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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그래도 우리는 대항한다 - 138

우라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4 18:26:21
조회 821 추천 20 댓글 19
														

나는 서류 더미를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내가 미쳤지."



다 좆까라고 하고 세계여행이나 갔어야 했다는 후회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세계여행 좋네, 세계여행."


나는 팩 안에 든 걸 잔 안에 든 것 위로 쏟아부었다.



1대 1로 블렌딩, 으음, 맛은 그렇다치고 정신 확 들기에는 딱 좋은 조합이다.



나는 곧장 세계지도 위에 선을 죽죽 그었다.



"그래, 일단 중국 지역부터 가자."



뭔 참신한 자살법이냐고? 의외로 중국 지역들은 지금 제법 안정화되어 있다. 게다가 대부분은 한족조차 아니게 되었고.


한족 100%라고 할 만한 데는 사천 지역이 전부인데.



'물론 사천 지역도 갈 거지만.'


뒤에서 날 지랄?



알빠노?


아무도 날 막을 순 없다. 사천에서 사천요리를 종류별로 다 먹고 오겠어.



그 다음은 인도....보다는 남으로 가서 류큐 찍고 일본으로.


일본에 갔다가 다시 동남아시아 찍고 중동 찍고 아프리카 찍고 유럽으로.


유럽에서 다시 관리감독 좀 하고 대서양 건너서 미국과 남미 거쳐서 호주로.


호주에서 다시 한국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경호? 솔직히 말하자면 텍타이트 대검이 전차 장갑판을 참 잘 자르더라, 칼날 두께가 분자 6개 길이라서 그런가. 양산이 안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운석이 어디 흔하게 굴러다니는 것도 아니고, 실리콘을 이 정도로 가공하는 것도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니까.



그리하여 대탈주... 아니, 출장이 시작되었다.


서류? 차관에게 짬했다. 그래도 장관 재가가 꼭 필요한 일 및 외교사절 면담은 다 처리하고 갔으니 고마운 줄 알아. 



#



상하이, 공사관 도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우선 연합국 대다수는 기본적으로 열강.



그리고 같은 연합국이었다면 명예롭게 물러나거나 뭐 승점을 고려해서 포기하거나 할 수 있었겠으나.


중국은 명백히 추축국.


즉 패전국.



따라서 세계 각국은 추축국을 알차게 뜯어먹기로 합의했다.



사실 애초에 추축국이 아니었어도 종전 후의 혼란 속에 소국들은 주권도 날려먹는 경우도 흔했다.


예를 들어 친 유대인 정책을 펼치면서 유대인들을 숨겨줬다고 안도라, 모나코와 리히텐슈타인을 나치가 작살내는 바람에 국가 존속 능력이 없어져서 각각 프랑스와 스위스에 흡수합병됐고, 2차대전기에 독일에 합병되었던 룩셈부르크도 어어하다가 1946년 이후 독립 못하고 여전히 헤센의 일부로 남아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냉전의 서곡 와중에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진 것에 가까웠다.



아무튼 추축국이야 뭐 말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독일과 이탈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핀란드, 스칸다나비아 국가들 등등은 굉장히 많이 봐준 것.



아시아의 일본, 중국은 그야말로 탈탈 조져졌다.


특히 먹을 게 많은 중국은 더더욱. 



한국이 많은 영향력을 가졌다고는 해도 전쟁 이전까지 열강들이 중국에 가진 이권들이라도 돌려놓으라는 요구가 줄기차게 이어졌으나, 중국 남부가 혼란스러워지고 신생국이 생기고 국경이 조정되는 등의 절차를 거치면서 절대다수는 짬처리되었다.


물론 절대다수라고 하면 예외도 있단 소리다.



그 중 하나가 조계지였다.



홍콩을 비롯해 열강이 지녔던 치외법권지대들은 복원되었고, 오히려 99년 조차라던가 했던 기간은 아예 영구조차 등으로 변경되었다.


그 외에도 뭐 철도 운영권이라든가 하는 것들도 있긴 한데 넘기고.



아무튼 승전 열강들은 중국에서나마 예전에 누렸던 이권의 일부라도 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조차지들을 운영하기 버거워진 국가들도 있었고, 한국이 대놓고 뭐라 하지는 않아도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사실이었기에 결국 후속 조치로써 각국은 조차지들을 한데 묶어서 각국의 협의로 운영하기로 했다.


여기에 한국도 한 자리를 맡을 권한을 받음으로써 한국은 열강이 조계지를 운영하는 걸 묵인하고, 열강들은 자국 조계지에 한국이 영향을 끼칠 자격을 인정해주며 한 발씩 물러난 셈.



그 결과 만들어진 게 조계연합, 혹은 한국에서는 공사관 도시라고 부르는 정치체제였다.



그리고 그 심장이라할 만한 도시가 바로 홍콩.


원래는 상하이였는데 이래저래 해서 홍콩으로 중심지가 옮겨간 상황.



따라서 이 지역들에서는 독특한 문화가 발생했다.


말이 공사관 도시지, 솔직히 말하자면 치외법권 지대로써 각국의 '법'이 적용된다는 부분이 보통이 아니다.



애초에 민족적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사실상 무정부지역이라 하루에도 열두 번씩 칼이든 총이든 맞을까 봐 두려워해야 하는 지역과, 우리나라 법은 아니라지만 치안조직이 있고 법률과 법원과 판결이 있는 동네를 비교해보면 어디가 더 삶의 질이 낫겠는가?


그렇기에 상하이, 톈진 지구 등에는 들어오려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그나마 황하 이북 지대 일부는 국가가 제대로 체계를 잡았다지만 장강 이남 지역은 그야말로 포스트 아포칼립스나 다름없어진 상황.



적어도 각국 정규군이 산적이나 마적 떼에게서 지켜준다는 것만으로도 메리트는 충분했으니.



그러나 당연하지만 공사관 도시는 아무나 들여보내지 않는다.


어중이떠중이 다 들여보내면 조계지 터지니만큼 조계지에 도움이 되는 이들만 들여보낸다.



완전한 외국인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기는 한데, 그래도 지킬 건 지킨다.


예를 들어 수상쩍은 사람은 일단 추가 심문을 위해 별실로 안내해서 잡아놓는다거나.



물론 체포까지 할 권한은 없고 잘해봤자 입국 거부가 끝이다마는.



"근데 세 시간째 방치해놓는 건 심한 거 아니냐고."



"유럽과 동양이 섞인 이 공사관 도시에서는 굉장히 독특한 문화가 발달했어요."



금발의 여성이 종알종알 떠들었다.


저 여자, 어지간히 동아시아 마니아였는지 3시간째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떠들고 있다.


"한국도 분명 유럽의 양식과 동양의 양식이 결합했지만 조화롭지는 않아요, 제가 볼 때 동서양의 예술을 합친 게 아니라 전 세계의 과거와 현재, 어쩌면 미래까지 망라한 온갖 것들을 분쇄해서 반죽하고 건국자의 입맛대로 빚어냈다는 쪽에 가깝죠, 분명 효율적이고 아름답지만, 제가 추구하는 동서양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통한 미와는 맞지 않아요. 그런 건 오히려 이런 조계 연합에서 잘 찾아볼 수 있죠. 중국요리가 영국 요리를 대체했다는 것도 그 일환이고요."


"그, 굉장히 독특한 인간상만 모아놓은 게 아니면 당연히 그러지 않을까요."



누가 중국요리, 그것도 중국에서 가장 요리 잘하는 인간들이 모인 동네에서 영국요리를 찾아먹어, 미친놈도 아니고.



"원래는 사천으로 가려고 했는데 왕 아저씨가 여기 있다고 해서 왔죠."


"그, 그쪽만 아시는 얘기는 좀, 왕 아저씨가 누굽니까?"



"그냥 작은 가게 하는 노친네요."


문이 열리면서 중국 억양 섞인 영어가 들렸다.



"어? 할아버지?"


"만료된 비자 가지고 들어오려고 한 건 뭔 배짱이냐? 아, 그쪽 청년에게는 실례가 많았소, 아마 저 쥐방울이 귀따갑게 했겠지."


"쥐방울?"


[청년?]


"마드모아젤의 조부 되십니까?"


"그냥 잘 아는 사이요, 내가 신원보증은 했으니 나와도 된다. 뭔 놈의 서류가 이렇게 많은지. 보통 백인들이 현지인의 신원보증을 해주는데 현지인이 백인의 신원보증을 해준다면서 관리들이 웃더라."


근데 신분보증을 해줬다고?


[보통 신분으로는 안 될 텐데]



그때, 문이 또 열리더니 양복맨 한 무더기가 들어왔다.



"아, 왕 대인이십니까? 여긴 어쩐 일로......"


그런데 양복 관리들이 추레한 노인에게 아는 체를 해왔다.


"단골손님 녀석이 만료된 비자로 들어오려다가 입국심사대에서 끌려왔다니 어쩌겠소, 찾으러 와야지."


"저희도 다음에 갈 테니 박대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하하하하."



[요리사군]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팔다리에 근육이 노인치고는 심상찮은데, 아마......


[요리사겠지]


요리에는 힘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 요리사들 보면 근육이 제법 탄탄하게 붙는 법.


세계의 대단한 요리사들 중에 남자가 많은 건 우연이 아니다. 


그냥 요리 자체가 체력 잡아먹는 괴물이라서 그런 거다. 특히... 불이나 무거운 식기류 등을 많이 쓰는 중식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아, 그런데........"


고개를 돌린 양복 남자와 내 눈이 마주쳤다.


아는 얼굴이다.


"오랜만이군, 홍콩 주재 한국 총영사, 나 알아보겠나?" 


"쿨럭!"



기겁한 영사가 기침하더니 주변을 휙휙 둘러보고는 곧장 다가와서 속삭였다.



"아니, 여긴 왜 오신 겁니까?"


"출장."


"아니........"


"출. 장."


"으으으........"


"참고로 서류는 다 본국에서 제출하고 왔네."


"전 아무 말도 못 들었단 말입니다!"


"그야 당연하지, 여긴 경유지니까."


"경유지인데 입국심사는 왜 받으신 겁니까?"


"그럼 홍콩에 왔는데 현지 음식도 안 먹고 오나?"


"으으......"



눈이 미친 듯이 떨리는 영사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아, 내가 여기 있다는 건 괜히 알리지 말게, 밥만 먹고 갈 걸세, 밥만."


"밥만......."


"경호도 필요없고, 내가 내 한 몸 못 지킬 것 같나?"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아니라?"


"거기에 휘말릴 다른 사람들이 걱정입니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이게, 이게 업보라는 것이다 이 놈아!]



시끄럽습니다, 장군님, 무슨 남을 재앙신 취급하고 있어. 



"근데 저 양반은 뭐하는 사람이냐? 되게 정답게 나누던데."

"저희 공사관에서도 한 달에 한 번은 가는 식당 주인입니다."


"잘하나?"


"공사관 도시 최고입니다. 아니, 이전에도 최고라는 이야기가 있었죠, 전쟁 전에는 북경반점 수석주방장이었고요. 중국계 요리란 요리는 전부 숙달했다고 알려졌고, 만한전석은 눈 감고도 차린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거기에 외국 요리에도 손을 대서 계속해서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 데에도 쉬지를 않아서, 갈 때마다 새로운 요리를 맛보는 재미가......"


"해외 나와서 식도락만 챙겼구만?"


"아닙니다, 일은 합니다."


"아무튼 알겠네, 거기서 한 번 먹고 가야겠구만."



"한 번?"


꼬장꼬장해 보이는 노인이 입을 열었다.



"진미를 느끼려면 일주일은 계속 먹어야지, 내 그 청년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나, 적어도 단견만으로 중화라는, 우리의 문화를 바라보진 말게나."



순간 분위기가 굳었다.


총영사가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게 보였지만, 나는 나직이 말했다.



"지금 중화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네."



금기시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금칙어가 된 여러 이름들이 있었다.



나치, 스와스티카, 국가사회주의, 레벤스라움, 파시즘, 대동아공영권, 그리고 중화.



주요 추축국의 이념들.



그러니 중화주의는 중국이 타국을 침략한 원인이 된 위험사상으로 낙인찍힌 것이다.



그런 관계로 지금 노인이 한 발언은 간단히 말하자면 독일 노인네가 나치를 옹호하거나 이탈리아 노인이 무솔리니와 구 왕정을 옹호하거나, 그 비슷한 수위의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그런 발언이 암암리에 있기는 하다.


각국 정부도 이런 것을 일일이 하나하나 전부 단속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런 발언이 내 앞에서 터진 건 사태의 수준이 다르다.


당장 내가 문제삼으려고 하면 홍콩을 엎어버리는 걸로는 안 끝날 거고 자기 모가지도 무사하진 못할 테니 총영사가 진땀을 흘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중화는 중국의 민족주의 따위가 아니야. 중화는 문화네."


노인은 단언했다.


"난 전쟁이 싫네, 정말 싫어, 당장 내 딱 하나 있는 아들놈이 조선에서 죽다 살아왔는데 도대체 어떻게 좋아하란 말인가? 마찬가지로 중화민족의 영광이네 나발이네 했던 장가놈의 망상도, 왜놈들의 대동아공영이네 뭐네 하는 헛소리도 다 싫네, 평양에서 조선인들을 학살한 것? 명백히 잘못된 일이고, 마땅히 처벌받아야 하는 일이네."


나는 가만히 노인을 바라보았다.


"조선이 그 복수로 우리를 갈가리 찢은 것? 그래, 납득할 수 있네, 하지만 그게 중화가 입 밖으로 꺼낼 수도 없는 끔찍한 그 무언가로 취급받는 것에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야. 중화는 애초에 그런 끔찍한 짓을 정당화해주는 사상이 아니란 말이네. 중화는 우리의 모든 것이야, 그걸 부정하는 건 우리의 근본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지, 같은 아주인이라면 그걸 알지 않소이까."


"노인장, 그런 거 치고는 주변 민족들을 중국인들은 중화사상에 의거해 벌레 보듯 하던데 말이오."


나는 피식 웃었다.


"물론 그 시초는 통일왕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중국 정부가 동아시아에 시도한 일종의 거래였던 건 사실이지, 그리하여 형식상 주변국이 숙여주는 대신 중국은 많은 경제적 혜택을 주어 군사적 충돌을 방지했고. 상대의 내정에 대해서는 절대 간섭해서는 안 되었지."


하지만 이는 급속히 변질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중국인들이 상대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도 당연시하게 되었으며, 뜯어내기만 하지 그에 걸맞는 대가는 무엇 하나 치르지 않게 되었소."



청말민초 시기가 거기에 큰 역할을 했다.


어설프게 서양의 민족주의를 받아들이면서도 손에 쥔 건 뭐 하나 놓으려 하다 보지 않으니 그런 양아치 사상으로 변질된 셈.



아, 중국인들이 주변국 보기를 벌레보듯 한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송나라가 고려에게 군사지원을 요청하느라 고려에서 사신이 왔는데, 송나라가 아쉬운 입장인지라 고려 사신의 안내를 소동파가 직접 맡았다. 


그리고 소동파는 대놓고 '오랑캐 놈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줘야 해?'라고 투덜거렸다.



즉 중국인들이 근거없이 오만방자한 건 1~2년 일이 아니라 천 년 단위 일인지라 아주 몽둥이로 죽도록 패 줘야 고쳐지거나 때려죽여도 안 고쳐질지도 모른다.



"그런 중화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생각하오만. 중화는 단순히 중국의 문화라 불릴 선을 한참 넘었소, 아무리 문화와 이데올로기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주고받는다고는 하지만, 이미 중화 자체가 이데올로기가 되어 타인들을 침략한 이상 중화를 중국 문화라는 이름으로 보호해줄 명분은 궁색하기 그지없다 여기지 않소? 무엇보다 중화가 존재하는 한 중원이 찢어진 것이 용납될 리가 없는데, 그러면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어떤 국가든 간에 중화라는 존재를 용납할 수 없음을 노인장께서도 짐작하시지 않겠소, 그 정도 학식을 지니셨는데."


"천하는 분구필합이지만 합구필분이기도 하지. 진명천자께서 단일한 중원의 해체와 춘추전국시대의 재림을 선언하였는데 무엇하러 하나로 합치려 애쓴단 말인가?"


"진명.......천자?"


"조선인들도 그토록 흠숭하는 천자께서 중원에 임하사 구정이 모습을 드러내어 신외지물임을 뽑냈고, 청룡이 길을 내어 진 영정에게도 내어주지 않았던 구정을 바쳤는데 진명천자가 아니면 무엇이오?"


"그런 발표는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구정이 나타났다는 거 자체는 사실이다마는.


그게 대외적으로 어떻게 이렇게 금방 퍼진 거지?



"중원의 학식 있는 자 가운데 이를 모르는 자가 없소, 진 영정을 주인으로 삼기를 거절하였던 구정이 마침내 합당한 주인을 만나자 강바닥에서 몸을 끌어올려 주인을 맞이하였다고. 그런 이를 어찌 진명천자라고 하지 않을 수 있소이까?"


"중원의 학식 있는 이는 다 안다고 했소이까?"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들 하지, 구정이 뭔지도 모르는 무지렁이가 아니면 다 알고들 있소."


".............."



시발.



"그분이 태산에 오르시지는 않았으되 그분이 중원에 명해 갈라지라 하였으니 갈라져 있어야지 않겠소."


".........."


"영정은 거짓 천자요, 그 이후의 모든 천자들과 같이 위천자였지, 구정조차 가지지 못하여 전국옥새라는 대용품을 만들어야만 했던 자가 오죽할까. 영정이 무수한 사람들을 생매장시키고, 조조가 서주를 불태웠으며, 명이 망한 후로 저 만주인들이 피로 강을 만들고, 장가놈이 중원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었던 것 모두가 하나의 중화라는 것에 집착해 만들어진 것이니, 진명천자께서는 태산에 올라 봉선을 하시는 대신 춘추시대를 재림시켜 더 이상의 피의 연쇄를 끊어내고자 하신 것이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해석하고 있소이다."


"다들?"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학문을 배웠다 자부하는 모든 지나인들이 그러할 것이오."



강바닥에서 모습을 드러낸 구정.


그리고 그 구정의 앞에 서 있던 남자.


이는 현재 상황에 대한 자기합리화를 아주 간편하도록 만들었다.



영정은 위천자였으며, 위천자의 권위를 빌린 그 이후의 천자들이 모두 거짓이었으니.


마침내 위천자 영정이 죽은 지도 2천 년이 지나서야 진명천자가 모습을 드러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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