔로 등반을 권장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누구도 나에게 올바른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봐도 정확한 정보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방법에는 여기저기 나만의 방식이 섞여있다.

리리에게는 빌레이 하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했지만, 지금의 방법이 정말로 괜찮은지는 모른다.


내가 하고 있는 걸 암벽등반의 고수가 들으면 자살행위라고 했으리라.


진짜.

나 뭐하고 있는 거냐.


고집불통이 되어서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


야, 리리.


나는----우리는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걸까.


벽 밖을 보고 싶다.


진실을 알고 싶다.


그저 그 뿐인데, 왜 목숨까지 걸어야만 하는 걸까.


구세기였으면,


이 벽이 생기기 전이었으면,


한 두 시간 전차타고 가기만 하면 간단히 시코쿠 밖을 볼 수 있었을텐데 말이야.


우리들은, 왜 이런 세계에 살고 있는 걸까.


왜 이런 시대에 태어나버린 걸까.


조금만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더 자유롭게 넓은 세계를 살아갈 수 있었을 거다.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구세기 같은 건 모른채 새장 속의 새인 채로 행복하게 살았을 거다.


우리들이 살아있는 시대는, 정말로 어중간하다.


나는 손목시계를 흘끗 봤다.

생각 이상으로 시간이 지나 있었다.


진실을 보기 위해, 리리에게 시코쿠 밖을 보여주기 위해, 나는 벽을 오른다.


액스를 쥔 팔이 지쳐서, 악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발도 지쳤다.


벽 정상은 아직 더 가야한다.


오른발이 미끄러져 순간적으로 몸이 기울었다.


왼발과 양손으로 아슬아슬하게 떨어지지 않게 버텨냈다.


오른발의 아이젠을 벽에 박아 넣어 자세를 바로잡았다.


허억............허억...........


이걸로 진짜 벽 위까지 올라 갈 수 있을까.


벽 너머를 불 수 있을까.


벽에 오르면----------


시코쿠 밖을 어떻게 되어 있을까.


하지만, 벽 밖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내게 있어서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세계가 멸망해있지 않았다면 대사건이 될 것이고, 버텍스가 무수히 많이 있는 붕괴한 세계라면 '역시 그랬구나'하고 생각하고 끝날 것이다.


아무래도 좋다.


그저 나는--------


내가 목숨걸고 벽을 오르고 있는 건--------


리리의 소원을 이루어주고 싶어서,


리리가 무모한 짓을 그만해주었으면 해서,


그리고 이 어중간하고도 안타까운 시대에 반항하기 위해서다.


세계의 부조리를 향한 반발이다.


액스를 쥔 손이 차가워졌다.


11월이 되어 날씨가 차가워진데다가, 밤이 되어서 더더욱 기온이 내려갔다.

저온은 사람의 체력과 기력을 빼앗는다.


벽 정상은 아직 몰다.


떨어지면 죽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무사히 끝날리가 없다.


하지만,


나는 리리에게 말했다.

벽 너머를 보여주겠다고.


그렇다면 해주마.

고개를 들어라.

천천히, 확실하게 손을 움직여라.

한 발 씩 나아가라.


자신의 정신상태가 이상해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 뿐이 아니라, 죽음을 전제로 하고, 그 때까지 전력을 다해 살아주리라하고 생각하고 있다.


아아.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건다는 것은------이런 건가.


이런 기묘한 기분이 되는 거구나.


도취, 마비, 그리고 사명감.

설령 죽는다고 하더라도, 해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리리를 위해.


왜 그렇게 까지 하는 거지?----------라고 누가 묻는다면, 나도 모르겠다.


아마, 리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걔는 자신이 요절할지도 모른다고 알고 있어서, 죽을 때까지 전력을 다해 살아가려고 하고 있다.


단명을 전제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려고 하고 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인간을 내려다보는, 냉담하게 빛나고 있는 별과 달만이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별과,


달이,


갑자기 몸에 느껴지던 무게가 사라졌다.



내장을 쥐어 짜는 듯한 감각이 엄습해와서 토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순간 의식이 멀어졌지만, 눈을 뜨고 의식을 바로잡는다.


아이젠이 덜 박힌 것 때문에 벽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나보다.

완전히 딸어졌더라면, 아무리 빌레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정도의 충격으로 끝나지 않았을 거다.


하아.................하아...............


아아, 젠장.


역시 무리인가.


그렇다고 해도, 여기서부터 내려가는 것도 힘들다.


이자리에서 매달린 채로 구조를 기다릴까?


아니, 그럴바에는 올라가자.


내려가기도, 오르기도 어렵다면 올라가자.


그 때, 머리 위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위를 올려다보니, 헬리콥터가 보였다.


헬리콥터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여성이 뛰어 내렸다.


어이, 신성한 신수님의 벽 옆에서 자살하는 거냐.


하늘에서 낙하하고 있는 그 사람은 양손에 칼을 가지고 있었다.

그 칼로 벽을 찔렀다.


벽에 찔러넣은 칼이 브레이크가 되어, 내 바로 옆에서 그 사람의 낙하가 멈췄다.


그녀는 칼자루를 손에 쥔 체로, 철봉 체조 선수처럼 몸을 빙글 회전시켰다.


그리고 두 칼을 발판삼아 몸을 세웠다.


얼마나 단련했길래 저런 괴물같은 묘기를 부릴 수 있는 거냐.


칼 위에 서있는 그 인물을 본 기억이 있다.

아니, 시코쿠 사람들 중에서 그 사람은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노기 와카바 님.


시코쿠 최대권력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대사'의 톱 중 한 명.


이미 40대 중반의 나이일 터이지만, 맑은 눈동자와 빈틈없는 몸가짐에서는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전성기 운동선수를 보는 듯한 힘마저 느껴진다.


"유즈키 유우나지? 무사한가?"


그녀는 어째서인지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노기 님은 내 하니스에 헬리콥터에서 내려온 로프를 연결하여 헬리콥터까지 끌어올려주셨다.


나를 태운 헬리콥터는 다리 위에 착지했다.


그리고 다리위에는 리리와 또 한 명, 노기 님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또 한 명의 대사의 톱-------우에사토 히나타 님이 계셨다.


"유유유유유유즈키 군! 무사했구나!"


리리는 그 말을 하면서, 내 등 뒤로 숨어버렸다.


노기 와카바와 우에사토 히나타라고 하는, 최상위 권력자들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완전히 쫄아있었다.


"저.........음......저희들 이제 어떻게 되는 검까?"


"유, 유즈키 군! 노기 님과 우에사토 님께 그런 말투는 하면 안 되지!?"


"어차피 난 범죄자니까 지금와서 쫄아봤자 뭐가 바뀌진 않을 거 같은데"


펜스를 넘어 벽에 다가간 아이에게 어떤 벌이 내려질지는 모르겠지만 보호 관찰 정도로 끝나지는 않으리라.


"아아, 맞다. 이번 소동은 제가 멋대로 한 거에요. 리리......얘는 제가 억지로 끌고왔을 뿐이니까 아무 관계 없어요. 잘못한 건 저 뿐입니다."


"유즈키 군........"


리리가 걱정하는 눈초리로 나를 올려다봤다.


우에사토 님은 곤란한 얼굴로 한 숨을 쉬었다.


"아뇨, 여러분이 범죄자가 되는 일은 없을 거에요. 애초에 당신들이 벽에 다가가게 놔둔 건 저희에요"


"..........네?"


어리둥절하고 있는 나에게, 우에사토 님은 담담히 얘기를 이어갔다.


"펜스를 부수고 지나가면 된다는 그런 단순한 수단으로 벽에 갈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저희들은 당신이 펜스를 넘은 것도......아뇨, 오늘 유즈키 씨가 집에서 나왔을 때부터-----당신이 등산용품정과 암벽등반 교실에 다녔었을 때부터, 7월에 당신이 처음으로 후요우 씨와 접촉했을 때부터 쭉 당신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해왔습니다. 후요우 씨, 당신에게는 태어났을 때부터 감시해왔으니까 중학교에 들어가 벽을 넘으려고 하는 활동을 시작한 것도, 통나무 배를 만든 것도 전부 파악하고 있어요"


등에 얼음이 부어진 것 같은 오한이 들었다.


생활 전부를 감시하고 있었다고?


왜.......?


리리도 우에사토 님의 말에 두려움을 느꼈는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원래라면 펜스를 넘은 시점에서 어려분은 경비원에게 붙잡혀야 됐습니다만, 제가........라기 보다는 와카바 짱이 말렸어요. 여러분이 하고 싶은 대로 두자고 해서요"


와카바 짱이라는 귀여운 호칭과 이 사람들의 사회적 위치의 사이의 갭이 크게 느껴졌다.


노기 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다.


"여러분이 벽에 다가가도 저희들은 일부러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벽을 기어 올라가려고 한 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모했어요. 이 이상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구조하기로 했습니다. 그럼------"


우에사토 님은 우리들을 봤다.


"아시겠나요. 저희들은 여러분의 행동을 전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넘어갑니다만 앞으로는 실력행사를 해서라도 막겠습니다. 포기하세요. 저 벽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리리는 내 옷자락을 붙잡은 채로, 전신이 굳은 상태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눈 앞에 있는 건 시코쿠 최고 권력자인 둘.


그리고 그 두 명으로부터, 사실상의 적대 선언을 받았다.


겁을 먹는 것도 당연하다.

애초에 리리는 마음이 여리고 겁이 많다.


하지만-----


나는 리리의 손을 잡고 바라보았다.


너의 눈앞에, 또 다시 불합리한 말을 하는 어른들이 있어.

예전에는 너를 상처입힌 어른들 상대로 무서워도 아무 말도 못했다 그랬지.


하지만 지금은 내가 있어.


상대가 노기 님이여도, 우에사토 님이여도, 대사여도------내가 지켜주겠어.


"리리, 나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의 편이다. 그러니까 안심하고 말해. 너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리리는 내 손을 고쳐 쥐고,


얼굴을 들었다.


"나는........나는, 포기하지 않아! 당신들에게 무슨 소리를 들어도, 어떤 방해를 받아도,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칠전팔기! 저 벽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의지는 꺾이지 않아!"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죠?"


우에사토 님은 리리의 말을 태연하게 받아넘기고는 무표정한 눈으로 리리를 바라봤다.


"진실을 알고 싶으니까"


리리는 우에사토 님과 서로 노려보며........조용하게 말했다.


"저희들의 시대는----이 벽의 밖에 대한 것도, 신세기 이전의 역사도, 버텍스가 정말로 있었는지도, 실제로 체험해본 적이 없는 무지한 세대입니다. 하지만, 남이 말한 것을 무조건적으로 믿을 정도로 어리석지도 않아요. 실제로 보고, 진실을 알게 된 다음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정하고 싶어요. 이 신세기라고 하는 시대를----이 닫혀있는 세계를 실제로 살아가는 저희들에게는 그 권리가 있습니다."


"저도, 리리가 하는 거에는 전력으로 협력할 겁니다"


우리들의 말을 듣고, 우에사토 님은 생각에 잠겼다.


노기 님이 우에사토 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역시 애들을 설득하는 건 무리였군. 한 번 마음 먹은 아이들은, 어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쉬이 굽히지 않지. 예전의 우리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뭐----그걸 억지로 꺾어버리는 것도, 어른의 일이다만"


노기 님의 말의 마지막 부분은, 어딘가 차가움이 느겨졌다.


우에사토 님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네요........알겠습니다. 그럼, 두 분께 벽 밖을 보여드리죠"



우리들은 대사의 헬리콥터에 탑승했다.

헬리콥터에 타기 전에, 가방과 스마트폰은 가져가는 일이 없도록 그 자리에 놓고 타라는 말을 들었다.


헬리콥터가 점점 더 위로 갔다.


"이제부터 여러분이 겪게 되는 일들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됩니다. 방금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두 분의 생활 모두를 감시하고 있어요. 당신들이 조금이라도 폭로하려는 낌새를 보이는 날에는-----"


우에사토 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리리가 입고 있는 상의의 주머니에 손을 뻗었다.


주머니 안에 숨겨져있던 녹음기를 꺼내 스위치를 껐다.


"여러분 자신은 물론, 가족, 친구, 나아가 현실, 웹상 상관없이 한 마디라도 말을 섞은 적이 있는 사람은 전부 '없어질'겁니다. 이 나라는 구세기 시절부터 행방불명이 된 사람이 굉장히 많았답니다. 그 수가 겨우 몇 백명 늘은 정도로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요"


"..........알겠습니다. 우에사토 님이라면 실제로 할 수 있으시겠죠.......겨우 수 년 만에 대사를 장악한 그 수완은 저도 알고 있어요"


리리가 말하자, 우에사토 님이 살짝 웃었다.


리리의 표정과 말에는, 우에사토 히나타라고 하는 여걸에 대한 경외심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우에사토 님은 성인이 되기 전부터 대사를 통치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의 말이 단순한 블러프일리가 없다.

그녀의 말은 경고다.


한 편, 우에사토 님이 리리와 얘기하고 있는 거와는 반대로, 노기 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쭉 눈을 감고 있었다.

속세의 일에는 흥미가 없는 건지, 아니면 우에사토 님에게 일임하고 자신은 일부러 관여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느 쪽이던 간에, 속세를 떠난 사람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사람이다.


돌연, 노기 님이 눈을 뜨고는 나를 바라봤다.


"너희들을 보고 있으면, 내 옛 친구들이 떠올라. 너네가 하고 있는 건, 세간에서는 일반적으로 '나쁘 일'로 통하지. 게다가 무모하고 자멸적이다"


".............."


"하지만, 절실한 마음의 구현화이기도 하다. 나는 그런 것이 싫지 않아. 바람직하다고까지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건 도가 지나쳤어.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다"


"........저에게는"


노기 님을 본다.


"저에게는, 용사 같은 '힘'이 없으니까..........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어요"


"힘이 없다, 라. 유즈키, 너의 고민은 언제나 그거였더군. 너의 고민은...........누구나 크건 작건 품고 있는 것이다. 너는 다른 사람들보다 다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다만"


내 생각과 고민까지 꿰뚫고 계시는군.


이 사람들은, 대사는 대체 뭐하는 사람들이지.


"인간인 이상, 아니, 생물인 이상은 살아가면서 넘어야만 하는 어려움에 반드시 직면하게 된다. 그 순간, 인간은 자신의 무력함을 느끼게 되지. 누구나 마찬가지다."


"노기 님도.....그랬었나요?"


"물론이다. 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의 무력함을 통감했던 적은 셀 수 없이 많았지. 너 뿐만이 아니라, 인간은 누구라고 무력하다. 하지만 말이다 유즈키. '힘'이라고 하는 건 그 강함이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엇을 위해 휘두를 지가 중요하지. 이번에 너는-----친구를 위해 있는 힘껏 힘을 썼다. 그 결과로써, 지금부터 너희들은 벽의 밖을 보게 되는 것이야. 너는 친구의 소원을 실현시켜낸 거다. 너가 가진 힘은.....우리들 용사나, 혹은 천재라고 불리우는 일부의 사람들과 비교하면 작고 약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작은 힘을 발휘하여 무언가를 이루어내었다는 것은 신세기가 시작되고 30년간, 그 누구도 이루어내지 못한 위업이다"


"......그런 가요"


"아아, 그렇고말고"


노기 님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 작은 힘에도, 의미는 있었던 걸까.



헬리콥터가 벽 위에 착지했다.


헬리콥터에서 내려, 시코쿠 밖을 보았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어두운 밤하늘 뿐이었다.

버텍스나 별먼지라고 불리우는 괴물의 모습은 없었다.


"역시......별먼지나 버텍스는 없던 거야! 세계는 멸망하지 않았어! 우리들은 시코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거야!"


리리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외쳤다.


하지만, 노기 님이 우리의 손을 잡고는 몇 발 앞으로 나아갔다.


그 순간, 꿈에서 깬 것처럼, 눈 앞의 광경이 일변했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인, 그야말로 상상으로 그리던 지옥 그 자체였다.

대지는 용암과도 같은 것으로 뒤덮혀 불타고 있고, 본 적 없는 하연 괴물이 하늘과 땅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어딜 둘러봐도, 한결같이 절망적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시코쿠의 대지와는 전혀 달랐다.


"아........"


리리는 넋을 잃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나도 그 광경에 말을 잃었다.


"이것이 세계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우에사토 님이 무감각하게 말했다.


"신수님의 힘으로, 벽 밖의 광경은 내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면 세계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나죠. 이 세계에는-----이젠 시코쿠 외에는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은 없어요. 멸망했다고 봐도 됩니다. 우리들은 벽 밖의 이 광경과 버텍스에 관한 것을 결코 사람들에게 공개하지 않을 거에요. 멸망한 세계의 처참한 광경과 버텍스의 압도적인 힘을 알게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제정신을 잃을 테니까요. 시코쿠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숨겨야만 하는 일이 있습니다"


리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멸망한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계가 이미 멸망했다는 사실에 낙담했나요?"


우에사토 님이 리리에게 물었다.


주저앉아있던 리리가, 천천히 일어났다.


리리는--------전혀 절망하지 않았다.


".....아뇨. 분명 놀라기는 했습니다만 '시코쿠 밖은 멸망해있다'는 사실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쭉 들어왔든 거에요. 그렇지 않기를 바라고, 거짓이라고 믿기는 했지만요....희망과는 다르지만, 저는 만족했어요.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렇다.


리리의 목적은 처음부터 '진실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원치않은 결과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진실이라도 리리는 인정한다.

받아들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해서 진실을 부정하게 되면, 리리가 가장 싫어하는 미신에 빠진 자들과 마찬가지가 되버린다.


우에사토 님이 미소지었다.


"후요우 씨, 당신은 강한 아이로군요"


그 순간, 하늘에 떠 있던 하얀 괴물 중 하나가 우리들의 존재를 눈치채고는 달려들었다.


노기 님과 우에사토 님이 우리 손을 잡고 결계 안쪽으로 뛰어갔다.


어느 정도 달렸더니, 바깥쪽 풍경이 평화로운 밤하늘로 돌아왔다.

벽 위에 있는 어떤 경계를 기준으로 벽 바깥의 광경이 안쪽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차단되어 있다.

마치 마법 같은 현상이다.

벽 밖의 광경은 이렇게 해서 내부의 사람들로부터 숨겨지고 있는 것이다.


우에사토 님이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세계가 멸망한지 30년이 흘렀어요. 지금은 굉장히 불안정한 시대입니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면, 구세기의 세계를 실제로 경험해본 사람이 없어지게 되고, 사회는 좋은 방향이던 나쁜 방향이던 간에 어떠한 형태로 안정될 거에요. 하지만 지금은 이전 세대와 새로운 세대가 섞여있는 과도기. 사회에도 사람들의 마음에도 많은 뒤틀림이 생겼어요. 후요우 씨와 유즈키 씨의 가족분들은 그 뒤틀림의 피해자라고도 할 수 있지요"


"저희들의 가족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군요....."


내 말에, 우에사토 님이 끄덕였다.


"시대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은 저의 무력함 때문이에요.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우에사토 님이 우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대사의 통치자이자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행위였다.

게다가------


"우에사토 님 같은 분이라도, 무력함을 느끼실 때가 있으시군요....."


"네.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무력함을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에 맞서며 살아갈 수 밖에 없어요. 두 분의 이름의 유래인 타카시마 유우나 씨 역시, 옆에서 지켜봤던 저희가 보기에는, 자신의 무력함에 계속 저항했던 무력한 인간 중 한 명이였죠"


나는 자신의 무력함을 용서할 수 없었다.


타카시마 유우나와는 다르게 아무 것도 못하는 자신이 비참했다.


하지만, 세계의 영웅마저 무력함을 느낀다면---------


나는 자신의 무력함을 용서할 수 있으리라.


이 '유우나'라는 이름을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나와 리리가 벽 밖을 봤던 날로부터 2주가 흘렀다.


우리들이 벽에 다가간 것도, 밖을 본 것도 세간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일상은 변화없이 흘러, 우리들은 서서히 겨울의 기운이 강해지는 공기 속에서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2주 만에 리리로부터 메일이 왔다.


방과후 아리아케 해변에서 기다릴게, 라고



학교가 끝난 다음 아리아케 해변으로 갔더니, 리리가 그곳에 서있었다.


빈약한 가슴을 힘껏 펴고, 작은 몸을 꿋꿋이 세운 채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하냐 너"


리리가 내 쪽을 돌아봤다.


"잘 왔어 유즈키 군. 오늘은 너에게 할 중요한 얘기가 있어"


"뭔데?"


"이 세계의 진실을 알고 2주 동안, 나는 쭉 고민했어. 앞으로 용사부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고뇌에 찬 표정을 지으며, 심각한 분위기로 리리가 말했다.


"용사부는 벽 밖의 진실을 밝히고자 활동하는 부이지. 하지만 그 목적은 얼마 전에 달성되었어............즉, 우리 부의 존재의의가 없어진 것이 돼"


"그렇지"


"나는 유즈키 군과 활동했던 용사부라는 그룹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존재의의가 없어져버린 이상, 언제까지고 있을 수는 없어......"


"흐응"


"존재의의가 없는 조직은, 당장이라도 부패해버려........소중한 용사부가 부패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괴로워"


"헤에"


"그러니까-----그러니까 나는 단장의 마음으로 선언하겠다.......!"


"그렇구나"


"용사부는, 오늘을 마지막으로.......폐부한다!!"


"그래"


"잠깐 유즈키 군! 아까부터 대답이 건성인데!? 내가 오늘까지 어떤 마음으로 고민했는지.....!"


리리가 격노했다.


격노라고 해도, 초등학생이 화내는 거 같아서 딱히 박력은 없다만.


"해산이고 자시고......애초에 용사부 없었잖아"


"........하에에!? 당목결설! 무슨 말이야, 설마 지금까지 우리들의 활동이 전부 장대한 서술 트릭이었다고 할 샘인가!?"


리리가 굉장히 당황해했다.


"아니아니, 서술 뭐시기가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용사부'란 건 리리가 멋대로 말하고 다녔을 뿐이고 학교에서 인정받은 부활동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폐부 운운하기 전에 존재하지도 않았어"


"..............그러고보니 그랬지"


"예전에 선생님한테 용사부가 뭐냐고 물어봤는데' 후요우가 그런 소리 하고 다니던데 솔직히 뭔지 모르겠어. 넌 아니?' 라고 역으로 질문하시더라. 학교에서 인식조차 못 하고 있다고"


"에에에..........."


"즉 존재하지도 않는 부니까 폐부고 자시고 없다는 얘기"


"...........하아~........왠지 자신의 존재마저 부정당한 기분이야......."


리리가 어깨를 떨궜다.


"그보다도.........어차피 너하고 나 밖에 없는데 활동 목적이나 존재의의 같은 거 아무래도 좋잖아. 바깥을 보겠다는 목적이 없어져도....나하고 너만 있으면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고"


나는 리리쪽을 바라볼 수가 없어서, 딴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것도 그렇네!"


낙담하고 있던 리리가, 고개를 들더니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렇지! 나와 유즈키 군 둘이 있으면 그게 용사부야! 아니, 용사부가 없어져도 변하는 건 없구나!"


"......그렇다니까"


나는 살짝 부끄러워하며 끄덕였다.


"그러긴 하지만, 아무런 목적이 없다는 건 왠지 허전한 느낌이야. 역시 활동 목적이 있으면 좋겠는데....."


"나는 목적이 있던 없던 상관 없지만"


리리는 팔짱을 끼고 잠깐 생각하더니


"그래, 그러면 우리 둘의 부활동 목적은-------이 세계를 조금이라도 좋게 만드는 거야!"


애매한 활동 목적이구만.


뭐, 아무래도 좋지만





용사사외전 제 2장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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