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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카라스마 쿠미코는 무녀가 아니다 4화 번역

ㅇㅇ(59.26) 2021.06.30 14:42:34
조회 533 추천 9 댓글 5
														

 차색 머리의 소녀가 “하늘이 무서워”라고 말하자, 버스 안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버스를 멈추고, 운전석에서 일어나 그녀가 있는 좌석으로 갔다.

 그녀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얼굴은 퍼렇게 질렸고 호흡은 가빴으며, 이마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하늘』을 무서워하는 탓인지 창가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고 싶은 듯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발이 미끄러져 바닥을 굴렀다.

 “괜찮으세요!?”

 유우나가 넘어진 그녀를 도우려고 하자, 그녀는 유우나의 손을 난폭하게 걷어냈다.

 “히익, 으아아아!”

 그녀는 비명과 같은 목소리를 내며 일어서더니, 손을 내밀어 유우나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윽, 으, 그… 그만…”

 “멈춰!”

 나는 소녀의 손목을 붙잡아 유우나의 목에서 떼어냈다.

 “히이익, 히익, 힉, 아아아악!”

 소녀의 호흡이 더욱 가빠졌다. 기성을 내지르며 그 자리에 웅크렸다.

 “마츠리. 운전석에 있는 내 가방 안에 케이블타이랑 전기테이프가 있어. 가져다 줘.”

 “아, 네!”

 내가 말하는 대로 마츠리는 허둥지둥 운전석으로 가서 케이블타이와 전기테이프를 가져와줬다. 이 물건들은 도중에 들렀던 편의점에서 손에 넣은 것들이다.

 웅크린 채인 소녀의 등을 누르듯 발로 차서 바닥에 엎드리도록 했다. 일어나지 못하게 무릎으로 등을 압박하면서, 양팔을 등 뒤로 돌려 타이로 포박했다. 소녀는 저항하려고 발을 퍼덕였지만, 내가 양팔로 다리를 누르는 사이에 마츠리에게 발목을 묶도록 시켰다.

 거기에 더해 전기테이프로 몸과 다리에 말듯 붙여서 완전히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자리를 비켜줘. 이 녀석은 거기에 앉혀둔다.”

 뒤쪽 좌석에 앉아있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구속한 소녀를 그쪽으로 밀어넣었다.

 “어… 어떻게 된 걸까요…?”

 유우나는 구속된 소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이 여자는 하늘이 무섭다고 말했지. 『하늘을 무서워한다』는 경향은 다른 사람에게도 나타나고 있어. 역시나, 이 버스에 탄 사람들에게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

 “뭔가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츠리를 보고, 나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글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여자가 끝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 맞겠지.”


 버스가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지만, 차 안에 있는 동행자들의 상태는 점점 악화되어갔다.

 찻빛 머리의 소녀처럼 날뛰는 사람은 없었지만, “하늘이 무서워”라고 말하는 사람은 점점 늘어났다. 하늘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바깥이 보이지 않도록 커튼을 쳤다. 그것만으로는 불안함이 남아있는지, 쉬던 곳에 있던 편의점에서 가져온 신문지를 창에 붙이기 시작했다. 불교인지 뭔지를 잘 아는 사람이 있었는지, 신문지에는 불경이나 범자나 뭔지 모를 주문 같은 것들이 매직으로 휘갈기듯 써져있었다.

 버스 뒤쪽 절반은 창문이 커튼과 신문지로 차단되어 완전히 바깥을 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두려워하는 이들은 어두운 뒤쪽 좌석에 모여, 겁 많은 작은 동물들 마냥 움츠러들고 있다. 염불을 중얼거리는 사람도 있다.

 유우나는 차 안의 상황을 불안하다는 듯 지켜보고, 마츠리는 이상한 분위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슬슬 한계일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중얼거리자, 마츠리는 “네?”라고 미심쩍은 얼굴로 말했다.

 “한계……?”

 “차에 탄 인간들의 정신상태가 너무 안 좋아. 이대로 두면 폭동이 일어날게 뻔해.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은 강제로라도 내리게 하는 편이 나아.”

 “내리게 한다니”

 마츠리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신경 끄고, 내버려두고 가겠다는 말이죠…?”

 “맞아. 지금은 주변에 폭력을 휘두를 정도로 증상이 심한 사람은 저 차색 머리뿐이지만, 다른 인간들도 저렇게 될 가능성이 있어. 좁아터진 차 안에서 날뛰는 인간이 몇 명이나 됐다간 운전도 할 수 없게 된다.”

 “…….”

 마츠리는 내가 한 말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입술을 깨무는 듯한 얼굴을 하며 조용해졌다.

 “……그냥 버려둔다니”

 마츠리를 대신하듯 유우나가 말했다.

 “그렇게는 못해요. 내버려두기 싫어요. 난리를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제가 제압할게요.”

 “힘으로라도, 말이지?”

 “……네.”

 유우나는 아직 망설임을 떨치지 못한 듯 말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냐. 그렇지만 많은 사람을 끌어안고 가는 문제점은, 그게 다가 아니야.”

 “또…… 뭐가 있나요?”

 “식량이야, 유우나. 너도 눈치챘겠지. 최근에 들렀던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는 식량을 구할 수 없었어. 원래는 나라에서 시코쿠까지 차로 가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아. 식량이 부족해질 일도 없었지.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 탓이겠지.”

 “…….”

 “하늘에 대한 공포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사람들한테, 식량이 부족하다는 공포까지 더해지지. 내버려두면 차 안은 지옥으로 변해.”

 “쿠미코 씨는, 버스에 탄 사람들을…… 내리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나요?”

 유우나는 불안하다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사실은,”이라며 나는 대답했다.

 “어떻게 하건 상관없어. 정신이 이상해진 녀석들을 내리게 하든, 이대로 모두 데리고 가든, 어느 쪽이건 상관없어.”

 유우나는 놀란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해도 괜찮다.

 어떤 선택지를 골라도, 유우나와 마츠리는 분명히 고뇌할 테니까.

 나는 『선택지가 있다』고 알려줌으로써, 유우나와 마츠리에게 『취사선택』과 『무언가를 희생한다』는 결단을 내리게 하고 싶다. 그녀들이 고뇌하고, 혼란해하고, 침착함을 잃어버리고, 정상이 아닌 행동을 고른다. 그것을 보고 싶다. 아무 일 없이 그저 버스를 달리게 하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재미있으니까.


 세토 대교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우리는 다시 버스를 멈췄다.

 휴식을 위해 멈춘 것이 아니라, 버스 안에서 몇 명이 말싸움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야기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마실 것을 두고 싸우는 모양이었다.

 “싸우면 안 돼요!”

 유우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멈추려들었다. 마츠리도 유우나의 뒤를 쫓았다.

 유우나는 스스로 말했듯, 소란은 자신이 막으려는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감정이 고조된 어른들이란 애들이 하는 말로는 가라앉힐 수 없다. 혹시나 말싸움에서 폭력으로 나아가버리면, 유우나도 힘으로 막아야만 할 것이다.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소란은 그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유우나나 마츠리가 멈추려고 나섰기 때문에 소란이 멈춘 것은 아니다. 검은 셔츠의 하수인 두 명이 말싸움에 끼어들어 중재한 모양이다. 운전석과는 거리가 있어서 그들이 말하는 내용까지는 잘 듣지 못했다.

 유우나와 마츠리는 안도한 표정을 보이며, 내가 있는 운전석으로 왔다.

 “싸움이 멈춘 것 같군. 무슨 일이었어?”

 내가 질문하자 마츠리가 대답했다.

 “마실 것을 두고 싸움으로 번진 모양인데, 아직 많이 갖고 있던 분이 계셔서, 나눠주셨어요.”

 “………….”

 아무래도 검은 셔츠와 똘마니들은 버스 안에서 세력을 착실히 확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때 한 남성이 운전석으로 다가왔다. 나는 언제라도 공격할 수 있도록 자세를 취했다. 이 버스에 탄 인간의 일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갑자기 우리를 습격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방심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남자는 우리를 지나쳐서는, 손에 들고 있던 신문지를 앞유리에 붙이기 시작했다.

 “무슨 짓이야!”

 나는 그 남자를 제압했다.

 “바깥이 보여…… 바깥이…… 바깥…… 바깥이……”

 제압된 그는 잠결에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는 남자를 케이블타이와 전기테이프로 구속해서 차색 머리처럼 뒤쪽 좌석에 밀어 넣었다.

 버스 안의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빠졌다.

 버스 앞쪽에 앉아있는 비교적 정상적인 사람들도 얼굴에 피로함이 강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빨리 가줘…… 빨리…… 한계야…….”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리고 있다.

 그나마 제정신인 사람들이 이런 상태다.

 “―아.”

 갑자기 마츠리가 작게 소리를 냈다. 스케치북을 펼치더니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세토 대교 주변의 지형을 그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리로 향하는 길의 주변을 검게 칠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봤던 지도들보다도 더 신경을 써서 열심히 칠하는 것 같았다.

 “또 감지했어?”

 “네…… 세토 대교로 가는 길목에……”

 마츠리가 괴물들이 있는 곳을 감지할 수 있듯, 괴물들도 우리가 있는 곳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 녀석들은 마치 우리가 있는 곳을 앞질러 온다는 느낌마저 든다.

 “자세한 건 길을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세토 대교도 못 쓸지도 모르겠―”

 “이봐!”

 운전석까지 온 검은 셔츠를 입은 남자가 내 말을 막았다.

 “방금 들었는데, 또 돌아서 가려고? 앙!?”

 “……그럴지도 몰라.”

 “너도 알고 있잖아! 어이! 이 버스에 탄 녀석들은 전부 한계야! 이 이상 우회하지 마! 더는 무리라고, 부탁 좀 하자! 응?! 바로 세토 대교로 가달라고!”

 차에 탄 사람들의 시선이 목소리를 높이는 검은 셔츠에게 모였다.

 조금 전에 그가 지금처럼 우회하는 것을 부정했을 때는 사람들은 그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 사람 말이 맞아…….”

 “이 이상 시간을 들이는 건…… 더는 무리라고.”

 검은 셔츠의 말에 찬동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버스에 탄 인간들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가요. 쿠미코 씨.” 유우나가 말했다.

 “세토 대교를 건너서, 시코쿠로 가요. 괜찮아요, 그 괴물들이 나타나도 제가 싸울게요.”

 유우나의 말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그래. 이 애한테는 괴물들을 두들겨 팰 수 있는 힘이 있잖아! 이 애가 괴물들을 쓰러뜨려주면 건너갈 수 있다고!”

 검은 셔츠가 목소리를 높인다.

 “……조금, 문제가.”

 마츠리는 말하기 꺼려진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문제?”라고 내가 물어보자,

 “세토 대교 근처를 막고 있는 괴물…… 지금까지 봤던 것들하고는 약간 다른 느낌이 들어요……. 뭔가, 무서운…… 안 좋은 느낌이 들어요. 유우나라도, 덤볐다간 무사하지 않을…… 지도…….”

 할 말을 고르듯 이야기하는 마츠리를, 검은 셔츠는 화가 난다는 듯 노려봤다.

 나는 검은 셔츠가 말을 꺼내기 전에 틀어막듯 말했다.

 “지금까지 봤던 괴물하고는 다르다, 이 말이지. 검증해볼 수밖에 없겠는데.”

 마츠리가 감지한 괴물들이 있는 곳은, 세토 대교를 차로 건너기 위한 통로, 세토 중앙 고속도로 위였다. 그 도로는 길지만, 쿠라시키 시의 코지마라는 지역으로 이어지는 주변에 괴물들이 있는 모양이다.

 나와 유우나와 마츠리는 코지마의 작은 산 위에 있는 신사에 왔다. 이 산은 세토 중앙 고속도로에서 비교적 가까우니 여기서 괴물들의 상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버스는 산기슭에 정차해뒀다. 검은 셔츠한테도 “따라올 거냐?”라고 물어봤지만, 그는 두렵다는 얼굴로 고개를 옆으로 저을 뿐이었다. 전에 괴물들을 보러 갔다가 죽을 뻔했다는 것이 트라우마로 남은 모양이다.

 신사의 경내에 사람의 기척은 없다. 이미 다 떠난 모양이다.

 신전 근처에 사닥다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그것을 이용해 신전의 지붕에 올라갔다. 그리고 버스로 이동하던 도중 손에 넣은 쌍안경으로, 신전 위에서 세토 중앙 고속도로 쪽을 보았다.

 “……있다.”

 자동차도에서 부유하고 있는 몇 마리의 하얀 괴물이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몇 번이고 봤던 거대한 곤충처럼 생긴 괴물뿐이 아니라, 처음 보는 형상을 한 괴물도 있다. 처음 보는 유형의 괴물은, 지금까지 봤던 괴물들보다도 몸체가 더 컸다.

 “어때요 ̄. 쿠미코 씨 ̄!”

 지붕 아래에서 유우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어. 마츠리가 말했던 장소에 있어. 본 적 없는 모양을 한 괴물도 ̄”

 나는 말하던 도중에 신전 지붕 위에서 뛰어내렸다.

 곧바로, 엄청난 소리가 나며, 신전이 폭발하듯이 파괴되었다.

 “어……!? 무, 무슨…….”

 당혹해하는 마츠리와 유우나.

 “괴물 무리 중 한 마리한테 공격을 받았다. 처음 보는 유형의 괴물이 있었는데, 원거리 공격도 가능한 모양이군.”

 그 괴물은 몸에 가시 같은 것이 나있다. 그 가시를 발사해서 우리를 공격했다.

 가시가 난 괴물이 있는 장소에서 이 신사까지는 수백 미터는 될 테지만, 무서울 정도로 정확히 이곳을 사격했다.

 “도망쳐!”

 나는 유우나와 마츠리를 재촉해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방금 전까지 있던 장소에 두 번째 가시가 날아와 지면을 깎아냈다. 그 근처에 심어졌던 나무도 가시가 지나간 탓에 산산이 부서졌다.

 “꺄아아아아악!”

 흙과 나무의 파편이 하늘에서 춤췄다. 마츠리는 도망치면서 비명을 질렀다.

 산기슭에 정차해둔 버스까지 돌아온 우리들은, 바로 버스를 출발시켰다.

 다행스럽게도 가시가 난 괴물은 우리가 타고 있는 버스까지 공격하지는 않았다.

 버스에 있는 사람들은, 방금 소음이 들렸는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를 불안하다는 듯 질문해왔다. 우리가 초조해하는 것을 보고 예삿일이 아니라 느꼈을 것이다.

 “괴물들의 공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우리들이 봤던 괴물들보다, 한참 더 강하고 귀찮은 신종이 세토 대교 앞에 모여있어. 저것과 싸우는 건 위험하다. 세토 대교는 건너갈 수 없어.”

 나의 설명을 듣고, 승객들은 절망적인 표정을 보였다.

 “기, 기다려! 멋대로 정하지 마!”

 검은 셔츠가 소리를 지르더니, 유우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괴물은 이 꼬맹이가 쓰러뜨릴 수 있잖아! 가! 세토 대교로 가라고!”

 유우나가 나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쿠미코 씨! 제가 싸워서 쓰러뜨릴게요! 세토 대교 쪽으로 가주세요!”

 “안 돼!”라고 마츠리가 소리를 질렀다.

 “멀리서 공격할 수 있는 괴물이 있다니까! 유우나는 괴물한테 가까이 가야 싸울 수 있잖아! 너무 위험해!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잘못하면 죽을지도 몰라!”

 “우리들도 한계라고! 이 꼬맹이보고 싸우라고 해!”

 “그만하세요! 유우나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싸우면 부상을 당한다구요! 당신은 부끄럽지도 않아요!? 이런 아이한테 싸우라고 하고, 위험을 겪도록 만들려고 한다니!”

 “……크.”

 검은 셔츠는 언제라도 마츠리를 덮칠 듯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주먹으로 때린다는 방법이 유일한 공격 방법인 유우나는 멀리서 공격할 수 있는 적에게 불리하다. 적은 수백 미터나 되는 거리에 있는 표적을 정확히 꿰뚫을 수 있다. 유우나가 싸우려고 해도,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 죽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시코쿠에 갈 방법이 사라진 건 아니야. 시마나미 해도가 남아있다. 그쪽으로 가지.”

 나는 핸들을 쥐며 그렇게 말했다.


 시마나미 해도는, 혼슈의 히로시마 현부터 시코쿠의 에히메 현 사이에 있는 섬들을 다리로 이어 만든 도로다. 보행자도 자동차도 지나갈 수 있도록 되어있다. 세토 대교에서 시마나미 해도까지는 100km 약간 넘게 가야한다.

 물론 그곳으로 향하면서도 몇 번 휴식을 하면서 움직여야 하니, 간단하게 도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버스로 이동하던 도중, 유우나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역시 자기가 싸울 테니, 세토 대교 쪽으로 가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냐? 유우나.”

 나는 버스를 운전하면서, 운전석 뒤쪽에 있을 유우나에게 말을 걸었다.

 “네……. 제가 싸우면…… 그렇게 해서 시코쿠로 들어갈 수 있으면, 그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자기희생정신의 표본이구나, 너는.”

 내가 비꼬듯이 말하자, 유우나는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희생……?”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희생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이다. 너는 그렇게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 싸우고 있지. 너 자신한테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도. 그걸 『자기희생』이라고 해.”

 유우나의 옷은 누더기처럼 변했고, 몸도 지금까지 싸우면서 입었던 상처가 훤히 드러나있다.

 “그런 것하고는, 다른 것 같아요.”

 유우나는 침울한 목소리로 “아마도 그런, 고귀한 생각하고는 달라요. 저는…… 사람들이 싸우는 모습이나 괴로운 모습을 보기 싫으니까…… 그게 가장 큰 이유예요. 지금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괴로워보이고, 부글부글거리고 화가 나있어서…… 제가 그런 곳에 있기 싫고, 버티기가 힘든 거예요. 제가 싸우는 건 제멋대로인 이유예요. 그러니까 제가 다치는 것 따위는 신경 쓰지 마세요…….”

 “제멋대로인 이유가 아니야.”

 마츠리가 유우나를 끌어안으며, 달래듯이 말했다.

 “유우나가 싸우는 건 역시 자기희생이야. 어떤 이유건 자기가 다치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 움직인다면, 그건 자기희생이야. 이 버스 안이 이렇게 된 것도, 유우나의 책임이 아니야.”

 “…….”

 유우나의 표정은 변함이 없다.

 마츠리의 말이 얼마나 상냥하건, 유우나에게는 분명 닿지 않는다.

 “뭐, 네가 얼마나 싸우고 싶다 해도, 지금은 그만둬라. 멀리서 공격하는 괴물이 있는 상황은 네 힘으로는 돌파할 수 없어. 네가 괴물을 쓰러뜨리려 가까이 다가갔을 때면, 이 버스는 이미 꿰뚫려있을 거다.

 너는 괴물이 날리는 가시를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버스는 너만큼 움직이지 못해. 네가 싸운다고 해서 어떻게 될 상황은 아니야.”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유우나와 마츠리 사이에 있는 거대한 도랑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몇 번째 쉬고 있었을까. 나(ボク)는 횟수 세기를 그만뒀다.

 우리들이 타고 있는 버스는, 시마나미 해도를 향하던 도중에 보였던 슈퍼마켓의 주차장에 정차되어있다. 쿠미코 씨는 나와 유우나에게 쪽잠을 자두라고 했지만, 나는 잠들지 못하고 그냥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옆에 있는 유우나는 잠에 들어 얕은 숨을 내쉬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라에서 떠난지 얼마나 지났을까? 요즘 시계를 본 적이 없다. 지나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할수록 이 여행이 끝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피폐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어이. 일어나.”

 눈을 떴다.

 좌석 옆에 검은 셔츠를 입은 남자가 있었다. 감정이 사라진 듯한 무표정을 짓고 있다. 그가 분노하거나 화가 날 때의 얼굴은 몇 번이고 봤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어서 꺼림칙했다.

 “……왜, 왜요……?”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할 얘기가 있다. 잠깐 밖으로 나와.”

 남자는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옆에서 자고 있는 유우나가 깨지 않게 하려는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남자가 말하는 대로 버스에서 내린 뒤였다.

 버스에서 내리자 검은 셔츠 남성의 하수인 두 명과, 그밖에도 음험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서있었다. 모두가 나를 찢어질 듯 노려보고 있었다.

 검은 셔츠의 남성에게 팔을 붙잡힌 나는 버스에서 약간 떨어진 장소로 끌려갔다. 다른 사람들도 나를 둘러싸듯이 걸어오고 있다. 도망칠 수 없다.

 “이봐, 모두의 의견을 듣고 싶다!”

 그는 버스에서 수십 미터쯤 떨어진 장소에서 멈춰서,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나는 시마나미 해도로 가는 것보다, 세토 대교로 가야 옳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체력은 한계다! 다친 사람들도 있고, 건강을 해친 사람도 있지. 무엇보다도 식량이 다 떨어졌다! 우리들에게 유예기간은 더 이상 없어.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조금이라도 빠르게 안전한 곳으로 가기 위해, 세토 대교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녀석들은 더 없나!”

 그의 말에 모두가 찬동하기 시작했다.

 “어어. 당연하지.” “당신 말이 맞아.” “언제까지 이렇게 다녀야 하는 건지.” “빨리 안전한 곳으로.” “이미 한계야.” “사망자가 나오면 어쩌려고?”

 분노와 울분이 목소리에서 넘쳐흐르는 것 같았다.

 등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검은 셔츠를 입은 그는 자신에게 찬동하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하얀 괴물하고 싸울 수 있는 타카시마 유우나라는 꼬맹이는, 세토 대교에 가는 쪽에 찬성하고 있다! 버스를 몰고 있는 카라스마라는 녀석도 명확하게 반대하고 있지는 않아. 결국 반대하는 사람은, 이 꼬맹이 한 명밖에 없어! 이 녀석이 세토 대교에 가는 쪽에 찬성하면, 우리는 안전하게 시코쿠로 갈 수 있다고! 이 녀석만 괜찮다고 하면 말이야! 그러니까 ̄”

 그는 나에게 눈을 향하며 노려보았다.

 “이 꼬맹이의 건방진 성격을 고쳐주면 되지. 우리에게 반항할 수 없게 말이야. 그렇지? 살짝 아픈 꼴 좀 보면, 어른을 잘 따르는 착한 아이가 될 거라고.”

 

 담배를 피우고 주차장에 돌아오니 꽤나 흥미로운 현장을 목격했다.

 버스 바깥에서, 마츠리가 검은 셔츠나 다른 인간들에게 둘러싸여있었다.

 나는 주차장에 버려진 차 뒤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았다.

 검은 셔츠가 마츠리의 팔을 잡고, 마츠리는 그것을 뿌리치고 도망치려 하고 있다.

 “그만! 그만해주세요!!”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검은 셔츠는 마츠리의 뺨을 때리고는, 배를 발로 찼다.

 “억…… 우웩…… 커억……”

 마츠리는 배를 손으로 감싸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은 채 움츠러들었다.

 “우으…… 콜록…… 으윽…… 아파…… 흐으……”

 검은 셔츠는 움츠러든 마츠리의 머리카락을 잡아 고개를 들어올렸다. 마츠리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줄까…….”

 가학적인 표정을 짓는 검은 셔츠.

 나는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지만, 마츠리를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

 아직 치명적인 상황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더, 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 일이 지난 후의 마츠리나 유우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마츠리를 따르게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폭력으로 굴복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수치심으로 지배하는 것도 가능하다. 절망에 빠질 때까지 고통을 가하면 사람은 누구나 순종하게 변한다. 굴욕적인 영상을 촬영해서 말하는 대로 하게 한다는 방법도 있다.

 “자…… 잠시만……”

 마츠리는 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때리지 말아요. 도와주세요. 구원을 바라는 말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 아니었다.

 “이런 건…… 하면 안 돼요……. 당신들이 하려는 건…… 범죄예요……. 지금은 경찰도 법률도,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만약에 세계가 평화롭게,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시코쿠가 정말로 안전한 곳이라면…… 그때, 여러분들은 자기가 지은 죄를 분명 후회할 거예요. 그러니까, 그만해주세요……!”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이 녀석은?

 평화로운 세계로 되돌아갔을 때?

 시코쿠가 안전한 곳이라면?

 올바르게 살아간다?

 ……미쳤나?

 세계가 원래대로 되돌아갈 리가 없다. 당장 일본의 얼마만큼이 무사히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건이 발생한 때의 SNS을 보고 추측하자면 관동지방과 관서지방은 괴멸에 가까운 상태이다. 일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지역이 사라진 지금, 이 나라는 이미 끝난 것이다.

 시코쿠나 아주 약간의 몇몇 지역이 무사하다고 해도, 예전과 같은 삶을 되돌릴 수는 없다.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는 건 터무니 없는 소리다.

 마츠리가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건가?

 그 정도로 어리석다고?

 “지금은 이렇게 끔찍한 세계가 되었지만…… 인간은 분명, 노력해서,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어요. 그렇게 됐을 때, 여러분은 더 이상 당당하게 살아갈 수 없게 된다고요!”

 마츠리는 쥐어짜듯이 호소했다.

 뭐냐, 그게 ̄

 마츠리는 모르는 것이 아니다. 믿고, 바라고 있을 뿐이다.

 인류가 셀 수 없는 상처를 입어도, 원래대로 세계를 되돌릴 수 있다고.

 우리는 반드시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하게, 강하게 믿고 있다.

 “닥쳐!”

 검은 셔츠가 마츠리의 뺨을 팼다.

 몇 번이나.

 그래도 마츠리는, 남자에게 굴복하지 않았다.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면” “평화로운 세계가 된다면”이라는 헛소리를 계속 말했다.

 나는 ̄ 타카시마 유우나와 요코테 마츠리를 같이 보았을 때, 타카시마 유우나야 말로 나의 정반대인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틀린 생각이었다.

 요코테 마츠리야말로 나와 정반대인 인간이었다. 이 여자는 내 앞에서 사라져야 한다.

 나는 차 뒤편에서 일어섰다.

 “어이. 뭐하냐, 너희들?”

 검은 셔츠와 똘마니들이 나를 보더니, 동요하기 시작했다.

 마츠리는 아연하게 나를 보고 있다.

 “쿠, 쿠미코 씨……?”

 “마츠리. 눈 감아라.”

 “네?”

 “빨리, 눈 감으라고! 내가 됐다고 할 때까지 눈 뜨지 마라.”

 “네…….”

 마츠리가 눈을 감은 것을 확인하고, 나는 검은 셔츠의 똘마니 중 한 명에게 다가가 그의 귀를 잡았다. 그리고 숨겨뒀던 과도로 귀를 잘라 뜯어냈다. 뜯어낸 그것을 땅바닥에 버리고 신발로 밟았다.

 검은 셔츠는 동료의 상태를 보고, 경직된 목소리를 내더니 한심하게도 엉덩방아를 찧었다.

 “너희들도 이렇게 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버스로 돌아가라.”

 이곳에 있던 검은 셔츠와 똘마니들 이외의 인간들에게, 피로 젖은 과도를 보이며 말했다.

 “어차피 너희들은, 저 검은 셔츠가 식량이나 물을 나눠주겠다고 해서 협력했을 뿐이겠지? 정말로, 마츠리를 두들겨 패려고 한 녀석은 있나? 있으면, 손 들어.”

 손을 드는 인간은 없었다. 모두 시퍼런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없군. 그러면, 안심해라. 이 검은 셔츠 녀석이 갖고 있는 식량과 물은 내가 몰수해서, 모두에게 나눠주겠다. 이 이상 이 녀석을 따라서 이득 될 건 없어…… 알았으면 빨리, 버스로 돌아가!”

 나이프를 휙 휘둘러보이자, 모여있던 녀석들은 도망치듯 버스 안으로 돌아갔다.

 나는 과도를 던져버리고, 케이블타이와 전기테이프를 이용해 귀가 뜯긴 고통에 시달리는 녀석의 팔을 포박했다. 그러면서 그의 귀를 전기테이프로 덮어 피가 보이지 않게 했다.

 “이제 눈 떠도 돼.”

 내가 그렇게 말하자 마츠리는 눈을 떴다. 구속된 상태로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뱉는 남자를 보며, 마츠리는 동요하고 있었다.

 “쿠, 쿠미코 씨…… 무슨 짓을……”

 소리나 목소리, 그리고 눈앞의 상황을 보고,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알아차린 모양이다.

 “상대방이 머릿수가 많고, 정직하게 덤비면 내가 져. 그러니까 위험성을 요란하게 어필해서 물러나게 한 거야. 어차피 귀 하나 잘렸다고 죽지는 않아. 버스 안에 붕대나 소독약도 있어. 의사인 남자한테 말하면 치료해주겠지.”

 마츠리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검은 셔츠에게 다가가 그 녀석도 케이블타이와 전기테이프로 구속했다. 그 녀석은 공포 때문에 허리가 빠져선, 저항할 수 없게 되어있었다.

 “나는 이 녀석을 처리하고 오지.”

 “처리라니…… 뭘……?”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주차장에 있는 버려진 차들을 빠짐없이 조사해서 차키가 남아있는 차를 발견했다. 구속한 검은 셔츠를 그 차의 뒷좌석에 밀어넣고, 시동을 걸었다.


 자동차를 몰고 나갔던 쿠미코 씨가 돌아온 것은, 한 시간쯤 지난 후였다.

 쿠미코 씨는 검은 셔츠의 머리카락을 붙잡아 자동차의 좌석에서 끌어내리고는, 버스까지 함께 돌아왔다.

 “아아, 아아…… 앗, 히, 히이이…….”

 남자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려있었고, 얼굴 전체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전에 상태가 이상해졌던 차색 머리의 여성과 비슷한 상태다. 손발을 구속당해서 난동을 부릴 수 없는 것 같지만, 만약 손발이 자유로운 상태였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쿠미코 씨. 그 사람, 어떻게 된 거예요!?”

 유우나가 검은 셔츠를 입은 그의 상태를 보고는 쿠미코 씨에게 따졌다.

 “방금 전에도, 쿠미코 씨에게 날붙이로 귀가 잘렸다는 사람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쿠미코 씨는 유우나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를 가까이에 있는 빈 좌석에 던져넣었다.

 그리고는 운전석에 앉아 버스에 시동을 걸었다.

 “쿠미코 씨!”

 유우나가 고함을 치듯 강하게 말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쿠미코 씨가 그 남자를 끌고 가고, 돌아오니 정신에 이상이 생겼다 ̄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녀는 유우나에게 대답하지 않고, 핸들을 쥔 채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마츠리. 너에게 묻고 싶다. 시코쿠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장소였다고 가정하고, 그곳에 도착하면 어떻게 할 거지? 평화롭게 되돌아간다면, 어떻게 살아갈 생각이냐?”

 “……어, 저기,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됐으니까 대답해.”

 딴소리는 하지 말라는 강한 말투였다.

 이 질문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모르겠어. 뭐라고 대답해야 정답일까, 모르겠어.

 생각하고, 망설이다가…… 결국엔, 그냥 떠오르는 그대로 입 밖으로 꺼냈다.

 “그러니까……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저는…… 아빠와 엄마가 죽었으니까…… 예전과 똑같이 살아가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 예전처럼……”

 아침에는 졸리다며 떼를 쓰면서도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특별히 다를 것 없는 아침밥을 먹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부활동도 하면서,

 오늘도 평범한 하루였다고 회상하며, 잠자리에 든다 ̄

 “……그렇게 살지 않을까 생각해요…….”

 내가 말을 마치니, 쿠미코 씨는 내뱉듯 말했다.

 “평범하군.”

 “네…… 평범해요.”

 “하여튼, 멍해질 정도로 평범해. 너는 세계가 멸망한다는 위기를 경험하고, 괴물들이 있는 곳을 감지할 수 있다는 초능력을 얻고는, 그런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삶밖에 못 바라는 거냐.”

 “……네.”

 “무서울 정도로 평범하군.”

 “……네.”

 “아아, 정말로…… 너는 평범해. 평범하게, 착한 녀석이다. 평범하게 살아간다. 그것을 바라고 그것을 실제로 할 수 있는 인간이, 무엇보다도 멋있지. 정말로, 정말로 멋있고 고귀하다고, 그건 말이야.”

 쿠미코 씨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뭘 말하고 싶은지 나는 잘 모르겠다.

 쿠미코 씨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나라를 빠져나와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공포심에 사로잡혀 마음이 무너진 녀석들이 생기고 있어.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 녀석들은 특히, 하얀 괴물들과 만난 이후에 정신이 무너진 것처럼 보인다. 그 괴물에 대한 공포심이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겠지. 그러니까 ̄ 실험을 해봤다.”

 “실험……?”

 “그래. 그 차색 머리 여자다. 네가 주유소 근처에서 미아가 된 꼬맹이를 찾고 있을 때, 나는 그 여자를 데리고 괴물이 있는 곳으로 갔지. 마츠리가 괴물의 장소를 감지해주니까, 자동차로 금방 갈 수 있었어. 그 괴물 근처를 자동차로 달리니 녀석에게 쫓기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잘 도망쳤지. 그건 참 재밌더라고! 괴물 녀석을 떨쳤을 때, 그 여자는 정신이 나가있었어. 그 괴물은 평범한 『위협』 이상의 공포심을 인간에게 떠오르게 하는 모양이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쿠미코 씨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방금 전에는 검은 셔츠의 녀석한테도, 그 여자랑 똑같은 경험을 시켜줬지. 아아, 무척이나 좋았어. 나는 괴물에 쫓기면서 스릴을 맛볼 수 있고, 그러면서 공포에 떨며 울부짖고 미쳐가는 인간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니, 너무나도 재미있어. 이런 때가 아니라면 이런 경험은 못하니까 말이야. 그러면서도 내가 직접 손을 쓴 것도 아니고 그 녀석이 혼자 멋대로 미쳐갈 뿐이니까, 인간 한 명 망가뜨려도 죄책감은 별로 없어.”

 “쿠미코 씨…… 대체 왜 그런 짓을……”

 유우나의 목소리가 크게 떨렸다.

 갑자기, 쿠미코 씨는 엑셀을 밟으며 버스를 가속시켰다. 유우나와 나는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다 들어!”

 쿠미코 씨는 버스 전체에 울릴 만큼 큰 소리로 말했다.

 “이 버스는 시코쿠로 안 간다! 영원히, 안전지대로는― 안 가!”


+ 마츠리가 유우나를 부를 때의 호칭은 유우 짱이지만, 그냥 유우나로 썼습니다.

+ 제목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안 잡혀서 생략했습니다.

+ 문제가 될 시에는 자삭하겠습니다. 혹시 제가 빨리 글을 지우지 않으면 삭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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