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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ㄱㅁㅁ) 조윤 킴 in 할리우드 - 2. 오디션(1)

럭키-스트라이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1 16: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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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꽉 막히는 도로를 뚫고 도착한 곳에는 푸른 언덕에 대문짝만한 흰색 글자들이 삐뚤삐뚤 모습을 드러낸다.
백인들의 뒤틀리고 비대한 자아를 나타내는 것이 분명한 저 유명한 HOLLYWOOD 싸인을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당신, 긴장했어?"


"당연히 긴장하지, 그럼. 내 팔자에 무슨 할리우드 배우람. 이 유진-킴에게는 앞에 드러나는 말단이 아닌 암중흑막이 더욱 어울린다고."


"괜찮아, 괜찮아. 당신은 옛날부터 떨린다고 말할 때마다 더 이상한 짓 벌이고 그랬잖아. 난 오히려 자기가 할리우드를 뒤집어 놓고 나오면 어떡하나 싶은데."


"내가 무슨 재앙신도 아니고..."


"글쎄, 반쯤 맞지 않나? 맨날 걱정된다 호에엥 할 때마다 의회 뒤집고 나온 게 누구였더라?"


어허, 뒤집어 놓는다니. 유진 킴은 평생 사건에 끌려다니고 얹혀 가는 소시민이었다고-- 라 주장하기에는 유진 킴 관련 서프라이즈 에피소드가 백 화가 거뜬히 넘어가는 것을 보고 나도 좀 찔렸다.
아니 세상에, 후대 사람들은 얼마나 할 게 없었으면 내 빤쓰 색깔까지 방송에 내보내는 거지? 보입니다, 보여. 대원수의 팬티 비율은 프리메이슨의 황금비와 같으며 이는 대원수 랩틸리언 설을 증명하는 것이다....



"자기는 그럼 어떡하려고? 한참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데, 괜찮아?"


"무슨 소리야, 나도 오디션 볼 건데?"


"응?"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도로시가 오디션이라니?



"이번에 자기가 오디션 보려고 가는 것만 봐도 알겠지만, 이거 기존 경력 없는 사람들도 지원 받더라고. 당신도 열심히 뛰어다니는데 나만 쉴 순 없는 노릇이고... 기왕 당신 도와주기로 했는데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것도 웃기잖아."


"그, 잠만. 이거 그래도 나름 군대 영화인데. 젊은 여성 배역 중에 뭐가 있던가...?"


"아니 왜 없어, 하나 있잖아."



도로시는 가방 속에서 오디션용으로 미리 배부된 대본을 꺼내고는 어떤 장면을 찾는 듯이 종의를 휘적휘적 넘긴다.



"사실은 자기 매니저나 할까 했어. 뒷바라지하고 주변 여론 챙기는 건 예전에도 하던 일이니까."


"그래. 나도 그래서 자기가 오디션 지원할 줄 몰랐지.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어?"


"무슨 내용인가 궁금하다고 내가 대본 잠깐 읽어보겠다고 그랬잖아. 그런데 내가 이상한 장면을 하나 봤거든?"



도로시가 내 쪽으로 대본을 돌리면서, 짚어둔 한 장면을 콕콕 가리킨다. 아니, 대체 뭐길래?



"도로시 마가렛 커티스.."


"앗."


"랑 키스하는 유진 킴 생도."


"앗."



도로시의 눈이 예쁘게 초승달 모양으로 접힌다. 조졌다. 눈 마주치면 큰일이다. 호랑이 앞에 놓인 다리 부러진 사슴이 된 나는 정면을 직시하며 운전자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정신을 쏟으려 했다.



"할리우드 미녀 배우들이 잔뜩 있겠지?"


"에이, 그, 음. 어음."


"전직 와이프이자 현직 애인으로서 질투가 사아알짝 나거든?"


"질투라뇨, 헤헤. 우리 도로시 여사님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신데 뭐, 다른 할리우드 금발 미녀들이 아무리 대쉬한다 해도 이 일부일처제의 유교맨 유진-- 악, 악!"


"이러니까 내가 하겠다는 거 아냐!"



아니 왜! 내가 다른 여자한테 눈 돌릴 정도로 헤픈 놈으로 보였나?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야만과 동물의 세상 미합중국에서 품위와 지조를 지킨 이로치 포켓몬같은 남자라고 할 수 있단 말이다! 오히려 도로시가 하딩같은 매력남에게 가버릴까 걱정했음 몰라.



"김조윤은 금산 김가의 직계 후손이고, 젊고, 돈도 많은데다, 나름 잘생긴 편이지, 키도 크고."


"어, 갑자기 칭찬?"


"그런 사람을 다른 놈팽이들이 퍽이나 가만히 두겠다 그래?"


"...어, 어...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는 자기가 할 말이 아니라 다른 후보들이 나한테 빌어야 하는 말이 될 거야."


"오, 오우..."



도로시는 천천히 대본을 닫아 가방 속으로 넣었다. 나는 진땀을 흘리며 입을 닫고 마저 목적지로 차를 몰았다.
...절대 대본을 말아 담는 도로시의 손에 선 핏줄에 쫄아서 그런 거 아니다. 아무튼 아니다.




---




목적지 건물 근처에 도착하자, 우리는 직원에게 발렛을 맡기고 휘황찬란한 건물로 들어갔다. 왜 이리 삐까뻔쩍하나 했더니, 원래는 카드게임 경기장으로도 쓰는 건물이란다. 세상사 참으로 요지경이 아닐 수 없다.



"아, 그쪽이 조윤 킴입니까? 반갑습니다. 나는 이 영화의 캐스팅 담당자에요. 어르신께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조윤 킴입니다 이렇게 맞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머리를 오대오로 말끔히 빗어넘긴 사람이 사회생활력 가득 묻은 웃음을 띄우며 손을 건넨다. 나는 마주 손을 잡긴 했지만 어째 이 아저씨, 우리 영감님이 말씀하신 것과는 달리 날 바로 꽂아넣을 것 같은 호의 가득한 태도가 아닌데,



"그, 오디션은..."


"아, 물론 보셔야지요. 하지만 그, 기대하고 오셨다면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오디션은 공정할 겁니다. 샌-프랑코의 후원은 정말 감사한 일이나, 저는 수익이 아니라 멋진 영화를 만드려 노력하는 팀에서 일하고 있거든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뇨, 아뇨! 당연한 일이죠. 애초에 오디션 보러 온 것이기도 하고, 그 이전에 제가 능력이 부족했는데 낙하산으로 이런 큰 영화에 들어갔다면 제가 다 망치게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저 또한 유진 킴 장군의 팬이자 후손으로서 이 오디션이 공정하고 훌륭하게 진행되어 명작 영화로 나아가는 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하."



들었죠? 공정! 고오옹정한 오디션! 조윤 킴, 연기 경력 없음, 감점. 실력 부족, 감점. 낙하산으로 꽂아달라는 요구가 올라온 께름칙한 인사. 음음 감점! 안타깝게도 떨어지셨습니다. 귀하의 귀한 시간 내어 지원해주신 것에는 감사하지만 당장 할리우드에서 꺼지십시오 옐로 몽키!



"이렇게 이해해주시니 참 감사하군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저 말고도 다른 캐스팅 팀이 조윤 군의 외모와 목소리 톤에 굉장한 호감을 표했습니다. 인물 중심인 영화인 만큼 관객에게 싱크로가 중요한데, 그 점을 잡고 가는 셈이니까요. 제너럴 킴의 핏줄이라는 것도 흥행 요소가 될 테고요."


"어, 방금 돈보다는 멋진 영화를만든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무슨 소리입니까? 흥행이 되는 영화가 멋진 영화죠."



젠장, 이 이코노미 애니멀! 결국 구색을 갖춘 영화로 돈을 뽑겠다는 거잖아!



"그나저나 핏줄의 힘이라는게 참 신기하긴 하군요. 저희가 영상 자료나 다른 사람들의 회고록 등으로 연구한 유진 킴이라는 사람의 말투와 성격과 굉장히, 뭐랄까... 소름돋을 정도로 닮았어요. 혹시 유진 킴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저희 영화에 지원해주신 겁니까?"



아니요, 올 생각도 없었는데 사악한 노인네들이 저를 여기로 박아넣었는데요?



"하하, 아닙니다. 좋게 봐주셨다니 다행입니다."


"오. 방금 그렇게 웃는 것도 똑같았는데."


"..."


"이것 참,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나는 샌-프랑코 쪽에서 배우 경력 없는 사람을 보낸다길래, 열정도 없는 낙하산을 꽂으려는 음험한 시도인가 하고 오해했지 뭡니까? 조윤 군이 이렇게나 영화 촬영과 배역 몰입에 대한 열정이 높다면, 낙하산이라고 해서 조윤 군을 내심 꺼리던 사람들도 다시 보게 될 것 같네요. 하하하!"



그러지 마, 그러지 말라고요 이 눈치 없는 사람 같으니라고! 일하기 싫다는 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봐달한 말야. 내 눈을 바라봐, 너는 나를 안 뽑고, 내 눈을 바라봐, 너는 다른 배우를 뽑고...



"자, 저기 방이 오디션 대기실입니다. 잠시 기다리면 번호를 부르면 문을 열고 무대 쪽으로 나오시면 됩니다."


"아, 감사합니다."



나는 직원에게 수많은 대기방 중 맨 앞에 자리한 방을 안내받았다. 문고리를 잡고 돌리려는 찰나, 안에서 괴상한 성대 긁는 소리들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안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데요?"


"아... 그거, 다른 지원자들이 대원수님 웃음소리 연습하는 겁니다. 안심하세요."


"....아, 예."



나는 오묘한 기분에 얼굴을 쓸어내리며 [영화 <카산드라> 유진 킴 역 대기장] 이라는 종이가 붙은 곳의 문을 열었다. 한가닥하게 생긴 동양인 미남 배우들이 얼굴을 찡그리고 기괴하게 웃는 모습을 본 내 마음이 아려온다. 아니, 나... 이런 이미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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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X년, 미 할리우드에 한 옐로 몽키가 딱히 최초는 아닌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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