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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용사사외전 보너스 에피소드 - 모든 세상은 아무일 없고앱에서 작성

ㅇㅇ(222.121) 2021.11.30 17:35:32
조회 800 추천 29 댓글 9
														

차가운 칠흑을 향해 뿜어낸 숨결이, 이질적인 하양이 되어 퍼져나간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새벽 직전의 어두운 겨울하늘에, 달과 별들이 보인다.

그 날, 나와 유우나와 마츠리가, 나라에서 시코쿠로 향하던 도중에는 보지 못했던 별들. 지금은 그저 얼굴을 드는 것만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별들은 진짜가 아니다. 세계의 진짜 모습을 덮어 숨기기 위해, 신수가 만들어낸 거짓 풍경이다. 서력은 신세기로 바뀌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더 이상 진짜 별하늘을 보는 건 불가능하겠지.

나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담배, 너무 많이 피우시진 마세요."



나는 그 말에 흠칫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 서 있는 것은, 당연한 소리지만 벚꽃 머리핀이 어울리는 어린 용사가 아니었다.

대사의 무녀 ㅡ 아니, 이제는 대사 그 자체의 중핵이 된 우에사토 히나타다.

나는 물고 있던 담배를 씹어 삼켜버렸다.



"담배 모양의 초콜릿이다. 내가 예전에 살았던 지방의 명물이었다는군."

"재미있는 명물이군요."



히나타는 소녀처럼 웃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속을 알 수 없는 여자였긴 하지만, 신세기가 되어 대사의 중심을 차지한 후부턴 그녀의 본심을 더욱 읽기 어려워졌다. 웃는 얼굴을 봐도, 진짜로 웃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담배는 무녀가 된 날로 끊었어. 무녀는 청정하게 있는 것이 미덕이지. 담배 같이 몸을 노화시키는 물건은 입에 댈 게 아니라고 신관에게 한소리 들었거든."



그렇다곤 해도, 난 타카시마 유우나가 죽은 날에 한 개피 피웠지만.



"아, 여기 있다! 찾아다녔단 말야, 무녀와 신관의 정례보고회가 곧 시작되니까."

"우에사토 없이는 시작조차 못 하니."



그렇게 말하며 다가오는 건, 아키 마스즈와 하나모토 요시카다.

우에사토는 부드럽게 미소짓더니



"금방 갈게요."



라고 말하고는 대사의 사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력시대가 끝나고 신세기가 된 이후로, 우에사토를 중심으로 한 무녀들이 대사의 요직을 차지하고 모든 결정권을 가져가버렸다. 우리 신관들은 무녀로부터의 '신탁'을 따라 이런저런 잡무를 처리하고 있다.

아키와 하나모토는, 우에사토의 오른팔과 왼팔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우에사토는 무녀들을 기반으로 해서 카리스마를 가질 수 있었지만, 대사의 최고위라는 입장이 된 이후론 업무가 늘어 무녀 전원을 파악하긴 어렵게 되었다.

우에사토가 바쁠 때 무녀를 통솔하는 것은 아키다. 그녀는 지금, 대사의 무녀 중 최고 연장자인데다 남을 잘 돌봐주는 성격이기도 해서 무녀로부터의 신뢰가 두텁다. 최적의 인재라 볼 수 있겠지. 도이와 이요지마가 죽었을 땐 꽤나 침울해했는데, 그녀는 완전히 예전의 밝은 모습을 되찾은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친구의 죽음을 극복해냄으로써, 정신적으로도 성장하고 강해진 모양이다.

한편, 하나모토는 신세기가 된 후, 본격적으로 종교학과 민속학 공부를 시작해 지금은 전문학자와 대등할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내가 보기에도 하나모토는 머리가 굉장히 좋은데다, 집착심도 강해서 연구자가 어울리는 것 같다. 종교나 신화에 관한 전문지식을 무기삼아, 무녀로부터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신관 상대로는 하나모토가 전면에 나서서 맞서고 있다. 논의나 지식대결에서 하나모토가 신관에게 지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우에사토, 아키, 하나모토 3명은 대사 무녀들의 중심이다. 용사를 인도한 무녀라는 이름에 걸맞은 위치라 할 수 있겠지.

혹시라도 ㅡ

혹시라도 마츠리가 대사의 무녀가 되었다면, 그녀도 이 3명과 어깨를 나란히했을까.

...무리겠지.

마츠리는 우에사토와 나란히 설만한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우에사토를 적대하는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카라스마씨도 보고회에 출석하시겠어요? 일단은 신관이시니까."



아키가 나에게 질문해온다.



" '일단' 이란 말은 빼라. 그래도, 이번은 사양해두지. 어차피 늙은이들이 형식 그대로의 정기보고를 하러 올 뿐이잖아? 게다가, 조금 용무가 떠오르기도 했거든."

"용무? 카라스마씨가 그리 말씀하시니 변변찮은 일일 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만."



하나모토가 의심하는 듯한 눈초리를 보낸다.



"나를 전혀 신뢰하지 않나 보군."

"당연하지 않습니까. 신뢰할만한 구석이 어디 있다는 말씀인지요?"



라고 하나모토는 무자비하게 말한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도 맞는 말이네. 어쨌든간에, 이번에는 너희들과 전혀 관계없는 일이야. 오랜 친구나 만나러 갈까 해서 말이지. 내게 외출허가를 내줘, 우에사토."



유우나가 죽었을 때, 마츠리를 만나러 가야겠다고는 생각했지만 결국 가지는 않았다. 이제서야 새삼 생각난 것이다.








마츠리와는 제법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지만, 그녀의 주소는 대사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금세 알아낼 수 있었다.

우에사토를 통해서 대사 외출허가를 받은 나는, 차를 운전해 그녀가 살고 있다는 마을로 향했다. 옛날보다 장시간 드라이브가 고통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마츠리와 유우나를 태운 버스를 운전했을 땐 거의 자지도 않고 몇 시간 운전했어도 멀쩡했는데. 그 상황이 너무도 즐거워서, 정신적으로 고양된 탓이었을지도.

제법 시간은 걸렸지만, 내 차는 정오가 되기 전에 현재 마츠리가 살고 있다는 집에 도착해주었다.

그녀는 숲과 밭만이 가득한 촌구석의 집에 살고 있었다. 건물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균이었고, 전통식과 서양식을 섞은 스타일에 실로 특징이랄 게 없었다. 백명이 지나가면 백명 모두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지나칠 그런 집이었다.

그 집을 보고,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아, 참으로 마츠리다워. 평범해 빠진 집이 아닌가.

인터폰을 누르자, 집 안에서 '네!' 라고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잰걸음으로 누군가가 현관문에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현관문이 열리고, 안에서 한 여자가 나왔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더니, 순간 멍해져버렸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오랜만이구나, 마츠리."



그렇게 인사해주고 나서야, 그녀는 겨우 내가 누구인지 안 모양이다. 마츠리는 경계하듯이 몸을 움츠렀다.



"쿠미코씨...!? 어떻게 여기에?"

"대사의 정보망을 우습게 보면 안 되지. 네가 어디 사는지 정도는 조사하면 금방 알 수 있어. 그리 경계하지마. 딱히 널 어쩔 생각으로 온 게 아니니까."

"그럼, 뭐하러 오신 거죠? 지금에 와서..."

"너한테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먹여주자 하고, 문득 생각했거든."

"쿠미코씨가 좋아하는 것...? 사람이 괴로워하는 얼굴이나, 피로 얼룩진 폭력 같은 것 말씀인가요?"

"넌 나에 대해 무슨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거냐? 아니 하기사, 그렇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을 만큼의 짓을 하긴 했지."



나는 밀가루, 육수, 야채, 다진 돼지고기가 든 봉지를 보였다.



"오코노미야키라고. 마침 점심 먹을 시간이잖아?"








나는 마츠리네 집의 부엌을 빌렸다. 밀가루를 육수에 녹여, 계란이나 여러 소재와 섞어 프라이팬에 굽는다. 이렇게만 해도 맛있기에, 오코노미야키는 일본 식생활 문화사의 개념을 관통하는 음식이다. 이 신세기에 있어서, 언젠가 우동에 맞먹을 국민음식이 될 존재라고 나는 믿는다.

내가 만든 오코노미야키를 먹더니, 마츠리의 눈이 동그라졌다.



"맛있어...! 비명과 폭력을 사랑하는 쿠미코씨에게 이런 특기가 있었다니."

"날 도발하는 거냐? 그렇다면 이번에 철저하게 비틀어주마. 7/30 재해 때는 버스 안에서 요리할 수단이 없었지만, 내가 오사카에 있던 무렵엔 사이가 좋아진 상대에게 오코노미야키를 만들어주는 걸로 정했었거든. 너에겐 아직 먹여준 적이 없었지."

"사이가 좋아진 상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난 네가 정말 좋으니까."

"안 기뻐요. 지금도 당신을 원망하고 있으니까."

"너한테서 무녀의 자리를 빼앗아갔기 때문이냐?"

"......"



마츠리는 오코노미야키를 먹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한텐 대사의 무녀라는 자리가 어울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니까 말이지. 하긴, 내가 너의 무녀 자리를 빼앗은 건 널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내가 즐거워지고 싶어 그런 거긴 하지만."

"...알고 있어요. 당신은 정말 최악이에요."

"후후, 그렇지. 덕분에 평온평화한 일반인으로서 살기 보다, 꽤나 여러가지 비상식적인 체험을 즐겼다고. 버텍스가 시코쿠에 침공할 때마다 허둥대던 신관들, 공포나 초조함을 못 이겨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녀석도 많았지. 용사란 이름의 꼬맹이들을 전장에 보내야만 했던 뒤틀린 상황인만큼, 용사들도 툭하면 트라우마를 겪었고. 최종적으론 중학생 소녀에 불과한 우에사토가 대사를 차지하는 대형사고도 볼 수 있었다. 사실은 소설보다 기이하다는 건 그야말로 이런 것. 웃음을 참느라 여간 고생이 아니었어."

"우에사토씨가 대사를 차지했다고 해봐야, 어차피 쿠미코씨가 뒤에서 조종하는 걸테죠?"



마츠리가 나를 실눈으로 흘겨본다.



"아니, 난 아무것도 안 했다. 오히려, 그 우에사토 히나타라는 파격적인 여자에게 나 따위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우에사토는 날 이용했고, 나는 기쁘게 이용당했다. 그냥 그 뿐일 이야기야."



마츠리는 오코노미야키를 다 먹고는 젓가락을 놓았다.



"잘 먹었습니다. 맛있었어요."

"아아, 만족해준 듯하니 다행이군. 네 덕에 내가 대사에 침투할 수 있었으니, 이 정도로는 답례라 할 수 없겠지만. 너에겐 아무리 감사를 해도 모자라. 원망조차 달갑게 받아들이마."

"쿠미코씨" 마츠리가 나를 쳐다본다. "원망하는 건, 무녀의 자리를 빼앗아갔기 때문이 아닙니다. 타카시마 유우나씨가 용사가 되는 걸 막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녀석은 스스로 원해서 용사가 된 건데?"

"그래도 막아야만 했어요. 유우짱은 그 때, 아직 겨우 10살 정도의 아이였습니다. 아이가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이 막아주는 게 당연하잖아요."

"유우나가 용사가 된 것이, 잘못된 길이었다... 고?"

"네."



마츠리의 말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다. 아마도 유우나와 헤어진 후부터 지금까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정신이 아득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생각했겠지. 그리고 몇 번을 생각해도 '유우나가 용사가 된 것은 잘못된 일이다' 라는 결론 외엔, 마츠리는 떠올릴 수가 없었던 거겠지. 결론을 반복할 때마다, 마츠리의 생각은 강하게 굳어버린 것이 틀림없다.



"대사의 신관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의견이구만."

"멋대로 기절이든 뭐든 마음대로 하라죠. 잘못되었다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유우나가 용사로서 싸워준 덕에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지금, 시코쿠의 사람들이 평화롭게 생활할 수 있는 건 유우나 덕분이기도 하다고."

"...저는 대사 내부에서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까진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일반인으로서 아는 것에 기반해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이라고 마츠리는 전제를 깔아둔다.

"용사는 결국, 버텍스라는 괴물들에게 패배했습니다. 노기님 외에는 전원 순직. 버텍스가 시코쿠 침공을 그만둔 건, 봉화제라는 의식을 치렀기 때문입니다. 유우짱은, 봉화제를 행하기 위한 시간을 벌려다가 죽은 겁니까? 그저 시간벌기에 불과한 일이었다면 ㅡ 그 애가 희생되어야만 할 필요가 정말 있었습니까!? 그 애가 희생하지 않았어도, 시코쿠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던 거 아니냔 말입니다..."



확실히 마츠리가 말하는 대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미래인 지금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봐야만 내놓을 수 있는 의견이고, 현재진행형으로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에는 유우나네 용사들이 싸우는 것이 최선이었다.



"대사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ㅡ 용사가 되지만 않았다면, 유우짱은 더욱 오래 살아 지금 시코쿠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행복한 생활을 보낼 수 있었을 겁니다."

"...오래 살 수는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행복한가는 별개 문제다. 유우나 뿐만 아니라, 용사란 것들은 이놈이고 저놈이고 자기보다 타인을 우선하는 녀석들 투성이었으니까."



노기 와카바. 싸우는 이유에 사적 원한도 섞이긴 했지만, 언제나 집단의 선두에 서서 싸웠고, 자신이 상처입는 것을 괴로워하지 않았다.

도이 타마코. 여동생처럼 아끼던 이요지마를,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가며 지키려다 순직했다. 이요지마를 지키려 하지 않았다면, 도이만큼은 오래 살아남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요지마 안즈. 육체적으로도 약하고, 전투에도 소극적이던 그녀가 용사로서 계속 싸워나갔던 건 도이가 걱정이 되어서였겠지. 녀석이 죽은 것도, 어찌 보면 도이를 위해서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코오리 치카게. 이 녀석은 다른 용사 같은 명확한 자기희생정신을 보여준 적은 없지만, 최후에는 노기를 감싸주다 죽었다는 듯하다.



"용사란 것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신의 목숨을 경시하는 것처럼 보였어. 타카시마 유우나도. 그러니 유우나는 ㅡ 혹시 용사가 되지 않았다면, 그걸 평생 후회하며 살았을거다."

"......"



마츠리는 아무 반론도 않고, 무릎에 올린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는 대사에 있는 동안, 용사나 그 주변의 사람들을 쭉 지켜보았다. 용사 뿐만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도 개성 넘치는 녀석만 잔뜩이었지. 중학생으로서 강대한 조직을 차지해버린 우에사토. 한 번 만났을 뿐인 인간에게 강한 숭배를 계속하고 있는 하나모토. 격류 같은 시대에 자신을 유지하고 강하게 살아온 아키."



마츠리는 모르고 있는 걸까. 봉화제 제물이 된 무녀들의 의지력 또한, 일반인을 넘어서 있었다.



"용사, 무녀 뿐만이 아냐. 얄팍하고 추하기도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서 이 나라를 지켜보겠다고 뛰어다니던 신관들도, 일반인에서 벗어난 노력가라고 나는 생각해. 이봐, 마츠리. 난 예전에 널 평범하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세계가 붕괴하는 와중에, 인지를 초월한 힘을 가진 네가 '평범'을 유지할 수 있던 거 자체가 이상했던 거였어. 평범함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런 건 없습니다."



마츠리는 그렇게 단언했다. 평범과 이상의 경계. 마츠리는 이 점에 대해서도, 나랑 유우나와 헤어진 날부터, 계속 생각해온 거겠지. 오래토록 깊게 생각해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굳건함이, 마츠리의 말투로부터 느껴진다.



"쿠미코씨는 이상한 사람이지만, 세상에는 당신보다도 이상한 사람이 넘쳐흐를 정도로 있습니다. 인간은 다면성을 가지기에, 누구든지 어딘가는 평범하고, 어딘가는 이상한 거랍니다. 누구든 이상하고, 누구든 평범합니다."

"문학적인 소리도 할 줄 아는구나. 역시 작가구만. 다 들었어, 제대로 그림책 작가가 되었더라."

"당신이 무녀 자리를 빼앗아, 저를 대사에서 빼내준 덕입니다. 감사하고 있다고요."



마츠리는 전혀 감사하지 않는 말투로 말했다.

그 후, 다 쓴 식기를 정리하고 있자니, 집의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다녀왔습니다!"



잰걸음으로 복도를 지나 거실로 들어온 것은 1명의 소녀였다. 내가 만났을 때의 마츠리와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아차' 하는 얼굴을 하고는 넙죽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손님이 계실 줄은 몰라서! ...다른 날에 와달라고 해야 하는 걸까..."



소녀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사이, 현관 쪽에서 다른 소녀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요코테 마츠리씨! 저희 용사부에게 문. 풍. 상. 담. 한 취재의 허가를!"
(* 문풍상담 : 들으면 매우 놀랄 만한 이야기)

"리리, 목소리가 너무 커! 요코테씨에게도 주변 집들에도 민폐잖아!"



둘 다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다. 우에사토와 노기가 꽤나 겁주었다던, 그 두 유우나들 ㅡ

거실에 온 소녀가 매우 곤란하다는 얼굴로 말한다.



"저 애들, 내 친구랑 아는 사이라는 모양인데, 서력시대에 대해 조사하며 돌아다닌대.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시코쿠로 올 때 타카시마 유우나와 동행했다는 걸 알아낸 모양이야. 그래서 이야기를 듣고 싶댔는데... 하지만 손님이 와계시니 거절할까?"

"괜찮단다, 스즈. 들어오라고 하렴."



마츠리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딸을 향한 어머니의 애정이 목소리 만으로도 전해진다.



"후요우양과 유즈키양이지? 유즈키양의 어머니가 내 친구라서 그녀들이 온다는 건 이미 들었단다."

"괜찮아?"



'스즈'라고 불린 소녀는, 날 바라보며 송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상관없단다. 난 슬슬 돌아가려던 참이었으니. 게다가, 손님이라 할 정도의 사람도 아냐."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 출구로 향하려던 순간, 2명의 소녀가 거실로 들이닥쳤다.



"요코테 마츠리씨! 당신이 7/30 재해의 산 증인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진실의 육성을 취재하게 해주세요!"

"아직 허가도 받지 못했는데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키가 작은 금발소녀가 기세좋게 들이닥치고, 그걸 키가 큰 흑발소녀가 제지하려는 모양새다.

마츠리는 미소지으며 두 사람을 맞이했다. 미소를 지으니, 옛날엔 앳됐던 마츠리의 얼굴에도 나이에 상응하는 주름이 떠올랐다.



"후요우 리리앤솔 유우나양과 유즈키 유우나양이지? 아사씨... 유즈키양의 어머니로부터 이야기는 들었단다."



나는 마츠리가 소녀들이랑 이야기하는 사이 방에서 나가려 했지만, 마츠리가 손을 잡아끌며 멈춰세웠다.



"쿠미코씨도 함께해주시죠. 후요우양, 유즈키양, 이 사람은 대사의 신관이란다. 그것도 그 타카시마 유우나를 인도한 무녀니까. 나보다도 더욱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실 거라 생각해."



마츠리의 말을 듣자, 후요우가 눈에서 빛을 내며 나를 본다.



"경. 천. 동. 지! 타카시마 유우나라 하면, 누구나 다 아는 대영웅이 아닌가! 부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타카시마 유우나에 대해선, 나도 흥미가 있는걸. 나랑 리리의 이름이 유래한 사람이니까..."



유즈키도 나에게 눈길을 돌렸고, 마츠리의 딸인 스즈도 놀란듯이 나를 보았다.



"어, 그럼, 당신이 카라스마 쿠미코님...? 죄송합니다, 아까는 실례되는 말을 해서!"



잽싸게 빠져나가려 했건만 귀찮은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 때, 마츠리가 의아하다는 듯이 유즈키를 보았다.



"어라, 유즈키양. 혹시 어머니한테서 이야기 못 들었니? 후요우양의 경우는 자세히 모르지만, 유즈키양의 경우는 단순히 타카시마 유우나님이 유래라고는 할 수 없단다. 아사씨가 자신의 이름... '아사(아침)'인 걸 생각해 '유우나(* 한자가 저녁 석)'라고 지으려 했는데, 태어난 후에 사카테를 친 걸 보고는 모처럼이니 '유우나(타카시마 이름)'로 하자고 했던 거란다."



이 두 '유우나'에 대해서는, 대사도 신변조사를 마쳐뒀으니 유즈키의 이름의 유래 또한 조사가 되어 있다.

마츠리가 말한대로, 원래 유즈키의 어머니는 '유우나(저녁)'라 이름지으려 했다는 모양이다. 만일 당초의 이름이 유우나가 아니었거든, 유즈키의 어머니는 딸에게 '유우나(타카시마)'란 이름을 붙이는 걸 거부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유즈키양의 '유우나'는 타카시마 유우나씨로부터 반, 어머니인 아사씨로부터 반씩 물려받은 이름이란다."



마츠리의 말을 듣고, 후요우와 유즈키는 한순간 말을 잊었다.

얼마 안 가 후요우가 입을 연다.



"에, 에에에!? 구세기에 대해 들으러 왔다가, 설마 유즈키군에 대한 걸 알게 될 줄이야!"

"나도 놀랐어... 몰랐거든."



유즈키도 동요하고 있었다.



"유즈키양의 이름의 유래는, 쿠미코씨도 알고 계시지 않나요? 대사의 신관으로, 높으신 분이니까."



마츠리가 나를 곁눈질로 본다. 무시하려 했지만, 이 나이에 맞지 않는 나쁜 버릇이 튀어나왔다. 대사의 조사정보를 일반인에게 슬쩍 유출시키는 것도 재미있을지 몰라, 라고 생각해버린 것이다.



"방금 마츠리가 말한 건 진실이다. 대사 신관으로서 단언하마. 이 사실은 우리가 조사확인을 끝내뒀다."



내가 말을 꺼내자, 유즈키와 후요우는 한층 더 우리에 대한 흥미를 불태우는 듯하다.



"굉장해! 이 두 분은 우리가 모르는 걸, 더욱 더욱 잔뜩 알고 있는 듯하다! 자,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리리, 너무 흥분했어."



나와 마츠리와, 마츠리의 딸인 요코테 스즈와, 후요우 유우나와 유즈키 유우나.

다섯이서 거실에 모여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딸과 그 친구들이랑 대화하는 마츠리를 보며, 나는 안도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나 다섯이서 이야기를 나눈 걸까.

해가 져버리기 전에, 두 유우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 둘의 주소는 카가와현 칸온지시로, 요코테의 집에선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는 탓에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그랬다.

그녀들이 돌아간 후, 나도 요코테의 집을 나섰다.

현관에서 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하늘이 황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딘가 멀리서부터 '가로(*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가 들려오고 있다.

이런 지역에서도 저녁에는 '가로'를 트는구나.

배웅하기 위해 현관까지 나와준 마츠리에게, 나는 물었다.



"넌 지금, 행복하냐?"

"네, 행복합니다."



한 점 망설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됐다 ㅡ 라고 나는 마음에서부터 생각했다. 마츠리를 대사로부터 도망치게 해준 보람이 있군.



"나는 너의 삶의 방식은 싫어하지만, 그 삶의 방식에 매진하고 있는 너는 마음에 들어. 다음엔 네가 죽을 때쯤에라도 만나러 와주마. 너의 시시한 인생이 행복했는가 물어봐야 하니까 말이지."

"쿠미코씨가 먼저 돌아가실 것 같습니다만. 이미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니 무리는 하지 마세요."



마츠리는 쓴웃음기가 어린 얼굴로 말했다.



"게다가, 언제 오시든 제 답은 변함없습니다. 죽는 순간에도, 웃으며 '행복했습니다' 라고 답해드릴 거니까요."












* 다소의 의역이 있으며, 부자연스럽거나 틀린 번역, 오탈자 제보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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