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의미냐면 자살을 시도했다가 살아나도 정식으로 재판을 받고 사형되는데 자살자이기 때문에 종부성사마저도 거부되고 재산은 모두 몰수되는 게 자살시도자를 대우하는 기독교 세계의 국룰임

그런데 오늘 천사님이 어떻게 하셨다?

명백히 자살해서 죽기 직전인 구두닦이지만 아직 숨이 붙어있었으므로 용서해주시고 친히 목숨을 거두어 자살의 대죄는 피하게 해주심

마찬가지로 자살을 시도한 베이컨을 구해내고 죄를 묻지도 않으심

그럼 여기에서 도출되는 결론이 뭐다?

아, 자살은 대죄가 맞지만 자살을 시도한 것만으로 사형에 처하고 성사마저 거부하는 것은 아니구나, 어쨌든 아직 살아남았다면 그 또한 신의 뜻이므로 회개를 시키고 다시 사회에 받아들이는 것이 맞구나

여기서 더 나아가면 정말로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서 자살을 시도했었다고 하더라도 그걸 개인의 타락으로만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자살로 몰고 가도록 하는 사회의 죄악을 성찰하게 되는 것임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는 용서받을 수 있다면 그에게 아직 구원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고 이건 그의 고통을 덜어주라는, 그의 말을 들어보라는 신의 뜻이니까

그리고 그의 말을 들어보고 그의 고통의 원인을 제거해주라는 뜻이니까

자살자라는 이유로 문제를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근본은 제거해야 하는 것이 실로 주님의 사랑에 부합하는 것이니까

곧 근대적 복지국가의 시작임