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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카라스마 쿠미코는 무녀가 아니다 5화 번역

ㅇㅇ(59.26) 2021.09.12 12:19:00
조회 552 추천 16 댓글 3
														

 …그로부터 제비는 왕자의 곁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신은 이제 아무것도 볼 수 없어요.” 라고 제비가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계속 당신과 함께 있을게요.”

 “안 돼, 작은 제비야.” 라고 가여운 왕자가 말했습니다.

 “넌 이집트로 가야만 해.”

 

 오스카 와일드 『행복의 왕자』


 --


 주변에서 소란을 피워대는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땅바닥에 엎드렸을 터인데, 몸의 감각이 없다.

 깜깜해지는 시야로, 점점 퍼져가는 검붉은 액체가 보인다.

 ……음? 생각보다 재미없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면 즐길 수 있다…… 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나는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어렸을 때, 친구들을 속여서 통금을 어기게 하고 혼나게 만들었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들을 혼나게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구나.


 /


 이 버스는 안전지대로는 안 간다.

 내가 내뱉은 말에, 버스 안이 웅성거린다.

 황당해하는 사람,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 분노하듯 얼굴이 붉어진 사람… 여러 반응이 보인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쿠미코 씨?”

 유우나가 나를 몰아붙인다.

 “무슨 말을 하고 있냐고? 말 그대로, 이 버스는 시코쿠로 안 가. 난 처음부터 안전지대로 갈 생각은 안 했어.”

 유우나도 마츠리도, 내 생각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미간을 찌푸릴 뿐,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다.

 “애초에” 라고 나는 엑셀을 밟으며 말했다.

 “이상하지 않았나? 나라에서 시코쿠까지 가는데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리가 없지. 평소대로 가면 한나절이면 갈 수 있는 거리야.”

 “그건…… 길이 막혀있거나, 위험해 보이는 길을 피해서 멀리 돌아왔으니까….” 라고 마츠리가 쥐어짜내듯 말을 늘어놓았다.

 “물론, 그것도 한 가지 이유기는 해. 그렇지만 『정말로 필요해서 멀리 돌아온 것』인지는 아무도 검증해보지 않았어.”

 “네……?”

 “내가 불필요하게 길을 계속 바꾸면서, 일부러 시코쿠에 도착하지 못하게 운전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가 정말로 시코쿠에 갈 생각이었으면, 한나절이면 도착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왜…….”

 마츠리는 경악했다.

 “……왜? 왜 그런 짓을……? 쿠미코 씨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예요……?”

 “그건 내가 할 말이야!!!”

 “!?”

 분노하며 내던진 내 말에 유우나와 마츠리는 움찔했다.

 “너희들이야말로, 안전한 곳으로 가서 대체 뭘 하고 싶은 거냐!? 안심, 안전, 평화로운 세계에는 대체 뭐가 있지? 말해봐라!! 대체 뭘 얻을 수 있냐고!? 응!!?”

 “무, 뭐냐니…….”

 “……인터넷은 한참 전에 끊겼으니까, 지금 시코쿠 상황이 어떤지는 알 수 없어. 며칠 전에는 안전지대였던 것 같지만 지금은 다른 곳처럼 붕괴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만에 하나 시코쿠만이 어떤 이유가 있어서 안전한 곳이 되었다면, 이 여행은 이제 끝이야. 괴물들과 싸우며 살아나가는 즐거운 시간은 끝난다.”

 “끄, 끝나면 좋잖아요! 하나도 안 재밌어요!”

 “마츠리. 너한테는 그렇겠지. 그런데, 유우나는 어떨까?”

 “네?”

 유우나는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이 녀석은 나랑 동류야. 아니, 나 같은 것보다도 훨씬 더 이상해. 이렇게 어린 꼬맹이가 타인을 위해 자기희생정신으로 괴물이랑 싸운다니까? 그것도 떼거지로 몰려가도 상대도 못하는 괴물을 주먹 하나로 두들겨 패고 있지. 그런 꼬맹이가 정상일 리가 없잖아? 이런 녀석은 보통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살면 무조건 불행해져. 주변에 있는 인간들이 그런 녀석들을 배척하려하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기보다는, 괴물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사는 편이 행복할 거다. 체질에 맞는다고.”

 “그럴 리가 없어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사는 편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게 당연해요!”

 마츠리는 호소하듯이 말했다.

 유우나는 불치병을 선고받은 환자라도 된 양,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굳어있던 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그녀는 바로 정신을 차리더니 또다시 성인군자 같은 인간성을 보였다.

 “저…… 저는 어떻게 되어도 괜찮아요! 이 버스에는 안전한 곳으로 가고 싶은 사람들이 잔뜩 있어요! 버스를 멈춰주세요! 시코쿠로 가주세요!”

 “싫은데.”

 내가 가학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하니, 유우나는 버스를 탄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 주변에 있는 것들을 잘 잡아주세요! 흔들릴 거예요!”

 이렇게 말하더니, 유우나는 옆에서 내가 쥐고 있던 핸들을 붙잡고는 억지로 돌렸다.

 버스는 진로를 벗어나 도로변의 콘크리트 벽에 차체를 문대고 있다.

 뒤쪽에서는 비명소리가 울렸다.

 차체가 받는 마찰 때문에 버스의 속도가 느려졌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브레이크를 밟고 정차했다.

 “크크, 설마 힘으로 멈추게 할 거라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유우나의 손목을 잡고는 비틀어 바닥에 쓰러뜨렸다.

 “우왓!”

 그 틈에 나는 운전석에서 일어나 버스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기다려요! 어딜 가는 거예요!?”

 마츠리와 유우나가 나를 쫓아 버스에서 나왔다.

 “안 도망가. 좁아터진 차보다는 바깥에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 뿐이야.”

 나는 유우나와 마츠리를 마주보았다.

 “자. 버스를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야. 그러니까 저기 있는 사람들을 시코쿠로 데려가려면 나는 있어야 돼. 유우나. 저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네 명령을 억지로라도 듣게 해야만 해. 너라면 나를 힘으로 꺾고 명령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피우기 시작했다.

 “……덤벼, 유우나. 나를 굴복시켜보라고.”

 “잠깐만요! 왜 유우나랑 쿠미코 씨가 싸워야 하는 건데요!?”

 마츠리가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야 재미있으니까 그렇지. 내 행동원리는 언제나 그거야.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는 게 너무 즐겁다. 그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지. 타카시마 유우나와 싸우는 것도 그래.”

 나는 피우던 담배를 던져버리고, 땅을 딛고는, 몸을 비스듬히 돌리며 자세를 잡았다.

 “유우나. 너는 어떻게 할 거냐? 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재밌어. 괴물을 두들겨 패는 힘으로, 일반인일 뿐인 나는 짓눌러버릴지. 아니면 일반인한테는 역시 아무것도 못하겠어?”

 “……알겠어요. 조금…… 아플 거예요.”

 유우나가 주먹을 쥐고 자세를 갖추었다.

 “그래, 그래. 그렇구나아.”

 “….”

 유우나는 자세를 잡기만 하고, 공격해오지 않았다. 1초, 또 1초, 시간이 흘러간다.

 “망설이고 있냐? 유우나.”

 “에…….”

 “너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만약 내가 상대를 죽여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네 주먹은 그 괴물들도 죽일 수 있을 만큼의 힘이 있지. 그런 주먹으로 일반인을 때려버리면 죽지 않을까? 유우나, 너는 포박술 같은 기술은 안 배웠지? 어디까지나 타격계인 기술이 중심이야. 제대로 힘조절을 해서 상대가 죽지 않도록 패고는, 굴복시킬 수 있을까?”

 “…….”

 유우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자세를 풀고, 무방비하게 유우나에게 다가갔다.

 “그 괴물들을 분쇄할 수 있는 주먹이면, 살짝 닿기만 해도 인간 따위는 죽어버릴지도 모르지. 몸뚱이를 피떡이 되도록 부숴버리고는, 보기에도 무참한 고깃덩이로 만들어버리는 건 아닐까? 유우나, 살인은 무섭냐?”

 “으…….”

 나는 유우나의 눈앞에 서있다. 그녀의 눈에는 망설임과 주저함이 있다. 이 녀석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에 지나치게 서툴다.

 “싸우지 못하겠으면, 이제 그만둬라. 나랑 같이 붕괴된 세계를 돌아다니자. 너처럼 특별한 힘을 가진 인간이, 평범한 세상에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 힘을 휘두를 수 있는 곳에 있는 것이, 너에게 가장 유의미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야.”

 “……우오오!”

 유우나는 괴로움을 떨치듯 주먹을 내질러왔다.

 나는 그것을 피하면서, 유우나가 주먹을 휘두르는 힘을 흘리면서 다리를 걸었다. 그녀의 몸을 지면에 엎드리도록 쓰러뜨렸다.

 “크윽.”

 주머니에서 케이블 타이를 꺼내, 쓰러진 유우나의 양손을 뒤쪽으로 돌리고는 결박했다.

 “역시 너는 인간한테는 온 힘으로 주먹질을 못하는 모양이군. 그 괴물들을 상대할 때랑은 비교도 못할 정도로 움직임이 멋이 없었어.”

 “우으……읏!”

 “슬슬 버스로 돌아가자. 나랑 같이,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괴물들이 넘쳐나는 세계에서 살자.”

 나는 유우나를 어깨에 메고 버스 쪽으로 걸어갔다.

 “머, 멈춰요!”

 나를 막아서는 목소리의 주인은, 마츠리였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유우나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돌아봤다.

 “왜?”

 “…….”

 나에게 멈추라고 한 마츠리는, 말을 잇지 않고 있다.

 “마츠리. 나는 이제 너한테는 볼일이 없어. 이 이상 너를 데려갈 생각은 없다.”

 “네?”

 “너는 지금부터 시코쿠로 보내줄게. 너처럼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인간은 필요 없어.”

 “무슨……말을 하시는 거예요?”

 “나는 이제 너한테 간섭하지 않아. 그러니까 너도 우리한테 간섭하지 마라.”

 “간섭 같은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유우나를 돌려줘요! 유우나는 우리들과 함께 시코쿠로 갈 거예요!”

 마츠리가 나를 붙잡으려들었다.

 나는 그 손을 붙잡아 등 뒤로 돌렸다. 마츠리의 팔 관절이 삐걱댔다.

 “앗, 아파……!”

 “약하구나, 범인(凡人).”

 “으으…….”

 “나랑 유우나랑 너. 너는 유우나를 너와 동류라고 생각하고 나만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틀렸어. 유우나는 애초부터 나랑 동류다. 다른 건 오히려 너야.”

 “제가…… 유우나나 쿠미코 씨랑은 다르게, 평범하다는 건 알고 있어요……! 괴물들에게 맞설 힘도 없어…….”

 “아니, 이건 정신적인 문제야. 너랑 유우나는 정신적으로 너무 달라. 그 증거로 지금까지 네가 유우나에게 건넨 말은, 아무것도 유우나의 마음에 영향을 주지 못했지.”

 “……!”

 마츠리는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떴다.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유우나는, 슬퍼보이는 표정으로 마츠리를 보고 있었다.

 “너와, 유우나나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괴물놈들이 우글대고 사람을 죽여대고, 우리는 그놈들과 싸워나가야만 하지. 그런 세계를 받아들이고 있는가, 아닌가. 그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괴물들과 공존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가, 없는가. 유우나는 그걸 하고 있어. 그러니까 우는 소리 한 마디 없이 괴물들과 아무렇지 않게 싸울 수 있는 거야. 그런데 너는 괴물들과 함께 사는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냐, 마츠리? 너는 괴물들이 없는 세상을 바라고 있지?”

 “…….”

 “너와 유우나는 동전의 앞뒷면만큼 멀리 떨어져있어. 너보다 내가, 유우나를 잘 활용해줄 수 있지. 너한테 볼일은 없…… 큿!?”

 그 순간, 발등에 격통이 느껴졌다. 시선을 내려 바라보니 마츠리가 내 발을 있는 힘껏 밟고 있었다. 

 동시에 그녀의 손바닥이 내 뺨을 때렸다. 영화나 만화처럼 큰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완벽한 기습이었던 탓에 시야가 한순간 흔들렸다.

 “알고 있다고!”

 마츠리는 작은 몸으로 나를 들이받아 지면에 쓰러뜨렸다. 몸에 올라타서는 멱살을 움켜쥐었다.

 “말 안 해도 알고 있어, 그렇다는 건! 내가 하는 말이 유우나를 바꾸지 못한다는 것도, 실은 내가 유우나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도! 그래도 평범하게 사는 편이 더 좋아! 유우나도, 쿠미코 씨도 평범하게 사는 편이 나아! 평범한 삶을 나쁜 것처럼 말하지 마!”

 나는 마츠리의 한 손의 검지와 중지를 잡아 꾸욱 누르며 꺾었다.

 “아아아악!?”

 손가락이 부러지는 고통이 느껴졌을 터이다. 마츠리의 몸이 약간 뜬 사이에 나는 몸을 움직여서 마츠리를 넘어뜨렸다.

 이번엔 마츠리가 내 아래에 있다.

 나는 마츠리의 목에 손을 대었다.

 “나쁘다고 말할 생각은 없어. 오히려 나는 네가 부럽다, 마츠리.”

 “우으으….”

 손에 조금씩 힘을 주며, 목을 압박해간다.

 “평범하게 사는 삶이란 대단한 거다. 나는 널 시코쿠에 보내주겠다고 얘기하고 있는 거야. 너는 가서 평범하게 살면 돼. 우리들은 거기에 안 가. 그러면 된 거 아니냐. 왜 이해를 못해?”

 “쿠미코 씨야말로 왜 모르는 건데!”

 마츠리가 무아지경으로 팔을 휘둘렀다. 나는 목에서 손을 떼고 마츠리의 팔을 붙잡아 멈추게 했다. 마츠리의 양팔을 내가 양손으로 붙잡은 탓에 둘 다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좋을 리가 없잖아! 괴물이 득실대는 세상에 사는 것보다는, 위험 속에서 사는 것보다는, 평화롭게 사는 쪽이 훨씬 나은 게 당연하잖아! 쿠미코 씨는 왜 그걸 모르는 거야!?”

 나는 마츠리의 양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케이블 타이로 묶어 구속했다. 이제 마츠리는 움직이지 못할 터이다.

 “풀어! 풀라고! 우으으으윽!”

 마츠리가 팔에 힘을 줘보지만, 케이블 타이는 힘으로 풀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잘못하면 피부가 상처를 입고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마츠리는 피를 보지 못하니 그렇게까지 괜한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마츠리를 두고 유우나에게 걸어갔다.

 “으아아아아아!”

 그때, 뒤에서 마츠리가 내 등을 몸으로 들이받았다.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윽!?”

 “유우나를 데려가지 마! 데려가지 말라고!”

 “닥쳐!”

 마츠리의 발을 쓸어내듯 걸어서 쓰러뜨렸다.

 하지만 마츠리는 곧바로 일어서서 계속 몸통으로 덤벼들었다. 양손이 구속된 상태로는 몸통박치기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별로 아프지는 않지만 몇 번이고 계속 그러는 걸 보니 짜증이 났다.

 나는 마츠리의 배에 무릎차기를 먹이고는 턱을 손바닥으로 때렸다.

 “커헉, 카학…… 으으…….”

 마츠리는 땅바닥에 쓰러져서는 배를 붙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나는 마츠리의 다리도 케이블 타이로 묶었다. 이제는 일어서지도 못할 것이다. 나는 마츠리에게서 등을 돌렸다.

 “큭, 하아, 하…… 기다려……!!”

 뒤에서 마츠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걸 무시하고 유우나에게 걸어갔다.

 사지를 묶인 상태로는 일어서지도 못할……

 그 순간, 팔에 엄청난 아픔이 밀려왔다. 뇌를 꿰뚫는 듯한 고통이다. 이 느낌은 받아본 적이 있다. 무언가에 찔렸을 때 느껴지는 아픔이다.

 내 왼팔의 위쪽이 뒤쪽에서부터 볼펜으로 꿰뚫려있었다.

 “그아아아악!”

 고통으로 한순간 의식이 흐릿해졌다. 쓰러질 뻔했다. 하지만 단전에 힘을 주고 호흡을 가다듬어서 어떻게든 의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찔린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누가 찔렀지?

 내 뒤에 있는 건 마츠리뿐이었다. 하지만 마츠리는 사지를 묶어두었으니 설 수도 걸을 수도 없다. 펜을 어딘가에 숨겨두었었다고 해도 나에게 다가올 수가……

 뒤를 돌아보니, 마츠리는 나의 바로 뒤에 서있었다.

 사지를 묶어두었던 케이블 타이는 어째선지 풀려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하, 하앗, 하아, 우으으윽.”

 마츠리의 호흡이 거칠다. 내가 때렸던 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내 팔에서 흐르는 피를 봤기 때문이다. 피를 보면 플래시백을 일으키는 주제에, 그런데도 망설임 없이 팔을 찌른 건가.

 “으아아아아아아아!!”

 마츠리는 울부짖는 듯 소리를 지르고는 내 면상을 팼다. 이번엔 손바닥이 아니라 주먹이었다.

 잠깐 의식이 끊겼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땅바닥에 드러누워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래선 곤란하다. 팔에서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마츠리에 집중할 수가 없다. 조잡하기 짝이 없는 주먹질도 막을 수가 없다.

 마츠리는 누워있는 내 몸에 올라타고는, 팔을 찌른 것과는 다른 펜을 목에 들이밀었다.

 “시코쿠로 가주세요……! 당신도, 유우나도, 버스에 있는 사람들도…… 다같이, 안전한 장소로 가요……!”

 “마츠리…… 대체 어떻게, 그걸 풀었냐…?”

 “하아, 하앗, 전에 쿠미코 씨는, 학자는 전공 말고는 아는 게 없다고 하시더니, 정말로 그런가보네요. ……케이블 타이는…… 하아, 하아, 그걸로 손이 묶여도…… 방법만 알고 있으면 생각보다 쉽게 뜯어낼 수 있어요. 손이 풀리면 다리는 더 쉬워요…….”

 “……하하, 그렇군. 그건 몰랐어.”

 아마도 마츠리는 처음부터 기습적으로 먹일 한 방만 노렸을 것이다. 케이블 타이를 푸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풀지 않고 우직하게 몸통으로 덤벼들었던 것도, 나를 방심하게 만든 다음에 기습을 확실하게 성공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흔해빠진, 평범한 사람다운 작전이다.

 “이제…… 이제 됐잖아요, 쿠미코 씨…… 시코쿠로 가죠.”

 “…….”

 “안전한 곳이 뭐가 나빠요. 평화로운 세상이면 됐잖아요…….”

 “나는,”

 마츠리를 공격하겠다는 마음은 전부 사라졌다. 

 “네가 부럽다고 했잖아. 그건 진짜야. 평범하게 살아서 행복하다면 그게 제일이다. 나는…… 너처럼 되고 싶었다. 너처럼, 평범하게 살면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우리는 버스로 돌아갔다. 유우나에게 묶어둔 케이블 타이도 풀었다.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은 상처투성이인 우리를 보고 흠칫하며 놀랐다. 그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귀찮았던 나는 한 마디로 말했다.

 “지금부터 시코쿠로 간다.”

 그들은 웅성거리면서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며 번거롭게 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있으니 결국에는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졌다.

 나아가는 길은 시마나미 해도. 펜으로 찔린 팔이 왼팔이어서 다행이었다. 오른팔만 괜찮으면 억지로라도 운전할 수 있다. 왼팔은 의사였던 청년에게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움직이려 하면 통증이 다시 찾아오는 상태였다.

 유우나는 버스로 돌아온 다음부터 말수가 적어졌다.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웃는 얼굴로 “금방 안전한 곳에 갈 테니까 안심해주세요.”라며 격려하고 있지만, 유우나의 본심이 어떤지는 예전보다 읽어내기가 힘들어졌다.

 “저는”

 시마나미 해도가 가까워졌을 때 마츠리가 툭 던지듯 말했다.

 “쿠미코 씨가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 계속 생각했어요.”

 나는 그녀의 말을 흘려들으며 버스를 운전했다.

 “쿠미코 씨가 했던 일들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괴롭히는 일들이었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쿠미코 씨는 언제나 일선을 넘은 짓은 안하려고 했어요.

 “…….”

 “쿠미코 씨가 직접 나서서 처리했던 사람들은 애초에, 버스 안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려는 사람이었거나, 누군가가 죽게 내버려두는 사람이었어요. 저와 싸웠을 때도…… 쿠미코 씨가 진심으로 덤비면 저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이런 세상에 법 따위는 구실도 못하니까 죽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안 했어요.”

 나는 대답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뿐이 아니라, 버스로 돌아다니는 도중에 쿠미코 씨가 저희를 구해주신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요.”

 “나는 말이야.”

 핸들을 쥐고 운전하며 말했다.

 “‘예상대로’나 ‘평온’이라는 것들이 무서워. 똑같기만 한 일상이나 확실하게 정해졌을 뿐인 사건들이 계속 반복된다는 그게, 그 무엇보다도 무섭다.”

 “왜 그런가요……?”

 나와 마츠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유우나가 나에게 질문했다.

 “설명은 못하겠어. 고소공포증인 인간이 높은 곳을 무서워하고, 폐쇄공포증인 인간이 좁은 공간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본능적인 공포다. 미쳐버릴 것 같아 참을 수가 없어. 나는 그런 것들을 어지럽히고 싶을 뿐이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야.”

 “참 민폐네요.”

 마츠리는 슬픈 듯 말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도 가여워요. 그런 답답하고 몸둘 바 없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니.”

 찔렸던 왼팔에서 짓누르듯 통증이 올라왔다.

 “꼬맹이였을 때, 친구였던 애들을 속여서 괴롭혔던 일이 있었어. 그렇지만 나는 그 애들을 괴롭히고 싶었던 게 아니야.”

 나는…… 평범하지 않은 것을 동경하며 내일이 오늘과 똑같지 않기를 바라는, 꼬맹이 같은 생각을 버리지 못한 채 몸만 어른이 되어버린 불량품일 뿐이다.

 마츠리는 동정하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쿠미코 씨는 분명 악한 사람이 아니에요.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 유해할 뿐.”

 “악은 아니지만, 유해하다……. 그럴지도 몰라.”

 “쿠미코 씨.”

 유우나가 말했다.

 “시코쿠에 가서도 일상이 지루하고 싫어지면, 저랑 마츠리 씨랑 쿠미코 씨랑 셋이서 만나요. 만나서, 뭘 해도 좋으니까 같이 놀아요. 그러다 보면 분명…… 쿠미코 씨가 평온하기 때문에 느낀다는 공포도 언젠가 사라질 거예요.”

 유우나는 내가 지금까지 저질렀던 온갖 나쁜 짓거리들을 모두 용서한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역시 유우나의 정신은 보통 사람의 그것이 아니다.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는 성인들과 필적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렇게 쉬울 것 같냐. 바보.”

 라고 대답했다.


 그로부터 시마나미 해도에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히로시마 현 오노미치 시에 들어서 세토 내해를 건너는 대교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버스에 탄 다른 인간들은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이렇게 금방 도착하는 곳이었냐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가는 도중에 딱 한 번, 하얀 괴물이 나타났던 때가 있었지만 유우나가 나서서 퇴치했다.

 시마나미 해도는 세토 내해에 있는 섬들과 그것을 잇는 7개의 대교로 구성되어있다. 혼슈 쪽에서 들어가며 건너가는 다리는 오노미치 대교다.

 오노미치 대교를 버스로 건너고 있는데, 도중에 차선을 막는 봉처럼 오오누사가 몇 개나 세워져있어서 길이 막혀있었다.

 “뭐야, 저건……?”

 도로에 늘어선 오오누사를 앞유리 너머로 보며 이질적인 분위기를 느꼈다.

 오오누사 뒤편에는 신사에서 일하는 칸누시나 무녀처럼 옷차림을 갖춘 이들이 여럿 있었다.

 나는 버스를 세우고, 운전석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유우나와 마츠리도 나를 따라 내렸다.

 오오누사 건너편에 있던 신관 같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들의 중심에 있는 이는 초등학생쯤 되는 것 같은 소녀였다. 어른들이 어린 소녀를 자신의 주인인 양 모시는 것 같은 광경에, 표현하기 어려운 불쾌함을 느꼈다.

 칸누시의 옷차림을 한 노인이 소녀에게 귓속말을 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없을 작은 목소리였다.

 소녀는 노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네. 신탁이 그랬으니까요.”

 라고 말했다.

 소녀는 집단에서 빠져나와 우리의 앞에 오더니, 머리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우에사토 히나타라고 합니다. 혼슈에서 이곳 시코쿠까지 피난을 오시면서 ,수많은 초상현상을 보셨을 거예요. 우선 이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저희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직 세간에 공표하지 않았고, 또 기밀처럼 다루어지는 이야기들도 많습니다만…….”

 우에사토 히나타라고 이름을 밝힌 소녀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것들을 설명해주었다.

 하얀 괴물놈들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7월 31일부터 일본 각지에 나타나 인간들에 대한 분명한 적의를 품고 인류를 학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코쿠는 괴물들이 침범할 수 없는 결계 같은 것이 있는 것인지, 극히 적은 수의 괴물들이 침범했고 피해도 적었다고 한다.

 시코쿠처럼 결계가 있는 지역이 달리 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 외의 지역들은 전부 괴멸 상태가 되었다. 시코쿠 바깥에서 피난민이 많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시코쿠 내부에서는 그들의 생활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토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소녀가 말해준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용사』와 『무녀』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용사는, 하늘에서 나타난 하얀 괴물들을 물리칠 수 있는 특수한 힘을 갖춘 소녀. 그러니까, 유우나 같은 사람들이다.

 무녀는, 토지신들의 신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신탁을 통해 괴물들이 나타날 것을 감지하기도 하고, 신들의 지시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마츠리 같은 사람들이다.

 용사와 무녀는, 수는 적지만 유우나와 마츠리 말고도 몇 명 더 있다고 한다.

 우에사토 히나타 자신도 무녀의 일원이다, 그렇게 말했다.

 

 “지금 이 세계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하늘에서 나타난 괴물의 정체는 아직 불명이예요……. 그것들에 대항하기 위해 용사와 무녀의 힘이 꼭 필요합니다.”

 우에사토의 화법은 초등학생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논리정연했다. 유우나의 정신도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소녀도 역시 평범하지 않다. 용사니 무녀니 하는 인간들은 이런 정상이 아닌 녀석들뿐인가?

 그리고 우에사토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알아차린 것이 있다.

 이 소녀는 나를 아예 보지 않는다. 그녀가 바라보는 것은 내 뒤에 있는 유우나와 마츠리 뿐이다. 하지만 우에사토 뒤에 있는 칸누시 같은 사람들은 전부 나를 주목하고 있다.

 우에사토만이 유우나와 마츠리의 중요성을, 두 사람이 『용사』와 『무녀』인 것을 알고 있다. 이것도 신탁을 내려받는 『무녀』의 힘인 걸까?

 “괴물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조직적으로 용사와 무녀를 발견해 모으고 있습니다. 용사와 무녀가 시코쿠에 도착한다는 정보를 신탁을 통해 들어서, 여러분을 모시러…….”

 “잠깐.”

 나는 우에사토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잠깐만 우에사토와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 말에 칸누시 같은 이들은 망설이는 듯 표정을 지었다. 이런 소리를 할 거라곤 생각을 안했던 모양이다. 더군다나 무녀인 우에사토는 그들에게 아주 중요한 인물일 터이다. 그런 여자애를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여자와 단 둘이 되게 만들어도 괜찮은 건지 불안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우에사토는 역시나 꼬맹이답지 않은 총명함으로 어른들의 불안함을 알아차렸는지, 그들을 안심하게 하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그녀는 저를 해칠 생각이 없습니다. 신수님의 신탁을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이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겠습니다.”

 “기다려요!”

 나와 우에사토를 갈라놓으며 나타난 건 마츠리였다.

 우에사토는 유우나의 손을 잡으며,

 “둘이서만 이야기하는 건 안 돼요. 저랑 유우나도 들을 거예요.”

 라고 말했다.


 우에사토, 마츠리, 유우나, 그리고 나는, 다른 인간들이 목소리를 듣지 못할 곳으로 이동했다.

 “너는 이 녀석들이 용사고 무녀라는 걸 알고 있지?”

 내가 우에사토에게 물어보자, 그녀는 “네.”라고 답하며 끄덕였다.

 “이 꼬맹이가 용사인 타카시마 유우나. 중학생 같은 얘가 무녀인 요코테 마츠리다. 그리고 나는…… 카라스마 쿠미코는 아무것도 아닌 일반인이야.”

 우에사토는 말없이 나의 말을 듣고 있었다.

 “우에사토. 너는 용사나 무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었지?”

 “제가 모으는 게 아니라, 나라에서 모으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좋아. 네가 발견해서 모인 용사나 무녀는 어떻게 되지? 뭘 하게 되는 거야?”

 “그건…… 모르겠어요. 아직 분명히 정해진 건 없습니다. 만에 하나에 대비해 특별한 힘을 갖춘 사람들을 모으는 게 아닐까요?”

 우에사토는 말을 고르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로부터 점점 이 소녀가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그녀는 어떤 조직의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다. 하지만 그 위치와 중요성과는 반대로, 조직의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지 않을까?

 하지만 이 소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모른다는 말은 거짓말이지? 명석한 너라면 이미 확신하고 있는 것 아냐? 용사와 무녀는 저 괴물놈들과 싸우기 위한 병사라고.”

 우에사토는 무표정인 채로 아무 말 없이, 나의 말을 들을 뿐이었다.

 “이 시코쿠는 괴물들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모양이던데. 하지만 언제까지 이 상태가 계속 이어질지는 알 수 없어. 어쩌면 내일, 갑작스럽게 괴물놈들이 시코쿠로 들어오더니 인간들을 학살할지도 모르지. 그렇게 됐을 때를 위해 괴물들과 싸울 수 있는 힘을 갖춘 녀석들이 필요해.”

 우에사토 히나타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무슨 『대항하기 위해서』냐. 그냥 대놓고 말해. 『싸우게 하기 위해서』라고. 혹시나 괴물들이 침입했을 때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한 전장에 내보내서 희생하게 만들어야 하잖아.”

 입을 다물고 있던 우에사토는 겨우 입을 열었다.

 “……그건…… 부정하지는 않아요.”

 슬픈 듯, 죄송하다는 듯, 그런 말투였다.

 “네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너도 그렇게 희생당하는 한 사람일 뿐이다. 나 같은 일반인은 너희들이 희생으로 보호받고 있어. 오히려 우리에게 분노해도, 원한을 품어도, 두들겨 패도 괜찮은 입장이다. 왜 우리가 너희들을 지키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지 화도 내고, 나를 때려눕히면 어떠냐.”

 “그런 짓은…… 안 해요. 저의 가장 소중한 용사는, 싸울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들을 지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저도 그 생각을 따를 겁니다.”

 역시 용사니 무녀니 하는 인간들은 이런 녀석들뿐인 모양이다.

 우에사토와 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마츠리가 놀란 듯 말했다.

 “잠깐만요! 싸, 싸운다고요……? 저나 유우나는 또…… 그 괴물들과 싸워야 한다는 말인가요!?”

 “우에사토가 말하는 조직에 들어가면 그렇게 되겠지.”

 “………….”

 마츠리는 주먹을 꾹 쥐고, 몸을 작게 떨고 있었다.

 불합리함에 대한 분노일 터이다. 

 “물론 그건 상황이 그렇게 됐을 때의 얘기예요. 시코쿠는 지금은 평화로우니까…….”

 그렇게 말하는 우에사토의 말투는 죄책감이 가득했다. 아마도 이 소녀는 『그렇게 됐을 때』가 반드시 찾아온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 녀석은 근본적으로는 너무나도 착한 사람이다. 괴물이 나타난 것도 우에사토 탓이 아니고, 용사나 무녀를 모으는 일도 자신이 원해서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우에사토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녀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에 삼켜졌을 뿐이다. 우에사토가 죄책감을 느낄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대체 왜…… 여기까지 오면 안전할 거라 생각했어……. 저런 괴물들과 더는 안 싸워도 되겠지 싶었는데…….”

 마츠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날부터, 태양이 뜨지 않아 깜깜하기만 한 하늘.

 마츠리는 쥐어짜내듯 말했다.

 “유우나는 아직 어려! 우에사토도 그렇잖아! 나도…… 유우나나 우에사토보다는 나이가 많지만 그래도 아직 14살이야! 왜 이런 어린애들이 나서서 싸워야 하는 건데!? 우에사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대체 왜 가만히 보고 있는 거야!?”

 “……어른들은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도와주고 계세요. 하지만 저 괴물들과 맞서는 건 우리들만 할 수 있어요…….”

 마츠리는 입을 다물었다.

 유우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다.

 “……나는…… 싫어. 당신들이 말하는 조직에는…… 안 들어가!”

 마츠리는 우에사토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유우나의 손을 잡았다.

 “유우나도 그렇지!? 『용사』가 되서는 안 돼!”

 “……저는………….”

 계속 입을 닫고 있던 유우나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은 곧바로 끊어진 채 더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담배에 붙은 불을 끄고 휴대용 재떨이에 넣었다.

 “자, 우에사토. 본론을 말하지.”

 놀란 표정을 짓는 우에사토에게, 나는 머리를 숙였다.

 “부탁한다. 마츠리 말고 나를 무녀로 데려가줘.”

 “네!?”

 마츠리와 유우나가 놀란 듯 소리를 질렀다.

 우에사토도 당황한 듯 보였다.

 “고개를 들어주세요. 그건…… 이유는 뭔가요?”

 “마츠리는 분명 소질을 갖춘 『무녀』겠지. 그렇지만 이 녀석의 내면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야. 너희 조직에서 같이 활동하기엔 절대 안 맞아.”

 나는 우에사토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히려 내가 더 나아. 조직에서 하는 일들을 기분 좋게 어울릴 자신이 있다. 나는 그렇게 사는 걸 좋아하니까.”

 “………….”

 “나랑 유우나를 조직에 넣으면 되잖아. 유우나는 너희와 비슷한 사람이니까 문제없겠지.”

 “무……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쿠미코 씨! 유우나는……!”

 마츠리가 나를 붙잡으려 드는 것을 무시하고, 유우나에게 질문했다.

 “유우나. 너는 어떻게 하고 싶냐? 이 녀석들이 말하는 『용사』가 될 거냐, 아니면 거부할 거냐.”

 “……저는.”

 유우나는 망설이면서도 입을 열었다.

 “안 돼, 유우나!”

 마츠리의 간절한 호소가, 공허하다.

 

 “저는, 『용사』가 될게요.”

 

 유우나는 그렇게 말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대답이었다.

 “……왜…… 왜 자기가 나서서 희생하려는 거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양 경악한 사람은 마츠리뿐이다.

 유우나는 많이 미안하다는 듯, 그렇지만 담담함이 느껴지는 말투로 말했다.

 “제가 싸우면, 달리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없어지니까요.”

 마츠리는 떨면서 입을 다물었다.

 결국 그녀의 말은, 단 한 번도 유우나의 마음에 닿지 않았다.

 “그렇게 됐으니, 유우나는 너희 쪽에서 데려가도 문제없어. 저 사람들을 보면, 아무래도 무녀나 용사가 누구인지 아는 건 우에사토뿐인 모양이군. 그러니까 네가 나랑 말을 맞춰서 내가 무녀라고 말하면 돼.”

 “……그렇지만, 그건…….”

 우에사토는 나의 말을 듣고 곤혹함을 보였다.

 “부탁한다.”

 나는 길바닥 위에 무릎을 꿇고 양손을 짚었다.

 그리고 땅에 이마가 닿도록 머리를 숙였다.

 “요코테 마츠리는 평범한 사람이야. 대의니 뭐니 하는 것보다 주변에 널린 행복이 더 중요하고,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다치는 것엔 별 생각 없어도 자기나 주변 사람이 다치는 것엔 예민하고, 미래의 커다란 행복보다는 현재의 소박한 행복이 더 소중한…… 그런 평범한 사람이다. 나는 그게 정말 대단하다고, 그야말로 인간다움이라 생각해. 마츠리는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건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나의 진심이다. 그러니,

 “너희들이 하는 일에 마츠리를 엮이게 하지 말아다오.”

 “………….”

 우에사토는 몇 초, 혹은 몇십 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윽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조금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얼버무려볼게요. 그렇지만 실패할 수도 있어요. 그때는 포기해주세요. 그럼, 타카시마 유우나 씨가 용사, 카라스마 쿠미코 씨가 무녀라고 전달할게요. 요코테 마츠리 씨는 함께 피난한 일반인으로 보호시설에 맡기겠습니다.”

 “정말 고맙다.”

 “안 돼……”

 마츠리가 막아섰다.

 “기다려요! 제멋대로 정하지 마요! 저는…….”

 “마츠리. 너는 여기까지다.”

 “저도 같이 갈게요!”

 “무리야.”

 “왜죠……!?”

 “너는, 혹시라도 유우나가 싸워야만 하게 되었을 때, 다쳐서 돌아오는 꼴을 눈앞에서 보면 견딜 수 없을 테니까.”

 “……큿!”

 “너는 동화작가가 되겠다는 꿈이 있잖아? 네가 생각하는 삶과 목표가 있으면 그걸 제일 소중히 해라. 세상이 어떻게 망가지건 네가 그것에 맞출 필요는 없어.”

 “……저는, 대체 뭘 했던 건지…….”

 마츠리는 움츠러든 채 몸을 떨고 있었다.

 “오해하지 마. 네가 지금까지 유우나와 함께 있었던 건…… 무녀의 재능이 있었던 건, 절대 무의미한 일이 아니야. 우리가 안전지대인 시코쿠까지 올 수 있었던 건 틀림없이 네가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구해낸 가족도 있어.”

 내 말 따위로 마츠리의 마음이 편해질 리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말했다.

 “그리고 말이야, 마츠리. 난 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 너는 내가 되고 싶어했던 나야. 부디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분명 나의 말은 마츠리의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나와 마츠리와 유우나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일방통행이다. 내 말은 마츠리의 마음에 와닿지 않고, 마츠리의 말은 유우나의 마음에, 유우나의 말은 나의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마츠리 씨.”

 유우나는 부드럽게, 명랑함을 쥐어짜내듯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할 수 있어요! 시코쿠에 그 괴물들이 나오면 제가 해치울게요. 마츠리 씨도 제가 지켜낼게요.”


 우에사토는 “잘 넘길 수 있을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대체 어떤 방법을 쓴 건지는 몰라도 어른들을 속여 넘기고는, 나를 타카시마 유우나의 무녀라는 자격으로 그 조직, 『대사』에 끼워 넣었다.

 “이건 꽤 큰 빚이에요, 카라스마 씨. 제가 필요할 때가 되면 다시 받아갈게요. 혹시라도 저를 거스르는 짓을 하신다면, 거짓말은 전부 폭로될 테고 마츠리 씨는 무녀로서 여기로 불려올 거예요.”

 우에사토는 쿡쿡거리며 작게 웃었다. 애들이 말하는 농담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진담처럼 들리기도 했다. 나는 거대한 거미줄에 갇혀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알고 있어. 네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그게 무슨 일이건 난 너를 도와주겠다.”

 이렇게 우에사토와 나는 공범관계가 되었다. 마츠리가 평온히 보낼 수 있도록 우에사토는 거스르지 말아야겠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타카시마 유우나는 전사했고, 나는 요코테 마츠리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그날부터 나와 마츠리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 시코쿠에 도착하기 직전, 유우나는 “셋이서 만나서 놀죠.” 라고 말했었다. 결국 셋이서 만난 적은 없었다.

 그렇긴 하지만, 책장에 꽂혀있는 그림책 탓에 마츠리를 잊어버렸던 적은 단 하루도 없다.

 나는 유우나가 전사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편지를 다 쓰고, 대사에 외출신청을 하고 하산해 시가지로 갔다.

 그동안 나는 유우나가 대사에 들어간 때부터 전사할 때까지 보냈을 나날을 떠올리고 있었다.

 유우나가 대사에 들어갔던 건 과연 좋은 선택이었을까?

 유우나는 싸우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깎아내는 나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유우나는 자신과 같은 짐을 짊어진 친구들과 어떤 마음을 품고 같이 지냈을까?

 다른 사람은 그녀의 본심을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같은 용사라 해도 유우나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나도 타카시마 유우나라는 여자아이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소녀에 대해 확신하는 것이 딱 한 가지 있다.

 그녀는 대사에 들어간 것에 대해 절대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부상을 당하고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계속 싸우다가, 결국 숨을 거두기까지.

 유우나는 그런 인간이다. 그게 좋건 나쁘건 간에.

 편의점 앞에 있는 우체통에 마츠리에게 보내는 편지봉투를 넣었다.

 문득 어떤 생각이 가슴을 훑고 갔다.

 마츠리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평범하게 잘 지내고 있을까?

 한 해에 한 권씩 보내오는 동화책으로는 지금 생활이 어떤지는 짐작할 수도 없다.

 나는 뒤돌아 거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만나러 가볼까, 마츠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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